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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는 MZ세대가 없다”

  • 기사입력 2023.01.04 16:15
  • 기자명 문상덕 기자

자율적인 조직문화는 대개 말잔치로 끝나기 마련이다. 구글은 다르다. 직원이 사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은 회사의 정책을 바꾸고 있다. 구글은 어떻게 자발성을 이끌어낼까. 구글코리아의 젊은 리더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이은아 GATE 리드,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 고은이 GWE 리드, 전나래 컬처클럽 리드.  이은아 리드는 사진설명을 당부했다. 이 리드는 “(사진설명은) 활자로만 기사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은아 GATE 리드,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 고은이 GWE 리드, 전나래 컬처클럽 리드.  이은아 리드는 사진설명을 당부했다. 이 리드는 “(사진설명은) 활자로만 기사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사무실 한 개 층을 외부에 공개했다.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타워 다섯 개 층을 쓰는데, 이중 한 층을 장애를 가진 사람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고쳤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뜻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휠체어를 타고서도 무엇이든 손에 닿도록 콘센트, 조명 스위치, 문고리의 높이를 낮췄다. 통로 중앙에는 보도블럭을 깔았고, 소리에 민감한 구성원을 위해 천장에는 흡음재를 붙였다.

오피스 공개를 겸한 좌담회에서는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의 이은아 매니저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매니저는 사내 소모임인 ‘GATE(Google Accessibility To Everyone, 모두를 위한 접근성)’에서 리드를 맡고 있기도 하다. GATE는 오피스의 접근성은 물론, 구글의 제품과 서비스에도 아이디어를 내놓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오피스도 GATE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민혜경 인사총괄은 “4년 전 이 매니저와 나눴던 대화가 씨앗이 됐다”고 했다.

GATE는 구글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소모임인 ERG(Employee Resource Group) 중 하나다. 구글의 16개 ERG는 소수 그룹에 속한 직원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각 ERG의 오피스별 지부 격인 ‘챕터’는 전세계에 약 250개가 있다. GATE는 장애 포용성을 위해 만들어진 ERG ‘Disability Alliance’의 한국 챕터다. 전 세계 약 3만5000명의 임직원, 전체의 20%에 달하는 수가 ERG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상당한 수의 직원이 열린 직장을 위해 팔 걷고 나서는 것이다.

회사에서 직원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업무 외적인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조직문화 업무를 맡았던 전나래 매니저는 “보통은 직원 소모임도 ‘이런 회사 비전을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위에서 틀을 만들어주는 식”이라며 “그러면 다들 리더로 나서길 꺼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하향식의 태스크포스(TF)처럼 된다는 것이다. 구글러(Googler)들은 왜 자발적으로, 본업도 아닌 일에 나설까. 구글코리아 오피스에서 한국 ERG 리드들과 만나 이야기 나눴다.

Q ERG는 직장 내 소모임과 다른가요?

민혜경 다양성과 포용성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배석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고, 나만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Q 지금 그런 기분이 조금 듭니다.

민혜경 (웃음)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니까요. 최고로 하기보다는 실수만 하지 말자고 판단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중간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문화가 아닙니다.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 놓고, 판단을 받지 않을 거라는 편안한 마음이 있어야 직원들이 100%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구글이 말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입니다. ERG는 회사 내에서 소수 그룹에 속한 직원들이 자신의 배경이나 특성에 상관없이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제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Q 공식 조직에서 맡는 일 아닌가요?

민혜경 문제를 발견했을 때 누군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다 늦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ERG는 직원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보는 방식인 거죠. 직원이 나서면 회사는 지원합니다.

전나래 리드(왼쪽 셋째)는 " MZ세대라는 구분부터 편견"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석자들도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나래 리드(왼쪽 셋째)는 " MZ세대라는 구분부터 편견"이라고 말했다. 다른 배석자들도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Q 어떤 지원을 해주나요?

민혜경 셋업 단계에서부터 도와주죠. 어떻게 고민을 공유하고 사람을 모을지. 회사가 인프라와 예산을 제공하고, 각 ERG마다 회사의 시니어 리더가 후원자로 함께 하면서, ERG 활동의 영향력이 더 크게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국가의 구글 오피스에서는 비슷한 활동, 비슷한 환경이 있는지 찾아보고 연결을 해주면 스스로 운영됩니다. 국내외의 리더십 팀이 배석한 자리에 초대해 발표를 하고 서로 공유하면서 ERG를 가시화하고, 임팩트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은아 4년 전에 ‘GATE’라는 장애 포용성 그룹을 한국에서 만들어야겠다 생각해서 혜경님을 찾아갔던 날이 생각납니다. 가이드를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저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GATE’의 윤곽을 만들게 됐습니다.

민혜경 채용 자체보다 채용한 이후에 이곳에서 성공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문화적 토대를 먼저 갖추자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은아님과 대화한 뒤에 채용 과정에서 우리가 좀더 잘할 수 있는 게 없는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도 그 대화에서 씨앗이 뿌려진 것이지요. 저희는 DEI를 마라톤이라고 얘기합니다. 몇 년 동안 씨를 뿌리고 실험하면서 장기 계획을 갖추는 거죠.

Q 한국에선 책임자를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구글의 ERG 문화의 철학은 이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나래 책임자를 찾고 그 사람에게 오너십을 주는 프로세스가 꼭 필요할까요?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저흰 신규 입사자를 ‘누글러(New+Googler)’라고 부르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죠. 그렇다면 컬처클럽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겁니다. 인사팀, 총무팀과 대화하며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그걸 해보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민혜경 저희는 공감대가 있어요. ‘문제가 있으면 문제의 일부가 되지 말고 솔루션의 일부가 되자.’ 누글러를 예로 들면 인사팀에서 담당할 것이 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두 가지가 공명하면서 잘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인사 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 미비하기 때문일 겁니다. 인사팀이 드라이브를 걸어도 직원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죠.

