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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남성 클럽의 장벽을 깨부수다

여성 창업자들이 전례 없는 부를 얻게 되면서 자신들의 뒤를 잇는 여성 창업자들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을까?

  • 기사입력 2022.02.10 17:30
  • 최종수정 2022.02.10 17:31
  • 기자명 MARIA ASPAN and EMMA HINCHLIFFE 기자 기자
변신을 꾀한 여성 창업자 - 스팽스를 설립한 사라 블레이클리는 작년 11월 회사 가치를 12억달러로 평가한 거래를 통해 매각하기 전까지 21년간이나 홀로서기를 해왔다. [photograph by Celeste Sloman]
변신을 꾀한 여성 창업자 - 스팽스를 설립한 사라 블레이클리는 작년 11월 회사 가치를 12억달러로 평가한 거래를 통해 매각하기 전까지 21년간이나 홀로서기를 해왔다. [photograph by Celeste Sloman]

[포춘코리아(FORTUNE KOREA)=MARIA ASPAN and EMMA HINCHLIFFE 기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사람은 확실히 자신감이 있다. 스팽스의 창업자 사라 블레이클리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작년 11월 아침, 그녀는 애틀랜타 집무실에서 빨간색과 흰색, 검은색 페인트가 흩뿌려진 무늬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옷은 스팽스의 새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아주 적절한 의상이었다. 그녀는 인터뷰 서두에 편안해 보이는 신제품을 가리키며 “(그룹 롤링 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가 방금 이것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블레이클리는 21년간 소유하고 독자 운영해온 스팽스의 대주주 지분을 단 이틀 만에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 거래는 보정속옷 업체 스팽스의 시장가치를 12억 달러로 평가했다. 수년간 호황을 누린 사업을 운영하며 이미 부자가 된 블레이클리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게 됐다. 그녀는 “현재 차이가 있다면, 내가 회사 가치를 현금화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블레이클리(50)은 벤처캐피털 후원자나 공동 창업자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구축했다. 그녀는 ‘직관’을 통해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고 뉴욕과 LA의 의류 산업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자수성가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CEO보다 발명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싼 변호사 고용에 거액을 들이는 대신, 스팽스의 보정속옷에 대한 최초 특허를 직접 신청하기도 했다. 그 특허장은 현재 회사 로비의 빨간 액자에 걸려 있다. 그녀는 독자 노선을 걸으며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외로울 수도 있는 길이었다고 회상한다. “나 자신만의 외딴 섬에 고립돼 있었다.”

그녀의 홀로서기 취향을 넘어, 블레이클리가 더 넓은 스타트업 세계에서 분리된 이유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여성 창업자라는 그녀의 지위 때문이었다. 특히 스팽스 규모의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여성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이제 그 외딴 섬에 사람들이 조금씩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는 여성 창업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비단 블레이클리뿐 아니라 데이트 앱 회사 범블의 휘트니 울프 허드, 유전자 검사 스타트업 23앤드미의 앤 워치츠키가 쉽지 않은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여성 창업자와 CEO들은 회사를 매각하거나 기업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 억만장자 여성들의 엑시트: 스타트업이 성장을 위해 IPO 등을 통해 추가 투자를 받거나, 창업자가 경영에서 손을 떼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단계가 가장 인상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여성 창업자 CEO들이 주도한 대규모 기업공개와 스팩 합병, 매각 급증 사례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여성 리더들은 패션회사 렌트 더 런웨이의 제니퍼 하이먼, 생체인식 검사업체 클리어의 캐린 시드먼 베커, 의료 전문복 생산업체 FIGS의 헤더 해슨과 트리나 스피어 등이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현재까지 벤처 지원을 받은 여성 창업 기업 5곳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하거나 매각됐다.

연간 5개 기업이라는 숫자가 지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통계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맥락을 고려해보자. 2011년 이후 12개의 여성 창업 기업만이 어렵게 그 성과를 달성했다.

