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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인슐린 비용

  • 기사입력 2022.02.09 13:00
  • 기자명 GEOFF COLVIN 기자
인디애나폴리스 시내에서 촬영에 응한 사라 스키퍼는 인슐린 비용으로 매달 10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photograph by Jon Cherry]
인디애나폴리스 시내에서 촬영에 응한 사라 스키퍼는 인슐린 비용으로 매달 10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photograph by Jon Cherry]

[포춘코리아(FORTUNE KOREA)=GEOFF COLVIN 포춘 기자] 당뇨병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만성질환이다. 미국의 살인적인 인슐린 가격은 많은 환자들이 생존에 필수적인 약을 살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 배경을 파헤치면, 왜곡된 인센티브 제도와 탐욕으로 얼룩진 의료 시스템을 엿볼 수 있다.

사라 스키퍼는 매일 연명을 걱정하며 대부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사라의 생존에서 인슐린이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수년간 인슐린 비용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동생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사라는 “어린 시절 교회와 친인척,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도움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이어 “대학을 다닐 때, 인슐린 효과가 좀 더 오래 지속되도록 식사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식사를 적게 하면 배고픔은 커지지만, 인슐린이 조절할 수 있는 혈당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 20대 초반 때 그녀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콜센터에서 일했다.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좋은 직장이었다.

다만 인슐린 비용에 대한 보험 혜택을 받기 전까지, 사비로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이 높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녀는 “30일치 인슐린 비용 1000달러”를 사비로 지불한 후부터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급여와 생활비를 고려하면 그녀에게 1000달러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즉, 높은 자기부담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인슐린을 기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문제를 겨우 해결했다.” 기부를 받지 못했으면 그녀는 지금쯤 사망했을 것이다.

지난 2020년 2월, 그녀의 혈당 수치가 치솟았다. 병원 응급실에 가야만 했다. 당시 그녀는 어머니의 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무료로 인슐린을 맞을 수 있었다.

그녀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심지어 인슐린도 비축해 뒀다. 하지만 26세가 되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사라는 현재 실직 상태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달, 잘해야 다음 달이면 인슐린 재고가 바닥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슐린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그녀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방법을 궁리 중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아픈 환자들이 높은 비용 때문에 생존에 필수적인 약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좀 독특하다. 미국의 인슐린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평균 800% 정도 비싸다. 사람들은 때때로 인슐린을 맞지 못해 며칠 또는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지 모를 정도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적어도 매일 몇 명씩은 사망한다. 또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실명, 심장마비, 팔다리 손실 같은 당뇨병의 합병증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인슐린 문제는 의약품 이용에 관한 자유시장 접근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아서 캐플런 - 뉴욕대 그로스먼 의과대학 의료윤리 학과장

워싱턴 의과대학의 얼 B. 허시 교수는 “환자들은 말 그대로 인슐린 비용, 그리고 주거비와 식료품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취약계층”이라며 “인슐린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이유로 뉴욕대학교 그로스먼 의과대학의 의료윤리 학과장 아서 캐플런은 “미국의 인슐린 문제를 비유하자면 냄새가 격한 스튜와 같다. 한마디로 도덕적으로 썩었다”고 비판한다.

많은 미국 당뇨병 환자들의 곤경은 그 자체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인슐린 문제는 모든 미국인들이 직면한 더 심각한 의료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처방약값이 다른 나라보다 일반적으로 몇 배나 더 비싸다. 이런 가격은 수십 년간 진화해 온 의료 생태계의 최종 산물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다수의 왜곡된 인센티브 프로그램들, 그리고 눈 앞의 인센티브를 노리는 수많은 업계 참여자들-의약품 제조사, 보험사, 보험약제관리사(PBM)-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워싱턴 정가의 초당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더욱 시급한 시점이다.

그들은 수십 년 동안 가격 인상을 야기한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복잡한 도전 과제다. 따라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지 불투명하다.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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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처방약 시장을 움직이는 이 미스터리한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슐린 업계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50년 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현재는 당뇨병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게일 드보어는 “우리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시력을 상실하거나 신장을 잃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런 말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최대 두려움은 유일한 생명줄인 인슐린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슐린 문제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있다. 오늘날 1회 투여량의 생산원가는 1달러 미만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이런 약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받을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그리고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한 ‘평행우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 초현실적인 세계에서는 제조업체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올려서 경쟁한다. 그리고 가격을 더 올리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어떤 환자들은 동일한 인슐린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50배나 더 많은 비용을 치른다. 심지어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비싼 가격으로 인슐린을 구입해야 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사라의 한 달치 인슐린 비용이 1000달러나 됐을까?

