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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고 기록 공모주 청약이라는데…하반기 우려 커지는 3가지 이유

  • 기사입력 2021.05.27 09:31
  • 기자명 강도원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6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공모주 전성시대다.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과 9월 카카오게임즈, 그리고 10월 하이브(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달아오르던 공모주 청약 열기가 올 상반기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이달 상장한 2차 전지 분리막 제조사 SK아이테크놀로지(IET)는 단군 이래 최대 청약증거금인 80조 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도 기업가치 180조 원 이상의 굵직한 대어(大魚)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상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따상’은 드물어졌고, 다음 달 말부터는 중복 청약도 금지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하반기 금리 인상 전망도 나온다. 공모주 시장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 강도원 서울경제 기자◀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 ‘따상’의 추억

지난해 7월 2일 SK그룹 내 백신 제조사인 SK바이오팜이 상장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2년 만에 따상이라는 국적불명의 단어가 돌기 시작했다. 따상은 공모주가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장을 시작해 첫날 상한가(30%)로 장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상장 다음날도 상한가를 가면 따상상, 3거래일도 상한가를 가면 따상상상이라고 한다. 투자자들끼리 쓰는 일종의 은어다.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고 국내 공모주 시장에도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썼던 단어가 2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결과는 따상이었다. SK바이오팜은 공모가 4만9,000원에서 2배인 9만8,000원에 거래가 시작됐는데 개장 직후 상한가인 12만7,000원을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받은 투자자는 2주 정도 기간 만에 16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SK바이오팜의 열기를 이은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을 기록, 공모주 투자자에 23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빅히트는 따상을 기록했지만, 장중 상한가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에도 그야말로 청약 열풍이 불었다. 특히 지난해 SK바이오팜으로 촉발된 공모주 청약제도 개편은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과거 공모주 청약은 비례방식으로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는 사람이 많은 주식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돈 놓고 돈 먹기’ 방식의 청약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공모주 물량 절반 이하만 비례방식으로 하고 절반 이상은 균등방식으로 배정하도록 했다.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낸 청약자에게 1주라도 나눠주자는 취지였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다수의 종목이 따상을 기록했다. 1월 화장품 및 원료 제조사인 선진뷰티사이언스와 모바일게임업체 모비릭스를 시작으로 2월 로봇플랫폼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및 반도체 웨이퍼 장비 업체 오로스테크놀로지가 투자자들을 웃게 했다. 3월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실감형 콘텐츠 제작사 자이언트스텝, 4월에는 감속기 생산업체 해성티피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 감지되는 이상 분위기

4월 말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8개월 동안 9곳 이상의 공모 기업이 투자 첫날 160%라는 믿기 힘든 수익률을 올리다보니 이제는 ‘공모주 청약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너도나도 쌈짓돈을 꺼내고 신용대출로 청약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이 ‘벼락거지’가 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믿을 것은 공모주라며 청약 계좌를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증권사 지점에는 긴 줄이 생겼다. 카페에 모인 50~60대 중년 여성들은 공모주 다음 대어인 SKIET와 관련해 2차 전지의 습식 분리막 시장 전망을 전문가처럼 쏟아냈다. 카카오톡에는 5개 증권사에 10주씩 청약해 1주를 받으라는 청약 가이드 기사 링크가 돌기도 했다.

결과는 단군 이래 최대 청약 증거금인 80조9,017억 원이었다. 288대 1의 경쟁률로 474만개의 주식 계좌가 청약에 동원됐다. 균등배분 제도에도 210만개의 계좌는 1주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상장 첫날 주식 유통 가능 물량이 15%(1,072만 주)에 불과하고 기존 주주의 유통 물량도 없고, 기관투자자 65%는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시총 기준 7조5,000억 원에 달하는 대어지만 따상 기대감은 커졌다. 5개 계좌를 모두 만들지 못한 투자자들은 “좀 더 서두를걸” 후회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SKIET는 상장일인 11일 시초가(21만 원)보다 26.43% 하락한 15만 4,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공모가(10만 5,000원)보다는 50% 높은 가격이었지만 거래 시작 직후 따상을 기대하며 추격 매수한 투자자 다수는 상당한 손실을 봤다. SKIET의 20일 주가는 14만 2,000원으로 8영업일 만에 32% 하락했다. 과거 따상에 성공한 SK바이오팜(3조8,373억 원), 카카오게임즈(1조7,569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4조9,725억 원)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조 원을 밑돈 반면 SKIET는 몸집이 너무 큰 것이 이유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SKIET 이후 달아오른 공모주 청약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SKIET 이후 상장한 건강기능식품 업체 에이치피오의 주가는 20일 기준 공모가 대비 17.5% 낮다. 색조화장품 전문회사 씨앤씨인터내셔널 주가는 공모가 보다 13.4% 낮다. 나노씨엠에스 주가 역시 공모가 대비 23.5% 하락했다.