10억달러라는 이정표 도달은 이 창업자들에게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더 넓은 스타트업 생태계, 그리고 성공적인 엑시트로 창출된 막대한 부의 수혜를 보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런 ‘유동성 이벤트’에 의해 부자가 된 여성들 중에는 투자자와 이사진, 직원들도 포함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보통 여성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워치츠키와 여러 스타트업에 공동투자한 럭스 캐피털의 파트너 디나 샤키르는 “이렇게 대규모 엑시트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이 엑시트가 인재 뿐만 아니라 부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미래 기업들에게 이런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명 이런 이정표는 전반적으로 인수합병 거래와 기업공개 열풍이 불고 그 혜택이 과도할 정도로 남성들에게 돌아간 지난 1년 동안 달성됐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창업 기업 5곳이 대규모 엑시트를 한 반면, 벤처 지원을 받은 남성 창업 기업 172곳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엑시트에 성공했다.

그리고 블레이클리처럼 벤처 지원을 기피하는 특이한 홀로서기형 CEO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10억달러 규모(유니콘)를 목표로 하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털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2%만이 지난해 여성 창업자들에게 돌아갔다. 프로젝트다이앤의 보고에 따르면, 원래 암울했던 이 통계는 벤처 캐피털 자금의 총 0.5% 미만을 지원받는 흑인과 라틴계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더 나빠진다.

창업을 적극 후원하는 설립자 - 앤 워치츠키는 23앤드미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29개를 후원하는 진지한 투자자다(14개 기업에 최소 한 명의 여성 창업자가 있다).[photograph by jessica Chou]
창업을 적극 후원하는 설립자 - 앤 워치츠키는 23앤드미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29개를 후원하는 진지한 투자자다(14개 기업에 최소 한 명의 여성 창업자가 있다).[photograph by jessica Chou]

따라서 대규모 IPO를 몇 건 더 성사시킨다고 해서 숨막힐 정도로 불평등한 시스템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창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에게 지난해 억만장자 여성 창업자가 다수 탄생한 사건은 분명 희망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성공한 남성 창업자들보다 재산 일부를 다른 여성들에게 재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여성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실리콘밸리 비영리단체 올 레이즈의 전 CEO 팸 코스트카는 “우리는 아직 근본적인 변화의 초입에 있다”며 “하지만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한다.

가끔 운동용 반바지 차림으로 연설장에 나타나는 앤 워치츠키는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는 “많은 돈에 둘러 싸이는 일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그녀 가족은 중산층 가정에서 편안하게 자랐지만, 현재 유튜브 CEO인 언니 수전 워치츠키가 지난 1988년 훗날 구글을 창업한 주인공들에게 자신의 차고를 빌려줬다.

앤은 결국 이들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과 결혼했고 이후 이혼했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구글 공동 창업자 브린은 현재 세계에서 7번째로 부유한 남성이다(그들의 이혼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워치츠키와 23앤드미에 투자한 브린은 2017년 말 투자 및 자선기금을 공동 관리했던 개인 투자자문사를 분리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배경에도 불구하고, 올해 48세의 워치츠키는 특히 작년 6월 23앤드미가 35억달러의 가치평가에 상장한 이후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이 IPO는 버진 그룹 CEO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이뤄졌다). 다시 말해 그녀 스스로 엄청난 부의 일부를 창출했기 때문에 처우가 달라진 것이다. 

워치츠키는 브린과 함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던 당시를 회상한다. 이곳에서는 색깔로 참가자들을 구분하는 명찰이 부자들의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를 구축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배지를 보고 ‘오, 당신은 (직급이 낮은) 파트너군요’라고 말한 후 무시하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몇 년간이나 나와 얘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런 모습은 다수의 여성 억만장자들-보통 상속과 결혼, 혹은 이혼을 통해 부를 거머쥘 가능성이 더 높다-에게 익숙한 역학구조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여성들은 북미 지역 부의 37%를 소유하고 있지만 스스로 직접 사업을 통해 재산을 축적한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사회학 리뷰 저널은 ‘미국 소득 상위 1% 가구 중 5%만이 여성 소득 덕분에 이 반열에 올랐다’고 분석한다.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여성 기부 연구소의 지니 인판테 세이거 소장에 따르면, 상속이나 이혼을 통해 부를 이룬 여성들은 때때로 그 재산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 매켄지 스콧, 빌 게이츠와 이혼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성 평등과 인종 평등에 초점을 맞춘 단체들에 수십억 달러를 기부, 이 분야에서 전 남편들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세이거는 전반적으로 자신이 기업을 일궈 부를 쌓은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그들은 과거 부를 축적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부연한다.

