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카카오, 자율과 방임사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스톡옵션과 기업공개에만 기댔던 카카오의 성장엔진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 창업자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 기사입력 2023.01.05 09:00
  • 기자명 문상덕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는 요즘 한가지 고민을 주변에 말한다고 한다. 고민은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향한다. 계열사 CEO의 자율 판단을 강조했던 그였지만, 최근엔 국내 대기업의 중앙집권식 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본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그의 고민을 전한 관계자는 “자율성만 강조한 결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 카카오톡 먹통 사태 등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창업자가 쥔 카드는 무엇일까. 카카오가 치렀던 홍역들을 짚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했다.

2022년 10월19일 당시 남궁훈 각자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10월19일 당시 남궁훈 각자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페이 사태, 수습은 금융 당국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은 김 창업자에게 신념이자 냉정한 현실판단이기도 했다. 일 년 사이에도 트렌드가 표변하는 IT업계 특성상, 오너의 결정을 기다리다 보면 시장의 속도를 놓친다. 카카오 공동체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대게 빠른 판단으로 선두주자를 추월한 경우가 많다. 대용량의 파일을 무료로, 빠르게 전송하는 기술로 차별화에 성공한 카카오톡부터 그랬다. 그래서 카카오 지분의 33.2%(케이큐브홀딩스 보유분 포함)를 쥐고 있으면서도, 전문경영인에게 판단을 맡겼다.

직접 재벌식 오너 경영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또 카카오의 설립 목표는 “100인의 CEO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바람과 달리, 김 창업자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증인이 됐다. 특히 2021년 국감 때는 세 차례나 불려 나갔다. 코로나를 계기로 급성장했던 플랫폼업계와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투 논란이 거셌던 탓이었다. 김 창업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 부분이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T 택시 등 자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더라도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꽃 배달, 헤어샵 등 골목상권까지 노리고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계열사 수도 크게 늘었다. 2022년 9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80개다. 2013년엔 16개에 불과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수 뒤) 카카오 이름만 붙여서 쉽게 돈을 버는 방식이 반복됐다”며 “’재벌이 문어발이라면 카카오는 지네 발’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던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해 겨울이 미처 가기도 전에 더 큰 문제가 터졌다.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가 다른 카카오페이 임원 7명과 함께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993주를 처분해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상장 직후 한 달여 만에 경영진이 집단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회사의 미래 가치에 부정적인 신호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주식을 처분하기 전날(12월9일) 20만8500원이었던 주가는 한 달 뒤 14만8500원으로 29% 하락했다.

사건 여파로 카카오 대표 내정자였던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대표직까지 내려놨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사건 재발을 막겠다며 상장사 임원,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자사주를 거래하면 매매 예정일의 최소 30일 전에 매매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이듬해 발표했다. 내부통제가 실패한 결과로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 IT기업 임원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있는 기업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보통 임원이 자사주를 처분하려고 하면 ‘이런 일로 몇 주를 팔 것’이라고 회사에 사전 신고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허락하더라도 아무 때나 못 팔게 한다. 결산 시즌이나 실적 발표할 때 같이 공개해서 시장에 가능한 한 영향이 안 가도록 한다. 그런데 거기(카카오페이 경영진)는 상장하자마자 어마어마하게 물량을 팔지 않았나. 그런데 아무도 (회사에) 신고를 안 했다고 하더라.”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왼쪽 넷째)이 2022년10월24일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왼쪽 넷째)이 2022년10월24일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용자 4743만명, 데이터센터는 ‘0’

그리고 2022년 10월, 최악의 사태가 터졌다. 10월15일 카카오가 입주하고 있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든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멈췄다. 서비스 장애는 화재 당일을 넘겨 127시간 동안 이어졌다. 같은 데이터센터를 쓰고 있는 네이버는 화재 12시간 만에 서비스를 정상화했던 것과 대조됐다. 데이터센터 한곳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센터에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이중화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었다.

카카오는 2022년 12월7일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에서 서비스 장애 원인을 분석하며 백업 조치가 부실했음을 인정했다. 이날 이채영 재발방지대책소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스템 전체 레이어의 관점에서 보다 철저한 이중화 구성이 돼 있었다면 화재 진압과는 별개로 조금 더 빠르게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또 강원도 춘천에 자체 대규모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는 그렇지 못했다. 앞선 IT기업 임원은 “순이용자가 4743만명이 넘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그간 데이터센터를 빌려 썼던 것은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성장에 급급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공동체 수준에서의 전략 없이 계열사가 각개 전투하는 식이었단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현재 안산에 건설하고 있는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2024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카카오는 당분간 리더십 공백기를 맞게 됐다. 남궁훈 카카오 공동대표는 사태 책임을 지고 10월19일 사퇴했다. 19일 기자회견에서 남궁훈 대표는 “그간 해온 사업은 권미진 수석 부사장(카카오 신사업부문장) 산하에서 이뤄지고 있어 수석 부사장의 리딩 하에 이뤄진 사업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전직 카카오 임원은 “이번 사태 이후 계열사의 매각이나 합작 사업 모두 올 스톱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창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일각에서 나오는 오너 경영은 업의 특성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그룹 오너가 전체 계열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설비투자 총액을 짜서 계열사별로 배분하는 건 제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사고는 못 치게 막을 수 있지만, 대신 계열사 대표는 실권 없는 ‘바지사장’ 역할에 그치기 쉽다”며 “시장 트렌드를 파악해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IT산업과는 맞지 않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박 교수는 또 “계열사 CEO에 대해서 유인과 페널티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그런 적절한 보상체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김 창업자의 카카오 지분이 30%가 넘는다. 내부통제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

대주주가 전문경영인을 방임하면, 전문경영인과 주주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 그리고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대주주로서 전문경영인이 마음대로 사익을 추구하는 등의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Q 카카오는 공시는 물론, 자체 ESG 보고서도 자세하게 만들어 낸다. 그것으로는 역부족인가?

미국 변호사들이 한국 공시제도를 보고 하는 말이, 상당히 강력한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라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경영진에게 오픈 엔디드(Open-ended, 제한을 두지 않는) 식으로 ‘네가 생각하기에 있을 만한 문제를 서술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질문이 없으면 답하지 않아도 된다. 회피하기 쉽다.

Q 그러면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공시제도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서술식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이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선 CEO를 뺀 나머지는 다 사외이사다. 그러면 김 창업자는 본인이 지닌 주식에 비례해서 견제할 이사를 보내고, 나머지는 일반 주주들이 뽑게 하는 방법이 있다.

카카오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눈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 소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프 카카오가 열리기 전날인 12월6일 사고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부는 이프 카카오에서 발표할 내용을 사전 열람할 수 있도록 카카오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정 위반 혐의로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부당하게 계열사인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에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이유였다.

김 창업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 포춘코리아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