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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산업을 개척하는 여성 기업가들

  • 기사입력 2021.12.21 14:13
  • 최종수정 2021.12.23 17:20
  • 기자명 Michal Lev-Ram 기자
우주항공 산업의 여성 브레인투자자이자 업계 선구자인 캔디스 존슨이 우주를 모방한 혹독한 조건 속에서 인공위성을 시험하도록 설계된 연구실 앞에 서 있다. [OPENING SPREAD: COURTESY OF THALES ALENIA SPACE].
우주항공 산업의 여성 브레인투자자이자 업계 선구자인 캔디스 존슨이 우주를 모방한 혹독한 조건 속에서 인공위성을 시험하도록 설계된 연구실 앞에 서 있다. [OPENING SPREAD: COURTESY OF THALES ALENIA SPACE].

[포춘코리아(FORTUNE KOREA)=Michal Lev-Ram 포춘 기자] 우주관광을 추진하는 억만장자 기업가들이 모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동안, 여성들은 마지막 개척지인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가장 흥미롭고 혁신적인 일부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 우주항공 산업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여성 스타’들을 만나보자.

캔디스 존슨은 필자에게 1988년 12월 12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흐릿한 흑백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매우 또렷했다.

이 사진은 유럽 우주항공기업 SES-존슨이 공동 설립했다-가 개발한 최초의 아스트라 위성이 발사되기 전날 찍은 것이었다(선견지명을 가진 또 다른 기업가 루퍼트 머독이 그녀의 첫 고객이었다. 그는 자신의 스카이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기 위해, 첫 비행을 앞둔 아스트라 위성을 이용했다).

존슨은 그 사진을 컴퓨터에 업로드한 뒤, 줌을 통해 필자와 공유했다. 사진 속에는 아스트라 1A호의 발사대 뒤에 있는 두 줄의 사람들이 보였다. 일부는 서있고, 일부는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버튼이 달린 흰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를 입고, 직사각형 이름 배지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존슨을 찾기는 쉬웠다. 거의 30명에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스커트를 입은 유일한 여성은 그녀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팀에서도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야심차게 준비한 우주선의 발사 성공을 위해 수년간 자금을 조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기업가는 “내가 거기 없었더라면 남자들 어느 누구도 그곳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당시에는 내가 유일한 여자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날 쿠루에서 발사 이후, 존슨은 더 많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리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이로 인해 그녀는 ‘위성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하지만 그녀는 사진 속에서, 그리고 임원들과 이사회 속에서도 유일한 여성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깨닫게 됐다.

결국 그런 감정이 몸에 배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것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30년간 우주항공 기술의 혁신과 투자에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서 일하는 여러 여성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숫자를 늘리는데 전념했다. 존슨은 “우리는 항상 서로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존슨 같은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분야에서, 혼자 힘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스트라 주간존슨(맨 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1988년 아스트라-1A 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그녀는 팀의 성별 구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이후 민간 우주항공산업에서 점점 더 증가하는 여성 기술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고 알리는데 집중했다고 말한다. COURTESY OF MARCEL TOCKERT/PHOTOTHÈQUE DE L A VILLE DE LUXEMBOURG.
아스트라 주간존슨(맨 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1988년 아스트라-1A 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시 그녀는 팀의 성별 구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이후 민간 우주항공산업에서 점점 더 증가하는 여성 기술자들을 만나고, 그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고 알리는데 집중했다고 말한다. COURTESY OF MARCEL TOCKERT/PHOTOTHÈQUE DE L A VILLE DE LUXEMBOURG.