◆ 몸값 180조 기업들이 몰려온다

문제는 올 하반기다. 상장을 예고한 13곳 기업의 장외 몸값만 180조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최고 몸값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2차 전지 기업으로 기업가치는 50조 원에서 100조 원으로 평가된다. 공모 금액은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IET보다 30% 덩치가 더 크다. 기업가치 30조 원으로 평가받는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20조 원의 게임업체 크래프톤도 상장이 임박했다. 카카오페이(17조 원)를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7조 원), 현대중공업(7조 원), 한화종합화학(5조 원), ADT캡스(4조 원), HK이노엔(2조 원), 야놀자(2조 원) 등도 준비 중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 금액 자체가 너무 커서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묶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들은 LG에너지솔루션 보다 일정을 빨리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알려지지 않은 수천억 원대 기업까지 합치면 몸값 200조 원도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장외시장에서 상장을 예고한 기업들의 몸값은 급등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가 아예 장외 주식을 매입, 기업 몸값을 끌어 올리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글로벌사모펀드(PEF) TPG와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카뱅의 몸값을 9조 원 수준으로 평가해 투자를 집행했다. 하지만 20일 기준 서울거래소 비상장 주가(9만6,500원) 기준 카뱅 시총은 39조5,312억 원이다. 반년 만에 기업가치가 4배 가까이 뛰었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의 장외 시총도 25조 4,102억 원으로 4개월 만에 57%나 커졌다. 레저 플랫폼 업체 야놀자는 1월 1만 2,500원대에서 거래되던 장외가가 10만5,000원(기업 가치 9조 1,265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10배 가까운 오름세다. 장외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커지면 상장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모가 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너무 올랐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 주가 급락으로도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공모주 청약 방향성은 SD바이오센서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인데,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자가 키트 등을 만든다. 공모가 기준 상장 몸값은 8조8,000억 원으로 경쟁사인 진단키트 업체 코스닥 상장사 씨젠 시가총액의 두 배 이상이다. 공모를 통한 조달 금액은 공모가 상단(8만 5,000원) 기준 1조3,000억 원이다.

SD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매출 1조 6,862억 원, 영업이익 7,383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의 폭발적 수요로 매출은 730억 원 대비 23배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52억 원에서 49배 불어났다. 올 1분기 매출은 1조1,791억 원, 영업이익은 5,763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부담이다. 하지만 숫자로 확인된 기업에 대한 공모주 투자자들의 투심이 어디로 쏠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객장에 걸려 있는 SKIET 일반 공모 안내문. 이 공모에는 단군 이래 최대 청약증거금인 80조 원이 몰렸다. 사진=뉴시스
한국투자증권 객장에 걸려 있는 SKIET 일반 공모 안내문. 이 공모에는 단군 이래 최대 청약증거금인 80조 원이 몰렸다. 사진=뉴시스

◆ 중복청약 막힌다는데…

하반기 공모주 투자 상황을 바꿀 변수는 중복청약 금지다. 균등배분 제도 도입 이후 중복청약을 막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6월 19일 이전에는 1명이 공모 주관사 별로 계좌를 모두 만들어 최대한 많은 곳에 청약, 배정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부모님, 가족, 친지까지 동원해 공모주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19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모 기업에 대해서는 중복 청약이 금지된다. 투자자 1명의 명의로 된 1개 증권 계좌로만 청약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계좌에 ‘일단 넣고 보자’는 방식의 과잉 청약 분위기는 사그라질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의 중복 청약과 별개로 큰 손인 기관 투자자들의 투심이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하지만 중복 투자가 막히면 청약 건수나 청약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가 사라져 달아올랐던 청약 분위기가 진정되는 셈이다. 현재로선 SD바이오센서와 일진하이솔루스 두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반기 상장 종목은 중복 청약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균등배정 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청약 마지막 날 청약 건수가 가장 적은 증권사를 선택하는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리 인상 조짐도 불안 요소다. 최근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진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 한국도 금리 인상이 예고 되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을 위한 실탄을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마련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6조1,000억 원 늘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81조5,000억 원)이 한 달 사이 11조8,000억 원이나 뛰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4월 28~29일 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대출 수요가 전체 가계대출과 신용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청약일을 포함해 3영업일 간의 기타대출(신용대출) 추이 등으로 미뤄볼 때 약 9조 원대 초반 정도가 SKIET 관련 대출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은 미국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고 경제 회복 속도도 느리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곧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품은 금리 상승과는 상극이다. 투자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반대로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주가 급락으로 공모 시장의 열기가 잦아드는 것은 물론 시장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활짝 웃는 증권사들

올해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주식투자 열풍에 위탁매매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1분기 51개 12월 결산법인의 합산 순이익은 2조9,406억 원으로 전년동기(5,447억 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3,552억 원)이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했고 삼성증권(2,818억 원), 미래에셋(2,480억 원), NH투자증권(2,426억 원), 키움증권(2,232억 원), KB증권(2,225억 원) 순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1분기 560억 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순익 1조 원의 증권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대어급 상장이 많은 만큼 IB 부문의 수익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증권사는 보통 상장 주관사를 맡으면 공모 금액의 약 0.8%를 수수료로 받고 0.2%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공모 금액이 큰 기업을 많이 주관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SK바이오사이언스 당시에는 공모금액(1조4,919억 원) 기준 0.8%인 119억 3,400만 원, 성과급 148억 원을 챙겨갔다. NH투자증권이 4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자(27억 원), 미래에셋(26억 원) 순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공모 금액을 10조 원 이상으로 단순 계산해도 주관사 단은 수백억 원을 받아갈 전망이다.

청약을 위한 신규 계좌 개설이 쏟아진 점도 호재다. 주식에 관심이 없던 개인 투자자가 계좌를 만들고 투자에 나서면 수수료 수입은 덤이다.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 3곳의 1~2월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138만 2,739건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체 증가건수(612만 개)의 22.6%가 두 달간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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