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ChatGPT는 모두에게 기회"

  • 기사입력 2023.02.16 17:22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생성AI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음악, 스피치, 컴퓨터 코드 등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화형 AI 서비스인 ChatGPT도 그중 하나. 전자상거래부터 콘텐츠 생산까지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는 잠재력 때문에 빅테크의 고향, 실리콘밸리도 들썩이고 있다. 교차하는 설렘과 우려를 실리콘밸리의 한인 창업가, 정영훈 XL8 대표가 물었다.


1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열린 ’82 스타트업 서밋’ 행사 현장. 현지 스타트업 창업자와 IT 엔지니어 500여명이 모였다. 82 스타트업은 BAKG의 분과 모임 중 하나다. [사진=문상덕]
1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열린 ’82 스타트업 서밋’ 행사 현장. 현지 스타트업 창업자와 IT 엔지니어 500여명이 모였다. 82 스타트업은 BAKG의 분과 모임 중 하나다. [사진=문상덕]

ChatGPT는 우리 시대 가장 진보한 AI로 꼽히는 GPT-3.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화형 AI(챗봇) 서비스다. 매개변수(파라미터) 개수가 약 1750억 개에 달한다. 틀에 맞춘 질문이 아니어도 맥락을 이해하고 사람보다 더 나은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정해진 질문을 정확하게 물어야 답변할 수 있었던 기존의 챗봇과 결이 다르다. 기계번역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의 정영훈 대표는 이를 두고 “챗봇 혁명”이라며 “이제 챗봇의 역사는 ChatGPT 전후로 나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ChatGPT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대화창에 “ChatGPT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계산해달라”고 적었다. 

ChatGPT는 “정확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계산하기 어렵다”면서도 “▶콘텐츠 창작; 기사나 문학, 컴퓨터 코드 같은 고품질의 텍스트 콘텐츠를 생성 ▶자연어를 이해하고 인간처럼 대응할 수 있는 챗봇과 가상비서를 구축 ▶기계번역의 질을 개선해 전자상거래, 여행 등 산업에 혜택 ▶의료 보고서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자연어 이해를 높이는 데 활용 ▶고객 피드백이나 감성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 중 이 다섯 가지 분야 밖에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만큼 ChatGPT가 테크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평한 셈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이를 접한 사람들은 어떤 표정으로, 어떤 구상을 해 나가고 있을까. 기계번역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의 정영훈 대표가 현지의 IT 엔지니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본지에 전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엔지니어 커뮤니티인 ‘베이 에어리어 케이그룹(BAKG)’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결국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될 것”

오픈AI의 웹사이트 chat.openai.com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챗봇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오픈AI의 웹사이트 chat.openai.com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챗봇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정 대표가 만난 첫 인터뷰이는 홍민표 에스이웍스(SEWORKS) 대표다. 

홍 대표는 2000년대 각종 해킹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3대 해커’로 불렸다. 2008년 안드로이드 백신을 처음으로 개발하면서 한국에서 스타트업(‘쉬프트웍스’)을 만들었고, 2010년 엑시트에 성공했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현재 회사를 세웠다. 홍 대표는 “SEWORKS는 자동화된 공격 보안에 초점을 맞춰 공격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침투 테스트(Penetration test)’ 서비스로 부른다.

Q ChatGPT 써보니 어땠어요?

홍민표 질문을 잘하면 훌륭한 답변이 나와서 감탄한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데이터 사용에 제한이 있는지, 원하는 대답을 모두 얻지는 못했어요. 유료 버전이나 데이터 접근이 더 많이 된다면 활용도가 좋아질 것 같네요. 또 전문 분야보다는 일반적인 대화에서의 경험이 더 좋았어요.

Q 하는 일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홍민표 약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반복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더 상세하고 다양한 결과가 있다면, 앞으로는 비즈니스 로직에도 충분히 포함시켜서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 대표는 “지금도 침투 테스트에서 AI가 일부 역할을 맡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 업계와 이 회사는 보통 어떤 지점이 취약하다’는 정도의 인사이트를 주고, 전략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Q 위기보단 기회가 더 클 거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홍민표 인간도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기도 하잖아요. 초거대 AI 엔진도 결국 산업과 인류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거라 생각해요.

 

‘친구와 말하듯’ 답하는 검색엔진의 등장

2020년 오픈AI에서 내놓은 초거대 언어모델 GPT-3은 전 세계적인 언어모델 개발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ChatGPT 같은 서비스의 등장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0년 오픈AI에서 내놓은 초거대 언어모델 GPT-3은 전 세계적인 언어모델 개발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ChatGPT 같은 서비스의 등장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승우 매직엑스(MagicX)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낙관적인 의견을 말했다. 이 CT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우버를 거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페이스북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지금은 음성인식과 자연어처리(NIP) 기술을 바탕으로 하나의 앱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슈퍼 앱을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는 카카오 같은 메신저가 슈퍼 앱이 됐었지만, 이 CTO는 음성 어시스턴트 기능을 토대로 슈퍼 앱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CTO는 “ChatGPT 같은 초거대 AI 언어 모델이 사람들이 기기를 다루는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Q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이승우 초거대 AI 모델에 의해서 진정으로 사람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가 곧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형태의 UX(유저경험)가 펼쳐질 것이고, 이는 곧 새로운 패러다임과 무한한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직접 써보니 절감하신 것 같습니다.