스푸트니크와 익스플로러 1호 시대 이후, 우주항공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주로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진 채 열심히 일해왔다(유색 여성들은 더욱 그랬다. 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경쟁 시기 동안, NASA에서 근무한 세 명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이 걸어온 길을 영화화한 ‘히든 피겨스’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존슨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 상업용 우주항공 시장의 규모는 아주 작았다.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 뿐만 아니라 기업가라는 점에서도 매우 희귀한 존재로 간주됐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지구의 대기권 너머를 목표로 한 거의 모든 프로젝트는 민간 기업 대신 정부가 운영하는 우주항공기관들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늘날, 민간 자금이 빛의 속도로 다양한 우주항공 관련 혁신사업에 유입되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리서치 회사 브라이스테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367억달러가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에 투자됐다. 이 중 72%가 2015년 이후 유입됐다.

최근 민간 자금의 증가세는 주로 벤처캐피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우주가 말 그대로 ‘차세대 거대시장’이 될 것이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만 우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민간 우주항공기업들은 또한 최근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여가고 있다. 세 명의 억만장자들-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이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는 장관과 믿기 힘든 혁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이 억만장자들과 그들의 기업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있다.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이런 인기는 우주항공 분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들의 눈부신 우주비행 성공으로 인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매력과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억만장자 창업가들의 우주비행 도전은 업계의 현실을 가리는 측면도 있다. 이 세 사람 모두 우주관광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흥분되는 일이지만, 우주관광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벌어지는 혁신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브라이스테크에 따르면, 우주관광 시장은 3660억달러 규모의 ‘우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억달러에 불과하다. 더욱이 베이조스 같은 유명 남성 기업가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다른 공공 부문에서 여성들의 중요한 기여도를 최소화하거나 간과하곤 했던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주항공 산업에는 어떤 것들이 걸려 있을까? 우선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있다. 모건 스탠리는 세계 우주항공산업이 2040년까지 현재 연간 추정치의 3배가 넘는 1조달러 이상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여성들-다른 민족·인종·국적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이 급성장하는 이 분야에서 합당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고질적인 불평등에 시달리는 또 다른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우주항공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실제로 우주를 탐험하고 그 미지의 세계를 발판 삼아, 번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졌다. 먼 미래의 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가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인류를 위한 차기 개척지를 탐험하는데 있어 모든 인류가 대표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존슨은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는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그녀는 오랫동안 느리지만 확실하게 커리어를 구축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그녀의 명함철은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지금처럼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서 소외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존슨은 “여러분이 남성 중심의 권력 카르텔에 속해 있지 않다면, 굳이 그곳에 들어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다른 말로 하면, 혼자 힘으로 당신만의 권력 카르텔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민간 우주항공산업을 움직이는 여성들이 하는 일이다.

존슨과의 많은 대화는 그녀가 필자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말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녀는 필자에게 ‘꼭 인터뷰를 해야 할’ 여성들을 소개했다.

그 명단은 갈수록 늘어났다. 자신이 개발한 로켓을 발사하려는 사우디 기업가부터, 날씨 패턴을 추적하기 위해 나노 위성을 사용하는 한 영국 창업자에 이르기까지 24명 이상의 여성들이 그녀의 리스트에 포함됐다.

“모든 사람을 위한 우주라는 명제가 가장 최우선시 돼야 한다. 우리 지구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과 우주가 인류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을 더욱 이해시킨다면, 정치인들의 이해도 또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시모네타 디 피포 유엔우주사업사무소 국장

존슨의 인적 네트워크는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다. 그녀 자신도 미국인이지만 룩셈부르크 출신 남성과 결혼, 삶의 대부분을 유럽에서 보냈다(존슨은 우주항공산업에 종사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1950~60년대에 미국 정부를 위해 최초의 통신위성 제작에 참여했다). 그녀는 초기에 우주항공산업 관련 회의에서 마주친 다른 여성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하며,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지난 1992년 그녀는 특히 위성통신 분야에서 일하는 소수의 여성들을 위해 좀 더 공식적인 단체의 설립을 도왔다(이 단체는 현재 약 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이 더 많은 응용분야로 성장하고, 더 많은 민간 기업들이 참여함에 따라 존슨은 여성 기업가들에게 멘토링과 투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투자는 또 다른 투자로 이어졌다. 오늘날 존슨은 런던에 본사를 둔 세라핌 캐피털에서 파트너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업체는 “우주항공기술 투자”의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고 있다(그녀는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캐나다 기업 노스스타의 이사회 부의장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세라핌에서도 특히 여성 기업가들을 영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존슨은 전체 커리어 동안 여성 동료들이 자리를 잡고, 해당 분야에서 출중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싱가포르에서 주로 활동하는 리넷 탄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우주항공산업에 존재하는 “노골적인 진입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진=JULIANA TAN].
싱가포르에서 주로 활동하는 리넷 탄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우주항공산업에 존재하는 “노골적인 진입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진=JULIANA TAN].