간단히 말하면, 그녀는 그 비용을 사비로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이 들었다. 그녀는 자기부담금이 높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따라서 자기부담금을 다 지불하고 나서야 그녀의 약값이 보험적용을 받기 시작한다.

이는 그녀와 약국 사이에 벌어지는 직거래다. 그래서 그녀는 인슐린의 정가와 약국의 마진을 합친 약 10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그녀가 자기부담금 규정을 충족한다면, 그때부터 그녀는 보험사가 제조사로부터 받는 가격 리베이트 혜택을 상당히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그녀의 한 달 비용은 50~100달러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리베이트의 원천은 무엇이며, 도대체 왜 발생하는가? 상황 파악을 위해선 한발 뒤로 물러서 의료 시장 및 산업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제1형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가 안되는 유전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인슐린이 없으면 혈액에 당이 쌓이고, 이것이 산성화하며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제2형은 혈당을 조절하는 신체 능력의 손상이다. 활동이 적고 과체중인 45세 이상의 사람들은 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카우언 리서치 회사의 제약 섹터 애널리스트이자 전직 약사인 스티브 스칼라는 “이 병에 걸린 몸은 필요한 양만큼의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지만, 약 30%가 어느 시점에는 혈당조절에 도움이 되는 인슐린을 사용하게 된다.

미국 당뇨병 협회에 따르면 약 3400만명의 미국인들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이 중 95%가 제2형, 5%가 제1형이다. 스칼라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제2형 당뇨병 환자 모두가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 당뇨병 환자의 95%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당뇨병 협회(ADA)는 ‘당뇨병이 미국에서 가장 비싼 만성질환이다. 직접적인 치료비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고혈압 등 다른 많은 질병 및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협회는 당뇨병 환자가 인구의 약 10%인 반면, 그들은 미국 내 모든 의료 지출의 25%, 그리고 모든 처방약 지출의 33%를 차지한다고 부연한다. 코로나로 사망한 77만명의 미국인 중 40%가 당뇨병 환자였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당뇨병은 거대한 시장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인슐린,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인슐린의 90%를 단 세 개의 회사가 만든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바로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르디스크, 사노피다. 이 빅3 중 어느 기업도 자사 임원이 포춘과 인터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대부분 인슐린 비용은 민간 의료 보험사(유나이티드 헬스케어 그룹, 앤섬, 애트나)와 공공 보험 프로그램(메디케어 파트 D), 그리고 정부 혜택 프로그램(메디케이드)이 커버한다.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보험사와 제약사가 서로 직거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 사이에는 보험사를 대신해 인슐린 제조업체 및 다른 제약회사와 약값 리베이트를 협상하는 PBM이 있다.

미국 최대의 PBM들은 CVS 헬스의 자회사 CVS 케어마크, 시그나의 자회사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의 자회사 옵텀알엑스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약 77%에 달한다.

PBM이 내세우는 가치 제안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는 당신을 대신해 수천 가지 약품의 정가에서 리베이트를 협상하는 데 특화돼 있다. 당신이 정가를 지불하면, 우리는 리베이트를 받아 서비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리베이트를 당신에게 다시 전달한다.

우리는 모든 고객사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활용하여 대규모 리베이트를 협상한다. 따라서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제약사와 PBM 간의 리베이트 협상에서는 PBM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들은 보험사를 대신해 추천 의약품 목록을 담은 처방집을 작성한다. 보험사가 환자에게 투여되는 특정 의약품의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지 결정하면, PBM이 보험사가 선호하는 의약품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이 그 추천 목록의 상위에 오르기를 원한다. 병원에서 추천 의약품을 우선 처방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제약사의 이익과 결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약사가 PBM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동료 당뇨병 환자들은 종종 게일 드보어에게 연락, 생존에 필요한 인슐린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photograph by Jimena Peck]
동료 당뇨병 환자들은 종종 게일 드보어에게 연락, 생존에 필요한 인슐린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photograph by Jimena Peck]

PBM이 가격을 협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들이 협상하는 건 리베이트다. 그들의 이익은 대체로 리베이트 비율에서 나온다. 따라서 리베이트가 클수록 PBM의 이익도 높아진다.

