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포춘코리아 인터뷰] 나탈리 오비맥주 부사장 “ESG는 뿌리 깊은 기업문화”

  • 기사입력 2021.06.25 10:21
  • 최종수정 2021.08.11 15:23
  • 기자명 김타영 기자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이 6월 14일 서울 강남 오비맥주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이 6월 14일 서울 강남 오비맥주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오비맥주가 ESG 경영을 통해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포춘코리아가 나탈리 보르헤스 Nataly Borges 오비맥주 부사장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폭발한 한 해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연례 서신에서 ‘ESG 우선주의’를 천명한 게 발단이었다. 글로벌 금융시장 큰손이 ESG에 반하는 기업들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또 뒤이어 확산한 코로나19가 기업 경영에 ESG 도입을 강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같은 해 9월 글로벌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들의 ESG 도입 움직임이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하다”고 평했다.

오비맥주가 ESG 용어를 사용한 것 역시 지난해부터였다. 하지만 용어 사용과는 별개로 ESG는 오비맥주에 꽤 익숙한 활동이었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말한다.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가 창업 초기부터 지켜온 10대 원칙이나 슬로건에 이미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구성원 사명이라든가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는 원칙, ‘365일 바르게 맥주를 만든다’는 슬로건 등이 그 예입니다.”

◆ ESG는 내재된 기업문화

지난 6월 14일 포춘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오비맥주 본사를 찾아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을 만났다. 앞서 7일 오비맥주가 ‘100+ ESG 경영 강화’ 선포식 행사를 연 지 일주일 만이다. 오비맥주는 선포식에서 ‘ESG 경영을 강화해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줄을 잇는 기업들의 ESG 선포식과 오비맥주 선포식을 비교하면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오비맥주 선포식은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선포식이란 명칭만 보면 오비맥주가 최근에야 ESG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겠다는 말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디테일에 주목하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친환경 경영이나 사회공헌 활동으로 오래전부터 높은 인지도를 쌓아온 오비맥주의 선포식은 다른 기업들의 것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나탈리 부사장은 ’ESG는 오비맥주에 내재한 기업문화‘라고 소개했다. “기원을 찾자면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의 복잡한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거예요. 아마 50년도 더 됐을 겁니다. 2015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파리기후협약은 물론 ESG, CSR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이죠. 우리 문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원칙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으로, 이 뚜렷한 목적의식 하에 그동안의 기업활동이 이뤄져 왔습니다.”

◆ 지역 특수성 반영한 ESG 활동 펼쳐

나탈리 부사장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ESG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지속가능과 지역사회공헌이다.

지속가능 부문은 AB인베브 포함, 산하 계열사들이 모두 따라야 하는 공동 4개 목표로 다시 나뉜다. △스마트 농업 △수자원 관리 △재사용/재활용 포장재 사용 △기후변화 대응 등이다. AB인베브는 이 4개 부문에서 2025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산하 계열사들의 진척도를 매년 평가한다.

지역사회공헌 부문은 전통적인 CSR 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활동이 많지만, 주류업종 특수성을 반영한 프로그램도 있다.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스마트 음주 캠페인 등이 그 예이다. 일부는 지속가능 부문과 맞물려 활동이 겹치기도 한다.

나탈리 부사장은 말한다. “AB인베브 산하 공동의 목표들은 지역 특수성을 반영해 진행합니다. 관련 지역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현지 소비자들이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죠. 예를 들면 인도는 농부들의 참여를 굉장히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 스마트 농업 부문에 힘을 많이 싣습니다. 오비맥주가 활동하는 한국은 정부가 재활용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강화하고 있어 여기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편입니다.”

◆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

오비맥주의 지난 활동들을 되돌아보면 환경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나탈리 부사장은 “맥주 제조에 곡류가 주된 재료로 사용되다 보니 환경문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2010년부터 몽골에 직접 조림사업을 펼치는 등 다양한 환경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오비맥주는 최근 관련 활동을 더욱 늘려 주목받았다. 지난해 주류업계 최초로 100% 재생용지를 사용한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으며 맥주 부산물 재활용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적용에도 속도를 냈다. 이는 지속가능 부문 4가지 목표 가운데 3가지(△수자원 관리 △재사용/재활용 포장재 사용 △기후변화 대응)가 환경과 맞닿은 내용이라 상당히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정책적으로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재활용 용지 사용 비중 확대, 공급망 전반의 플라스틱 사용 축소 등 내용은 2017년 이전부터 시작됐던 거예요. 다만 당시엔 진척을 이루기 힘든 환경이었는데 이후 한국정부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면서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탈리 부사장은 최근 더욱 의욕적으로 나서는 한국정부에 거는 기대도 전했다. “저희는 ESG 성과가 측정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도 관련 제도에 성과 측정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이 상품을 만드는 데 신재생에너지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포장지 재사용률은 얼마인지 등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래야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들한테 기업의 노력 정도, 기업이 환경에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지 등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 ESG 성과 측정과 평가 필요

대부분 오비맥주 ESG 활동에는 정량 지표가 병행된다. 지속가능 목표 중 하나인 재사용/재활용 패키징 항목을 예로 들면 ‘2025년까지 100% 회수 가능하거나 50% 이상의 재활용 물질로 만든 포장재만을 사용한다’는 글로벌 목표가 있다. 이 글로벌 목표는 다시 지역과 시기에 따라 세분된다. 오비맥주는 올해 유리 70%, 캔 60%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종합 61% 재사용/재활용 패키징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나탈리 부사장은 “시장 환경이 다른 만큼 같은 수준으로 공동의 목표를 진척시키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지난해 오비맥주는 재활용 용지 사용 부문에서 70% 활용률을 달성해 AB인베브 벤치마크 대비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용 측면에서는 올해 목표치가 10%일 정도로 진척(글로벌 목표는 2025년까지 100%)이 더딥니다. 아직 산업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거든요. 미국이나 아르헨티나가 이미 100%를 달성한 것과 비교되죠.”