그녀는 “이 업계에는 여성을 위한 불문율이 있다”며 “누군가가 당신에게 회의 연설 같은 부탁을 했는데 여의치 않으면, 다른 여성을 추천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존슨이 ‘꼭 인터뷰해야 할’ 인물로 추천한 여성 중 한 명은 독일에 살고 있다. 존슨이 바로 6년 전 우주항공 회의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기업가 엘렌 휴비다. 둘은 궁합이 잘 맞았다.

휴비는 이 분야에서 우주항공 기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대표적인 차세대 여성이다. 투자가 급증하고 인공위성과 캡슐 및 우주선의 발사비용이 떨어지며 진입 장벽이 낮아진 덕분에, 우주항공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10년 전만 해도 보통 발사 비용은 kg당 2만달러나 됐다. 반면 오늘날은 2000달러에 불과하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우주방위 사업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휴비는 현재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궤도에서 최대 6개월까지 머물며, 우주 데이터를 수집 및 처리하는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그녀는 이 데이터를 향후 다양한 고객사들에 제공하길 희망한다.

수십 년 전에는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만이 그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억만장자들이 후원하는 거대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이 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 발사 시스템 개발로, 우주비행 비용을 상당히 절감했다(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성으로, 스페이스X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그윈 숏웰이 이번 기사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특별히 언급한다).

휴비 같은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이런 혁신에 올라타서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 가져온 모든 비용 절감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새 가능성이 생겨났다.

아토모스 CEO 버네사 클라크는 궤도에서 인공위성을 재배치할 수 있는 ‘우주 예인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DAVID WILLIAMS].
아토모스 CEO 버네사 클라크는 궤도에서 인공위성을 재배치할 수 있는 ‘우주 예인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DAVID WILLIAMS].

물론 소위 우주선 발사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휴비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더 즉각적인 매출 창출에 애쓰고 있다. 일례로, 그녀는 자사 우주선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우주항공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에 제공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다. 

자신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휴비는 존슨처럼 다른 여성들의 신생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녀는 또 ‘카르만 프로젝트’라는 비영리 단체-우주항공 기업가들을 위해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의 설립을 도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의 거의 절반은 여성이다.

휴비와 존슨의 궁합이 잘 맞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휴비도 필자에게 자신의 ‘추천인’ 리스트를 보내왔다.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소개 이메일이 받은 편지함으로 쇄도했다.

네하 사탁은 인도 방갈로르에 기반을 둔 아스트롬 테크놀로지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다(휴비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회사는 사탁의 세 번째 우주항공 스타트업이다.

그녀는 또한 ‘소행성 궤도 변경’ 기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아스트롬의 목표는 간단하지만 야심차다. 지상파 및 위성 통신을 모두 활용,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탁은 “이 기술의 핵심 일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활용, 기존 위성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많은 공학 인재들이 참여하는 심층 기술이다. 항공우주공학 박사인 사탁 자신도 6년 이상 이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때때로 외로운 싸움을 의미한다.
사탁은 “나는 특히 인도에서 ‘새로운 우주항공산업’에 종사하는 유일한 여성 기업가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바버라 벨비시다. 그녀는 언젠가 달이나 심지어 화성에서 인간 생명 유지에 필요한 공기주입식 ‘바이오포드’를 만들고 있다(휴비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존슨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고안된 60평방미터 크기의 환경 통제 서식지가 현재 파리 외곽의 한 창고에서 개발되고 있다.

