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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노동자를 자유케 하리라

[Quest Pioneers] 이주환 스윗(Swit) 대표

  • 기사입력 2023.06.08 08:00
  • 최종수정 2023.07.07 09:35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이주환 스윗(Swit) 대표는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일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각자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성취감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근로자가 사람답기를 바랐다. 

그의 질문은 역사가 깊다. 200년 전 칼 마르크스도 같은 고민을 했다. 마르크스는 ‘노동 소외’라고 표현했다. 자본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생산공정에 근로자는 기계부품처럼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반대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일한다면, 조직은 작동하지 않는다. 일하는 방식부터 평가체계, 조직의 목표까지, 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조직이 목소리 큰 사람을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이 대표는 다시 묻는다. ‘직원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조직 방향에 동기화할 수 있을까.’ 그는 “사람과 사람, 팀과 팀 사이 막혀 있던 데이터를 흐르게 하는 것”에서 답을 찾고 있다.


미국 산호세 산타나로의 카페 블루보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보낸다는 이주환 스윗(Swit) 대표. 이곳에서 스윗의 시작과 성장을 일궈낸 그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사진 문상덕]
미국 산호세 산타나로의 카페 블루보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보낸다는 이주환 스윗(Swit) 대표. 이곳에서 스윗의 시작과 성장을 일궈낸 그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사진 문상덕]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쇼핑거리 ‘산타나 로(Santana Row)’. 이곳은 한국 관광객에게 ‘실리콘밸리의 가로수길’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한겨울인 지난 1월 이곳을 찾았지만, 기온은 섭씨 15도 안팎으로 선선했다. 나지막한 건물들이 늘어섰고, 즉흥연주 소리가 들렸다. 이 거리 한복판에 있는 카페, 블루보틀에서 ‘협업OS’ 스윗(Swit)의 창업자, 이주환 대표를 만났다. 그는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산타나 로에서 보내는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평소 반바지 차림으로 온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가끔 거리 음악가들이 근처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그런 사람 대 사람의 상호작용이 내겐 즐겁고 특별하다.”

이렇게 이 대표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다움은 스윗의 비즈니스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직장은 삶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라며 “그런데 회사에서 정한 룰에만 자신을 맞추려고 하면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와 회사가 일방에 맞출 것이 아니라 상호 조정(mutual fitting) 해 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모두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보다 일이 보다 행복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윗 내부에는 모든 업무의 공통 분모인 채팅과 업무관리 기능을 두고, 다종다양한 협업툴을 스윗에 연동하도록 만들었다. 회사의 목표(Objects)와 목표를 위한 핵심 성과(Key results)를 설정하면서도, 팀별로 각자의 업무 과정에 맞는 협업툴을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최근엔 양대 워크스페이스 소프트웨어인 ‘마이크로소프트 365’와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연동했다. 이 대표는 “이들과 모두 연동되는 협업툴은 스윗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스윗이 5월2일부로 구글 생성 AI의 공식 신뢰 파트너(a trusted partner for Google's Gen AI offertings)가 됐다”고 덧붙였다.

소통과 업무 관리에서 나오는 데이터, 연동된 수많은 협업툴에서 넘어오는 데이터, 심지어 양대 워크플레이스에서 넘어오는 데이터를 합치면, 스윗은 워크 데이터에 한해선 거대한 데이터의 저수지가 된다. 이 데이터를 다시 인공지능(AI) 모델에 학습시킨다면? 회의 요약은 물론,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필요한 업무를 AI가 제안하고,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면 그의 바람처럼, 사람은 정말 해야 할 일에만 몰입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산호세와 서울에서 그를 만나 더 나은 일을 위한 그의 질문, 그리고 답을 들었다.

Q MS와 구글은 왜 스윗과 협업하고 싶어했을까? 

스윗에는 정제된 워크 데이터가 있다. 프로젝트, 테스크(프로젝트의 구성 단위), 프로젝트별 커뮤니케이션, 성과관리(OKR, KPI) 등이다.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에 쓰이는 무작위한 데이터와 다르다. 우리 데이터를 학습에 쓰면 적은 양으로도 AI의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Q AI 경쟁의 판도가 바뀐 건가?

이제 데이터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 논문부터 웹의 텍스트 기반 자료들, 그리고 소리와 비디오까지,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다. 이제 특정 산업에서 쓰이는 서비스를, 그 산업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갖고 고도화하는(파인 튜닝) 경쟁에 접어들었다. 

이주환 대표가 swit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문상덕]
이주환 대표가 swit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문상덕]

Q 스윗의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학습시키는 건가?

한 기업 관계자가 자사 AI 모델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줄 수 있냐고 문의해온 적이 있다. 스윗을 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통신사라면, 통신산업에 관련한 데이터를 알고 싶은 것이지 않나. 그러면 당신 회사에서 유통되는 모든 데이터를 스윗이라는 디지털 사옥 위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그 데이터를 잘 흐르도록 해준다. 학습 가능한 형태로 패턴을 잡아준다. 

MS 관계자에게 AI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자사 워크스페이스 안에 앱이 너무 많아서 캐즘(chasm, 단절)이 생기는 것이 고민이었다. 앱과 앱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였다. 예를 들어 캘린더 데이터와 메신저 데이터를 조합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자 쓰는 협업툴은 달라도 퍼블릭하게 쓰는 협업툴을 스윗으로 정하면, 이렇게 데이터를 교차시킬 수 있다. 