부자들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이 자신들의 부에 접근하는 방식의 또 다른 차이도 지적한다. UBS에서 개인자산 자문을 총괄하는 웬디 홈스는 “분명 여성들은 뒤따르는 후배들을 도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산 1억달러 이상의 고객들을 관리한다.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여성들의 성향은 2021년 대규모 기업공개들이 남긴 서류상 흔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런치베이스가 포춘을 위해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어펌, 워비 파커 창업자들이 포함된 그룹 중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의 엑시트에 성공한 남성 110명은 다른 스타트업에 732건의 지분 투자를 했다.

이 중 6%를 여성들이 창업한 기업에, 14%는 남녀가 공동 창업한 기업에 투자했다. 한편 크런치베이스는 지난해 10명의 여성 창업자들이 10억달러 규모의 엑시트를 달성하고 총 59건의 지분 투자를 했는데, 이 중 22%는 여성들이 창업한 기업에, 25%는 창업 멤버에 최소한 여성 한 명이 포함된 스타트업에 추가로 투자했다고 집계했다. 

노하우를 전수하다 - 범블 설립자 휘트니 울프 허드는 자신이 사업을 해오며 어렵게 익힌 교훈 일부를 미래 창업자들에게 전해주려 한다. [Photograph by Chris Council]
노하우를 전수하다 - 범블 설립자 휘트니 울프 허드는 자신이 사업을 해오며 어렵게 익힌 교훈 일부를 미래 창업자들에게 전해주려 한다. [Photograph by Chris Council]

크런치베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워치츠키만큼 많은 여성들에게 투자한 남성 창업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녀는 총 29건의 투자를 통해 창업 멤버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여성이 있는 14개 기업을 지원했다.

그녀는 여성기업가들-백인 남성들이 지배하는 기존 실리콘밸리는 “남성 기업가들에 비해 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할지 모른다-에게 투자하고 잠재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워치츠키는 “많은 사람들이 ‘나는 기부와 투자를 혼동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 경계선은 좀 더 흐릿하다”며 “나는 좋은 일을 하고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투자한다. 그 투자 수익률(ROI)이 낮다면 기꺼이 그 손실을 감수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올바른 재정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워치츠키와 동료 여성 창업자 CEO들은 또한 회사 출신 직원들이 미래에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을 창업했는지를 기준으로 성공을 평가한다. 실제로 여성 6명을 포함, 최소 11명의 23앤드미 직원들이 훗날 기업을 설립하거나 운영했다.

아울러 이번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대부분의 다른 창업자들도 자신들이 배출한 회사 출신 CEO와 설립자들의 숫자를 자랑했다. 

워치츠키는 “보유한 현금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군가에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이 모든 여성들이 실제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휘트니 울프 허드는 억만장자가 된 사실에 별 느낌이 없다. 그녀가 설립한 데이트 앱 기업 범블사가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이 IPO를 통해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 그녀의 지분 11,6%는 15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32세의 이 여성 CEO는 현재 콜로라도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하지만 지저분한 쪽 머리에 긴 소매 셔츠 차림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영상 통화를 한다. 그녀의 줌 영상 배경은 ‘먼저 행동을 취하라’는 범블의 샛노란색 슬로건이 장식하고 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서류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주식 시장에서 단 한 주도 팔지 못했다”고 말한다. 

범블이 울프 허드의 첫 스타트업(그녀는 틴더도 공동 창업했다)은 아니었다. 심지어 초창기에 그녀는 자신이 거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 설립 이후 줄곧 그녀가 처리해야 할 세세한 거래 조항이 많았다. 범블은 원래 유럽의 데이트 앱 바두와 이 회사의 모기업 매직랩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이 2020년 대주주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회사 가치를 30억달러로 평가한 이 거래는 훗날 IPO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회사 전체 운영은 계속 울프 허드에게 맡겼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그녀는 때때로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을 수 있었는지 생각한다.

그녀는 “여성 창업자로서 자금 유치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구할 수만 있다면 어떤 돈이든 받아야 한다고 느낀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때때로 세세한 거래 조항이 불합리하거나, 쉽게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다.

혹은 스스로에게 장기적으로 해가 될 수 있다. 결국 계약 조건과 조항이 향후에 창업자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

이제 그녀는 새롭게 얻은 억만장자 지위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평가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벤처 자금을 지원받을지 보다, 그것을 얻게 되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집중하고 있다.

