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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낸 BP, 탄소저감 약속은 ‘대 후퇴’

114년 사상 최대 이익…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탄소배출 목표 후퇴, 석유생산 투자 확대 발표
“약속 번복, 수익성 있는 기존 모델로 회귀”

  • 기사입력 2023.02.08 14:36
  • 기자명 문상덕 기자
2020년 2월5일 당시 경찰들이 영국 런던의 BP 본사 주변을 지키고 있다.  100여명의 환경운동가들이 근처에서 가두행진했다. 이날은 버나드 루니 신임 CEO의 첫 출근날이었다. [사진=AP/뉴시스]
2020년 2월5일 당시 경찰들이 영국 런던의 BP 본사 주변을 지키고 있다. 100여명의 환경운동가들이 근처에서 가두행진했다. 이날은 버나드 루니 신임 CEO의 첫 출근날이었다. [사진=AP/뉴시스]

기후변화 운동가들은 한때 글로벌 석유업체와 동맹을 기대했다. 2020년 아일랜드 더블린대 출신의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가 BP의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임명됐을 때였다. 그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대폭 줄이고 수십억 달러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BP를 ‘그린에너지 거인’으로 거듭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주주행동주의 투자자 마크 밴 바알(Mark van Baal)은 당시 포춘 인터뷰에서 “글로벌 석유기업이 처음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며 “한 기업이 대열을 깨고, 주주들이 그 행동에 보상하면, 나머지 기업은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알의 낙관론은 7일(현지시간) 무너졌다. 이날 BP는 지난해 277억 달러(약 35조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BP 측에 따르면 114년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전쟁 영향이 컸다. 영국 브렌트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 당 거의 128달러로 치솟았다가 80달러로 내려왔다.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24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했는데도 그랬다. BP는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지분 19.75%를 갖고 있었다.

안전지대로 돌아간 BP

버나드 루니 BP CEO. [사진=AP/뉴시스]
버나드 루니 BP CEO. [사진=AP/뉴시스]

지난해 실적과 함께, 루니 CEO는 2020년 그가 했던 기후 약속을 재고한다고 밝혔다. 과거 그는 석유와 가스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적인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선 포춘 인터뷰에서 그는 “행동하지 않으면 다소 암울한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환경론자들이 해온 주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화요일 그는 BP의 탄소 배출량 감소분이 20%에서 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오늘날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We need continuing near-term investment into today’s energy system)”며 “(에너지 전환은) 질서 있어야 한다(an orderly one)”고 말했다. 회사는 또 석유와 가스 생산에 연간 약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의 과거 발언과 명백하게 배치되는 것이다.

기후 운동가들은 그의 입장 변화를 배신으로 느끼고 있다. 반 바알은 화요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했던 BP의 과거 약속은 이 산업에서 몇 안 되는 가시적인 목표였다”며 “그들은 막대한 이익을 냈고, 다시 안전지대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은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에 가능한 한 매달려 있길 바란다, 그게 수익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3중 딜레마’

독일 북서부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BP의 석유정제시설에서 가스를 연소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독일 북서부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BP의 석유정제시설에서 가스를 연소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반 바알은 올 봄 BP 주주총회에서 화석연료의 대규모 감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9년 그가 비슷한 결의안을 냈을 때 루니 CEO가 기후 행동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며 결의안을 철회하도록 설득했다. 운동가들은 이런 종류의 결의안이 석유업체들이 탄소 배출량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기후변화를 중요한 리스크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회사의 미온적인 대처를 부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환경단체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연대(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캐시 멀비(Kathy Mulvey)는 “BP의 과거 약속은 기후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석유 산업에 압력을 행사한 성과로 보였다”며 “그러나 그것은 냉소적이고, 공허하며, 기회주의적인 약속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루니 CEO는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보다 낮은 비용으로 오일과 가스를 생산하는 데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탄소를 적게 배출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원한다”며 이를 “에너지 트릴레마(3중 딜레마)”이라고 지칭했다.

환경론자들은 그가 번복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기후변화 관련 브랜딩 업체 ‘디스 이즈 에이전시(This is Agency)’의 공동 창업자 헬레나 파스타드(Helena Farstad)는 루니의 게시물에 대한 답으로 “크게 실망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며 “BP는 리더십의 결여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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