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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호황’ 맞은 글로벌 사모대출펀드 시장 

  • 기사입력 2022.11.15 08:00
  • 기자명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이 호황이다. 사모대출펀드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직·간접으로 대출해주는 자금을 말한다. 이들 용어로 미들마켓(middle market)이라 한다. 담보 조건이 까다롭고 요구하는 금리 수준도 높다. 호황을 맞고 있는 사모대출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 본다.

◇ 중소기업 사모대출 금리 10% 넘어

대체투자인 대출형 사모펀드(PDF, Private Debt Fund)는 일반 전문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부동산, 인프라 포함) 등에 직접 대출을 하거나, 채권을 매입해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한 유형이다. 즉 부채성 증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전환사채(CB)와 같은 메자닌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낸다. 주 대출 이용자들은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운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기업을 포함해 비상장 중소기업들이다. 

사모대출펀드(PDF)는 PEF(사모 주식형 펀드, Private Equity Fund)와 달리 평균 투자 기간이 3~5년 내외로 비교적 짧다. 또 일반 채권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 PEF의 경우 투자기간이 5~10년인 것도 있으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 중수익이라 함은 기대수익률이 명목 IRR(내부수익률) 기준으로 부채 유형에 따라 5~20% 정도를 목표로 한다. 직접 대출은 투자 기간이 1~3년, 기대 수익률은 5~10% 정도로 볼 수 있다. CB와 같은 메자닌 투자의 경우 기대수익률이 12~15%, 상대적으로 부실가능성이 높은 채권의 경우는 15% 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금리는 자금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최근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을 빌리는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음은 당연하다. <표 1>을 보면 파악이 쉽다. 한국신용평가가 제공하고 있는 신용등급별 금리 스프레드다. 금리 스프레드란 서로 다른 두 채권의 금리 격차를 말한다. 이를 신용스프레드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기간별 수익률을 비교한다. 예를 들면 지난 10월14일 기준으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55%였고, ‘BBB-’ 무보증 회사채와 국채간 스프레드는 701bp(100bp=1%)였다. 스프레드를 감안한 회사채 금리는 10.56%다. 2년 전에는 같은 1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90%, 같은 등급의 회사채 스프레드는 665bp로, 금리는 7.55%였다. <표 1>은 투자 적격 회사의 신용등급 수준으로, 사모대출펀드의 수요처인 중소기업들은 이보다 신용 등급이 낮아 부동산 담보를 제공해도 조달 금리가 보통 10%를 훌쩍 넘어선다.

◇ 도산확률과 회수규모로 신용위험 평가

대출형 사모펀드는 투자전략과 변제순위에 따라 금융기관 선순위 대출, 유니트렌치(구조화상품 등), 후순위 대출, 메자닌, 주식(보통주)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 기업과 상품 등에 대한 신용위험은 주로 도산확률과 회수 규모를 추정해 평가하고 있다. <표 2>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가 자체적으로 조사해 제시한 과거 30년(1970~2000년) 동안 신용등급별 누적도산확률이다. 투자적격 등급인 ‘Baa’ 등급 이상과 그 이하인 기업들의 누적도산확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aa’ 등급의 회사인 경우 10년간 누적도산확률이 0.67%인데 비해, 신용등급이 ‘B’인 회사는 무려 44.57%나 된다. 같은 기간 ‘Baa’의 경우 1.43%였다. ‘B’와 비교 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누적도산확률 산출은 신용(금리)스프레드를 도출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신용스프레드 산출은 단순히 직접적인 사모대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모대출시장을 좀 더 크게 보면 신용파생상품 개념을 가미한 사모신용펀드(PCR, Private Credit Fund)시장을 함께 봐야 한다. 사실 이 시장이 훨씬 크고 한국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익숙한 투자 방법으로, 회사채와 대출, 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 대출펀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나, 직·간접적으로 대출에 집중하는 PDF보다 투자대상이 훨씬 넓다. 중소형 회사는 물론 ‘BBB(Baa)’ 이상인 투자 적격 등급 회사, 신용파생상품인 대출담보부증권(CLO),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의 부실자산(distressed assets)까지 투자대상에 포함된다. 

PDF의 경우 대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주식에 비해 리스크가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출 투자 시 옥석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낮은 것은 아니다. PDF로부터 대출을 받는 기업은 신용도가 낮아 채권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균형 잡힌 분산 투자 노력이 신용 평가 작업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자산평가도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담보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경기 하락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담보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출 실행 시 기업 도산 가능성과 관련이 큰 부채규모, 부채상환비율과 함께 영업현금 흐름, 매출 성장 가능성, 담보자산의 가치 등 미래 채무 이행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 

◇ 높은 금리에도 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

지금과 같이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이 국내 사모펀드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대출 가능 규모가 너무 작다. 2022년 상반기 전체 기업 대출 증가액의 76.5%는 중소기업 부문에서 이뤄졌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553조4786억원에서 올 6월말 578조954억원으로 불과 6개월 사이에 24조6168억원 증가했으나 신용도 낮은 중소형 기업은 여기에 포함되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사모펀드 약정 총액은 116조1000억원이었다. 2020년에 비해 약 20조원 증가했다. 그중 사모대출 약정이 20%(2018년 점유율 참고) 정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한 해 최대 4조원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1조~2조원 정도가 기업에 공급되는 규모다. 사실상 담보 제공이 가능하거나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소수 기업들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달리 글로벌 PDF시장은 2018년 한 해에만 1095억 달러(약 120조원)를 모집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62.4%로 가장 많았고, 유럽이 33.1%,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는 불과 3.9%에 그쳤다. 미국 대체투자 통계회사인 프레퀸(Preqin)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에서 운용 중인 PDF 규모는 1.2조 달러(약 1400조원)에 달한다. 

국내 사모펀드 역사는 매우 짧다. 2004년 9월 간접투자 자산운용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며, 국내 PDF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은 6년 전인 2016년이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금전대여 업무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대출이 가능한 대출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협소한 국내 사모대출시장을 외면한 채, 해외시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11일 국민연금의 사모대출 투자 등을 포함한 사모 분야 총 투자금액은 37조51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 29조3748억원에 비해 7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부실자산(distressed assets)에 대한 투자는 2조871억원, 사모대출은 1조9499억원이었다. 과학기술공제회도 해외에 눈을 돌려 최근 한 미국계 PDF 운용사에 7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2017년에도 같은 회사의 PDF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공무원연금공단과 노란우산공제회·군인공제회 등도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PDF투자를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은행계열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사모대출펀드 설립이 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 금융회사들을 동원해 4500억원 수준의 사모대출펀드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신한은행과 교보생명 등 14개사를 동원해 5650억원 규모의 사모대출펀드 조성을 마쳤다. 조만간 투자 대상을 확정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국내 사모대출 시장 일각에선 사모대출펀드와 기존 대부업,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의 연계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 중심의 사모대출 시장을 개인 소매금융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대규모 새로운 자금 조달원을 기반으로 서민 금융에 고금리로 자금을 대출해 주면 이들의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는 이러한 연계거래 금지 규정이 신설돼 이들의 협업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아직 규모가 작아 기업들 조차 제대로 자금을 공급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모대출을 개인 소매금융으로 확대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 포춘코리아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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