울프 허드는 이제 상장기업 CEO로서 자신에게 부과된 새로운 제약과 책임을 헤쳐 나가야 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엔절 투자의 “99%를 일시 중단했다”고 말한다(단, 스팽스에 신규 투자한 지분은 예외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그녀는 향후 몇 년간 투자하고 싶은 기업들을 파악 중이다. 여성의 건강과 재정적 역량 강화가 그녀의 두 가지 주요 관심사다.

울프 허드는 여성 창업자들에게 단지 자금뿐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기를 원한다. 이 정보는 그녀가 과거에 좀 더 쉽게 얻었으면 했던 업계 내부자들의 노하우다. 

그녀는 창업자들에게 자금 외에도 (로펌 소속이 아닌) 독립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 거래의 구조 방식에 대한 심도있는 교육 등의 자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울프 허드는 지난 2020년 경영권을 상실한 여성 창업자들의 잇단 사례(윙의 오드리 겔먼과 아웃도어 보이스의 타일러 헤이니 등이 대표적이다)를 언급하며 “많은 여성 창업자들이 힘들게 발견했던 지식과 노하우 중 일부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투자에는 “아무 조건도 붙지 않았다”며 “미래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에 젊은 기업가들을 가두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과거 줄곧 비공식적으로 진행돼 여성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일종의 스타트업 교육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녀는 “남성들은 ‘내 변호사를 연결해주겠다’라는 식으로 동지애를 발휘한다”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성 창업 생태계에서는 같은 방식의 지원이나 교육을 받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런 단절의 일부 이유는 압도적으로 많은 남성들이 더 광범위한 기득권 체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치북에 따르면, 벤처 캐피털 회사에서 자금 집행권을 가진 무한책임 파트너 중 약 85%가 남성이다.

남성 벤처 투자자들은 분명 여성 기업가들 지원에서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워치츠키는 23앤드미 이사 겸 X펀드의 총괄 파트너인 패트릭 정을 포함해 그녀의 초기 남성 투자자들에 대해 엄청난 도움이 됐고 변화를 주도하는데 헌신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벤처업계에서는 남성들이 여전히 자금 지원 권한을 거머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 회사의 이사진으로서 전략과 확장, 그리고 심지어 회사 경영진 인사에 관한 결정을 지시하고 있다.

블랙스톤이 범블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벤처 캐피털 회사 액셀의 9700만달러 투자를 이끌었던 전직 범블 이사회 옵서버 마야 노스는 “많은 투자가 일종의 패턴 인식: 여러 번 해보고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되는 것 방식에 의해 이뤄진다.

즉, 일부는 의식적인 행동이고 일부는 반복적인 습관을 통해 기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현재 액셀은 범블 지분 5.5%를 소유하고 있다). “여성들이 투자자들의 자본 대비 몇 배의 수익을 창출하는 이런 엑시트를 더 많이 할수록 그것은 더욱 일상화하고 향후 여성들에게 투자하는 마찰 요소를 줄여줄 것이다.” 

울프 허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가능한 모델 중 하나는 (설립자보다는 투자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오퍼레이터 컬렉티브라고 불리는 설립 2년차 VC 펀드다.

이 펀드의 목적은 소외된 스타트업 경영진에게 투자자로서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금 집행권을 가진 사람들의 풀을 넓히는 것이다. 실제로 펀드 운영 유한책임 파트너들의 90%는 여성이고 40%는 유색인종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 펀드는 많은 유한책임 파트너들이 소액인 1만달러부터 투자를 시작하도록 허용해 투자금과 진입 장벽을 낮췄다. 오퍼레이터 컬렉티브의 설립자 말룬 옌은 “펀드의 주 목적은 교육과 접근성 제고에 있다. 나는 정말 백인 남성 부자들을 넘어서까지 부의 창출을 확장하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이 접근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오퍼레이터 컬렉티브의 경우, 성공을 맛본 유한책임 파트너들은 더 광범위한 투자 활동을 벌인다. 옌은 “그들은 다른 에인절 투자를 하고, 조언자가 되고 이사회에 참여한다”며 “이 여성들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그들에게 투자 방법을 제시하면 그들은 분명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  

스팽스의 애틀랜타 본사를 잠깐만 둘러봐도, 이 회사가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화려한 색과 소품, 예술품들이 대부분 벽면들을 장식하고 있다.

