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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스타기업들이 주도한 의료보험제도 개혁, 왜 실패했나?

  • 기사입력 2021.07.02 10:30
  • 최종수정 2021.07.02 10:38
  • 기자명 ERIKA FRY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제이피모건 체이스 등 미국 최고의 기업들이 망가진 의료보험 제도 개혁에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그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료 산업이 혁신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것은 단순한 (기업 홍보용) 보도자료였나? 아니면 (진정성 있는) 선전포고였을까? 2018년 1월 30일(화요일) 오전 7시, 보도자료가 하나 발표됐다. 그러자 언론과 시장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아마존과 버크셔 해서웨이,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매우 비싸고 복잡한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이들 3개 기업은 규모나 인지도면에서 최고로 평가받았으며 당시 전부 합친 매출이 5,340억 달러에 이르렀다). 버크셔의 CEO 워런 버핏은 보도자료에서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색다르게 표현했다. “그것은 미국 경제를 갉아먹는 기생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들 기업은 의료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의료 비용을 줄이고, 직원 및 직원 가족을 위해 의료보험의 형태로 보조금(총 40억 달러)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들은 ‘보험 상품 판매에 따른 수익과 연동, 직원의 인센티브와 불이익을 정하는 제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을 만들고 ‘IT 솔루션’에 주력함으로써 이런 목표를 실행할 계획을 세웠다.

발표문에서 버핏은 “우리는 해답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당시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의료보험 제도는 복잡하다. 그만큼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도전에 임한다”고 밝혔다. 제이피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우리 목표는 미국 직원들, 그들의 가족, 그리고 잠재적으로 모든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협력은 초기 계획 단계였다. 경영진, 본사, 주요 운영 세부 사항 등 주요 내용은 모두 추후에 결정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제이피모건의 헬스케어 섹터 담당 직원들을 포함, 사실상 모든 사람들은 이날 발표에 깜짝 놀랐다. 발표 전날 밤이 되어서야 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일까? 아직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이 신생 벤처기업의 탄생은 많은 이들에게 미래의 혁신 약속처럼 들렸을 것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대표인 매슈 보시 Matthew Borsch는 “그들은 오늘날의 의료 산업을 여러 측면에서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들이 기업과 보험회사의 기존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선언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유나이티드헬스, CVS, 시그나, 애트나 등 주요 헬스케어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발표가 있던 주에만 S&P 500 헬스케어 지수가 4.8% 하락했다. 해당 업체들은 그 뉴스에 겁을 잔뜩 먹은 것처럼 보였다. 미국 최대 보험약제관리회사(이하 PMS)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Express Scripts는 “우리가 처신을 더 잘 했어야 했다”며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했다. 매출 2,575억 달러의 거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 헬스-제이피모건과 일부 버크셔 관계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의 자회사인 옵텀 Optum(매출 1,360억 달러)의 고위 임원은 나중에 법정에서 “직원들은 이 신생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크게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많은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고용주가 지원하는 의료보험 제도 속에서 비용 통제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한 새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예를 들어 건강 증진 활동과 만성 질병 관리 프로그램을 널리 알렸고, 환자 위치 추적 장치와 2차 진단 서비스(Second-Opinion)에 투자했다. 아울러 의료비에 신경을 더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수혜를 볼 수 있도록 그리고 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 개발에도 힘썼다. 이런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에게 막강한 CEO 3인의 선언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영향력을 가진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단합된 리더십을 보였다. 이들은 동시에 보험사, 의료 사업자, PBM 등 관련업계-곪을 대로 곪은 현재의 의료 시스템 속에서 오랫동안 이익을 취해왔다-에 경고사격을 날렸다. 이는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 받았다.

이 유명한 3인조는 비대하고 고착화된 3조 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보험 산업을 실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드림팀처럼 보였다. 이 CEO들이 각자가 속한 산업에서 혁신가로 칭송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크셔와 제이피모건은 재정적 지원을 보증하고, 아마존은 소비자 우선주의, 빅 데이터, 과감하고 끈기 있는 투자 등 대담한 혁신에 필요한 검증된 ‘지침서’를 제공할 수 있었다. 세 기업을 합친 직원 수는 120만 명에 달했고 충분한 돈과 풍부한 인적자원, 그리고 강력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5개월 후, 이 드림팀은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가 합류해 업무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인물은 외과의사이자 영향력 있는 뉴요커 작가인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였다. 미국의 비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에 대한 명료한 분석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버핏의 칭찬을 받은 인물이었다.

