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로절린드 브루어 WBA CEO와의 대화

  • 기사입력 2021.12.21 14:22
  • 최종수정 2021.12.22 09:10
  • 기자명 BETH KOWITT 기자
월그린의 부활을 이끄는 여성 수장 브루어는 대량 상품과 커피, 그리고 지금은 화장품, 구강 세척제, 처방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경력을 쌓았다. 과연 그녀가 판매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LUCY HEWETT].
월그린의 부활을 이끄는 여성 수장 브루어는 대량 상품과 커피, 그리고 지금은 화장품, 구강 세척제, 처방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경력을 쌓았다. 과연 그녀가 판매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LUCY HEWETT].

[포춘코리아(FORTUNE KOREA)=BETH KOWITT 포춘 기자] 브루어는 지난 3월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의 CEO로 취임했다. 월그린이 백신 공급업체로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직후였다. 우리는 새롭게 CEO 자리에 오른 (올해 MPW(Most Powerful Women) 순위 6위) 그녀와 함께 기업의 최고 자리까지 오르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그녀의 임명이 갖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헬스케어와 소매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이 인터뷰는 지면사정과 명확성을 고려해 발췌 요약했다.

수락까지의 과정

분명 당신은 CEO직을 맡아 달라는 전화를 여러 곳에서 많이 받았을 것이다. WBA의 어떤 점 때문에 CEO직을 수락했나?

브루어: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 나는 스타벅스에 몸을 담고 있었고 1 커피 산업에 종사하면서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새로운 분야로의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을 시작할까?’ 아니면 ‘여가 시간에 창의적인 뭔가를 시작할까?’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또한, 성장한 아이들도 독립을 앞두고 있어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형편이었다.

팬데믹 중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제안받은 CEO 자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새 역할을 맡게 될 때, 내가 하는 첫 번째 일은 90일이라는 긴 시간을 갖고 스스로 몰입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매장들을 방문한다. 하지만 월그린 매장을 둘러 봤을 때, 그들의 운영 방식은 내가 평소 알던 방식과 달랐다. 나는 팬데믹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매장의 운영 모델에 의문을 가졌다.

이번에는 다소 다르게 행동했다. 새로운 운영 모델들이 어떻게 비교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연대회에 참여했다. 또한 나는 일부러 의지를 갖고 나에게 직접 보고하는 직원들과 일대일 영상 미팅을 해 나갔다. 이런 억지스러움은 평소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해 나가는 내 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이직을 전혀 권하고 싶지 않다.

개척자로서의 삶

당신이 이룬 성취는 종종 “처음” 또는 “유일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 기분이 어떤 지 솔직하게 말해달라.

이번 CEO 기회를 놓고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WBA 이사회의 멤버 중 한 명이 내게 “이번 제안이 엄청난 뉴스가 될 거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솔직히 CEO직을 노렸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이번 기회가 흥미롭다고는 생각했다. 예를 들면, 헬스 케어와 백신 같은 분야 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멘토 중 한 명인 전 펩시코 CEO 인드라 누이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그녀는 “와우! 이건 정말 대단한 기회인데”라고 말해줬다. 그제서야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2021년이다. (내가 CEO 자리에 오르는 것이) 그렇게 엄청나거나 대단한 일이 되서는 안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유색인종 여성들 가운데 이와 같은 최고경영자급 자리에 오른 여성이 현재까지 내가 처음이라면 진정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자의 장점을 살려 훌륭한 리더가 되다

당신은 킴벌리 클라크에서 화학연구원으로 시작했다. 다른 많은 CEO들이 그런 배경을 갖고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화학과 과학을 즐겼지만 항상 연구실에 있었다. 매우 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상당히 분석적인 편이다. 어떤 형태의 데이터를 기초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바로 내 DNA다. 현상유지가 편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상황이 너무 순조롭게 흐르면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당신은 과학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반과학적 정서가 백신 접종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하는가?

어떤 결정이든 과학적 사고에 근거해야 한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이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이고, 우리 신체의 화학적 반응 그리고 우리를 둘러 싸고 있는 환경에 관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이미 잘 인지된 사항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과학적 합리성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백신접종을 의무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접종 의무화를 모든 매장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나는 태생적으로 과학자다.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에 무관심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백신이 생명을 살리고 있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백신 접종의 메신저가 되고자 한다. 백신은 인류가 팬데믹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게임 체인저다.

현재 백신접종 추세를 볼 때, 우리는 팬데믹의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팬데믹은 우리 공동체의 일부가 매우 건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리는 왜 그런지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 때문인가, 아니면 음식과 의료 서비스로부터 단절된 곳이기 때문인가?” 이번 팬데믹 상황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었다. 3

또한, 우리 모두가 평상시 건강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돌볼지,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의 일부 지역은 아직도 제3세계 국가들처럼 의료 서비스가 취약하다.

