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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강한 법 제정...난관에 부딪힌 기업들

  • 기사입력 2021.12.20 16:36
  • 기자명 MEGAN LEONHARDT 기자
[PHOTO ILLUSTRATION=SELMAN DESIGN]
[PHOTO ILLUSTRATION=SELMAN DESIGN]

[포춘코리아(FORTUNE KOREA)=MEGAN LEONHARDT 포춘 기자] 기업 친화적인 주들이 정치색이 강한 법을 제정함에 따라 기업들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는 최고 등급의 훌륭한 레스토랑,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무대, 젊은 전문가 그룹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은 캐린 루이스에게는 이주할 이상적인 장소로 보였다.

현재 미시시피 주 잭슨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 홍보전문가는 본사가 뉴욕인 회사가 오스틴에 지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내년 초에 파트너와 함께 텍사스의 이 중소 도시로 이사할 계획이다.

올해 28세의 루이스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오스틴을 일종의 히피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오스틴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손쉽고 저렴한 이주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텍사스가 논란 끝에 임신 6주 후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신규 법안을 통과시키자 루이스는 이 계획을 재고하게 됐다.

그녀는 “우리는 지금 다른 옵션들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보수적인) 미시시피에서 이사하기 때문에, 좀 더 진보적인 곳을 원한다. 그리고 이번 법안은 분명 시대 흐름에 뒤처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텍사스에서 통과된 신규 법안들 가운데 낙태 법안만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텍사스는 가장 최근의 입법 기간 동안에 투표권을 제한하고, 주민들이 허가증 없이도 공공 장소에서 권총을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노숙자 수용소를 금지하고, 학교에서 비판적인 인종 이론을 가르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들을 제정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점차 증가하는 당파적 분열의 일부 사례들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번진 이런 분열은 대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 조지아, 플로리다 같은 주들은 법인세율 인하, 이전을 위한 현금이나 세금 우대 혜택, 그리고 직원들을 위해 보다 저렴한 생활비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포춘 500대 대기업들을 수년간 설득해왔다.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예를 들어 텍사스는 찰스 슈워브, 휴렛 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오라클의 본사 유치를 포함해 캘리포니아를 탈출하는 많은 기업들을 적극 영입했다. 테슬라도 이곳에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 한편 에어비앤비는 애틀랜타에 기술 허브를 오픈할 계획이며, 스포티파이도 마이애미에 주요 사무실을 열었다. 

그러나 이런 주들은 동시에 젊고 진보적인 다수의 기술직 근로자들이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사회적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와 ESG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각종 리스크 관리를 기업들이 직접하도록 전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이코노미 어드바이저스의 공동 설립자 겸 CEO 앤서니 존드로는 “최근 텍사스로 이전한 기업들이 많이 있다. 텍사스가 기업하기 더 우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예전처럼 기업에 유리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다.

지리적인 이점을 취하는 전략은 사실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자문회사 가트너의 인사 관행 연구 책임자인 브라이언 크롭은 “과거에 기업들은 공급업체에 대한 접근성이나, 유통 장소에 대한 근접성을 바탕으로 입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거점을 기준으로 이전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해안가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데 드는 고비용에 지쳐가면서 몇몇 남부 주들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례로, 조세 재단은 캘리포니아의 법인세 환경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열악하다고 평가했다(뉴저지가 1위였다).

그러나 ‘문화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선택은 많은 기술직 근로자들이 고려했던 방안이 아니다. 텍사스 주의 낙태 반대 법안에 관해, 여론조사기관 페리언뎀이 최근 타라 건강 재단을 위해 미국 성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사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이 법안 때문에 텍사스 주에서 일하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64%는 “텍사스와 유사한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어떤 주에서도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인 노동력 부족이 보편적인 현상이고, 인재 유치전이 더욱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기업들에게는 골치 아픈 통계다. 링크트인의 자료에 따르면, 새 법안 통과 후 아직까지 텍사스 주의 고용 동향은 눈에 띄게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링크트인 조사팀은 포춘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전역의 약 50개 회사들은 텍사스의 새 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9월 21일 발표했다. 이들은 “낙태 등 포괄적인 모자보건 의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 근로자들과 고객들의 건강, 독립성, 그리고 경제적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성명서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불참 결정’은 장기적으로 생존을 위해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 수 있다. 가트너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직원 4명 중 거의 3명(74%)은 “고용주가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논쟁에 적극 관여하길” 기대한다.

비록 이런 문제들이 그들의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더라도 말이다. 약 68%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는 조직과 일할 기회를 잡기 위해, 현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고 답했다.

가트너의 조사는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조치를 취할 때 직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크롭은 “근로자들이 회사의 결정 이유를 이해한다면 믿음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승차공유 기업 리프트와 우버가 취한 신속한 조치는 분명 이 진영에 속한다. 이들은 여성을 낙태 클리닉까지 태워줬다는 이유로 텍사스 법에 따라 소송에 휘말릴 경우 운전자들의 법적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일즈포스는 아마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CEO 마크 베니오프는 “…이직을 원한다면 텍사스 탈출을 돕겠다. 당신 선택에 달려 있다”라는 트위터를 올렸다. 

반면 작년 12월 본사를 산호세에서 텍사스 스프링으로 이전한 HPE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대변인 애덤 바우어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휴스턴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재고할 계획이 없으며, 우리는 내년 초 봄에 새 캠퍼스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직원들에게 텍사스 이사가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이 기업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한 가지 요인은 이웃 주들에서도 논쟁이 뜨거운 다른 많은 이슈들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오하이오 주와 조지아 주 뿐만 아니라 텍사스 주에서도 낙태법 반대 소송이 이미 제기됐으며, 대법원은 오는 12월 임신 15주 후에 대부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 주 법에 대한 구두 변론을 심리할 예정이다.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또한 조지아 주가 지난 3월 통과시킨 매우 제한적인 투표권 법안에 대한 격렬한 항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7월 기준으로 18개 주가 이미 주민들의 투표 접근성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기업과 젊은 지식 노동자들이 보수적인 주들로 유입되면, 내부로부터 일부 정치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휴스턴 크로니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은 텍사스 35번 주간 고속도로를 따라 21개 카운티에서 다소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 고속도로는 좀 더 도시적이고 다양성이 높은 댈러스와 와코, 오스틴을 관통한다.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약 3개월 전 주요 기술회사의 영업 담당을 맡아 오스틴으로 이사한 로렌 칼로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저항세력의 일원이 되고 싶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2세의 칼로는 “2022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지 모르는 베토 오로크를 위한 텍사스 집회에 이미 참석했다”고 덧붙이며, “변화를 지지하고 변화를 일으킬 사람들이 마땅한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학습 및 참여에 관한 정보연구 센터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18~29세의 유권자 중 62%가 조 바이든에게, 35%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 캐롤라이나의 젊은 유권자들 또한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다.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 조너선 로든은 “칼로처럼 외부에서 유입된 젊은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일정 수준의 지방 자치권이나 주 정책에 대한 이 도시들의 영향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보수주의자들의 고민은 아마도 기업들이 떠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잔류할 경우 (진보적인 근로자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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