필자는 또 다른 사업가 리넷 탄도 만났다. 그녀는 싱가포르에서 우주항공 스타트업들을 위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관련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아토모스-인공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궤도간 수송기’를 개발한다-의 호주 출신 공동 설립자 겸 CEO 버네사 클라크도 있다(그녀는 그것을 우주의 “예인선”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로 미국 정부의 눈길을 끈 클라크는 NASA 및 국방부와 200만달러 규모의 계약에 성공했다.

이 여성들이 필자에게 인맥 네트워크를 공개했을 때, 나는 그들이 가진 공통점 때문에 줄곧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즉, 그들은 크고 대담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은 수년이 아니라 수십 년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우주 분야에서는 특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들은 협업에 굶주려 있기에 서로에게 투자를 한다. 또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억만장자가 아니다. 억만장자들로부터 자금을 받는 경우도 없었다.

그들이 저 먼 우주까지 탐험하는 것을 좋아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바로 여기 지구에서 회사의 기틀을 잡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가 바버라 벨비시는 우주에서 농작물 재배를 위해 ‘바이오포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LAURA STEVENS].
프랑스 기업가 바버라 벨비시는 우주에서 농작물 재배를 위해 ‘바이오포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LAURA STEVENS].

우주항공개발 시대로 들어선지 어느덧 6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 동안 불과 600명 정도가 실제로 지구 대기를 떠났다고 생각하니 약간 놀라웠다. 그 가운데 여성이 69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욱 놀랐다.

아누세흐 안사리는 그 여성들 중 한명이다. 그녀는 기술개발을 돕는 글로벌 비영리 벤처단체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이사장이자 기업가다. 안사리는 2006년 최초의 여성 ‘우주 관광객’이 됐다. 그녀는 국제우주정거장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비공개 금액을 지불했다.

안사리는 “그것은 굉장한 경험이었다”며 “향후 다양한 형태의 우주비행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모든 사람이 쉽고 효율적으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우주에서 많은 사업 기회들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 “우주항공 사업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유색인종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인당 최소한 약 25만달러가 드는 우주관광이 경험의 관점에선 ‘민주적’이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다만 우주관광을 떠나는 여성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9월 중순 스페이스X는 세계 최초로 아마추어 우주 비행사들을 궤도로 쏘아 올렸다.

그 팀은 시속 1만7000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도는 드래곤 캡슐을 타고 3일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사업은 또 다른 억만장자이자 결제 처리회사를 운영하는 재러드 아이작먼이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참가자들 중에는 2명이 여성이 있었다. 지구과학자 시안 프록터와 29세의 소아암 생존자 헤일리 아르세노-우주에 간 최연소 미국인이 됐다-가 그 주인공들이다. 

정부 주도의 우주항공 프로그램은 더 다양한 우주 비행사들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5년까지 최초로 여성 및 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기 위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면, 고무적인 것만은 아니다. 2019년 NASA는 첫 여성 우주인의 유영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다. 이 계획에 참여한 두 명의 여성 우주인에게 제공할 적합한 우주복이 한 벌만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였다(과거 예산 삭감을 당한 이 기관은 남성용 우주복만 신경을 썼던 것이다). 

우주복 소동은 NASA 부국장을 역임한 MIT 미디어 랩의 책임자 다바 뉴먼에게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그녀는 존슨의 또 다른 인맥 중 한 명이다). 뉴먼은 좀 더 가볍고 ‘제2의 피부처럼 얇고 편안한’ 바이오슈트-우주 비행사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된 우주복이다-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옷은 또한 NASA의 이전 우주복 모델을 입을 수 없었던 키 163cm 이하의 뉴먼 같은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됐다. 아울러 여성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그녀는 “이런 혁신을 추진할 때 더 다양한 사람들을 이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비율을 볼 때, 눈에 띄는 변화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광활한 우주: 최근의 한 통계 자료는 우주항공산업의 시장규모가 놀랍게도 연간 366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수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2710억달러 규모의 위성 부문이다. 여기에는 내비게이션과 텔레비전,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장치들과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모든 기술이 포함돼 있다. 우주 관광은 높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전체 우주항공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적은 17억달러에 그친다.