이승우 언제든 내가 부를 수 있는, 상식이 풍부한 친구를 옆에 둔 기분이었어요.

Q 하시는 일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이승우 초거대 AI 모델은 결국 인간의 행동과 가능한 한 비슷해지는 게 목적이죠. 저희는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한 킬러 앱들이 조만간 나올 거라고 봐요.

정 대표는 ‘기기를 다루는 방식의 변화’라는 점에서 공감했다. 정말 뛰어난 AI가 나왔다는 것보다도, 챗봇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ChatGPT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그간의 챗봇이 정형화된 질문만 소화할 수 있었다면, ChatGPT는 ‘친구와 대화하듯’ 일상적인 말로 질문을 던져도 대답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또 “앞으로는 음악이나 그림, 혹은 내 목소리까지 분석해 답변하는 식으로 UX를 넓혀갈 것”이라고 봤다. ‘내가 작곡한 곡인데 어때’라고 묻는 식이다.

 

ChatGPT, 피싱에 쓸 수도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 둘째)가 지난 2월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검색엔진 빙(Bing)과 오픈AI 통합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 둘째)가 지난 2월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검색엔진 빙(Bing)과 오픈AI 통합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엄상호 우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엄상호 사이언티스트는 “기업에서 사기를 막는 일의 정확성이 더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사기를 전문적으로 저지르는 쪽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서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상호 사이언티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을 거쳐 2019년부터 우버에서 다양한 사기(앱 내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안하고 승차하는 등의 행위)를 감지하는 일을 하고 있다.

Q 하시는 일이 초거대 AI 모델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엄상호 사기를 막는 일을 모두 수동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기계학습 등을 통해 자동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ChatGPT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엄상호 현재 ‘rule base+machine learning’ 모델링으로 사기를 막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모델이 틀리게 예측하는 경우가 많아요. ChatGPT를 활용하면 컨텍스트 등을 예측에 더할 수 있어서, 예측 성능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Q 다른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엄상호 ChatGPT를 써보면서 앞으로 교육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컴퓨터가 생기기 전에는 손 글씨를 잘 쓰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죠. 앞으로는 작문이나 논술 등의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번역에 필요한 맥락, 챗봇이 알려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는 “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으로 번역됐다. 언어별 맥락을 알아야 번역 가능한 문장이다. [사진=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대사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는 “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으로 번역됐다. 언어별 맥락을 알아야 번역 가능한 문장이다. [사진=ENA]

정 대표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그의 동료, 박진형 XL8 CTO다. 한솔 넥스지(현 넥스지)와 미국의 팬시닷컴을 거쳐 2015년부터 4년간 애플에서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XL8는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 번역에 필요한 기계번역 기술을 독자 개발한 업체로, 세계 최대 번역업체인 아이유노글로벌에 기반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Q 회사 비즈니스가 초거대 AI 엔진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박진형 오픈AI나 구글이 만드는 초거대 언어 엔진들은 정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학습됐어요. 그런데 이 자체만으로는 번역 엔진을 만들 수 없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이 엔진들은 번역 AI 엔진 개발에 필요한 전체 모델 구조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만 맡고 있어요. ‘나는 소년입니다’라는 문장을 웹에서 수집하고, 그걸 디지털 숫자로 변환하는 과정까지 맡는 거죠. 물론 더 나은 초거대 언어 모델들이 나온다면, 저희 같은 특화된 AI 엔진을 만드는 데도 유용하게 씁니다.

Q ChatGPT를 써보니 어때요?

박진형 정 대표님 의견과 비슷해요. 지금까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입력해야 겨우 한 가지 대답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ChatGPT가 그 벽을 많이 낮췄죠. 물론 ChatGPT조차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만요. 하지만 질문, 답변과 관련한 AI 챗봇은 이제 ChatGPT 전후로 나뉘지 않을까 합니다.

Q 저희 회사의 일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진형 미디어 번역은 트랜스 크리에이션(Trans Creation)이라고도 불러요. 번역을 넘어서 창의성도 요구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내 이름은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는 대사가 나와요. 이런 걸 번역하려면 작업하는 분들이 콘텐츠 자체와 각 나라의 맥락을 알아야 하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ChatGPT 같은 AI 서비스가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합니다.

/ 진행 정영훈 XL8 대표, 정리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