수많은 조각품들과 브래지어 및 엉덩이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6피트 높이의 유리 장식장 안에는 심지어 오리지널 가죽 바지-올리비아 뉴턴존이 영화 <그리스>에서 변신하며 입었던 제품이다-를 착용한 마네킹이 있다. <그리스>는 블레이클리가 최초의 스팽스 레깅스 제품을 출시하는데 영감을 줬다.

그렇다면 이런 혁신적인 인습타파자-창업자로서 블레이클리 자신과 그녀가 경영하는 회사 모두에 해당한다-가 현재 대주주 지분을 소유한 블랙스톤의 보수적인 세계와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블레이클리는 “그 회사에는 분홍색 벽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웃으며 물은 후 “내 엉덩이 동상을 블랙스톤 본사 로비에 갖다 놓을 생각”이라고 말한다.

사실 블랙스톤은 일반적인 사모펀드 회사가 하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이 스팽스와의 계약을 주도했고 회사는 블레이클리, 울프 허드, 헬로 선샤인 설립자 리스 위더스푼과 함께 일하며 여성 창업 기업들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블레이클리는 매각 결정에 대해 “나는 하늘을 향해 ‘계시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무지개 색깔처럼 7가지여서는 안됩니다. 정말 확실한 계시를 주세요’라고 기원했다”고 말한다.

비록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 계시를 받았다. 그녀는 블랙스톤의 경우 “내게 어필했던 것은 돈과 계약 구조가 아니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느끼고, 좀 더 큰 규모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받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전한다. 

그녀는 “무언가를 혼자 100% 소유하는 데는 매우 많은 이익이 따르지만, 회사가 좀 더 새롭고 협업적인 단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블레이클리는 계속 사업에 깊숙이 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스팽스 매각 과정에서 소수 지분을 유지했고, 이후 회장에 올랐다). 그녀는 몇 년간 회사 회의실과 생산작업 현장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지냈다.

현재 그녀에게 투자한 여성들 중에는 울프 허드와 위더스푼, 오프라 윈프리가 있다. 이들 모두 블랙스톤과의 계약이 마무리 된 후 투자를 단행했다. 그녀는 “회사를 혼자 운영하는데 따르는 모든 부담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무엇인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다. 

블레이클리는 워치츠키와 울프 허드처럼 다른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초점을 돌리고 싶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최근에 그녀는 대유행 기간 동안 여성 사업가들에게 보조금 5000달러씩 지원했다. 그녀가 이처럼 비교적 적은 금액을 정한 이유는 스팽스를 설립할 때 사용한 저축액과 같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가 팩스 방문판매로 사업 종잣돈을 마련한 일화는 유명하다.  

블레이클리는 또한 자신이 재정적인 지원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가 차세대 여성 기업가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즉, 벤처 캐피털의 자금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고, 소유권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고,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개성이나 가치를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고상한 아이디어지만 이미 결실을 맺은 전례가 있다. 일례로, 울프 허드는 블레이클리와 그녀의 행보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사라는 항상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지켰다”고 평한다.

블레이클리와 워치츠키, 울프 허드처럼 2021년 대규모 엑시트를 통해 기업을 상장한 미국 여성 창업자 CEO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국제적으로 보면 그 분포는 좀 더 다양하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뷰티 소매업체 나이카의 창업자 CEO 팔구니 나야르는 자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을 상장했고, 이 IPO를 통해 거의 70억달러의 순자산을 거머쥐며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자수성가 여성에 올랐다.

그리고 컨플루언트의 네하 나크헤데, 어니스트 컴퍼니의 제시카 알바, 포시마크의 트레이시 선 같은 일부 미국 유색인종 창업자들은 지난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여성들 중 CEO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를 지낸 연쇄 창업가 멀리사 브래들리는 “보통 회사가 10억달러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 필요한 후속 펀딩을 받으려면 경영진이나 이사회 핵심 멤버에 여전히 백인 남성들을 앉혀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주로 소외된 기업가들과 흑인 여성을 지원하는 1863 벤처스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유색인종 여성의 경우 백인 남성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브래들리는 2021년 여성 창업자들의 엑시트 행렬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범블과 23앤드미 같은 회사들이 “그 관문을 통과한 대표 기업들”이라고 말한다.

