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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배달 전쟁

인스타카트는 페이스북 임원 출신으로 소매업계에 첫 발을 내디딘 피지 시모 신임 CEO가 식료품 배달을 뛰어 넘어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이 프랑스 출신 CEO는 업무의 중압감에는 익숙하지만, 소매업계에는 아직 좀 어색하다.

  • 기사입력 2021.11.08 15:12
  • 최종수정 2021.12.10 10:21
  • 기자명 Maria Aspan
피지 시모는 포춘 선정 ‘2021년 40세 이하 40인 리더’ 명단에서 떠오르는 스타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사진=포춘]
피지 시모는 포춘 선정 ‘2021년 40세 이하 40인 리더’ 명단에서 떠오르는 스타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사진=포춘] PHOTOGRAPH BY KELSEY MCCLELLAN

[포춘코리아(FORTUNE)=Maria Aspan 기자] 작년 3월 코로나로 인해 실리콘밸리가 폐쇄됐을 때, 일부 기술업체 임원들은 애완동물을 입양하거나 하와이 부동산을 사들였다. (당시) 피지 시모는 거주할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카멜 밸리에 있는 500만달러짜리 고급 주택을 찾았다. 조경이 잘된 잔디와 이끼로 덮인 지붕은 그녀의 고향 프랑스 남부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 보였다.

이 주택은 그녀가 지난 7월까지 고위 임원을 지냈던 페이스북의 멘로 파크 본사에서 자동차로 90분 거리의 남쪽에 있다. 식료품 배달 신생기업 인스타카트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는 훨씬 멀다. 시모는 현재 이 기업의 신임 CEO를 맡고 있다.

이처럼 거리는 멀지만, 팬데믹이 확산되는 시기에 드넓은 정원을 구비한 이 저택은 분명 높은 인지도를 자랑할 만큼 매력적이다. 시모는 방문객들을 블랙베리 덤불과 사과나무, 그리고 그녀의 새 회사 로고에도 그려진 당근들 사이로 안내한다.

보라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드레스 차림에 긴 검은 머리와 정교하게 그린 아이라인을 한 그녀는 “인스타카트에 아주 잘 어울리지 않나요?”라며 손을 흔들며 웃는다.

그 채소들로 상징되는 사업-인스타카트의 신선하고 빠른 식료품 배달-이 시모가 더 작은 회사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10년 만에 페이스북을 떠난 이유다.

인스타카트-다른 고객이 주문한 식료품을 제3자가 배달해 주는 구매 대행 서비스다-는 코로나로 인해 직접 쇼핑의 전염 위험이 커지면서 지난해 판매고가 4배 증가해 매출 15억달러를 올렸다.

피치북에 따르면,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세쿼이아 캐피털 등 벤처 투자자들은 이 회사에 28억달러 이상의 거액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인스타카트는 장외시장에서 390억달러의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으며, 미국 스타트업 중 3번째로 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부상했다. 현재 회사는 IPO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그래픽=포춘, 포춘코리아]

그러나 커다란 화제를 모은 엄청난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인스타카트는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시모의 임기는 혼돈으로 시작됐다.

페이스북 대표 앱의 이전 대표가 지난 7월 창업자 아푸르바 메타의 뒤를 이어 인스타카트 CEO에 임명됐다. 메타는 같은 시기에 도어대시(미국의 배달앱)를 상대로 조용히 회사 매각을 타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때, 회사 전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소비자들은 팬데믹의 우려를 떨치고 다시 식료품점을 방문하기 시작해 인스타카트의 인상적인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그러나 한때 페이스북 최고위 여성으로 제품 임원을 지낸 시모는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스타카트의 사업모델을 확장하는 계획이 놓여있다. 회사의 핵심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 위에 페이스북 같은 소셜 및 광고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매업체와 다른 파트너사들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려는 구상이다.

