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환경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불확실한 친환경 기준

  • 기사입력 2021.12.20 15:24
  • 기자명 KATHERINE DUNN 기자
[PHOTO ILLUSTRATION=ANDREW B. MYERS]
[PHOTO ILLUSTRATION=ANDREW B. MYERS]

[포춘코리아(FORTUNE KOREA)=KATHERINE DUNN 포춘 기자] 인기 높은 대용우유(비건 우유 등 포함) 생산업체인 ‘오틀리’를 둘러싼 논쟁은 불편한 의문을 제기한다. 친환경 투자자들은 어떻게 진정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할 수 있을까?

기업공개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7월의 어느 수요일, 광적인 인기를 누리던 스웨덴의 귀리우유 제조업체인 오틀리는 뜻하지 않게 큰 일을 겪었다. ‘오틀리가 거짓말(Oat-LIES)’을 퍼뜨렸다고 비난한 어느 한 공매도 보고서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이 공매도 보고서를 발간한 투자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둔 스프루스 포인트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곳이다. 이 회사는 여러 관점에서 비판했다.

우선 오틀리가 매출을 부풀리고 회계를 부실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하며, 오틀리 경영진을 공격했다. 아울러 오틀리가 급성장하는 귀리우유 시장에서 네슬레와 초바니 같은 중량급 라이벌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투자회사가 가장 강조한 공격 포인트는 오틀리 브랜드의 핵심인 친환경 가치를 정조준한 것이다. 스프루스 포인트는 오틀리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가치와 함께, 특히 친환경 가치실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약속한 내용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회사는 또한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 비건 우유가 사실은 그렇게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의문마저 제기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의식이 강한 젊은 고객들에게 홍보를 집중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 기업들은 벤처 캐피털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오틀리는 현명하게도 친환경 미션을 가장 중심에 두는 솔직하고 독특한 브랜드를 구축함으로써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울러 오틀리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귀리우유가 젖소로부터 얻는 우유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오틀리는 ‘포스트 밀크 세대’의 부상을 선언하는 슬로건을 앞세워, 자사의 탄소 발자국을 제품 포장에 명시한다. 토니 피터슨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단순한 귀리우유 제조회사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사람과 친환경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스프루스 포인트의 보고서는 오트밀이 주장하는 바로 그 ‘친환경 이미지’를 퇴색시키려 했다. 우선, 이 투자 회사는 오틀리가 뉴저지 공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폐수를 방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렇다면 제품 운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라는 의문도 함께 제시했다.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결과적으로 오틀리는 새로운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스웨덴에서 중국까지 전세계를 반 바퀴 돌아 귀리우유를 날라왔다. 

오틀리는 지난 7월부터 스프루스 포인트의 주장에 대해 언론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다. 피터슨은 8월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조사 결과 이 보고서가 “거짓이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회사는 임직원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하지만 월가 일각에서는 이미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주가는 21%나 하락했다.

공매도를 추적하는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회사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은 3억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는 오틀리 총 발행 주식의 3.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투자자들이 회사에 회의적인 이유는 또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사람들은 귀리우유가 만들기 쉽기 때문에 오틀리가 경쟁력 있는 ‘해자(진입장벽)’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부인에도, 오틀리가 이른바 ‘그린 워싱’-실제보다 더 친환경적이라고 마케팅을 하는 위선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오틀리(또는 어떤 회사)가 진정한 ‘친환경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투자자들에게 진정 골치 아픈 일이다.

친환경 기업을 판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일관성이 없다. 현재 친환경적 가치를 갖고 있는 기업들, 그리고 ‘윤리적’ 가치가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고 앞으로는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평가사들은 불투명한 기준에 근거해 서로 상반된 점수를 시장에 제시하고 있다. ESG 등급의 불일치를 추적하는 ‘Aggregate Confusion Project’의 멤버이자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베르토 리고본은 “현재 윤리적인 행동을 측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관찰자들이 어떤 기준을 들이대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종류의 ‘윤리적’ 행동을 우선시 하느냐에 따라, 같은 회사가 영웅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악당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OURCE=MORNINGSTAR]
[SOURCE=MORNINGSTAR]

특히 친환경 투자자들에게는 평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지속가능성 이라는 이름이 붙은’ 펀드의 자산 규모는 2조2400억달러로 3년 전 금액의 2.4배에 달했다.

현재 이 카테고리에는 무려 4929개의 펀드가 존재한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자본시장의 투자자금이 ESG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급격히 쏠리면서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ESG 투자자들의 달러를 끌어 모으기 위해, 행태를 바꾸는 등 그린워싱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기업들의 꼼수가 회의론을 부추기고 있다. 스스로를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심해 채굴기업에서부터, 짐바브웨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 액화천연가스 탱커를 ‘탄소 중립’이라고 주장하는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은 다양하다. 

