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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평가된 ‘최고 임금’

  • 기사입력 2022.08.22 08:30
  • 기자명 Maria Aspan
[Illustration by Lincoln Agnew]
[Illustration by Lincoln Agnew]

CEO 보수가 계속 치솟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누가 가장 많이 받고, 누가 가장 많은 실수입을 올리는지, 그리고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10대 CEO는 누구인지 분석했다. 

포춘 500대 기업을 이끄는 중요한 미디어 거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지난 1년여간 과할 정도로 자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엄청난 돈과 관련이 있었다. 2021년 5월 자슬라브가 이끄는 디스커버리사는 AT&T의 워너 미디어 사업부-이 거물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HBO와 CNN도 소유하고 있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거대 합병 계약의 규모는 무려 430억 달러(약 55조9200억원)에 이르렀고, 새롭게 정비한 워너 브라더스에 큰 부담을 안겼다.

현재 자슬라브가 CEO를 맡고 있는 디스커버리사가 총 550억 달러(약 71조58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막장 드라마’ 같은 사건도 터졌다. 합병 완료 두 달 전인 지난 2월, 자슬라브의 절친인 CNN 사장 제프 저커가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스캔들로 갑자기 사임했다. 저커의 몰락은 높은 관심을 받은 CNN+의 출범을 꼬이게 만들었다. CNN은 이 야심 찬 스트리밍 플랫폼의 출시에 3억 달러(약 39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쏟아 부은 상태였다. CNN+는 디스커버리사가 워너 브라더스를 공식 인수하기 며칠 전인 3월29일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3주 후 자슬라브는 공식적으로 CNN+ 방송을 중단했다. 언론은 몇 주 동안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기업을 둘러싼 갖가지 음모론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자슬라브는 또 다른 헤드라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그의 엄청난 보수가 화두였다. 고액 연봉 CEO 목록에 자주 등장하는 자슬라브조차 2021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3월 초 디스커버리 이사회는 그에게 총 2억4700만 달러(약 3210억원) 규모의 급여 패키지를 부여했다. 이 다년계약에는 미래의 스톡옵션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포춘 분석에 따르면 자슬라브는 지난해 보수로 총 7100만 달러를 챙겼다. 그가 아직 ‘실현하지 않은’ 보수를 제외하고도 이런 거액을 받은 것이다. 

그의 급여는 엄청나게 부풀려진 다른 CEO들의 보수에 비해서도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그가 거둔 성과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자슬라브는 회사를 운영하고 거래를 주도하는 측면에서 매우 부진한 실적을 올렸다. 적어도 당신이 회사 주주 입장이라면 말이다. 그가 10년 이상 CEO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회사 주식은 S&P 500보다 훨씬 낮은 성과를 거뒀다. 연평균 수익률은 5.8%로 시장(9.4%)과 큰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지난 3년간 디스커버리 주식은 -16.9%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종 엔터테인먼트 업계 기업들(-4.1%)에 비해서도 비참할 정도의 저조한 실적이다.

보수와 성과 사이의 이런 격차로 인해 자슬라브는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CEO라는 타이틀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 에는 약간 부족했다. 대신 1위의 불명예는 케이블업체 알티스 USA의 CEO 덱스터 고에이에게 돌아갔다. 그의 회사는 그 동안 가입자들과 광대역 서비스 고객들을 잃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포춘 집계에 따르면 고에이는 지난 3년간 총 보수로 연평균 1610만 달러(약 210억원)를 받았다. 자슬라브가 3년간 받은 연평균 6270만 달러(약 816억원)에 비하면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에이는 총 재임 기간 6년과 특히 최근 3년간 주주들에게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그래서 우리는 2022년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CEO라는 ‘불명예의 왕관’을 고에이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2위는 자슬라브가 차지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대변인은 이번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한편, 알티스 USA 대변인은 포춘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메일을 통해 “고에이의 보수는 회사가 거둔 성과와 완전히 일치한다. 직원과 고객, 주주들을 향한 그의 리더십과 헌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

미국 재계는 지난 수십 년간 CEO 보수를 둘러싼 다음과 같은 문제와 씨름해 왔다. 최고경영자 한 명이 평직원보다 얼마나 더 가치가 있는가? 또 최고경영자와 주주들-그들이 운영하는 상장회사의 주인이다-이 받는 인센티브의 보조를 맞추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가? 이 논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한가지 사실은 CEO 보수가 계속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데이터를 추적해 온 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2020년 실제 연봉 기준으로 평균적인 대기업 CEO는 평직원들보다 351배나 많이 받았다. 1965년 당시 21대 1 비율에서 무려 17배나 증가한 수치다.