인스타카트의 배달 노동자가 작년 4월 6일 워싱턴 DC 해리스 티터의 식료품 매장에서 구매대행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포춘]
인스타카트의 배달 노동자가 작년 4월 6일 워싱턴 DC 해리스 티터의 식료품 매장에서 구매대행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포춘]

이제 그녀는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식료품 협력업체부터 회의적인 투자 희망자에 이르기까지 이해 관계자들에게 “이것이 코로나 이후 번창하는 비즈니스로 향하는 길”이라고 설득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IT 전문 분석업체 포레스터의 전자상거래 애널리스트 슈차리타 코달리는 “인스타카트와 경쟁업체들은 정말 고비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글로벌 보건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이 솔루션에 대한 대규모 수요가 있다는 사실조차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회사들은 모두 제2의 아마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모두 제2의 그루폰: 2008년 미국 최초·최대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등장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한다. 

올해 35세의 시모가 앞으로 몇 달간 고난이 예상되는 회사를 이끌 명확한 지도자로 꼽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녀는 근본적으로 전자상거래사업의 책임자라면 으레 갖추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매업 경험이 없다.

그녀는 또한 실리콘밸리의 기본적인 성별(남성)도 아니다. 사실 시모는 가장 강력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남성 창업자를 대체하고, 이 유니콘 기업의 상장을 성공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몇 안되는 여성 CEO 중 한 명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건강은 정말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특권을 갖고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피지 시모 인스타카트 CEO

피치북에 따르면, 2016~2020년 기업공개를 신청한 모든 벤처 지원 회사들 중 8.5%만 여성들이 운영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최고 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훌륭한 리더들을 잃는 것은 싫지만, 그녀가 CEO로 승진하는 것을 보면 정말 굉장하다”라고 밝혔다.

시모는 자신이 외부인사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 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곤 했다. 현재 인스타카트 이사진은 적어도 그녀가 또 다시 그런 방식으로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스타카트 이사이자 헤지펀드 D1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자 대니얼 선드하임은 “그녀는 상품 혁신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고, 매우 절제된 비즈니스 감각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라며 “나는 많은 CEO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녀가 우리 세대 최고의 CEO 중 한 명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진=포춘]
[사진=포춘]

프랑스 어항(漁港)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를 꿈꾸며 자란 소녀는 항상 (어딘지 모르게) 약간 어울리지 않는 운명이었다.

시모는 몽펠리에 근처의 지중해 해안마을 세트에서 어부와 양품점 주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첫 날, 지금의 남편 레미 미랄레스를 만났다.

그 커플은 2년 후에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시모가 가족 중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을 때 미랄레스는 그녀를 따라갔다.

처음에는 시모가 다니던 엘리트 학교인 HEC 경영대학원이 있는 파리로 갔었고, 그 다음에는 캘리포니아로 옮겼다. 그녀는 당시 UCLA에서 경영대학원의 마지막 학년 수업을 들었다. 최종적으로 시모가 페이스북에 합류하기 전, 미랄레스는 이베이에 입사했다.

현재 미랄레스는 집에서 여섯 살 난 딸 윌로를 돌보며 집안 일을 도맡아 한다. 시모는 기술직 직원의 24.8%만이 여성인 페이스북에서 장벽을 타파하고 남성들이 지배하는 기술직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지원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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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11년 페이스북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시작했지만 곧 제품관리 직책을 맡기를 원했다. 당시 회사는 보통 제품관리자들에게 컴퓨터 공학학위-82%는 남성들이 취득한다-를 기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제품 부사장을 역임한 인스타카트의 현 최고운영책임자 아샤 샤마에 따르면, 시모는 자신이 “정말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제품요구사항 문서를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그 다음 장애물은 그녀가 일을 시작한 후, 공식적인 제품 규정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처럼 찾아왔다. 그 의무사항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다른 엔지니어들처럼 기술업계 남성들이 즐겨 입는 후드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한 고위 제품 관리자는 시모를 따로 불러 “엔지니어들이 당신이 여자라고 특별히 배려하진 않을 것”이라며 “긴 머리를 묶고, 화장을 지워라. 그렇게 하면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모는 다음날 청바지 차림에 맨 얼굴로 출근했다. 그녀는 “정말 뼛속까지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자아를 지키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미안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회상한다.