추가 합류한 사람들에 대한 발표가 있었지만 큰 주목을 끌진 못했다. 하지만 2018년 말에 전 옵텀 직원 한 명이 이 신생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며 법적 분쟁이 일어났다(경쟁사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벤처기업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소장에 따르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던 벤처기업은 2019년 1월 기준으로 2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매우 불투명한 사업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그럼에도 업계 종사자들이 이 벤처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매우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였다. 놀랍게도 옵텀이 기업전략팀 소속이었던 전직 직원의 행적을 샅샅이 뒤졌기 때문이다. 그 직원이 사용했던 인쇄물에 대해 포렌식 분석을 마쳤고 그의 사무실도 수색했다. 그리고 회수하지 못한 ‘프로젝트 오렌지 실태 보고서(Project Orange Fact Book)’를 포함한 영업 비밀을 훔쳤다는 이유로 그를 고소했던 것이다. 양사가 일부 내용을 비밀에 부치기로 합의하며 소송은 결국 취하됐다).

2019년 3월, 이 벤처기업은 마침내 헤이븐 Haven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5월에 첫번째 핵심 인사가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의료보험 프로그램 중 하나를 운영하는 컴캐스트 출신의 잭 스토다드 Jack Stoddard 최고영업책임자가 합류한 지 8개월 만에 사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한때 풍부한 인적 자원을 자랑했던 이 벤처기업은 심지어 일부 사람들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후 에 교수와 작가, 그리고 의사일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던 가완디가 2020년 5월 CEO에서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 기업의 프로젝트는 올 초 공식적으로 끝났다. 당시 3개 기업은 헤이븐의 웹사이트에 85단어로 작성된 짤막한 공동성명을 올렸다. 결국 헤이븐은 제대로 된 보도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도대체 헤이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사례로부터 무슨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 필자가 몇 달간 취재를 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2월 필자가 맡았던 취재는 이 벤처기업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내부 사정’을 파헤치는 것이었다. 이번 취재가 포춘 500대 기업에 매우 유익하고 중요한 사례연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기에 세 명의 CEO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 개선에 대한 열망을 밝혔다. 아울러 가완디는 다양한 사례연구를 통해 학생을 가르치거나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해 왔다. 즉 교훈을 배우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헤이븐처럼 필자도 이번 취재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던 그 벤처기업이 사실상 의료계의 최대 독소 중 하나인 ‘투명성’ 결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금까지 관련자들로부터 많은 내용을 접하지 못했다. 세 기업 모두 거듭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다이먼은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이 벤처기업에 대해 174단어로 짤막하게 언급만 했을 뿐이다. 그는 “우리는 의료보험 제도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버크셔 주총에서 “이번 벤처기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버핏은 매우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장내 기생충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버크셔가 다른 두 기업들보다 소득은 더 클 것”이라며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던 몇 가지 멍청한 행동을 발견했다. 따라서 완전히 돈을 낭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가완디 역시 지난 몇 개월간 포춘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철통 같은 기밀유지 합의서는 다른 전직 직원들의 입도 틀어 막았다. 평범한 언론인으로서 필자는 이런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입장에선 안타까움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그들은 헤이븐이 해결하려고 했던 동일한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고 그 벤처기업의 시도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고자 했다. 다시 말해, 근로자들이 더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현재 약 1억 6,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고용주를 통해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들은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돼 왔다. 하지만 가완디가 최근 UCSF 의대학장 로버트 와흐터 Robert Wachter와의 대화에서 언급했듯(그가 헤이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몇 안 되는 발언 중 하나였다), 많은 미국 근로자들에게 고용주가 지원하는 보험은 더 이상 큰 혜택이 되지 않는다. 연평균 가족 보험료는 2만 1,342달러에 이르고, 디덕터블 Deductible 보험액은 2,000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

⁎디덕터블: 디덕터블은 환자부담금이다. 디덕터블 2,000달러 보험이라고 하면, 2,000달러까지의 의료비는 개인이 지불하고, 그 다음부터 보험사가 지불한다. 따라서 개인 부담은 더 커진다.

가완디는 와흐터에게 “헤이븐에 합류한 이유 중 하나는 이번이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이븐이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있는 수만 명의 제이피모건 직원들에게 보험 상품을 제공했다. 그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번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보험 상품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고 저렴했다”고 묘사했다. 오늘날 직원들은 여전히 그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 보험에 가입한 직원들은 다른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며, 디덕터블에 대한 제한도 없다. 그들은 본인부담금(Co-Pay)을 예측할 수 있고, 저렴한 정신 건강 및 1차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60개의 필수 약품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제이피모건 체이스는 어떤 처방약도 구할 수 있는 ‘처방약 혜택’을 이미제공한 바 있다).