“2021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엑시트에 성공했다. 하지만 출구가 활짝 열린다고 해서 모두가 바로 그 뒤를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그 문을 통과한 여성들 중 일부는 브래들리의 회의론에 공감한다. 예를 들어, 런웨이의 공동 창업자 겸 CEO 제니퍼 하이먼은 이 소매 회사의 작년 10월 IPO를 통해 3억5700만달러를 조달했다.

그녀는 울프 허드와 블레이클리(각각 친구와 멘토로 부른다)가 주도한 훨씬 더 큰 규모의 IPO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이먼은 “이들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여성들”이라며 “아마도 그들은 더 많은 여성들이 더 열심히 싸우도록 영감을 줄 것”이라고 부연한다.

하지만 그녀는 회의적이다. 하이먼은 “유감이지만 여성 창업자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며 “여성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금이 움직일 때까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블레이크와 워치츠키, 울프 허드가 새롭게 축적한 부를 아무리 많이 동료 여성들에게 투자하더라도 이들은 거의 유일한 후원군이다. 하이먼이 씁쓸하게 지적했듯, 그들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투자한 실적이 없는 (남성) 창업자-억만장자들에 비해 수적으로 현저히 열세다.
하이먼은 마지막으로 “수십억 달러를 번 남성들이 많다. 그들이 여성들에게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스팽스와의 계약을 이끈 블랙스톤 팀. 모두 이 브랜드 바지를 입고 있다. 왼쪽부터 제시카 패리, 로사 모로나, 켈리 모렐, 앤 정, 케이티 스토어러.[Courtesy of Blackstone]
스팽스와의 계약을 이끈 블랙스톤 팀. 모두 이 브랜드 바지를 입고 있다. 왼쪽부터 제시카 패리, 로사 모로나, 켈리 모렐, 앤 정, 케이티 스토어러.[Courtesy of Blackstone]

블랙스톤의 창업자 멘토 군단
이 사모펀드 회사는 여성 CEO들의 대규모 엑시트를 돕는 주요 세력으로 부상했다.

범블과 스팽스의 엑시트 사이에서 떠올리기 쉽지 않은 연결 고리는 731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모펀드 기업 블랙스톤이다. 켈리 모렐은 회사가 2020년 범블에 대한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철학을 가진 강력한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하는데 전념해왔다고 설명한다. 

자산운용의 전술적 기회창출을 총괄하는 이 글로벌 책임자는 회사의 범블 투자 후속 업무를 주도했다. 작년 11월에는 스팽스와의 투자계약을 이끈 팀에서도 일했다.   

의류와 온라인 데이트는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블랙스톤은 두 사업에 모두 유사한 매뉴얼을 적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강력한 리더십과 아직 꽃피우지 못한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고 ▲사업을 강화하고 ▲유능한 경영진과 이사진을 영입하고 ▲엑시트를 준비하는 것이다(스팽스의 경우, 이런 노력은 블랙스톤의 소비자 성장 부문 글로벌 책임자 앤 정이 이끌고 있다.

그녀는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이 투자계약 팀의 수장이다). 이 전략은 미디어 분야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블랙스톤의 또 다른 팀은 배우 리스 위더스푼이 설립한 미디어 기업 헬로 선샤인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이 스타트업의 가치는 약 9억달러로 평가했다.

블랙스톤은 신생기업 투자에서 다음과 같은 기회를 보고 있다. 범블에 투자했을 당시, 회사는 데이트 앱 사업의 가치를 30억달러로 평가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 범블의 가치는 183억달러까지 급등했다.

이후 CEO 울프 허드는 블랙스톤의 지지자가 됐다. 그래서 위더스푼과 사라 블레이클리에게도 이 사모펀드 회사의 투자를 받도록 설득했다. 허드는 “많은 사람들이 ‘사모펀드 회사와 거래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하며 “하지만 자원과 전문성, 열정적인 리더들을 보유한 그들은 우리 뒤에서 놀라운 원동력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녀와 위더스푼은 또한 스팽스와 블랙스톤의 계약이 마무리 될 무렵, 이 회사의 첫 외부 투자자로 합류했다.   

모렐은 범블과의 거래에 대해 “블랙스톤은 이 투자 계약이 정말 독특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며 “장차 다른 유형의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이런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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