[이미지=포춘코리아]
[이미지=포춘코리아]

결국 시모는 회사의 획일화된 문화가 그녀의 스타일을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페이스북의 연례 내부 제품관리자 시상식이 ‘피지처럼 옷을 입는 날’로 바뀐 것이다. 즉, 정장 착용은 선택사항이 됐다. 

그런 결정은 시모가 모바일 광고 플랫폼 구축을 담당하는 제품 팀을 이끌며, 회사 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그녀에게는 또한 윌 캐스카트 왓츠앱 사장과, 최종적으로는 마크 저커버그 CEO를 포함한 강력한 내부 지지자들이 있었다. 이 둘은 시모가 내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때때로 페이스북의 최고 임원들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페이스북의 최대 광고주들과 영업 회의를 하는 중요한 날에 그녀의 상사들은 빈둥거리며 메모를 주고받고 고객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주니어 제품 관리자였던 시모는 저커버크와 절친한 2인자 앤드루 ‘보즈’ 보즈워스에게 다가가, 장난을 그만두라고 쏘아붙였다. 곧 페이스북의 최고기술책임자에 오를 보즈워스는 이제 그 사건을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시모는 “그 순간 그는 내 충고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회고한다. 

시모는 또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사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녀는 자주 극심한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녀는 10대 때 자궁내막증 증상-미국 여성의 약 10%에 영향을 미치고, 종종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부인과 조직장애다-을 겪었다.

시모는 페이스북에서 더 큰 책임을 떠맡으며, 유산을 겪고 힘들게 윌로를 가졌다. 따라서 5개월간 침대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 출산 후 자궁내막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은 POTS(체위성 기립빈맥 증후군)라고 불리는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했고, 이로 인해 그녀는 병상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건강문제를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남성들이 지배하는 직장에서 (여성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관 질환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내키지 않았다-한 시모는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시모는 동료들에게 왜 그녀가 침대에서 화상회의를 해야 하는지 말했다. 또 외부 블로그 글을 쓰고, 자신이 겪은 유산과 불안했던 임신, 그리고 POTS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시모는 자신의 솔직함이 직원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도록 격려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서 더 나은 관리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여성의 건강문제는 너무나 금기사항”이라며 “하지만 내가 그 모든 특권을 갖고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그녀는 말보다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시모는 내년 여름 새롭게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건강 클리닉인 메트로도라 연구소를 공동 설립했다).

건강문제는 시모가 페이스북에서 약진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그녀는 회사가 모바일 광고로 돈을 벌고, 동영상 상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점점 더 큰 역할을 맡게 됐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광고 사업에서 84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시모는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에 광고를 넣는 방식을 개발하는데 일조했다. 그녀는 사용자 참여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를 키워나가는 재능이 있었다.

2014년 여름 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루게릭병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가했다. 이들은 양동이에 든 얼음을 자신의 머리에 붓는 동영상을 녹화해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

유명인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문자 기반 상품을 만들고 있던 시모는 이 동영상들에서 좀 더 끈끈한 밀접함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녀는 1년 후 그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페이스북 라이브의 출시를 총괄했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은 현재까지 100억 개 이상의 라이브 동영상을 만들어냈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의 대표를 역임한 앤세스트리닷컴의 CEO 데버라 류는 페이스북에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누군가 무언가를 위해 싸우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상품이 실제로 빛을 볼 수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시모는 정말 자신을 잘 드러낸다”고 평했다. 

시모는 재임 기간에 류와 함께 ‘상품개발 전문 여성들’이라는 비영리단체 설립을 포함, 다른 여성들이 더 쉽게 자신의 뒤를 따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체 매출을 관리할 수 없다면 사업이 정말 힘들어진다. 결국 소매업체들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뱅 페리에 메르카투스 CEO

시모는 또한 페이스북 라이브보다 덜 성공적이지만 페이스북 워치-유튜브 및 다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들과 경쟁하기 위한 회사의 절박한 시도다-같은 제품들을 지지했다.