그들은 보험사에 이런 점을 어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약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가 클수록, (그 리베이트를 전달받는 보험사의) 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물론 PBM의 이익도 더 높아진다. 이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다.

이제 제약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인슐린 1병 정가를 60달러로 정하고 리베이트를 10달러로 협상할 경우, 인슐린의 순가격은 50달러다.

하지만 정가가 100달러이고 리베이트를 50달러로 협상한다면, PBM은 훨씬 더 큰 리베이트 덕분에 더 많은 이익을 취할 것이다. 따라서 PBM은 리베이트를 많이 제안하는 제약사의 인슐린을 추천 목록의 상위에 올린다.

이런 이유로 인슐린 제조사들은 정가를 인상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의 순가격은 거의 변동되지 않거나 심지어 하락하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수년간 인슐린 산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발표된 상원의 초당파적인 인슐린 업계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일라이 릴리의 인기 제품인 휴마로그 펜 타입 인슐린 주입기 정가는 57달러였고, 리베이트를 뺀 순가격은 26달러였다.

그런데 2018년 릴리는 그 가격을 106달러로 거의 두 배 인상했다. 약국에서 사비로 구입해야 했던 사라 같은 환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릴리가 받은 순가격은 24달러로 오히려 이전보다 약간 떨어졌다. 반면 정가와 순가격의 차액, 즉 PBM의 리베이트는 31달러에서 82달러로 크게 뛰었다.

제이 원트 피터슨 헬스케어센터 소장은 지난해 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시장 관찰자들은 제약사 입장에서 경쟁사보다 정가를 낮춰서는 혜택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특정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돈으로 사기 위해 정가를 높여 더 많은 리베이트를 제공해야 이득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유일한 생명줄인 인슐린을 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일 드보어 - 당뇨병 활동가

한편 2012~2017년 인슐린 제조사들은 정가 인상 압력을 더욱 거세게 받았다. PBM들이 강력한 새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리베이트를 적게 주는) 의약품들을 처방집 후순위로 강등하겠다고 위협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약품들을 때때로 완전히 배제시켜 특정 의약품의 경우 오직 한 개 제약사만 남겨두겠다고 압박했던 것이다.

인슐린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주요 PBM들의 처방집에 독점적인 인슐린 공급자로 오를 가능성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리베이트를 늘렸다(상원 조사 결과 70% 이상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정가를 대폭 인상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더 낮은 순가격을 수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노피는 2014년까지 10년간 정가를 인상하며 자사의 인기 제품 란투스에 대한 리베이트를 대폭 올릴 수 있었다.

그 상승폭이 너무 크다 보니 순가격도 증가했다. 이후 리베이트를 더 확대하라는 압력이 커지자, 회사는 정가보다 리베이트를 더 많이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상원 조사 위원회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그 여파로 순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사노피의 란투스 한 병 정가는 4배 이상 올라 248달러가 됐다. 약국에서 사비로 구입해야 했던 환자들에게는 더욱 우울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사노피의 순가격-리베이트를 지급한 뒤 실제로 받은 액수-은 2014년 119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동안 87달러로 대폭 하락했다.

란투스의 정가는 계속 상승해 현재 284달러가 됐다. 가장 많이 팔리는 다른 인슐린들의 가격도 비슷하다. 일라이 릴리의 휴마로그 정가는 한 병당 275달러, 노보 노르디스크의 노보로그는 289달러다. 주입을 더 편리하게 만든 펜 타입 인슐린의 경우에 정가는 훨씬 더 높다. 예를 들어 동일한 양의 인슐린을 담은 릴리의 휴마로그 퀵펜은 354달러다.

이제 사라 스키퍼가 1000달러를 지불한 인슐린 청구서를 다시 살펴보자. 그녀처럼 자기부담금을 맞추기 위해 사비로 지불하는 환자나 보험이 전혀 없는 환자는 정가에 약국의 마진을 더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제 우리는 최종 약값을 알 수 있다. 굿알엑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휴마로그 한 병(정가 275달러)은 약국에서 약 350달러에 팔린다. 같은 양의 인슐린을 담은 휴마로그 퀵펜은 435달러(정가 354달러)에 판매된다.

