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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반도체 부족 사태를 극복하다

자동차 거인 도요타는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도체 부족에도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 기업의 생존전략은 글로벌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 기사입력 2021.09.14 16:42
  • 기자명 Eamonbarrett
[사진=포춘]

[포춘(FORTUNE)=Eamonbarrett 기자] 전 세계적으로 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 급증은 팬데믹의 경기침체로부터 회복할 수 있다는 가장 희망적인 신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모멘텀은 심각한 반도체 부족 사태-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생산을 위해 충분한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을 늦추거나 심지어 중단하게 만들었다-로 인해 돌연 발목이 잡혔다. 

예상치 못한 수요 급증만이 칩 부족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었다.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잇따르며, 반도체 공급망도 꼬이게 만들었다. 지난 2월 텍사스에서 발생한 이상 한파로 인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비슷한 시기에 대만에서 발생한 가뭄은 이 섬나라의 반도체 공급을 고갈시킬 위기에 놓이게 했다(반도체 생산은 산업용 화학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다량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어 3월에는 화재가 자동차산업의 핵심 칩을 공급하는 일본 르네사스 공장을 강타했다.

그 충격의 여파가 전 세계 조립 라인과 자동차 매장에 후폭풍을 일으켰다. 포드 자동차와 GM은 일찌감치 1월부터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경고했다. 이후 두 업체는 전장 장치들을 구동하는 칩셋을 확보하지 못해 조립라인을 중단했다.

“칩 부족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사실 칩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부실한 공급망 관리의 결과다.”

GM은 5월까지 27만 8,000대를 감산했고, 포드는 2분기 글로벌 생산량을 50%나 줄여야 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폭스바겐, 다임러, BMW, 르노는 각각 생산 총량을 줄였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일감이 없어 쉬거나 일시 해고됐고, 자동차 구매 희망자들은 갑자기 몇 주나 기다려야 하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컨설팅업체 앨릭스 파트너스는 ‘칩 부족으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올해 모두 합쳐 전체 판매고의 4% 가량(포기한 매출로 환산하면 약 1,100억 달러)을 손해 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똑같이 고통을 받은 것은 아니다. 라이벌 OEM 업체들(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로 알려진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도요타는 5월까지 생산 목표를 대부분 지켰다.

이 회사는 칩 부족으로 인한 공장 폐쇄가 일본 내에서 2만 대-2021회계연도의 일본 생산량 중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정도의 생산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요타의 북미 생산량은 6월까지 올해 제조능력의 90% 수준까지 충분하게 끌어올렸다.

이런 장기간에 걸친 생산성 덕분에, 회사는 드물게 승리를 구가할 수 있었다. 도요타는 지난 2분기에 북미 지역 매출 1위를 차지했다. GM이 최고 자리를 놓친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사태가 2022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도요타를 주목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 앤드 컴퍼니의 파트너 마이클 웨버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도요타를 바라보고 있으며, 분명 무언가가 도요타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다른 OEM 업체들은 도요타가 해온 것을 보고 배우려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도요타가 반도체 수급난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행운 그 이상이다. 훌륭한 경영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 10년간 자사의 공급망 감독 방식을 전면 개편해 왔다. 10년 전 후쿠시마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산업 중심지를 초토화시킨 후 어렵게 배운 교훈을 실천해 온 것이다. 경영진은 “이런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회사가 현재의 칩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1980년대에 도요타의 ‘적시 공급(JIT)’ 생산모델 성공이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벤치마킹을 이끌어 낸 것처럼, 회사의 새로운 발전은 또 다른 모방의 물결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도요타는 기본적으로 칩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필요할 때만 생산라인에 부품을 공급하는 JIT 모델에서는 벗어난 방식이다(재고는 회사 장부뿐만 아니라, 공장의 귀중한 공간까지 차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요타의 부품 공급업체들이 재고를 비축한다. 모든 자동차 업체들처럼, 이 회사도 스마트 디스플레이나 오디오 시스템 같은 다수의 반도체 탑재 부품에 의존한다. 도요타는 이런 공급업체들로 하여금 회사가 부품을 주문할 때 필요한 전용 칩을 최대 6개월 분까지 비축하도록 요구한다.