직원들 뿐 아니라 기업들도 의료비에 대한 압박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최근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부담금을 인상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료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측은 기업이다. 의료보험은 매년 5~10%씩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비율(중소기업은 훨씬 더 높은 비율)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적지 않은 금액을 임금이나 연구개발이 아닌 의료업계에 퍼주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노인의 료제도인 메디케어 보험료의 250%나 되는 금액을 의료 보험료로 내고 있다.

헤이븐이 이런 암울한 상황을 개선하려고 추진했던 첫 번째 시도는 아니었다. 지역 혹은 연방 차원의 연합체들도 단체 보험 구매를 통한 비용 효율화 전략에 집중해왔다. 월마트와 보잉, GM이 단행했던 혁신은 업계 표준으로 수용돼 왔다. 그리고 지난 2016년 또 다른 노력
의 일환으로 비용 절감과 결과 개선을 목표로 설립한 의료혁신연합(Health Transformation Alliance)이 메이시 백화점과 버라이즌 등 20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버크셔의 BNSF 철도회사와 제이피모건도 여기에 포함됐다). 회원 기업들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을 시도했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다. 고효율의 의료 시스템 구축을 표방한 고용주 단체인 ‘지불 개혁을 위한 촉매제(Catalyst for Payment Reform)’는 최근 수년간 헤이븐처럼 보험 통합 구매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마쳤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헤이븐 같은 기업들이 결국 실패하는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첫째, 시장에 경쟁력 있는 의료보험 상품이 부족했다. 둘째, 현재 상황에서 이익을 얻는 기득권자들의 저항이나 ‘방해’가 크다. 셋째, 타협하고 협업하려는 고용주의 의지가 약했다.

이런 걸림돌들 가운데 헤이븐의 실패를 초래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와 고용주, 유사한 활동에 참여한 개인들, 의료업 종사자, 그리고 익명으로 참여한 일부 헤이븐 내부자 등 수십 명과 대화를 나눈 후 느낀 점은 그 모든 이유 혹은 그 이상의 이유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헤이븐은 항상 실무보다는 이론에 강해 보였다. 전성기 때는 75명의 직원들이 이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는 보스턴 시내의 공유사무실에서 일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드림팀의 인력 구성은 잡다한 경력을 가진 오합지졸의 모습에 가까웠다. 이 세 회사 소속의 120만 직원들은 전국에 분산돼 있었다. 즉, 헤이븐은 어떠한 곳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없었다. 이는 보험사와의 보험료 인하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세 회사는 독자적인 의료보험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우선순위와 의사 결정 프로세스도 상이했다. 2차 진단 및 환자 위치 추적 서비스 업체인 그랜드 라운즈 헬스 Grand Rounds Health CEO인 오언 트리프 Owen Tripp는 “아마존은 ‘소비자’ 중심이고 제이피모건은 ‘관계와 충성도’를 중시한다”고 말한다(이 회사의 고객사에는 헤이븐을 공동 창업한 세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그 또한 헤이븐 CEO 후보이기도 했다). 한편, 버크셔는 한 가지 스타일이 아니라 많은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애크미 브릭 Acme Brick부터 데어리 퀸,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의료보험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이런 이유로 의료보험과 관련해 ‘바보 같은 관행들’이 다수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헤이븐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모든 기업에 쉽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했다. 가완디는 와흐터에게 “헤이븐은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제이피모건 체이스에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도시도 다르고, 인구도 다르고, 조직문화도 매우 다르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헤이븐은 일종의 의료보험 허브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대신, 가완디는 “헤이븐이 고비용의 싱크 탱크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합작회사로서의 단점을 감수하던 헤이븐은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원격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등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다. 한편, 아마존은 아마존 케어 같은 헤이븐 서비스와 유사한 의료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 상품은 일종의 가상 긴급 의료 서비스로 현재 아마존이 미 전역의 기업들에 판매하고 있다. 헤이븐과 연관된 일부 사람들은 “아마존이 항상 독자 프로젝트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행보로 합작사업에 문제를 초래했다는 IT 전문미디어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한다. 정확한 이유가 뭐든지 간에 아마존이 어떤 꿍꿍이를 갖고 있었는지 알기에는 충분했다.