그리고 고에이와 자슬라브의 사례에서 보듯, CEO 급여 패키지의 규모는 종종 성과와 완전히 불일치한다. 로재나 랜디스 위버스는 비영리 주주옹호 단체 ‘애즈 유 소(As You Sow)’에서 임금 정의 및 경영진 급여 프로그램 선임 매니저를 맡고 있다. 그는 “수년에 걸쳐 급여 시스템이 무너져왔다. 그리고 이제는 회사 주식가치의 상승과 전혀 관계 없이 CEO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이 논쟁에 성과 기반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올해 우리는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10명을 선정했다.

우리는 또한 보수에 걸맞는 최고 가치를 창출하는 CEO들도 확인했다. 그리고 두 그룹을 식별하기 위해 CEO의 급여 대비 성과에 대한 동일한 분석을 광범위하게 실시했다. 미국 최고경영자들의 급여는 전체 금액과 평직원 대비 보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즈 유 소는 지난 8년간 ▲CEO 대 직원 급여 비율 ▲CEO의 급여 패키지에 반대하는 주주투표 현황 ▲총 주주수익률을 바탕으로 연봉이 고평가된 CEO 100명의 명단을 자체 발표해 왔다).

그러나 어떻게 분석하든, 특히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는 시대에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진이 받는 기록적인 보수는 주주그룹과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직원 및 일부 의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21년 미국의 전반적인 시급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탓에 평균 2.4% 하락했다. 반면, 우리가 분석한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은 평균 1590만 달러(약 207억원)의 총보수를 받았다. 전년 대비 30%나 증가한 금액이다.

우리는 순위를 집계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돌아간 수익을 바탕으로 보수 대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즉,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280명의 급여와 주식 성적을 분석했다. 이들은 최소 3년 이상-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을 근무했다. 우리는 4가지 요소를 근거로 CEO들의 점수와 순위를 매겼다. 3년간 총보수, 업계 동종업체 대비 3년간 성과, 총 재임 기간 동안 연평균 주식 성적, 그리고 같은기간 S&P 500과 비교한 주식 성적이다.

우리의 분석 결과, 바이오젠의 CEO 미셸 보나토스가 500대 기업 내에서 3번째로 연봉이 고평가된 CEO에 올랐다. 바이오젠은 지난 5월 초 보나토스가 사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생명공학 기업이 논란에 휩싸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을 출시한 후 부진을 면치 못하자 뒤이어 내놓은 소식이다. 아울러 바이오젠 이사회는 연차보고서에서 ‘보나토스의 2021년 보너스를 절반으로 삭감한 조치는 지난해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조치는 솜방망이 징계(a slap on the wrist)에 그쳤다. 후임자가 지명될 때까지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나토스는 여전히 보너스 120만 달러와 올해 연봉 150만 달러, 2021년 총보수 1510만 달러(약 197억원)를 챙겼다. 포춘은 고평가 명단에 오른 모든 CEO들의 회사를 취재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은 언급자체를 거부하거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토머스 맥이너니 CEO가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최고경영자 명단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보험회사 젠워스의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그 동안 회사는 부채를 줄이고 재무상태를 튼튼하게 구축해 왔다. 우리는 다음 단계에 집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피델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 서비스의 대변인은 성과를 보상하는 이 결제회사의 철학을 언급한 후 “게리 노크로스 CEO가 2021년 실제 받은 보수 3분의 2 이상이 2014년 11월~ 2015년 2월 부여된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 권리를 거의 다 행사했다”고 해명했다.

그런 종류의 설명은 일부 CEO 보수 전문가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컨설팅 회사 밸류에지 어드바이저스의 부회장이자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넬 미노는 “성과에 상관없이 급여를 지급하면, 그들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이번 명단에 오른 CEO들, 또는 적어도 그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이사진과 전문 컨설턴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1년 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환경보호운동 투자회사 엔진 넘버 원이 미국 재계를 놀라게 했다. 회사는 주주 투표에서 엑손 모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사 3명을 이 석유 대기업 이사회에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미노는 “이제 엔진 넘버 원의 다음 반란은 고평가된 CEO들의 연봉을 겨냥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주주들이 정말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주주들만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재계 리더와 정치인,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및 노동운동가 등 다양한 인사들이 부의 격차와 그 폐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억만장자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소득 불평등을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불렀다. 그와 이념적 스펙트럼이 전혀 다른 정치인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은 부유세와 기업의 과도한 급여 지급에 불이익을 주는 다른 법안들을 제안했다.