아울러 자사 비디오 플랫폼에 동영상 유통업체와 미디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페이스북의 노력도 지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2016년 인정한 것처럼, 비디오에 대한 사용자 시청률을 크게 과대평가했다.

그 결과, 더욱 많은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뉴스룸을 개편한 많은 뉴스 기업들에 피해를 입혔다. 회사는 2019년 부정확한 측정 기준과 관련, 광고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0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시모는 이 프로젝트의 스토리텔링 ‘개념’은 옳았지만, “이 새로운 미디어를 지원할 수익 창출 도구”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시모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페이스북의 스캔들을 고발하는 광범위한 보도의 증가와 의회 청문회였다.

의회는 회사가 ▲온라인 가짜 뉴스의 확산을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권위주의 정부, 폭력적인 극단주의자와 다른 악당들이 자사 앱과 라이브 동영상 등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했는지 추궁했다.

그녀는 2019년 페이스북 대표 앱의 수장에 오르자, 2020년 6월까지 저커버그에게 직접 보고했으며 회사의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오늘날 그녀는 스캔들 당시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페이스북의 결정과 때때로 그에 따른 터무니없는 결과는 잘못된 계획에서 기인했다고 해명한다. 작년 9월 월 스트리트 저널이 폭로한 내부 서류에서 나타난 것처럼, 의도적인 무시가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진=포춘]
[사진=포춘]

시모는 “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면 과용 문제가 발생한다. 단지 그것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역량이 아니었다”라며 “우리가 좀 더 노력했다면 일이 잘못될 수 있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시인한다.

인스타카트의 9년 역사 대부분 사업은 잘 진행돼왔다. 이 회사는 아마존 엔지니어 출신인 메타가 2012년 창업했다. 메타는 지난 7월까지 CEO를 역임했다.

인스타카트는 배달과 다른 서비스 비용을 인스타카트에 지불하는 식료품 기업들과, 달걀이나 아이스크림을 대신 구입해 배달해주는 이에게 수수료 또는 구독료를 지불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중개 역할을 한다. 현재 회사는 크로거와 월마트, 앨버트슨, CVS 등 미국 내 최대 식료품점과 편의점들을 포함해 600곳 이상의 소매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아울러 5만5000개 이상의 매장으로부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스타카트는 일반적으로 주문당 3.99달러의 수수료 외에 서비스 요금과 팁을 부과한다. 현재 회사는 50만 명 이상의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최대 3개까지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식료품 ‘패키지’ 당 최소 7~10달러와 팁을 번다(2019년 공개적인 비난을 받은 이후, 인스타카트는 배달 대행 근로자의 보장 기본급에 때때로 팁을 포함시키는 조치를 중단했다).

인스타카트는 설립 후 대부분 기간 동안, 도어대시와 우버 이츠가 제공했던 레스토랑 음식 배달 사업보다 식료품에 집중하며 경쟁자가 많은 ‘주문형 스타트업 경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대유행이 창궐한 후 첫 몇 달을 맞게 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식료품 배달은 여유롭게 누리는 사치에서 전염위험을 완화하는 필수 서비스로 바뀌었다. 적어도 대신 장을 봐줄 제3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랬다. 이에 따라 인스타카트 플랫폼의 매출은 크게 늘었다.

구매분석기업 블룸버그 세컨드 메저에 따르면, 작년 4월에만 매출이 전년 대비 433%나 폭증했다. 그래도 현재 미국인의 약 13%만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대유행 전 2%에서 증가한 이 수치는 더욱 커질 여지가 많다.

그러나 올해 미국인들은 더 이상 식료품 매장 방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블룸버그 세컨드 메저의 자료에 따르면, 인스타카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월 3.9%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5개월 동안 4개월이나 하락했다. 