약국에 대한 향후 전망

약국은 백신접종 및 검사 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4 팬데믹이 끝날 때, 약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미국 전역에 9100개의 월그린 매장이 있다. 하루에 800만명의 고객들이 우리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몰을 방문한다. 미국인의 78%가 우리 매장에서 5마일 이내에 살고 있다.

약사는 진정한 건강 컨설턴트다. 이번 팬데믹에서 그들은 더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우리 약사 보조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일부 매장 매니저들에게까지 백신접종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인적 자원들의 역량이 한층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환자와 관련된 전반적인 치료 측면에서, 약사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월그린을 비롯한 드러그스토어(drugstore)들이 아마존에 맞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 5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가?

헬스케어 공간은 활짝 열려 있다. 모두를 위해 활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마존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그렇게 두렵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무엇을 협업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또한 애플이 건강 앱을 통해 수집해 온 모든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까? 나는 WBA가 이런 기업들과 협업하길 원한다. 글로벌 차원의 의료 서비스를 가속화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쪽 업계에 더 발을 들일수록, 어떤 점이 가장 놀랍나?

헬스케어를 둘러싼 비용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 특히 누가 돈을 벌고, 누가 그렇지 못한지 알게 됐다. 환자의 관점에서 금전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지 따져보면, 시장은 완전히 균형을 잃은 상태다.

시장 구조가 무척 복잡하다. 그래서 환자가 먼저 1차 진료의사를 찾아가고, 그런 다음 보험사에 연락하고, 이후에 물리치료나 처방전 조제 같은 다른 서비스도 필요할지 모른다. 이 전체 과정에서 먹여 살려야 할 입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환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약자인 그들은 그럴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약사 업무 이외의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약을 조제하는 것 이상의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 6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약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그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당신은 다섯 남매 가운데 막내였고, 스펠먼 대학 진학을 위해 (다섯 남매 중) 유일하게 고향인 미시간을 떠났다. 7 그 결정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부모님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입학원서 작성이 그들에게는 낯설었다. 형제들이 날 도왔지만, 나는 그들보다 더 독립적으로 살았다. 그들은 모두 아직 미시간에 살고 있다. 내 결정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완전히 홀로서기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시절 고학생(苦學生)으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아버지도 18세에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그는 당시 남부 앨라배마를 떠났다. 흑인 남성이 그곳에 있다는 자체가 위험했던 시기에 남부를 벗어난 것이다. 그와 나는 ‘대탈출’을 감행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쇼핑 혹은 배달?

10년 후 소매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팬데믹이 닥쳤을 때, 소매업체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매우 낯설었던 대체 영업채널을 가동했다. 8 당시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몇 군데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상점과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멋진 재결합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스타벅스를 떠나면서, 얘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는 곳으로 가고 싶어할 것이다. 실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제품과 경험은 향후 기업에 진정한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밖의 필요한 것들은 온라인으로 주문만 하면 된다.

디지털을 활용하는 구매자들은 계속 크게 증가할 것이다. 내 어린 조카들도 그렇다. 그들은 서너 살 때부터 물건을 주문할 줄 안다. 그래서 항상 아이패드를 조심해야 한다(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BETWEEN THE LINES-----------------

1. 커피업계 경력: 브루어는 월마트의 샘스 클럽 CEO에서 물러난 후, 2017년 스타벅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은 그녀를 최고운영책임자로 임명했다.

2. 항상 맨 앞자리에 서다: 브루어는 샘스 클럽 CEO에 오른 최초의 흑인 여성이었다. 그후 스타벅스에서도 임원직을 맡았다. 또한 포춘 500대 기업을 경영하는 4명의 흑인 여성 CEO 중 한명이다. 그리고 WBA는 역대 흑인 여성이 경영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3. 모두를 위한 백신접종: 월그린은 ‘백신 형평성’을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 그래서 소외 지역의 교회와 커뮤니티 센터에 코로나 백신 클리닉을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이동식 진료소 버스투어를 시작했다.

4. 매출 성장: WBA는 지난 7월 2021 회계연도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부분적으로 회사의 백신접종 역할 덕분에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뛰어넘었다. 회사는 또한 2021 회계연도 전망치를 2분기 연속 상향 조정했다.

5. 베이조스와의 만남: 브루어는 2019년 아마존 이사회에 합류했다. 당시는 월마트와 맺은 경쟁업종 취업금지 계약이 끝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월그린 CEO로 발탁되자, 그녀는 아마존 이사직을 사퇴했다.

6. 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 지난 9월 WBA는 9억7000만달러를 들여 실즈 헬스 솔루션—병원들과 제휴하는 전문 약국—의 다수 지분을 인수했다.

7. 자랑스러운 흑인 여성: 브루어는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1세대 학생들을 위해 매년 장학금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8. 소매 혁명: 월그린는 2020년 미리 주문한 제품을 매장 밖 도로에서 받는 서비스(커브사이드 픽업)를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 7월 600만 건의 커브사이드, 드라이브 스루, 라스트 마일 배송 주문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