애즈 유 소의 위버 매니저는 “나는 자본주의자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소득 불평등이 야기하는 정치적 불안정은 정말 위험하다. 따라서 그것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사람들의 개인 이익에 부합한다. 소득 불평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위험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경고나 정책 제안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실제로 CEO 급여 패키지 규모가 정말 헐크의 몸집처럼 부푼 시기는 195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매킨지 컨설턴트 아치 패튼은 다수 업종의 경영진 보수에 대한 획기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곧 포춘 500대 기업들이 앞다퉈 패튼의 조언을 구했다. 보너스 플랜과 (주식 성과에 대한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스톡옵션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대규모 급여 패키지를 앞세워, CEO들을 영입하고 붙잡을 방법을 그에게 물은 것이다. 패튼조차 결국 자신이 헐크 같은 괴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1980년대 중반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치솟는 임원 보수에 일조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1970년대 후반부터 2020년까지 최고경영자의 실수령 보수는 1322%나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동기간 S&P 500에서 올린 수익률(817%)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2018년 증권거래위원회는 도드-프랭크 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상장기업에 CEO 대 일반 근로자의 보수 비율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포춘 500대 기업에서 이 비율의 중간값은 205대 1이었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작년 7월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뒤를 이어 아마존 CEO에 오른 앤디 재시는 2021년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 일반 근로자에 비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이 소매 대기업은 오랫동안 대형 물류창고의 작업환경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에 직면해왔다. 그리고 여러 시설에서 노조결성 시도를 치열하게 저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재시에게 2억1300만 달러(약 2770억원) 규모의 2021년 급여 패키지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존 직원의 중위보수 3만2855달러(약 4270만원)의 6474배나 되는 금액이다. 물론 서류상 총액은 2억1300만 달러에 이르지만, 상당 부분이 10년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따라서 재시가 내일 당장 그 많은 돈을 집에 가져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엄청난 돈벼락(a stunning windfall)’을 맞은 셈이다.

재시를 내부 승진시킨 아마존은 업계의 CEO 보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연간 보수 관점에서 볼 때, 다른 대기업 CEO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아마존 이사회로부터 승인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모든 이해 관계자들-특히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해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안정된 민주주의는 물론 안정적인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애비게일 E. 디즈니는 “근로자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에게 거액 연봉을 지급하려면, 그 중 일부를 직원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는 이 디즈니 상속녀는 특히 자신의 종조부와 할아버지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CEO 보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녀는 “물론 주주가치는 중요하다. 하지만 자본이 리스크와 시간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 보상을 받는 만큼, 노동도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근로자와의 보수 비율 격차가 가장 큰 CEO 25인. 미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기업 CEO의 평균 실수령 연봉은 직원 평균 보수의 351배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회계연도에 받은 보수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는 일부 CEO들은 엄청난 차이가 나는 수입을 올렸다. 
근로자와의 보수 비율 격차가 가장 큰 CEO 25인. 미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대기업 CEO의 평균 실수령 연봉은 직원 평균 보수의 351배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회계연도에 받은 보수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는 일부 CEO들은 엄청난 차이가 나는 수입을 올렸다. 

우리가 작성한 순위는 일부 최고경영진과 이사 및 주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일부 CEO들의 연봉은 고평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보수는 매우 높지만, 회사의 주식시장 성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트위터 인수를 시도 중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는 2018년 대규모 다년계약을 통해 취득한 스톡옵션을 행사, 지난해 거의 235억 달러(약 30조5850억원)를 챙겼다.

