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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체험 산업

  • 기사입력 2022.12.22 07:00
  • 기자명 Adam Erace
기괴한 복장의 하녀. 양방향 사이코드라마 ‘윌로 가족’은 방문객들을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로스앤젤레스 대저택의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Courtesy of Just Fix It Productions]
기괴한 복장의 하녀. 양방향 사이코드라마 ‘윌로 가족’은 방문객들을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로스앤젤레스 대저택의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Courtesy of Just Fix It Productions]

‘몰입 공포체험’이 11억 달러(약 1조 5700억원) 규모의 호러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더 많은 고객들이 더욱 자극적인 공포를 위해 거액을 지불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가끔 발생하는 것처럼, 그 주말은 한 음악가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됐다. 포 보이 음악 박물관의 큐레이터 샌디 뉴턴은 필자에게 “내 전단지를 보고 문자를 보낸 거죠?”라며 “나는 왜 에이스라는 뮤지션이 무대에서 ‘폭발’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불타버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머릿속이 하얗게 됩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공포 게임’에 참가한 필자는 그 박물관 기록 보관소에서 거미줄이 처진 선반들을 뒤지고 있었다. 유명한 클라리넷 연주자인 에이스 마셀린이 무대 위에서 화염 속으로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것이다.

그 방은 어둡고, 폐쇄 공포증을 일으킬 정도로 답답한 무덤 같았다. 미도리(증류주에 과실 성분을 넣어 만든 술)처럼 부자연스러운 녹색빛 안개가 반짝거리며 먼 모퉁이에서 서서히 다가왔다. 삐걱거리는 괴상한 소리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울음 소리가 내 맥박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다. 뉴턴의 책상 위에는 에이스의 오래된 LP를 가리키는 단서가 놓여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전축이 들어 있는 서류 가방을 열었다. 그러자 경쾌한 재즈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흥겨운 목관악기 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채우고 있을 때쯤, “내 이름은…”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가톨릭과 할리우드의 전통에 따르면 효과적인 퇴마술은 악마를 직접 불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악마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사실 샌디와 에이스는 가상의 인물이다. 그리고 그 ‘기록 보관소’라는 곳도 캐널 플레이스 몰의 3층 푸드코트 뒤편에 있는 빈 방이다. 게다가 주말 동안 열리는 이 ‘미스터리 체험’은 제6회 연례 오버룩(Overlook) 공포 영화제의 일부로 마련된 게임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지독히 기분 나쁜 악마의 주문이 어두운 방안을 감쌀 때, 너무 무서워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미국 공포체험협회에 따르면 공포체험은 팬데믹 이전 연간 1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알짜배기 산업이다. 더 이상 핼러윈 주간에만 인기를 끄는 ‘한철 장사’가 아니었다. 경쟁이 덜했던 초기에는 사업 수완이 좋은 호박농부가 해야 할 일은 건초 마차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10대들을 놀라게 하는 게 전부였다. 즉, 쇠톱을 휘두르는 연기자만 풀어놓으면 됐다. 하지만 저스틴 픽스는 “오늘날 사람들은 좀 더 강력한 것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살인 미스터리 공포물 ‘윌로 가족’의 감독이다. 만약 공포물 전문 감독 아리 애스터(‘유전’과 ‘미드소마르’를 감독했다)가 ‘클루’를 리메이크한다면, 윌로 가족과 비슷한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팝스타 ‘더 위켄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공포체험 테마파크. [Courtesy of Universal Studios]
팝스타 ‘더 위켄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공포체험 테마파크. [Courtesy of Universal Studios]

공동 제작자 제이티 스위어체크는 “이 작품은 기존 공포 장르를 완전히 재해석한 것”이라고 묘사한다. 관객들은 매우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1918년 로스앤젤레스 대저택으로 초대된다. 이들은 집주인 가족의 안내로 무서운 낯선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된다. 스위어체크는 "당신이 초인종을 누르면 집사가 문을 연다. 이때부터 당신은 말 그대로 쇼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현실감을 느끼도록 연출한다. 따라서 등장하는 ‘하녀’는 와인을 제대로 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또한 주방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인공 심장판막 제작자인 윈터스는 공포체험 커뮤니티에서는 헌팅닷넷(Haunting.net)의 설립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관객이 몰입 공포를 체험하기 위해 극장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줄거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2017년 론칭 이후 방문자가 5배나 증가한 그의 사이트는 공포의 강도에 따라 0점(엄마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무섭지 않음)에서 10점(멍이 한 두 개 생길 정도로 무서움)까지 점수를 매긴다.

