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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주주대표소송제·노동이사제, 경영 3각파고 외국에선?

“나라 따라, 상황 따라”… ‘틀림’이 아닌 ‘다름’

  • 기사입력 2022.04.12 08:40
  • 기자명 윤두영 글로벌경제연구소장

 기업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들이 발빠르게 도입·운영되고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책임성과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뒷받침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입법취지에서다. 그러나 각종 규제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업 활동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팬데믹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글로벌 불안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도입해야하는 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뜨겁다. ‘경영 3대 쓰나미’로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주주대표소송제, 노동이사제 등을 우리보다 앞서 제정·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궤적을 살펴본다.  

영국·캐나다·호주 등 영연방 국가 주도
벌금 한도 없어…개인 처벌은 산안법 적용 많아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산업·시민 재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27일 시행에 들어갔다. OECD 국가들을 살펴보면 아직 많은 나라들이 경영자나 개인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형사 책임을 묻고 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 국가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이나 경영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산업안전에 관한 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11개국은 산업안전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사업주 등 개인에 대해 징역형을 살게 하거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과 캐나다는 벌금액에 대한 상한선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별개로 중대재해를 별도로 규정해 법인 또는 경영자에게 벌금과 형사책임을 묻는 법을 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영국, 캐나다, 호주를 꼽을 수 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3개국 모두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국가별로 산안법만 운용하든지, 중처법을 보완 운영하든지 각각 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유사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캐나다다. 1992년 웨스트레이 광산 사고가 계기가 됐다. 메탄가스 폭발사고로 2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회사와 관리책임자를 기소하지 못한 데 대한 사회적 반성으로 2003년 ‘단체의 형사책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기업에 대해 벌금형만 규정하고 있지만, 벌금액에 대해선 상한선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형사책임은 이 법과 별개로 형법을 적용해 부상재해는 10년 이하 징역, 사망재해는 무기징역까지 개인에게 선고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없는 개인 형사처리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제대로 모습을 갖춘 중대재해처벌 관련법은 2007년 영국에서 제정됐다. ‘기업살인법’ 또는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근로자 사망사고의 경우 법인의 과실치사 등에 대해 형사 죄책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법도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만 있다. 다만 기업에 대한 벌금액이 연매출액과 연동해 산정하기 때문에 실제 처벌 수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매출액이 200만 파운드 미만인 업체는 ‘초소규모’로 분류되어 벌금이 최대 45만 파운드(약 7억원)이다. 그리고, 매출액이 5000만 파운드가 넘는 큰 업체는 최대 1000만 파운드(약 160억원)까지 벌금을 낼 수 있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법 도입 이후인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모두 25개 기업이 이 법에 의한 처벌을 받았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약 1500명이다. 영국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경영자 등 개인의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 죄를 적용하고 있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는 2003년 수도 캔버라가 있는 준주에서 중대재해처벌에 대한 관련 법을 제정했다. 이후 2017년 퀸즐랜드, 2020년 노던 준주와 빅토리아주에서 이 법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8개 주로 구성된 호주에서 이들 4개 주가 이 법을 산업안전보건법에 포함시켜 법을 적용하고 있다. 각 주마다 처벌 수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처벌대상과 범죄성립 조건 등 핵심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호주 전체에 적용되는 연방법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다. 

하지만 호주의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영국과 달리 경영자와 개인에 대한 처벌도 적시하고 있다. 사용자와 고위직 관리자에게 20년 이하 금고와 32만 호주달러(약 2억7000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 판례법 중심 다중대표소송제 진화 거듭
일본에선 재계 반대로 제한적 운용

이번 개정된 주주대표소송제 역시 논란이 뜨겁다. 그간 기업실적이 미미해 잠잠하던 주주대표소송제가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이유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가미됐기 때문이다. 다중대표소송이란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이때 자회사 대상 소송은 이중대표소송(Double Derivative Suit), 손자회사까지 포함된 소송을 삼중대표소송(Triple Derivative Suit)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에 흔히 일어나는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다중대표소송제도를 이용하면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일으킨 자회사(손자회사)의 대표이사 포함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해진다. 재계에서 적극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중대표소송제가 탄력을 받게 하기 위해 상법 개정과 함께 ‘기업규제3법’ 중 2개인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도 함께 개정됐다. 우리나라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완전 모자회사’에 대해서만 소송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소송 제기가 가능한 회사집단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고 절차적 요건도 완화된 특징이 있다. 상장된 모기업 지분 0.5%를 6개월 이상, 비상장의 경우 기간 제한 없이 1%만 소유하고 있어도 해당 모기업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 이사에 대해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의 대표적 외국 사례로는 미국과 일본이 있다. 각 나라마다 법의 근원에 따라 체계가 다르다. 미국은 판례법을 중심으로 다중대표소송이 발전한 국가이며, 일본은 다중대표소송을 법령으로 입법한 국가이다. 