오비맥주는 지표를 붙이기 어려운 캠페인 영역에서도 정량적 요소를 찾아 지표로 활용한다.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음주 캠페인’ 아래 NABLAB(Non Alcohol Beverage·Low Alcohol Beverage, 무알코올·저알코올 음료) 포트폴리오 항목을 넣는 식이다.

나탈리 부사장은 “저희는 소비자들이 오비맥주 제품을 접할 때 그것이 오남용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아닌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단순 스마트 음주 캠페인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2025년까지 전체 맥주 생산의 20%를 논알코올 또는 저알코올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를 설정했고 이를 실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시장에서 유통되는 버드와이저 맥주는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조된다. 이를 반영하는 ‘RE100’ 로고가 용기에 부착돼 있다. 이미지=오비맥주 제공
미국시장에서 유통되는 버드와이저 맥주는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조된다. 이를 반영하는 ‘RE100’ 로고가 용기에 부착돼 있다. 이미지=오비맥주 제공

◆ 오비맥주 ESG 특수성

스마트 음주 캠페인은 오비맥주만의 독특한 ESG 활동이다. 주류사업자라는 특수성이 반영됐다. 지난 2015년 AB인베브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도로교통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활동을 진행 중이다. 앞서 설명한 상품 포트폴리오 변화 같은 정성 지표 관련 활동도 병행한다.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ESG 활동은 글로벌 계열사 간 협업으로도 이어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벨기에, 중국 등 6개국 계열사에서 ‘알코올 오남용률 10% 낮추기 시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는 다른 국가 계열사들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며 측면 지원 중이다.

오비맥주 ESG 특수성은 G, 즉 거버넌스 항목에서 도드라진다. 외국계 기업 특수성이 강하게 반영된 덕분이다. 관계사가 없고 모든 거래가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되는 특수성 덕분에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 승계 관련 잡음이 원천 차단돼 있다. AB인베브는 지역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하고자 RMCC(Responsible Marketing and Communications Code) 등의 비즈니스 행동 강령이나 반부패 방지 시스템을 강하게 적용하고 내부고발, 괴롭힘 방지 및 차별금지 정책도 실효성 있게 추진 중이다.

한국시장 플레이어로서의 특징도 있다. 나탈리 부사장은 “페트병 사용 절감은 AB인베브 계열사 중에서도 오비맥주에서 유독 강조하는 활동이다”면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맥주 용기로 페트병을 사용하는 나라여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센터와 대학연구소, 전문가들과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오비맥주는 AB인베브의 글로벌 ESG 목표 아래 한국 특수성을 반영한 능동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오비맥주는 AB인베브의 글로벌 ESG 목표 아래 한국 특수성을 반영한 능동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 파트너 협업이 중요

ESG 활동에는 비용이 청구된다. 앞서 언급된 페트병 대체 솔루션 개발이나 스마트 음주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다. AB인베브가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것을 상기해보면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ESG 관련 비용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많은 분이 ESG 활동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오해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창의적인 솔루션 창안과 활용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B인베브가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문제를 해결한 게 멕시코였는데, 현지 업체와의 협업으로 신재생에너지 대체는 물론 전체 비용이 오히려 더 절감되는 효과를 봤습니다. 신기술,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단순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오비맥주 역시 협업을 통해 창의적 솔루션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다. 매년 이노베이션 허브를 운영해 걸출한 스타트업을 발굴, 오비맥주가 당면한 ESG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리하베스트와의 협업으로 맥주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한 ‘리너지바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히트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대기업-스타트업 우수 상생사례로 여러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나탈리 부사장은 말한다. “ESG 활동에는 파트너들과의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특히 서울에는 여러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존재해 파트너 물색과 협업이 용이한 측면이 있어요. 이들과는 개별 단위 프로젝트 외에 가치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합니다. 매년 투자할 가치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DtV(Design to Value) 이니셔티브’에 함께 참여하죠. 협업의 대상이 스타트업에 국한된 건 아닙니다. 스마트 음주 캠페인을 도로교통공단과 함께하는 것처럼 협업 대상은 열려 있습니다.”

AB인베브가 설정한 2025년 지속가능 목표 가운데 오비맥주가 가장 더딘 행보를 보이는 부문은 ‘기후변화 대응’이다. 두 가지 하위목표인 △100% 재생에너지 사용과 △25% 탄소 배출 감축 항목의 오비맥주 올해 목표는 각각 10%, 1%이다.

나탈리 보르헤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현재는 요원해 보이는 목표이지만, 의외로 빠른 달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정부가 에너지 관련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2050 탄소중립 선언도 했죠. 저희도 올해 안에 직매장에서 사용하는 지게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꿀 계획을 세우는 등 즉각적인 탄소 배출 저감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AB인베브가 미국과 아르헨티나에서 관련 경험을 축적한 만큼 제도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fortunekorea.co.k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