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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IWC] 새로운 변화 꾀하는 파일럿 워치 명가

  • 기사입력 2021.05.26 10:02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WC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일럿 워치 시계 제조사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에 따라 최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IWC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Fortune Korea] 파일럿 워치는 1903년 라이트형제의 비행기 발명을 시작으로 1914년, 1939년 발발한 제1,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왔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의 지표면과 달리 비행기 안은 당시 시계들이 견디기에 매우 척박했다. 비행 상태에 따른 잦은 중력 및 중력 가속도 변화와 복잡한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기장, 높은 고도 특유의 저온 현상 등이 시계에 큰 부담이 됐다.

시계업체들은 이에 대응해야 했다. 비행에는 시계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초기 비행기들은 효율적이지 못한 기체 구조와 저효율 엔진 탓에 비행 거리가 매우 짧아 비행시간 체크가 필수였다. 척박한 환경을 견디는 것은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정확히 기능하는 파일럿 워치가 꼭 필요했다.

제2차 세계대전 들어 비행기가 전쟁의 승패를 나누는 중요 전략무기로 인식되면서 파일럿 워치의 가치는 더 커졌다. 당시 파일럿 워치는 파일럿 개인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됐다. 이때 가장 주목받은 시계 브랜드가 IWC다. IWC 파일럿 워치는 추축국과 연합국 모두에서 환영받으며 가장 믿을만한 파일럿 워치로 인식됐다.

IWC 최초의 파일럿 워치 ‘마크9’.
IWC 최초의 파일럿 워치 ‘마크9’

◆ 최초의 IWC 파일럿 워치

높은 인지도에 비해 IWC 파일럿 워치 개발은 생각보다 늦은 편이다. 4대 오너였던 언스트 야곱 홈버거 Ernst Jakob Homberger가 1936년 출시한 ‘마크9’이 최초였다. 파일럿이었던 두 아들이 시계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IWC는 가장 핵심적인 파일럿 워치 기능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크9은 ‘파일럿들을 위한 특별한 시계(Special Watch for Pilots)’를 표어(동시에 IWC에서 명명한 공식 이름)로 삼았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특히 높은 항자기성을 구현한 게 특징이었다. 곧이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레이더장치가 상용화했고 이에 파일럿 워치에 요구되는 항자기 수준도 훨씬 더 높아졌다. IWC 파일럿 워치는 이 수준에 부합하는 몇 안 되는 시계 중 하나였다.

마크9은 여러모로 과도기적인 모델이었다. 스틸 이너 케이스를 사용해 항자성을 높인 건 파일럿 워치 중에서도 특출했지만, 외형 면에서는 기존 클래식워치에 가까웠다. 다이얼 지름이 26.5mm에 불과했고 크라운 크기도 작았다. 다만 가독성을 위해 인덱스를 키우고 핸즈와 함께 야광 도료 처리한 것은 파일럿 워치 특성을 띠었다.

1940년 출시된 ‘52 T.S.C(왼쪽)’과 1948년 출시된 ‘마크11’.
1940년 출시된 ‘52 T.S.C(왼쪽)’와 1948년 출시된 ‘마크11’.

◆ 파일럿 워치에 집중

IWC는 4년 뒤인 1940년 독일군의 요청으로 칼리버 52 T.S.C(시계 마니아들은 관측시계라는 뜻의 독일어 Beobachtungs-Uhren을 축약해 B-Uhr라고도 부른다) 시계를 론칭하며 파일럿 워치의 전형을 마련했다. 55mm에 이르는 오버사이즈 다이얼과 커다란 원추형 크라운, 12시 방향의 삼각형 인덱스라는 IWC 파일럿 워치 디자인 특징이 이 시계부터 시작됐다.

1948년 출시된 마크11이 영국 공군 로열 에어포스에 납품되면서 IWC는 추축국과 연합국 모두에 파일럿 워치를 제공한 특별한 시계 브랜드가 됐다. 그만큼 IWC 파일럿 워치의 기능성이 뛰어났다는 말이다. 마크11은 핸즈와 인덱스 등에서 칼리버 52 T.S.C와 차이를 보였지만 오버사이즈 다이얼이라든가 커다란 원추형 크라운, 이너 케이스 사용 등 큰 틀에서는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IWC 파일럿 워치들은 마크 시리즈를 통해 그 특징들을 전수했다. 다만 마크16 이후 모델부터는 마크11보다 칼리버 52 T.S.C에 더 가까운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IWC에서도 (브랜드 아이코닉 컬렉션인) 빅 파일럿 워치에 영감을 준 대상이 직계 모델인 마크11 또는 마크9이 아니라 칼리버 52 T.S.C라고 할 정도이다.

