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를 둘러싼 주요 두려움 중 하나는 오랜기간 사람들이 해온 작업과 일자리를 AI가 대신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에세이는 물론 이미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AI 도구에 대한 폭발적 관심으로 이러한 두려움은 더욱 증폭됐다. 몇 달 전에 소개된 OpenAI의 Chat(챗)GPT가 대표적인 사례지만 이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미 포춘지에 따르면 지난 달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원들은 3초 동안의 음성 입력 이후 누군가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텍스트 음성 변환 AI 도구를 선보였다.

또 이번 주, 비영리 간행물인 'Rest of World'는 AI 더빙 회사가 알고리즘을 훈련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성우를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야는 광고, 만화, 영화, 뉴스 등으로 다양했다. 

해당 간행물은 아르헨티나 성우 알레한드로 그라우(Alejandro Graue)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지난달 자신이 이전에 보이스오버를 녹음한 자기 계발용 유튜브 채널의 비디오에서 AI로 생성된 목소리가 자신을 대신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라우는 'AI 음성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 성우에게 지불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AI 기술자의 말을 떠올리며 "AI 기술이 아닌 그러한 도구를 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성우를 향한 비판의 트윗을 날렸다"고 전했다.

또, 'Rest of World'에 익명을 요구한 성우는 이러한 과정에서의 '마라톤' 녹음 세션에 대해 설명하며 "몇 시간 동안 그들은 다양한 스타일과 느린 어조로 많은 단어와 글자를 녹음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우는 앞으로 회사 소유의 '음성 은행(voice bank)'에 대해 어떤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그라우 역시 몇 달 전부터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일을 제안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 회사는 나에게 총 1만개의 단어를 녹음해야 하며 보수로 1만페소(약 $52)를 지불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Rest of World'에 따르면 스페인어로 AI 더빙을 제공하는 회사 중에는 영화 및 TV 쇼를 운영하는 텔아비브 본사의 딥덥(Deepdub)과 BBC 뉴스와 같은 논픽션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런던 본사의 페이퍼컵(Papercup) 등이 있다.

물론 이처럼 AI가 가져온 변화에 맞서는 사람은 성우들 뿐만은 아니다.

미국 공상과학 잡지 클락스월드(Clarkesworld)의 편집자들은 최근 작가들이 제출한 많은 스토리가 AI에 의해 생성된 것을 발견한 이후 스토리 제출 수락을 중단했다.

일부 대학 교수들은 학문적 정직성을 이유로 ChatGPT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JP모건은 최근 직원들에게 ChatGPT 사용을 금지시켰다. 

라틴 아메리카 성우의 사례는 일부 성우가 AI 더빙 회사와 협력에 나설 경우 해당 업종의 미래에 어떠한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 포춘코리아 공인호 기자 ba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