한편, 데이터 분석회사 어니스트 리서치에 따르면 식료품 매장의 방문 트래픽은 지난 5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계속 증가했다. 이윤이 평균 2%에 불과한 식료품점들은 외부 배달 서비스의 높은 인건비와 운송비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들에게 성장 규모에 맞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할 만큼, 식료품 배달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국 식료품 매장들은 이미 충분히 크고, 충분히 풍부하며, 대부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다.

한편, 일부 소매업체들이 자체 배송 사업을 구축하는 가운데 도어대시와 우버, 타깃 소유의 십트, 소프트뱅크 지원을 받는 고퍼프는 식료품 배달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작년 말 팬데믹으로 인한 인스타카트의 매출 급증세가 둔화하자, 메타는 시모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진 제품 및 광고 전문지식을 회사 이사회에 전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그는 과거에도 시모를 회사의 제품 책임자로 영입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그녀는 지난 1월 인스타카트에 이사로 합류했고, 이후 몇 차례 우여곡절 끝에 CEO 자리에 앉게 됐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사람에 따르면, 메타는 올 봄 시모에게 자신과 함께 공동 CEO를 맡아달라고 처음 접근했다.

동시에 이 창업자는 도어대시에 매각을 타진하고 있었다(이 사실은 ‘더 인포메이션’이라는 기술뉴스 사이트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시모는 지난 6월 초 메타를 대신해 CEO를 맡는 데 동의했고, 매각 협상도 넘겨 받았다.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도어대시나 인스타카트 모두 매각 협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9월 중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분된다. 합병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회장으로 남은 메타는 시모가 “상품과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도전과제를 다룰 리더로서 (나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바탕 소동을 겪은 권력 이양은 메타가 사퇴를 강요당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벤처자금 지원을 받는 창업자 중 기업공개 전에 자기 발로 CEO에서 물러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부 관계자들은 “회사가 현재 상장 준비를 하고 있으며, 사업 범위와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시모의 경영 경험과 기술 전문지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신임 CEO는 앞으로 인스타카트를 식품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중개업체로 발전시키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쇼피파이와 아마존, 페이스북의 장점을 모두 합친 새 시스템은 기업 고객들에는 기술과 광고, 데이터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신속한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녀는 자신이 성장한 유럽을 포함해 국제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인스타카트를 소셜 미디어 플랫폼처럼 만들어 사용자들이 유명인사나 서로를 팔로우하고, 인플루언서나 친구가 추천하는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시모는 가장 시급하게 기술 역량을 보강하고,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지난 여름 인스타카트는 자동화 창고를 짓기 위해 로봇 제조업체 패브릭에 의뢰했다.

이로써 회사는 배달 주문을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회사는 또 크로거와 월마트 고객들을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제휴계약을 했다.

시모는 회사 설명에 따르면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스타카트 광고 사업도 확대할 포부를 갖고 있다. 회사는 현재 카테고리나 검색 결과의 맨 위에 “눈에 띄게 노출”되도록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재 기업들에 광고를 판매한다.

그녀는 오래된 친구이자, 페이스북의 글로벌 광고 책임자를 역임한 전 동료 캐럴린 에버슨을 인스타카트 사장으로 영입했다.

시모와 에버슨은 광고 사업 확장을 통해, 내부 광고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소매업체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시모는 “우리는 소매업체와의 협력에 전념할 뿐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식료품 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인스타카트의 광고 사업 확대가 소비재 회사와 거래하는 기존 광고 소매업체들을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디지털 식료품 플랫폼 메르카투스-인스타카트의 일부 서비스와 경쟁한다-의 최고경영자 실뱅 페리에는 “식료품 업체들이 전체 매출을 통제할 수 없다면 사업이 정말 힘들어 질 것”이라며 “결국 소매업체들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토로한다.