 

개인들을 겨냥한 맞춤식 공포는 “몰입형 공포의 트렌드다. 사람들은 그 경험을 위해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헌팅닷넷 설립자 테일러 윈터스

산타페에 위치한 뮤 울프라는 미디어영상관(‘영원한 귀향의 집’으로 불린다)은 점수가 낮은 편이다. 반면, 솔트레이크 시티의 크루세벨은 10점을 받았다. 이 기괴한 심리공포 체험을 위해 설명서 낭독과 서명은 필수사항이다. 너무 무서우면 신호를 보내고, 체험을 중단할 수도 있다.

이 공포 테마파크들의 내용과 구성은 천차만별이지만, 다양한 제작 기술과 친숙한 스토리텔링은 비슷비슷하다. 윈터스는 자신의 일상 업무와 호러 시장을 다음과 같이 비교한다. “의료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은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 즉 고객 맞춤형 의료기기에서 비롯됐다. 이런 트렌드가 몰입 공포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맞춤형 공포’에도 관객들이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총 18석으로 구성된 ‘윌로 가족’ 상영관의 관람 비용은 189달러(약 27만원)에 이른다. 오버룩 페스티벌의 모든 콘텐츠에 참가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은 250달러(약 35만원)나 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핼러윈 호러 나이트에서 가이드를 동반한 ‘죽음 체험’ 투어의 우대석은 300달러(42만원)부터 시작한다. 대개는 만원사례를 기록한다. 팬들은 단지 이런 경험만을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게 아니다. 그 장소들을 중심으로 휴가계획도 세운다.

산타페에 소재한 ‘영원한 귀향의 집’ 모습. 한 관람객은 “엄마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무섭지 않은 곳”이라고 평했다. [Courtesy of Kate Russell/Meow Wolf] 
산타페에 소재한 ‘영원한 귀향의 집’ 모습. 한 관람객은 “엄마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무섭지 않은 곳”이라고 평했다. [Courtesy of Kate Russell/Meow Wolf] 

초기 시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블랙아웃(Blackout)과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같은 선구적인 제작사들이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모집하고, 신비감을 키웠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 SNS와 체험형 이벤트 마케팅(만화 축제 ‘코믹콘’과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가 대표적이다)이 빠르게 시장규모를 키웠다. 한편으로는 ‘더 워킹데드’와 ‘바바둑’ ‘겟 아웃’처럼 뛰어난 새로운 호러 영화들이 공포물 제작자와 관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스트리밍 서비스 셔더의 총책임자 크레이그 엥글러는 “많은 다른 장르들이 공포 테마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기묘한 이야기’나 ‘힐 하우스의 유령’ 같은 미드는 정통 공포물이 아니다. 하지만 각 작품들이 충분한 호러 요소와 팬덤을 보유하며, 공포장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자체 제작한 영화들의 지적 재산권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프레디(나이트메어)와 제이슨(13일 밤의 금요일), 레더페이스(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등 영화 속 주인공을 되살려낸 게 대표적 사례이다. 수석 공연 감독 찰스 그레이는 “테마파크에서 이런 친숙한 살인마들은 방문객의 공포물 입문에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며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주인공들을 접하면서 공포물에 빠져든다. 이후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해 소비자층을 확대한다”고 설명한다.

올해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선보인 독창적인 콘텐츠에는 피에 굶주린 미확인 동물 추파카브라와 자유분방한 마녀들이 사는 유령의 집들이 있다. 올해 이 제작사의 지적 재산권 활용 사례 중 하나로 방문객들은 공포영화 ‘블랙폰’의 무시무시한 주인공 그래버(Grabber)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에이스 마셀린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단서를 찾는 동안 오버룩 페스티벌에서 그 영화를 감상했다. 

그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축제 둘째 날 찾았다. 당신이 아마도 추측했듯, 에이스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았던 것이다. 그리고 악마에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 게임의 마지막 장면이 기록 보관소에서 느꼈던 공포감을 다시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기괴했다. 무선 전산실 시대의 컴퓨터와 뱀처럼 생긴 클라리넷, 그리고 말하는 집 고양이 등이 등장했다.

필자도 악마와 거래를 했다(그는 내 제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스위어체크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당신이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친구나 가족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공포 체험은 제대로 값어치를 한 것이다.” 

/ By Adam Erace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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