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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대인상’

  • 기사입력 2022.02.08 09:38
  • 기자명 ROB WALKER 기자
[PHOTO ILLUSTRATION BY SELMA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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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FORTUNE KOREA)=ROB WALKER 기자] 이른바 ‘대규모 퇴직’ 사태가 미국 노동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 현상은 경색된 노사관계 속에서 발생할 일들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2021년은 미국 노동계에서 주목할 만한 한 해였다. 직업군 전반에 걸쳐 노동자들이 더 나은 근무환경을 요구하거나 혹은 단순하게 퇴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간의 긴장 관계가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2022년은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22년에는 ‘대규모 퇴직’의 후속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임금 대인상’이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업들은 이 생각에 겁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은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명한 장기 전략,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여러 거시적인 요인들이 어우러져 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아마 가장 중요한 첫째 요인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엄청나게 경색돼 있다는 사실이다. 팬데믹을 겪으며 일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트렌드가 전혀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역대 최다인 440만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1120만개의 빈자리가 있는 뜨거운 취업시장은 퇴사자들의 사직 동기 중 하나다. 번아웃(소진)과 은퇴는 일부 근로자들을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요인이다. 

둘째 요인은 소비자 카테고리에 걸친 전반적인 물가가 지난 2020년보다 6.2%나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최근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악화할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휘발유에서 식료품까지 모든 부문에서 가격이 상승하여 많은 일반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세 번째 거시적 흐름은 언뜻 납득이 잘 안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교란에도 최근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 데이터에 대한 한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 대기업들이 실제로 이윤이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50%나 상승했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기업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그리고 다른 비용의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소비재들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지속돼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들이 일상적인 할인 전략을 줄인 것도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전체 소매 판매는 지난 10월 1.7% 증가했다.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 포춘코리아]

경색된 노동시장과 자금이 풍부한 기업들의 결말은 꽤 분명한 것 같다. 고용주들은 임금인상과 복리후생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으며 그럴 여력도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이건 단지 형식적인 제스처에 그칠 수 없다. 지난 2021년 임금이 인상되지 못했다면-근로자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다수가 여기에 해당한다-구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상승은 사실상 임금 삭감을 의미한다.

심지어 급여가 인상되더라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해 근로자들의 일반적인 임금 인상률은 3% 정도로 현재 인플레이션율보다 훨씬 낮다. 소비력을 고려하면, 임금의 평균 ‘상승’은 여전히 급여가 순삭감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의 증거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타깃과 치폴레, CVS, 월마트 등이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인상했으며 일부 시장이나 상황에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제자리 걸음을 하며 생활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대인상’에 이르지 못한다.

기업들은 새로운 노동력과 마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일종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기억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힘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보다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최근 설문 자료에 따르면, 더 좋은 기회 때문이든 혹은 단순히 지금 당장 나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든 저임금의 일선 근로자들은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고갈시키는 일의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사실상 더 많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 또 어떤 면에서는 그 사실이 불쾌했다.

정부의 전염병 대응 노력 덕분에 지난 2년간 저축률은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잠재 노동인구 중 일부가 합당한 제안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더욱이 비행기 승무원과 식당 종업원들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수칙을 집행하는 역할을 강요 받으며, 많은 일선 서비스직의 근무 상황은 날로 열악해졌다.

이들에 대한 사실상 학대와 남용은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많은 경우, 한때 단지 생색 안나는 정도에 그쳤던 직업이 이제는 견딜 수 없게 됐다.

최근 설문 자료에 따르면 접객·소매업 종사자의 37%가 퇴사를 고려하고 있으며, 저임금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부적절한 급여와 복리후생 등을 문제로 꼽았다. 퇴사는 일상이 됐다.

최근 포춘이 파악했듯, 그에 따른 한 가지 결과는 스타벅스와 다른 주요 체인점들조차 직원 부족 때문에 영업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 소매업 종사자들에 대한 계절적 수요는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다. 아마존에서 월마트, 메이시스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고용주들은 수십 만명의 근로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시급과 심지어 계약보너스 및 다른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쇼핑 시즌에 엄청난 매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과로한 직원들의 번아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교통부 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노동비서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는 최근 다소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쉬면서 방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애국의 의무'에 따라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근로자들이 경색된 노동시장에 의해 힘이 커졌다고 느끼는 한 변화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그리고 임금 인상은 분명한 출발점이다. 아마도 ‘애국적’일 필요가 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당사자는 기업들일 것이다.

지식 노동자들과 다른 화이트칼라들에 대한 수요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부 자료는 접객과 비내구재 제조와 같은 분야에서 퇴사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 자료는 근로자들이 퇴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같은 분야에서든 새 분야에서든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더욱 절박한 고용주로부터 새 일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을 모집해 교육하는 것보다, 이런 흐름을 직시하고 임금 인상을 통해 기존 직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느 측면에서는 더 효율적이다.

[이미지=포춘 · 포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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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이 바로 장기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어쩌면 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대인상’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다수의 근로자들은 임금 스펙트럼의 하위권에 있다.

최근 수십 년간 일선 근로자와 최고경영자 간 대규모 임금 격차가 폭증하고, 소득 불평등이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만 아무도 다루지 않는 사회문제가 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는 200명에 가까운 거물급 CEO들이 ‘기업의 목적’은 주주가치를 초월하고, 이제 “우리 기업과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가치를 전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언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그것은 보통 환경이나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지만 공평한 임금은 기업들이 앞장설 수 있는 분야다. 즉, 임금을 인상하고 그것을 떠들썩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이미지=포춘 · 포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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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면은 단순히 근로자를 붙잡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사회 전반의 가치를 구축한다는 사고를 가시적으로 전파한다는 점이다(의회예산국은 과거 연방 최저 시급을 15달러까지 인상하면 일부 일자리를 희생시켜 빈곤을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경색된 이번 노동시장 이전의 일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면은 이익과 주주 보상, 그리고 심지어 최고경영진의 급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다. 그리고 우리가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주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업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실용주의적인 사람들조차 설득될지 모른다. 즉, 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대인상’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을지 고려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의 수익성이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주는 것에 달려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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