한편, 스타 기업들의 협업에도 불구하고 헤이븐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라는 블랙박스를 여는데 실패했다. 이 벤처기업의 경영전략은 공유된 보험 청구 자료를 집계 및 분석해 저비용, 고품질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헤이븐은 보험 중개업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도록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비협조적인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고용주들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보험사와 PBM, 그리고 보험청구 처리를 담당하는 제3자 관리회사들이 종종 가격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보험사들과 협상을 벌이는 보험료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독점적이고 비밀스러운 정보라는 이유에서다. 고용주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실제로 어떤 보험을 구매하고 있는지 거의 파악할 수 없다. 랜드 연구소에서 보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크리스토퍼 웨일리 Christopher Whaley는 “마치 레스토랑에서 가격을 모른 채 음식을 주문하고 나중에 계산서를받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고용주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미국 전역의 보험청구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고용주 병원 가격 투명성 프로젝트(Employer Hospital Price Transparency Project)’의 일환이다.

2016년부터 의료변화연대의 CEO를 맡고 있는 로버트 앤드루스 Robert Andrews 전 뉴저지 주 하원의원은 “보험회사와 PBM으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은 사자 우리 속에서 날고기를 꺼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오늘날 58개의 기업 회원사들-전체 직원 수는 400만 명 이상, 그리고 연간 지출액은 270억 달러 정도 된다-이 소속된 이 단체가 자신들의 보험청구 자료를 모두 모으는데 꼬박 3년 6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헤이븐과 일부 기업들의 수명과 같다.

이런 배타적인 태도는 헤이븐의 또 다른 약점이었을 지 모른다. 헤이븐은 자체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미 높은 평가를 받는 제도들을 무시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로버트 갤빈 Robert Galvin은 “헤이븐이 마치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할 거라’는 가정 하에서 살았던 것 같다”고 지적한다(그는 GE의 의료보험 서비스를 운영했다. 이전에는 헤이븐처럼 성공한 벤처기업인 에쿼티 헬스케어 Equity Healthcare의 CEO로서 2010년 블랙스톤의 포트폴리오 회사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헤이븐은 잠재력이 있는 인력을 찾기 위해 갤빈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에쿼티 헬스케어를 성공시키며 터득한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벤처기업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공인회계사 매릴린 바틀렛 Marilyn Bartlett은 몬태나 주의 보건계획 관리자로 일할 때 자신의 성과 덕분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녀가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헤이븐에 연락했지만 아무런 피드백도 받지 못했다.

갤빈은 “이런 불통이 더 큰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헤이븐의 운영과 고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라고 부연한다. 그는 “헤이븐에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해결책이 아니라 의료보험 업계를 잘 이해하고 실행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헤이븐의 비영리적인 경영 구조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한편, 다른 사람은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문제였다고 봤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완디를 높이 평가했지만, 그가 실무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적임자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람들은 보험사와의 관계, 그리고 이해 상충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제이피모건의 고객들 가운데 보험사들이 많다. 게다가 버크셔는 수익성이 높은 투석 전문회사인 다비타 DaVita의 최대주주이며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스폐셜티인슈어런스를 소유하고 있다.

그럴듯한 다른 의견들도 있다. 헤이븐 설립 기업들이 일에 전념하지 않았고, 사명을 충분히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헤이븐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했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음에도 형편없는 실행 능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의료보험 문제를 너무 쉽게 봤다.

헤이븐의 설립자들이 회사에서 손을 뗐다고 해서 본래의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그 일을 결코 중단하지 않았으며 제이피모건은 모건 헬스라는 신규 사업을 출범했다. 대부분은 헤이븐과 매우 유사했고 일부 핵심 방향만 수정했다. 회사의 내부 인력들로 구성된 팀이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보험업계 파트너 기업들 및 혁신가들과 등을 지지 않고 협력한다는 것이 이 팀의 명확한 사명이다.

결국 헤이븐이 만든 변화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헤이븐이 의료보험 제도의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냈고 투자도 촉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반면에 다른 사람은 헤이븐의 등장이 문제 의식만 부각시켰고 향후 발전 여지를 없애 버렸다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 세 개의 스타 기업들도 해결하지 못한 일이라면 그 누가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카이저가족재단이 최근 대형 고용주(의료보험 회사는 제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고 경영진의 85%가 비용을 통제하며 보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완디는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최근 고용주 지원 중심의 의료보험 제도는 결코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에서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상실했는지 언급하며 “고용 기반의 의료보험은 고장 난 시스템”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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