스윗에서 연결이란, 협업툴간의 연결에 그치지 않는다. 플러그인(plug-in, 추가 기능을 위해 설치하는 확장 소프트웨어)과 앱통합환경(SIP, SaaS Integration Platform)를 가능케 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스윗은 현재 게스트(일정 기간 동안 게스트 초대), 전자결재, 그리고 목표관리(OKR) 플러그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 ‘OKR 플러그인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플러그인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순간은 대동소이 하다. 익숙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때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 ICT산업으로 잠재고객군을 바꿨을 때, 요구사항이 완전히 달라진다. 요구사항에 맞게 기능을 붙이다 보면 제품이 무거워진다. 정작 고객사는 기능의 5~10%밖에 쓰지 않는다. 그래서 특정 산업에 특화된, 가벼운 SW가 치고 나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시장에서든 필요한 핵심 기능만 남기고, 부가 기능은 플러그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 1월엔 앱통합환경을 구현했다. 고객사 스스로 산업분야나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각자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직접,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산호세에서 만난 이 대표는 SIP를 ‘커스텀 플랫폼’으로 풀어 말했다.


Q 스윗의 목적도 각 팀의 워크 플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팀간 협업을 효과적으로 해내도록 하는 데 있다. 지난해 기자 간담회에서 이를 ‘이종 팀간 협업 프로토콜 셋업’이라고 표현했다.

맞다. 팀마다 워크 플로가 다르지만, 공통 분모도 있을 거다. 그 공통 분모를 스윗 안으로 가져왔다. 서로 다른 워크 플로는 플러그인과 커스텀 플랫폼으로 해결하는 거다. 그러면 조직이 하나로 컨트롤 되지만, 각 팀은 자기만의 워크 플로도 커스텀해서 유지할 수 있다. 

Q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커스텀이란 개발자 환경이다. 옷을 한 사이즈만 사서 모든 사람이 입으라고 하면 불가능하지 않나. 제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슬랙’ 하나로 기업의 모든 조직이 다 쓸 수 있겠나. 또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제조업부터 정보통신업 다 다르다. 

그러면 첫번째, 개발자 환경에서 플러그인을 통해서 마음껏 커스텀(재조합)하고 재배열하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기존에 쓰던 서드파티 앱들과 스윗을 연동하게끔 해줘야 한다.  

두번째는 그렇게 고객들이 자기만의 앱을 만들었으면, 퍼블리싱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 같은 마켓 플레이스가 필요하다는 거다. 물론 스윗을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마지막 세번째는, 커스텀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노코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윗은 오늘부로(현지시간 기준 1월9일) 세 가지 특징을 모두 지닌 플랫폼이 됐다. 


이 대표의 구상은 각자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일의 본질에 집중하려면, 단순 업무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다. 지난 4월 서울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이제 업무 자동화를 위한 기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Q 어떤 기능을 준비하고 있나?

모두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챗봇이다. 스윗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챗GPT를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해서 모든 정보를 스윗에 호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구글 바드(Bard)와 연동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스윗의 데이터를 갖고 실시간 학습을 시킨 챗봇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Q 세일즈포스에서도 GPT의 API를 갖고 와서 ‘아인슈타인GPT’를 만들었다.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세일즈포스가 고객관계관리(CRM)에 접목했으면, 우리는 프로젝트 워크 매니지먼트(PWM)에 접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MS 365 to Swit, 구글 워크스페이스 to Swit이다. 예를 들어 MS 팀즈(Teams)나 구글 미트(Meet)로 미팅을 했다고 해보자. 미팅에서 논의한 내용에 따라 스윗에서 ‘업무 제안(suggested task)’ 항목을 만든다. 담당자가 지정되고, 마감기한이 설정되고,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진다. MS와 구글의 워크스페이스에는 이렇게 프로젝트 워크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약하다.

세 번째는 ‘프로젝트 오토메이션’이다. 제조회사에서 8개월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고 해보자. 스윗 프로젝트 AI에게 ‘8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어떻게 기획할지 베스트 템플릿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하면 된다. 해당 회사의 워크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으니, 귀하의 회사가 일하는 패턴을 볼 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렇다, 그러니 어떤 점을 수정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Q 올해 나오나?

올해 하반기까지 모두 나온다. 1년 반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팀원들이 너무 오래 고생했고 기다렸다.

Q 프로젝트의 성패까지 예측하는 건 대담하게 느껴진다.

일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실패의 원인을 아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이 부서하고 저 부서가 협업을 하는데 어디가 막혀 있는지? 데이터의 병목지점이다. 그 흐름을 보여준다. 그걸 우리는 데이터가 막혀 있다고 표현한다. 이걸 찾는 건 AI가 인간보다 잘한다. (Q 교통 관제하듯이 보이겠다) 관리자와 프로젝트 당사자에게 실시간으로 현황을 알려준다. 

Q 사람이 하는 일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나는 인간이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또 그게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사람마다 자기가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 공포를 느낀다. 

당신의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위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뜻이다. 내가 일하는 방식도 패턴화 해봐야 한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진 않는다. 특히 창의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내 일을 어떻게 패턴화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 그런데 데이터의 관점에서, 패턴화가 안 되는 건 없다. 패턴이 없는 것도 패턴이다. 엉망으로 일을 못하는 것도 데이터가 되면 중요한 자산이 된다. 데이터가 안 되니까 버려지는 거다. 

기계는 사람이 학습하는 방법을 모방해서 공부한다. 사람에게도 그런 기회가 필요하다. 자기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아야 되고, 내가 어떻게 일할 때 즐거운지 알아야 하지 않나? 

/ 글·사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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