그와 업계 동료들은 또한 인스타카트의 광고 사업 확대가 시모와 에버슨의 강점을 활용하고 있지만, 역으로 그들의 리더십 팀에 소매업계 경험을 가진 간부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모는 이에 대해 “모르는 것을 깨닫고, 질문을 하고, 조언을 구하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꽤 빨리 성장할 수 있다”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일부 인스타카트 배달 노동자들과 최악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대면 근무를 했던 필수 근로자들은 시모가 자신들의 요구를 충분히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스타카트 배달 노동자 그룹은 지난 9월 20일 임금 감소와 근로조건 악화를 이유로, 고객들에게 회사 서비스의 보이콧을 요구했다. 

플랫폼 노동자 단체-인스타카트와 다른 배달업계 회사들의 계약직 근로자들을 대표한다-의 불만은 시모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텍사스 출신의 인스타카트 배달 노동자 윌리 솔리스는 그녀에게서도 현재까지 “의미 있는 행동”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솔리스는 시모가 신임 CEO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녀의 대답은 “인스타카트가 지난 수년간 보여준 태도와 대동소이하다”라고 지적한다.

인스타카트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한 22호 법안의 주민투표를 지지했다. 이 법안은 기술회사들이 근로자들을 완전한 복지혜택을 받는 직원 대신, 독립된 개인사업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회사는 시모의 CEO 취임 이후,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주민발의 투표를 지지했다. 

시모는 인터뷰에서, 배달 노동자 단체의 불만에 직접 대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 계약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내가 해야 할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의 보이콧 요구는 인스타카트의 많은 구성원들에게, 시모가 이미 내부자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아울러 그녀가 카멜 자택에서 일하며 보낸 지난 여름의 끝을 장식했다.

(보이콧 사태로 인해) 시모는 이곳에서 식료품 매장 임원들과 수 차례 미팅을 가졌고, 9월 초에는 휘하의 고위 경영진 8명과 3일간 마라톤 회의를 했다.   

윌로의 유치원 입학으로, 시모와 가족은 꿈같았던 이 팬데믹 피난처를 떠나 실리콘밸리에 있는 다른 집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녀는 좀 더 코로나 이전에 가까웠던 일상과 기술의 중심지로 돌아가며, 외부인의 관점을 고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모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성취해왔지만, 400억달러짜리 회사를 세우지는 못했다”라며 “호기심과 겸손함을 갖고 모든 것에 접근하고 있다. 내가 모든 해답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큰 판돈이 걸린 배달 경쟁

지난해 매출 15억달러를 기록하며 39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인스타카트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식료품 배달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아마존 시가총액 1조7000억달러
세상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이 원조업체는 2017년 당시 인스타카트의 주요 파트너였던 홀 푸드를 인수하며, 식료품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인스타카트 입장에선 중요한 고객사를 빼앗긴 셈이다

월마트    시가총액 3992억달러
이 거대 유통업체는 자체 배송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카트 등 외부 배달업체와도 손을 잡고 있다. 인스타카트는 지난 8월 뉴욕 시 일부 지역에 월마트의 식료품을 배달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우버    시가총액 879억달러
이 승차공유 회사는 작년 7월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올 여름에는 1200곳의 앨버트슨 식료품 매장들과 배송대행 계약을 했다.

도어대시    시가총액 745억달러
한때 레스토랑 음식 배달에 주력했던 이 회사는 지난 2분기에 13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여기에는 자체 식료품 배달사업을 확대하는 비용이 포함됐다.

고퍼프     장외시장 가치 150억달러
소프트뱅크와 블랙스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지원을 받는 이 배달 스타트업은 1000개 도시에서 소규모 창고를 운영하고 재고를 비축함으로써, 신속한 배달에 집중하고 있다.

십트     2017년 기준 매각 가격 5억5000만달러
타깃 소유의 이 서비스업체는 독립 자회사로 운영된다. 아울러 CVS와 코스트코, H-E-B 및 기타 식품, 편의점 소매업체의 고객들에게 당일 배송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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