당뇨병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달에 2~4병, 때로는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험금이 없거나 자기부담금이 높은 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한 달에 최소 1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이 환자들은 종종 소매 약값을 사비로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저소득자들이다. 이렇다 보니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투여 순서를 뛰어넘거나 처방량을 줄여 좀 더 오래 투여하는 식이다.

투여량 조절은 매우 위험한 행위다. 널리 알려진 알렉 스미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미니애폴리스 지역에 사는 제1형 당뇨병 환자였다.

2017년 5월 26세가 되던 해, 그는 어머니의 보험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격 상실 3개월 전 아들과 보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며 연봉 3만5000달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메디케이드 자격을 얻거나 의료보험 시장에서 보조금 자격을 받기에는 너무 많은 수입이었다.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보험은 월 450달러를 지급하고, 연간 7600달러의 자기부담금을 내는 것이다. 알렉의 주치의는 “보험이 없으면 인슐린과 관련 의료용품 비용으로 월 1300달러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6세 생일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월급날을 3일 앞둔 어느 날 그는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옆에는 텅 빈 인슐린 펜이 있었다.   

알렉의 사연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어머니가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것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25%가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하고 있다.

프랑스 거대 제약사 사노피가 만든 인슐린 브랜드 란투스의 가격은 2005년 이후 4배 이상 올랐다. 란투스(왼쪽)나 노보 노르디스크의 노보로그 브랜드(오른쪽)처럼 편리한 주사 펜에 인슐린을 담으면 가격이 더 높아진다. [Alex Flynn—Bloomberg/Getty Images]
프랑스 거대 제약사 사노피가 만든 인슐린 브랜드 란투스의 가격은 2005년 이후 4배 이상 올랐다. 란투스(왼쪽)나 노보 노르디스크의 노보로그 브랜드(오른쪽)처럼 편리한 주사 펜에 인슐린을 담으면 가격이 더 높아진다. [Alex Flynn—Bloomberg/Getty Images]

투여량 조절로 살아남은 환자들은 종종 평생 후유증을 감내해야 한다.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심장마비, 뇌졸중, 그리고 다양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에 사는 제1형 당뇨병 환자 트래비스 폴슨은 “저소득자로서 수년간 인슐린 주입을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시야가 흐려지거나, 실명할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이 생겼다”며 “나는 35번의 눈 수술과 재건 수술 등 눈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시술을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관절염도 심각하다. 결핵성 피부병까지 앓았다”고 토로했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인슐린 부족으로 죽는 사람이 없도록 정부 지원이나 민간 단체의 돌봄이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맞다. 도움의 손길이 있긴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메디케이드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폴슨은 “가입 기준 대비 내 재산이 너무 많았다. 트럭도 포기해야 했다”며 “단기적인 도움을 위해 내가 구축했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토로한다.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한 후 당뇨병성 혼수상태에 빠진 피닉스 주민 이에샤 메자는 “나중에 의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직장을 그만두고 AHCCCS(애리조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인 액세스)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 수 없다! 이 직장에 들어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직장에서는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보험을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AHCCCS를 신청했지만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한다.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당뇨병에 따른 재정적인 문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피츠버그 의과대학의 내과 전문의이자 교수인 징 루오는 “대부분 내과 의사들과 처방전을 작성하는 의료진은 환자들이 처방약에 대해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이들은 특정 인슐린이 환자의 보험약정에서 보장되는지 아니면 사비로 지불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물론 이런 재정적인 문제는 어떤 개별 의사도 잘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말한다.

빅3 인슐린 제조사는 모두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인슐린을 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대체로 비슷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라이 릴리는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할인 카드를 제공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카드를 소지한 환자는 한 달에 처방전 한 개당 35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자기부담금이 높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영구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으며 만료일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향후 어떤 상황을 맞을지 불투명하다.

뉴욕대학교의 의료윤리 전문가 아서 캐플런은 “인슐린 문제는 의약품 이용에 관한 자유시장 접근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며 “도덕적으로 거의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분노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정부의 개입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8개 주정부는 인슐린에 대한 자기부담금이나 코페이-병원 진료와 처방전 등 환자가 건별로 부담하는 비용-에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가운데 일부는 보험 미가입 환자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가입자, 다른 주에 본사를 둔 보험사의 보험 가입자, 또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법들은 사라 스키퍼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부담금을 내지 않아 코페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부교수이자 연구원인 인마 에르난데스는 “정책 입안자들은 정책을 만들 때 메디케어에 가입한 사람들과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과 보장 범위가 크지 않은 환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포춘이 이번 호 기사를 마감했을 무렵, 상원은 하원에서 통과된 바이든 정부의 ‘더 나은 재건(BBB)’ 인프라 법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인슐린에 대한 코페이 상한선을 월 35달러로 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인이 당뇨병으로 사망했다고 말하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상한선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에게 “이 조항을 부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 나는 BBB 법안에 이 조항이 포함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부 환자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다. 트래비스 폴슨은 약 2년 동안 캐나다에서 인슐린을 구해오고 있다. 다른 많은 선진국들처럼 캐나다는 정부가 인슐린 처방약을 일괄 구매한다.