IWC는 현재에도 파일럿 워치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이다. 브랜드 창립 175주년이었던 2018년은 물론이거니와 2019년과 올해 집중한 분야도 파일럿 워치였다. 파일럿 워치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2016년까지 고려하면 IWC가 쏟는 노력의 6할 이상이 파일럿 워치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빅 파일럿 워치 43

◆ 작아진 ‘빅’ 파일럿 워치

올해 IWC는 5개 모델을 새로 선보이며 다시금 파일럿 워치에 힘을 실었다. 빅 파일럿 워치 43과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 탑건 모하비 데저트 에디션,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등이다.

빅 파일럿 워치는 이름 그대로 큰 사이즈의 파일럿 워치를 뜻한다. 이전까지 55mm에 달했던 IWC 파일럿 워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IWC 철학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작아졌고, 2002년 귄터 블륌라인 Gunter Blumlein 디렉터가 46mm대 사이즈로 정립하면서 빅 파일럿 워치로 명명해 현재에 이르렀다. 파일럿 워치가 과거처럼 두꺼운 방한복 위에 덧대어 차지 않고, 또 일상에서 착용하는 데일리워치로 더 많이 사용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올해 론칭한 빅 파일럿 워치 43은 그 이름처럼 43mm 크기로 제작돼 화제가 됐다. 귄터 블륌라인이 정립한 46mm대보다도 3mm나 더 작아진 것으로 ‘빅’이란 이름이 붙는 마지노선에 가까운 크기였다. 크리스토프 그레인저-헤어 Christoph Grainger-Herr IWC CEO에 따르면 “46mm대 크기가 럭셔리워치로서 인체공학적인 한계를 가진 데 따른 변화”였다.

빅 파일럿 워치 43은 이전 46mm대 빅 파일럿 워치 특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날짜창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없이 43mm 케이스에 구현했다. 심플한 다이얼 자체만 보면 초기 IWC 파일럿 워치에 더 근접한 모습이다. 케이스 재구조화 작업을 통해 100m 방수기능을 더한 것이나 easX-CHANGE 시스템을 적용해 스트랩 변경이 쉬워진 것 등도 눈에 띈다.

좀 더 특징적인 변화로는 파일럿 워치 특유의 높은 항자기성을 보장하는 연철 이너 케이스를 포기하고 시스루룩 케이스백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너 케이스 없이도 수준급의 항자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케이스백을 통해서는 (IWC가 자랑하는) 펠라톤 와인딩 시스템을 적용한 82100 칼리버를 감상할 수 있다.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

◆ 전례 없는 모델 XPL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은 올해 공개된 IWC 신제품 가운데 가장 놀랍고 혁신적인 시계였다. 올해는 물론 IWC 전체 역사에서도 전례 없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계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시계는 IWC 엔지니어들이 8년간의 개발 과정 끝에 완성한 SPRIN-g PROTECT 시스템이 적용됐다. 벌크 금속 유리로 만든 캔틸레버 스프링이 무브먼트를 지지하는 구조로 이 스프링이 충격 흡수 및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캐번디시연구소에서 실시한 충격 테스트에서 30,000g 이상의 중력가속도에서도 파손되지 않고 정상작동하는 견고함을 보였다.