당신은 아마도 소행성 21887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7.6km 너비의 이 암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주요 소행성대에 떠 있는 수백만 개의 암석 중 하나다. 소행성 21887은 지난 1999년 애리조나에서 연구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약 10년 후에, 그 암석은 ‘디피포’라는 훨씬 더 의미 있는 이름을 갖게 됐다. 

시모네타 디 피포 유엔우주업무사무소 소장이 바로 과거 21887호로 알려진 소행성과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우주항공 분야에 35년이나 종사하다 보니, 누군가가 소행성에 내 이름을 붙일만한 자격이 있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디 피포는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유럽우주국의 우주비행 책임자를 역임했다. 그녀는 일생을 우주 탐사와 우주 여행의 대중화에 바쳤다. 또한 이 분야에서 여성 네트워크를 확대하는데 헌신했다. 2009년에는 우주항공 분야에 종사하는 유럽 여성들을 위한 단체를 공동 설립했다.

현재 유엔에서 디 피포의 역할은 모든 우주 관련 업무의 국제적인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평화적인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국가들을 하나로 규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전 세계 모든 나라들과 공공 및 민간 부문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도 포함한다. 그것은 또한 우주에 관한 결정에 있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성을 보장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지구상에서 일부 목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목격했다.

그리고 혁신과 우주에 대한 접근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디 피포는 “올해에만 이미 2000개의 위성이 궤도에 발사됐다”라고 설명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 숫자는 연간 600개에 그쳤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우주라는 명제가 가장 최우선시 돼야 한다”라며 “우리 지구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상황과 우주가 인류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을 더욱 이해시킨다면, 정치인들의 이해도 또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 피포 입장에서 이런 일은 소행성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도 중요하긴 하다.

지난 3월 NASA는 27개 소행성에 ‘선구적인’ 우주비행사들-흑인과 히스패닉, 북미 원주민 우주탐험가들로 그들 중 일부는 여성이다-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거기에는 현재 ‘스테퍼니 윌슨’으로 알려진 소행성 103738도 포함돼 있다.

이 암석은 우주항공 엔지니어 스테퍼니 D. 윌슨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그녀는 우주 정거장을 세 번 여행하고 우주에서 42일 이상 근무했다. 가까운 미래에 윌슨은 더 많은 신기원을 이룰지 모른다. 그녀는 현재 NASA 아르테미스 팀에 속해 있다. 따라서 아마도 달에 발을 디딜 최초의 여성이 될 수도 있다.

10월 초 유엔은 세계우주주간을 기념했다. 이 글로벌 행사는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연설과 대회, 강연, 그리고 어린이 캠프로 구성돼 있다. 매년 주제가 정해진다. 작년 주제는 ‘인공위성이 인류의 삶을 개선한다’였다. 올해 주제는 처음으로 ‘우주항공 산업에 종사하는 여자들’로 정해졌다.

존슨은 당연히 자문위원회의 일원으로 포함됐다. 그녀는 올해 주제가 흥분되지만, 개인적으로 지구를 떠나고 싶은 욕구가 없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기사를 위해 대화를 나눴던 수십 명의 여성들 중, 그녀는 유일하게 우주여행을 열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그녀는 “나는 여기서 행복하다. 그리고 우주에 나갈만큼 배짱이 없다”고 밝혔다.

존슨 자신이 스스로 궤도에 오르거나 달 표면에 착륙하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더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하려는 사람들이 앞으로 많이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그럴 사람들을 찾고 있는가? 그녀가 아마도 당신에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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