또 자체적으로 정한 가격을 제약사들에 통보한다. 대부분 제조사들은 정부가격을 수용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처방약을 반입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폴슨은 “국경수비대와 현지 경찰에게 내가 약을 구입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보험이 없던 그는 미국에서 인슐린 한 병에 350달러를 지불해야 했고, 한 달에 서너 병이 필요했다. 그는 “똑같은 350달러짜리 인슐린을 캐나다에서는 보험 없이도 20달러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심지어 처방전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좋은 해결책이었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그가 캐나다 국경에서 겨우 70마일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폴슨의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금메달감이다. 현재 49세에 불과한 그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를 통해 인슐린을 받고 있다. 그는 여러 의학적 장애들로 인해 장애인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하루 종일 인슐린을 몸 속으로 전달하는 작은 장치인 인슐린 펌프를 사용한다.

폴슨은 “메디케어와 의약품 코드, 그리고 비용 청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전문가가 됐다. 이후 메디케어에서 일하는 일부 관계자들도 사귀었다.

그래서 나는 인슐린을 ‘펌프에 필요한 장비’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런 다음 그는 지역 약국이 몇 주간 내부 컴퓨터 시스템을 조정해 자신의 인슐린을 ‘장비’로 등록하도록 했다. 그는 이 전체 프로젝트에 3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몇 가지 명백한 질문들이 남는다. 왜 당뇨병 환자들은 (폴슨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조치에 의존해야 하는가? 왜 인슐린 시장은 다른 의약품 시장처럼 작동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신약의 가격은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결국 특허권이 만료되고 다른 제조업체들은 원가 대비 아주 싼 가격으로 복제약을 생산한다. FDA 연구는 특정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이 3개 이상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80% 급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슐린도 이렇게 된다면 당뇨병 환자들의 삶도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인슐린의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인슐린은 예를 들어 이부프로펜(애드빌, 모트린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처럼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생세포를 활용하는 생물학적 의약품이다. 일례로 베스트셀러 항염증제인 휴미라가 대표적인 생물학적 의약품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그리고 존슨의 코로나 백신들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적 의약품은 화학약보다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복제약 승인을 위해서는 완전히 별도의 절차가 요구된다. 인슐린은 거의 100년 동안 제약사들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법에 따르면, 독립적인 회사들이 인슐린의 복제약-대부분 소비자들은 ‘제네릭’으로 이해하고 있다-을 생산하는 것은 지난해까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불가능했다. 

환자들에게 친숙한 복제약은 유명한 오리지널 화학약품의 분자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혈압약 로프레서를 처방하면 대부분의 주에서 약사는 의사 허락을 받지 않고도 합법적으로 더 저렴한 복제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의약품의 경우, 규제 당국은 ‘제네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생물학적 분자가 너무 크고 복잡해서 특허를 보유한 제약사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널과 매우 가깝고, 기능적으로 동일한 분자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제넨텍의 오리지널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에 대해 5개의 바이오시밀러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바이오시밀러조차 소비자들이 복제약이라고 부를 수 없다. 약국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법적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진정한 복제약은 규제 당국이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까지 인슐린이나 다른 생물학적 의약품에 대해 승인받은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는 없었다.

지난 7월 28일은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FDA 국장 대행 재닛 우드콕은 “중요한 날”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당시 FDA가 셈글리 인슐린을 사노피의 란투스 인슐린과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로 승인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인슐린 시장에 4번째 회사가 진입한 것이다. 이는 인슐린 산업에 큰 의미를 지닌다. 셈글리는 2020년 11월 마일란 제약과 화이자의 제네릭 사업부 업존의 합병으로 탄생한 비아트리스가 제조하고 있다. 우드콕은 “셈글리가 새로운 경쟁을 펼침으로써 의료비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셈글리는 적어도 약국에서 사비로 사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미 비용 절감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셈글리의 평균 소매가격은 대체가능한 약품으로 지정되지 않고도 최근 약 120달러였던 반면, 란투스는 350달러나 됐다.