머스크는 올해 급여와 지난해 신규 보수를 전혀 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이 전기차 회사 주식 16%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테슬라 주식은 급등하며 S&P 500 지수와 자동차 산업의 수익률을 모두 크게 앞질렀다(이번 포춘 순위에서 사용한 모든 주식시장 데이터는 지난 4월 29일까지 자료다. 따라서 5월의 시장 폭락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특히 테슬라 주가의 경우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머스크의 갈지자 행보 탓에 그 여파가 계속됐다. 머스크는 코멘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그가 회사 투자자들을 위해 창출한 부를 고려하면, 지난해 ‘저임금’에 가까운 보수를 받았다는 게 포춘의 분석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다른 기술업계 CEO들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팀 쿡은 작년에만 7억7050만 달러(약 1조28억원)를 챙겼는데, 대부분은 10년에 걸쳐 받는 17억 달러 규모(약 2조2125억원)의 스톡옵션 일부였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이런 급여 패키지는 쿡이 이끌어 온 애플의 주식시장 실적을 고려하면, 정당화될 수 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이 기술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약 2860조원)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애플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우리의 분석은 기업의 부정행위와 논란, 혹은 경영진의 비리가 회사 주가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이런 요소들을 배제했다. 포춘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보비 코틱은 지난해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제시한 조건이나 실적을 충족할 경우 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의 권리 행사를 통해 2억9670만 달러(약 3860억원)를 챙겼다. 회사 주식 성적에 따라 합당한 보수를 받은 CEO 순위에 그의 급여를 대입해보면, 중간 정도 수준이다. 이 게임 개발사에서 직원들이 거센 불만을 제기하고 성차별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다수의 소송이 벌어졌음에도 코틱은 그렇게 많은 보수를 챙겼다. 아울러 그는 사내 성폭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액티비전을 역대 M&A 최대 금액인 687억 달러(약 89조413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이 거래는 최근까지 액티비전 주가를 16%나 끌어 올렸다. 규제당국이 이 거래를 승인하고 계약이 최종 마무리되면, 코틱은 추가로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더 챙기며 떠날 수 있다. 액티비전이 그 보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무엇일까? 회사는 지난 5월 초 이메일 성명서를 통해 ‘코틱이 주주들에게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안겨줬다’고 밝혔다. 회사 대변인은 코틱이 2021년 연봉을 6만2500달러(약 8130만원)로 자진 삭감했다고 언급하며, 그가 31년간 CEO로 재임하는 동안 액티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게임회사 중 한 곳”으로 성장시켰다고 극찬했다.

포춘이 CEO 보수를 분석한 결과는 또한 환경·사회적 목표-상당수 대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명분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를 반영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런 목표는 아직까지 CEO 보수의 상당 부분에서 배제돼 있다. 기업 보상 전문 컨설팅사 CAP의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50%가 보수 기준에 ESG를 포함했다. 2년 전의 30%보다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CAP의 이런 목표가 CEO들의 연간 인센티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5~15%에 불과하다’고 인정한다. CAP의 로런 픽 사장은 “아직까지 CEO들의 보수는 대부분 재무실적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보비 코틱(왼쪽),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 보비 코틱(왼쪽),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포춘 500대 기업에서 연봉이 가장 고평가된 CEO 순위는 다양성 제고와는 거리가 먼 명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 중 상위 10명이 모두 남성이고 또 대부분 백인이다. 여전히 미국 대부분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을 구성하는 인구통계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8.8%, 흑인 경영진은 1.2%에 불과하다. 이 리더들 중 상당수는 그 자리에 오른 지 채 3년이 안됐다. 따라서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했다(여성들, 특히 유색인종 여성들이 여전히 평균적으로 남성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포춘 500대 기업 CEO.

그러나 우리 분석에 따르면 콜스의 미셸 개스와 GE의 메리 배라,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비키 홀럽 등 소수의 여성 CEO들은 ‘고평가된 연봉’을 받고 있다(모두 논평을 거절하거나, 포춘의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보수 대비 성과를 고려할 때, 교육용 기술제품 및 서비스 제공업체 CDW의 크리스틴 A. 리히와 반도체회사 AMD의 리사 수는 미국에서 가장 ‘연봉이 저평가된’ CEO에 가깝다.

주택용품 소매업체 로우스의 마빈 R. 엘리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포춘 500대 상장기업에서 최소한 3년간 자리를 지킨 유일한 흑인 CEO다. 그렇다면 적어도 투자자들에게 안겨준 수익을 고려했을 때 일부 포춘 500대 기업 CEO들은 연봉을 올려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급여 대비 최고 성과를 거둔 포춘 CEO 명단에서 1위에 등극한 주인공은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이다. 모더나는 올해 포춘 500대 기업 순위에 처음 진입하며 195위를 차지했다. 혁신적인 mRNA 기술을 활용, 기록적인 시간 내에 개발한 스파이크벡스 코로나19 백신이 180억 달러(약 23조42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덕분이다. 방셀은 지난해 320만 달러 등 최근 3년간 900만 달러(약 117억원)의 실제 연봉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주주들에게는 74.8%의 연평균 수익을 선사했다. 모더나의 백신은 또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런 종류의 성과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 

/ Maria Aspan, Illustration=Lincoln Ag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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