이은아 인사팀과의 적절한 거리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적당한 거리감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객관성이 효율적인 구글 문화의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누글러 분들에게는 어떤 솔루션을 드렸나요?

전나래 ‘운동회를 해보자. 그런데 신체적인 제약이나 운동 신경이 전혀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로 한번 꾸며서 해보자’라는 의견을 주셔서 저희가 40명 정도 되는 누글러 분들을 모으고 행사를 진행했어요. 반응이 좋아서 다른 팀에서도 미니 운동회를 열고 싶다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웃음).

Q 한국에선 여성 엔지니어가 참 드문 것 같습니다. GWE는 어떤 일을 하나요?

고은이 네트워킹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려움이 발생하면 저 같은 경우도 혜경님에게 이메일도 보내고 대화도 신청해서 고민을 공유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말씀드리곤 해요.

Q 가장 뿌듯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고은이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 거리를 좁히다)’이라는 프로그램이에요. 학생을 대상으로 현업 여성 엔지니어와 대화하면서 진로를 소개해주는데요.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다가 올해는 홈 스쿨링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앞으로 다른 소수자 그룹으로 확장해보자는 고민도 하고 있고요. 보통 3~4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그룹원들과 만나서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하나의 생태계 안에 두 개의 클러스터, 리더십과 ERG가 있는 셈입니다. 서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으면서 영향을 주는 거죠

Q 요즘 MZ세대 문화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민혜경 사실 구글 안에서 MZ세대가 화두는 아닙니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라벨을 붙이는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세대 간의 차이라는 건, 세대간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있어왔던 것입니다. 모두를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경험의 다름을 활용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전나래 MZ세대라는 구분에서부터 편견이 들어간다고 봐요. 주니어 직원이 다른 생각을 말씀해 주시면 이분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거지, MZ세대라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기진 않아요.

이은아 내가 아니면 다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여성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죠. 다양성이란 것은 말 그대로 다양한 것입니다. 나랑 똑같은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전나래 MBTI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데요. 많은 회사가 I(내향형)를 어떻게 E(외항형)로 바꿀 수 있을까 같은 논의를 많이 했었습니다. 구글은 달라요. 내향적인 직원이 발언하는 걸 어려워하면 ‘문서로 써서 생각을 공유할까, 아니면 생각할 시간을 더 줄까’ 이런 고민들을 합니다.

민혜경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이 생각하는 프로세스가 다를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죠.

Q 본업이나 본인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ERG 활동이 도움을 줍니까?

고은이 제 가장 큰 고민이 멘토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보다 시니어 개발자인 여성 엔지니어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듣고 싶었죠. 그런데 이 ERG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더니 ‘한국 말고 미국이나 유럽의 여성 개발자들과 한번 얘기를 해보면 어떻겠냐’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 주셔서 그래서 그런 커뮤니티를 실제로 만들게 됐습니다.

전나래 리더십을 연습해보는 기회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본업에서는 성과를 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다 보니 자유롭게 뭘 하기가 어려운데요. 컬처클럽에서는 ‘어떻게 하면 계속 끝까지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세 사람은 코로나가 잦아들고 오피스가 열리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전나래 리드는 5명 정도였던 그룹원을 늘릴 작정이다. 구글코리아가 커지고, 만남도 잦아진 만큼 ‘지금까지 하던 걸 어떻게 스케일업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고은이 리드는 매년 한번 열던 마인드 더 갭 행사는 연 3회로 늘리고, 외부 강사도 섭외하느라 분주하다. 이은아 리드는 한국 사례를 일본, 대만, 호주 같은 아시아·태평양 그룹과 공유하면서 임팩트를 키워볼 작정이다.

‘본업도 바쁜데 버겁지는 않겠느냐’는 물음에 이들 세 사람은 “본업이 힘들면 ERG 일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믿기 어렵겠지만 진심”이라며 오피스를 가득 채울 만큼 크게 웃었다.


구글의 구글리(Googley)한 리더들

민혜경 인사총괄(왼쪽 첫째) 구글코리아의 조직문화 개발, 인재관리 등 인사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이전엔 디지털 브랜딩과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구글 브랜드 스튜디오의 아시아 팀장을 맡았다.

고은이 리드 안드로이드-픽셀 카메라 팀 소속. 퀄컴코리아와 엠텍비젼에서 카메라 엔지니어로 일했다. 구글코리아에서 GWE 그룹 리드로 활동하고 있다. GWE는 기술 분야에 있는 여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정보를 공유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진로 체험 프로그램 ‘마인드 더 갭’을 진행한다.

전나래 리드 엔지니어 사이트 리드와 함께 구글오피스의 건강한 성장과 원활한 운영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컬처클럽은 구글리(Googley)한 문화를 만들고, 지키고 전파한다. 전 세계 오피스마다 있으며, 최고컬처책임자의 후원을 받는다. 최근엔 입사자 대상 미니운동회가 공전의 히트를 올렸다고.

이은아 리드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ERG 중 하나인 Disability Alliance의 구글코리아 챕터, GATE를 2018년 만들었다. 현재 리드를 맡고 있다. GATE는 장애 포용적인 업무 환경 및 기업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제품 및 서비스에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2022년 사무실 한 층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것에도 씨앗을 뿌렸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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