자기부담금이 높은 보험에 가입했거나 보험이 없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인슐린 한 병에 20~30달러 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실은 미국 내 가격이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기존의 동일 인슐린 제품들에 대해 더 많은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한, 가격 인하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제조사들이 소매고객뿐만 아니라 인슐린 비용을 보험으로 커버하는 수백만 환자들로부터 확실한 수익 창출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추가로 출시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부분이 대체가능한 셈글리의 정가, 리베이트, 그리고 처방집의 추천 순위에 대한 협상에 달려 있다. 에르난데스는 “기준 의약품인 란투스가 (바이오시밀러와의) 가격 차이를 보완하고, 가능한 한 많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율(리베이트)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셈글리가 새로운 경쟁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PBM과 보험사들은 처방집에서 여전히 란투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란투스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셈글리를 배제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비아트리스가 셈글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최소화하고, 셈글리의 리베이트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셈글리가 실망스러운 실적을 거둘 경우, 더 많은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질 수 있다. 사노피와 비아트리스는 대응 전략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인슐린 제조사들의 연간 두 자릿수 가격 상승은 최근 소리소문 없이 둔화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정치권에서 커져가는 분노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제약사들이 고집해온 ‘더 높은 가격 및 더 높은 리베이트’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 제조사와 PBM의 계약 조건을 확인하지 않으면 진상 파악이 힘들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일라이 릴리 휴마로그의 2020년 미국 매출이 11% 감소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물량이 증가했음에도 매출이 감소한 이유는 주로 ‘실현 가격의 하락’, 즉 리베이트와 수수료를 제외한 순가격의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 넓게 보면, 인슐린 시장은 더 이상 성장 사업이 아닐 수 있다. 카우언 리서치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2020~2025년에는 당뇨병 환자의 증가에도 전 세계 인슐린 산업 매출이 연평균 2% 감소할 전망이다.

카우언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스칼라는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시장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생존을 위해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그 이유로 작용한다. 제약사들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인슐린에는 없는 더 나은 효력을 가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약은 GLP-1 유사체라고 불린다. 이 약은 제2형 당뇨병의 최고 치료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스칼라는 “GLP-1은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반면, 인슐린은 최소한 하루에 한 번 맞아야 한다”며 “게다가 이 약은 체중 감량 효과-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체중을 줄여야 한다-로 이어지는 반면, 인슐린은 체중을 증가시킨다. 아울러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높이 평가한다. 릴리의 최고 히트 상품은 더 이상 인슐린이 아니라, GLP-1 유사체인 트룰리시티다.

카우언 리서치는 ‘2025년쯤 역사상 최초로 인슐린은 더 이상 전체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약으로는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빅3 제약사들은 계속 새로운 인슐린을 개발하면서도 점점 더 다른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최고의 희망은 새로운 인슐린이 아니라 치료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수년 동안 치료제 탄생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말을 들었다. 연구는 희망으로 가득 찼지만, 어느 누구도 치료제가 언제 상용화될지 예상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제조사들의 프로그램이나 법률, 심지어 대체가능한 바이오시밀러도 아니다. 그들이 “T1D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제1형 당뇨병 온라인 모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게일 드보어는 “매일 사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내게 연락을 취한다. 그들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인슐린 찾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묻는다”고 전한다. 그러면 그녀는 보통 “친구가 방금 몇 개를 다른 친구에게 건네 줬다. 그녀가 여분을 갖고 있으니 당신을 그녀에게 연결해 주겠다”고 대답한다. 타인에게 처방약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트위터와 다른 플랫폼에서는 인슐린을 사기 위해 돈을 애걸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펀드미닷컴은 최근 ‘인슐린’ 이름이 붙은 1만2779개의 모금 캠페인을 올렸다.

드보어는 “당뇨병은 당신이 결코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이라며 “하지만 당신이 부득이하게 어떤 병에 걸린다면 당뇨병이 그나마 낫다. 우리는 서로를 보살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건 좋은 일이다. 아서 캐플런은 “인슐린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성과는 (의료비가 환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인) 재정적 독성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미국의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결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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