시계 이름의 XPL은 실험을 뜻하는 ‘experimental’의 약자로 IWC Experimental 엔지니어링 부서를 의미한다. 이 부서는 혁신적인 기능과 이 기능을 뒷받침하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통해 기존 IWC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시계를 만들어냈다.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은 IWC에서 개발한 ‘티타늄과 세라믹의 장점을 합친’ 특수 소재 세라타늄 Ceratanium을 사용한 덕분에 생산 공정이 매우 까다롭다. 한정판 시계가 아님에도 연간 생산량이 10피스에 불과할 정도이다.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

◆ 퍼페추얼 캘린더 결합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는 IWC를 상징하는 빅 파일럿 워치에 IWC가 자랑하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변주 모델이 나올 때마다 매번 높은 관심을 받는다. 전설적인 IWC 워치 메이커 커트 클라우스 Kurt Klaus가 1985년 모듈식 퍼페추얼 캘린더 개발에 성공하며 IWC는 가장 저명한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제작 브랜드로 떠올랐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시/분/초 등의 기본적인 시간 외에 일/월/요일/연도 등을 긴 달과 짧은 달, 윤년까지 정확히 보여주는 특별한 기능이다. 4년에 한 번씩 윤년을 두되 연수가 100의 배수가 되는 해에는 윤년을 무시해야 하고, 400의 배수가 되는 해에는 또다시 윤년을 계산하는 등의 복합한 프로세스를 톱니바퀴 구동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매우 고난도 작업이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정확하고 실용적인 기능을 추구하는 IWC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컴플리케이션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출시된 빅 파일럿 워치 퍼페추얼 캘린더는 북반구와 남반구 달의 모양을 동시에 보여주는 ‘더블 문페이즈’와 ‘4자리 수 연도 표시창’ 등 IWC가 최초로 선보인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집약한 데 더해 블루 다이얼을 사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언뜻 어린 왕자 서브 컬렉션 시계를 연상케 하지만 빅 파일럿 워치 계열로 출시됐다.

◆ 혁신적인 케이스 소재

케이스 직경 46mm 이상의 빅 파일럿 워치 계열인 탑건 모하비 데저트 에디션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과 일반 모델 두 종류로 구별돼 출시됐다. 탑건 라인은 IWC가 2007년 론칭한 파일럿 워치 서브 컬렉션으로 IWC의 혁신적인 케이스 소재 기술력을 강조한다. 티타늄, 세라믹, 그리고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신소재 ‘세라타늄’ 등의 특수 소재를 사용한다.

모하비 데저트 에디션은 2019년 처음 선보인 모델로 차이나 레이크(미 해군 최대 규모 기지)가 위치한 모하비 사막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산화지르코늄과 다른 금속 산화물의 결합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사막 특유의 건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 탑건 계열 모하비 데저트 에디션에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주목받았다면, 일반 모델은 올해 출시한 IWC 신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솔리드 백케이스를 사용해 주목받았다. 이전 모델들과 같이 연철 이너 케이스를 사용해 IWC 파일럿 워치의 전통을 잇는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은 이름과 같이 케이스 직경이 41mm 모델이다. 빅 파일럿 워치 43과 달리 2mm가 모자라 ‘빅’ 수식어가 빠졌다. IWC에서 41mm 크기 파일럿 워치는 이번 모델이 처음이다.

크로노그래프는 1994년부터 IWC 파일럿 컬렉션 주력 기능으로 등장했다. 파일럿 워치는 온전한 현 시각 가독성을 위해 다이얼 구성을 최소화하거나 기능성 증대를 위해 다이얼을 복잡하게 채우는 극과 극 형태로 발전했는데, 크로노그래프 파일럿 워치는 후자에 속한다. IWC는 전자 쪽 입장을 취했으나 1994년 이후 다양한 다이얼 변주를 통해 상품 카테고리 확장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크로노그래프는 매번 굳건히 사랑받아온 기능 중 하나였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은 파일럿 워치보다는 레이싱 워치에 가깝다. 앞서 설명한 오버 사이즈 다이얼이라든가 커다란 원추형 크라운, 연철 이너 케이스 등의 파일럿 워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파일럿 워치가 파일럿들에게 기능적인 도움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부여하는 현상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IWC 철학에 부합하는 모델이다.


tip> 오버사이즈 다이얼과 커다란 원추형 크라운은 파일럿워치 디자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방한복(1900년대 초기 비행기들은 난방장치가 없어 파일럿들이 방한복과 방한장갑을 착용했다) 위에 차면서 두꺼운 장갑으로 시간 조정을 하려면 다이얼과 크라운이 커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 디자인은 항공 개척시대의 특별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만, 오늘날에도 이어져 파일럿워치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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