그러나 ESG가치에 대한 투자지속가능성을 정의하기 위한 규제 노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유럽연합(EU)은 수년 동안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거의 진척이 없다.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ESG 정의가 남용된 사례를 조사하고 있지만 통일된 규정 적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평가 및 규제 지침의 부재 속에서, 투자자들은 잡다한 ESG 평가기관의 조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KPMG에 따르면, 시장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30개의 주요 정보 제공업체들이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 업체들의 정보에 근거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될 만한 상품을 선택한다.

그러나 회사들이 내놓고 있는 일관성 없는 공시와 허술한 평가 및 규제의 부재로 인해, 이들 중 투자경험이 오래되고 능력 있는 기관투자자들조차 양심과의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리고본과 다른 두 명의 MIT 연구원은 ‘기관들의 ESG 평가가 측정 대상과 측정 비중, 최초 측정 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양한 형태의 증거를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궁극적인 진실은 결코 알 수 없다.”
줄리안 쾰벨, 취리히대학 경제학자

예를 들어, 리고본은 한 회사의 여성 직원 대우에 대한 평가를 설명한다. 즉, 누가 점수를 매기느냐에 따라 이 항목은 ▲직원 이직률 ▲고위 경영진의 성별 다양성 ▲혹은 공식 근로민원 등의 기준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준은 잠재적으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회사가 한 기관에서는 상위 10%, 다른 기관에서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는 등 상반된 평가는 기이한 편차를 보일 수 있다.

더욱이 많은 기관들이 섹터 전반이 아닌 업종으로 국한해 기업들을 평가해 이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평가기관들이 테슬라-석유를 쓸모 없게 만드는 것이 사명이다-보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에 더 높은 ESG 점수를 주는 이유 중 하나다.

리고본의 논문 공동 저자이자 현재 취리히 대학의 박사후 과정에 있는 줄리안 쾰벨은 ESG 평가의 어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규정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 애널리스트가 테슬라 주가가 오를 것이라 분석하면 결국 그 예측이 적중했는지 분명히 밝혀질 것이다. 그는 이와 대조적으로 “ESG 평가는 법정 절차의 성격에 가깝다. 심의가 진행되고, 다양한 형태의 증거를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판정을 내린다”면서 “궁극적인 진실은 결코 알 수 없다”고 묘사한다.

오틀리의 경우, 어필할 만한 점수조차 없다. 회사는 최근 상장했기 때문에 주요 기관들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ESG 평가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체계를 잘 갖춘 기존 기업들과 비교할 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오틀리가 강조한 친환경성이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귀리우유가 젖소가 생산한 우유보다 탄소배출 정도가 낮다’는 회사의 핵심 주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낙농업은 탄소를 제거하기 힘든 산업으로, 부분적으로 젖소가 방귀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더 강력한 메탄을 내뿜기 때문이다.

BBC가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귀리우유는 유가공 우유와 비교할 때 온스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오틀리 CEO 피터슨은 포춘에 제출한 성명에서 “소비자들이 소 유제품에서 (귀리우유로) 전환하도록 도울수록, 우리는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프루스 포인트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벤 액슬러도 귀리우유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의 비판은 오틀리의 사업 운영, 특히 제품 수송이 환경에 초래하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액슬러는 오틀리가 신규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전 세계의 제품과 재료 수송을 서두르면서, 결국 자사가 내세운 가치보다 성장에 더 치중해왔다고 지적한다. “오틀리가 급성장하는 동안 자신의 미션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오틀리가 기후에 미친 영향을 비판하는 유명한 근거가 또 있다. 귀리 그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회사는 그동안 성장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투명한 태도를 취해왔다.

오틀리는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귀리 회사의 고백’이라고 명명했다. 회사는 2019~2020년 탄소배출량이 111% 늘며, 같은 기간 81%의 생산량 증가율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오틀리는 이런 증가가 부분적으로 개선된 ‘탄소 계산’에 기인하지만, 또한 유럽에서 아시아로 귀리를 운송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문을 여는 중국 공장을 포함해 더 많은 지역에 공장들을 지으면, 이 두 가지 문제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오틀리의 자체 평가는 ESG 마인드를 갖춘 다른 기업들이 조만간 고심할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일부 감시와 규제 기관들은 기업들에 탄소배출과 공급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더 솔직하게 밝힐 것을 촉구함으로써, ESG 표준을 일부 개선하고자 한다.

오틀리는 바로 그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윤리적인 브랜드라면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그 솔직함은 스프루스 포인트와 다른 비판론자들에게 오히려 빌미를 제공했다(여기에는 원고 변호사들도 포함된다. 보통 공매도 보고서가 나오면 벌어지는 것처럼, 여러 로펌들이 오틀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로선 이 귀리우유 제조사는 계속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틀리는 2023년까지 전세계에 9개의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생산능력의 3배 이상이다. 회사의 탄소 발자국 또한 적어도 증가할 것이다. 그것이 오틀리를 성공 스토리로 만들지, 아니면 ESG의 경고 사례로 만들지는 평가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