판례가 중심인 미국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의 시작은 매우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9년 캔자스주의 Ryan v. Leavenworth, Atchison & Northwestern Railway Co. 사건에서 주 대법원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다. 이후 미국은 소유지분율을 바탕으로 실질적 지배·종속 관계의 정도를 판단해 회사에 대한 다중대표소송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회사법 이론과 판례를 주도하고 있는 델라웨어 주는 지속적으로 다중대표소송 제기를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88년에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재판관할권 다툼을 다룬 Sternberg v. O’Neil 사건에서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 바 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주식교환에 의한 합병으로 피합병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주주가 합병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합병회사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이중대표소송을 허용했다.   

미국의 다중대표소송은 이중대표소송 사례가 다수지만 삼중대표소송 사례도 있다. 2011년 12월 델라웨어 주 법원은 손자회사인 미국 회사와 모회사인 스페인 회사 간의 관계에서 모회사 주주가 스페인법에서 요구하는 사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해 삼중대표소송을 허용했다.

일본은 2001년 동경지방재판소가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소를 각하한 판결이 다중대표소송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사건은 1999년 소송이 진행되던 일본흥업은행이 다른 두 개의 은행과 함께 주식이전 방법을 사용해 미즈호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벌어졌다. 지주회사 설립에 따른 주주권 관련 비합리적인 상황 발생이 일본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당시 동경지방재판소는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 회사 경영진에 의해 결정된 주식이전 행위로 다른 회사의 완전자회사가 됨으로써 원고의 주주로서의 지위가 상실됐다고 보고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이 판결은 당시 학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으며, 이를 계기로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회사법 개정으로 주식교환·주식이전 및 합병에 의해 주주대표소송 원고적격이 상실된 경우에 한하여 다중대표소송이 허용되었다. 이는 2010년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 합병으로 인해 피합병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된 주주가 합병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2012년 9월 법제심의회의 의결을 거쳐 ‘회사법제의 개정에 관한 요강’에 다중대표소송제를 포함시켰다. 최종적으로 2014년 회사법 개정을 통해 ‘최종완전모회사 등의 주주에 의한 특정책임추궁의 소’라고 하여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명문화시켰다. 

일본은 한국보다 법 적용 요건이 엄격하다. 경영권 침해와 자회사 주주의 권리침해 등을 이유로한 다중대표소송의 대상을 100% 모자회사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이처럼 다중대표소송제를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자회사에 소액주주 존재 시 단독주주권인 일반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촉구하는 학계와 이를 반대하는 경제계 간의 대립이 고려된 것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은 또 모회사의 모회사가 있는 경우 후자의 모회사를 최종 모회사로 삼는다. 눈 여겨 봐야 할 다른 사항은 부정행위 당시에 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최종완전모회사 총자산액의 5분의1을 초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모자회사 관계는 제소 청구 이전 시점인 책임에 대한 원인행위 발생 당시에 이미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단독주주권인 주주대표소송과 달리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발행주식(또는 의결권) 총수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며, 상장회사일 경우 6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보유해야만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소송 대상인 모회사와 자회사는 모두 일본 회사법 상 주식회사라야 한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라들은 절충안을 채택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같은 법원 구조를 갖고 있는 영국은 판례로 다중대표소송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은 주주대표소송만을 성문화하였을 뿐,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같은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는 법원의 허가를 다중대표소송의 선행요건으로 하는 회사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유럽 공공·민간에 일반화된 노동이사제
아시아에서 명문화는 한국이 처음

노동(근로자)이사제는 유럽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다. 1951년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만 모두 19개국에서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들 19개국 중 독일을 포함한 15개 국가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이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노동(근로자)이사는 감독이사회에 소속된다. 나머지 4개 국가는 복수의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고, 경영이사회 단일 기업지배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이 때는 노동이사가 경영이사회에 속하게 된다. 

노동이사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독일의 경우 공공과 민간기관 구분 없이 500명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은 모두 노동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감독이사회 소속이다.  

독일에서 노동이사가 감사위원회에 참여하는 방법은 적용법률에 따라 다르다. 가장 먼저 제정된 법은 1951년 ‘광산철강공동결정법’이다. 이 법은 석탄 및 철강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1000명 이상 고용한 회사에 적용된다. 주총에서 선출된 경영 측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동수로 감독이사회를 구성한다. 의장은 중립적 인사가 맡는다. 

그리고 1976 만들어진 ‘공동결정법’이 있다. 2000명 이상의 석탄 및 철강산업 이외의 기업에 적용되며, 감독이사회는 동수 구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2004년에는 ‘노동자대표 1/3 참여법’이 제정됐다. 500~1000명 규모의 석탄 및 철강산업 이외의 회사에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감독이사회는 동수 구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노동자대표는 1/3만 차지한다. 

프랑스는 1983년 공공 부문에서 먼저 도입한 후, 2013년부터 민간 부문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500인 이상의 기업이나 조직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은 이사회의 1/3, 민간기업은 1/5을 노동이사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국은 공공부문에만 적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1972년 100인 이상 기업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1976년 적용대상 기업을 확대해 현재까지 25인 이상 모든 기업에서 노동이사를 선임케 했다. 미국 등 영미계 국가들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시행을 하고 있어도 상당히 제한적 상황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국가에선 노동이사제를 구체적으로 법으로 명문화해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윤두영 글로벌기업연구소장 miche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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