자동차 산업 컨설팅업체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투레에 따르면,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은 도요타처럼 세부사항까지 관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부족사태는 이런 조직적이고 세밀한 접근 방식이 왜 정말 중요한지 보여준다.

특히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자동차 업계가 최우선 고객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투레는 “칩 부족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사실 칩 부족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건 부실한 공급망 관리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산업만큼 복잡한 공급망을 가진 섹터는 거의 없다. OEM 업체들은 자사 브랜드의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설계하고 조립한다. 하지만 모든 OEM 업체들이 (수천 곳은 아니지만) 최소 수백 곳의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널리 퍼져 있는 부품업체들의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도요타의 노력은 단순히 반도체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는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가 강타한 이후, 하청업체들과의 더욱 돈독한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쓰나미의 여파로 개별 부품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며 고전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사내 엔지니어들에게 타격을 입은 공급업체들의 공장을 수리하도록 했지만, 경영진은 그 모든 1차 및 2차 하청업체들을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도요타 생산시스템을 훌륭하게 분석한 ‘도요타 방식’ 논문의 저자 제프리 라이커는 “그들은 처음에는 하청업체들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주소도 몰랐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진 발생 후 처음 몇 주간 도요타 관리자들은 비상상황실에서 진을 치고, 널리 퍼져있는 부품 제조업체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세부사항들은 포스트잇 메모지에 휘갈겨 써서 벽에 붙였다.

결국 이런 비상 조치들은 도요타가 레스큐 Rescue(긴급 상황 하의 공급망 강화)라고 부르는 포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레스큐는 수천 개의 접점들로 구성된 중앙 집중식 데이터베이스로, 도요타의 공급업체와 2차 하청업체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위기가 발생하면 공급망 관리자들은 어느 생산업체와 부품이 중단될 위험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레스큐 시스템을 가동한다. 시라야나기 마사요시 당시 도요타 공급망 및 조달 최고책임자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레스큐 덕분에 회사가 문제의 원인들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2주에서 12시간으로 크게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이미지=포춘, 포춘코리아]

레스큐는 공급업체들에 구체적으로 칩 비축을 요구하는 도요타 BCP(사업 지속성 계획)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이 계획의 또 다른 요소는 이른바 ‘병렬 소싱’이다. 즉, 여러 공급업체들을 활용해 다른 브랜드의 동일한 부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 곳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도요타는 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대체 업체에 부품을 주문한다. 회사는 이런 대체 공급망 덕분에 지난해 팬데믹 초기에 공장 폐쇄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닥칠 위기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칩 부족으로 인해 업계의 다른 기업들도 공급망 보호를 더욱 절박하게 여기게 됐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 반도체 업체들과 직거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6월에는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도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BMW와 소프트웨어 대기업 SAP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한발 더 앞서나가고 있다. 그들은 유럽 전역에서 레스큐와 유사한 '카테나-X'라는 공급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카테나-X 컨소시엄은 지난 3월 설립됐는데 도요타만 접근할 수 있는 레스큐와 달리, 자동차 회원사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급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두 창립 파트너사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소유권 및 개인정보 보호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담당자는 공유 플랫폼이 반복적인 부족 현상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BMW의 데이터 중심 가치체인 책임자 올리버 간저는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기존 시스템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점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어렵게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카테나-X 같은 시스템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을 점점 더 기업에게 부여함에 따라, 매우 상세하고 최적화된 데이터베이스는 제조업체들이 오염 문제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자체가 개선된 공급망 관리 툴을 도입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텍사스의 한파와 대만의 가뭄은 온난화하는 지구의 날씨 변동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편, 코로나19의 파급효과는 자동차 업체들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7월 도요타는 바이러스로 인해 태국 내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이 문을 닫으며, 현지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베인스의 웨버는 “자동차 업계는 향후 공급망에 더 많은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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