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포춘코리아 매거진 최신호를 무료로 읽어보세요.

본문영역

미래의 이슈|⑦ 식량 안보를 위한 중국의 430억 달러짜리 거래

FORTUNE Cover Story|The Future Issue The Future of AGRICULTURE|⑦ CHINA's $43 billion bid for food security

  • 기사입력 2017.07.17 17:57
  • 최종수정 2018.09.04 16:21
  • 기자명 Geoff Covin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미지=US 포춘

낙관주의자는 갈망하고 비관주의자는 두려워한다. 하지만 개인적 성향과 관계 없이, 미래는 인간에게 매혹적인 대상이다. 포춘은 내일의 세계를 만들어갈 사고와 기술을 통해 다가올 미래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이번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제약·미디어·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세상을 바꿀 기업 41곳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만 성공한다 해도 미래를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질 미래의 이슈 것이다.

켐차이나 ChemChina *역주: 중국화공그룹 가 농업생물공학 기업 신젠타 Syngenta를 인수한 건 전 전세계 식량의 공급과 원가 체계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의 일부분이다.
 

신젠타의 베이징 생명공학 연구센터 내 온실에서 재배 중인 옥수수. 해외 자본으로 처음 지은 중국 내 시설이다. 사진=US 포춘

인류 역사상 최악의 기근 사태는 1959년부터 1961년까지 중국에서 발생했다. 약 3,400만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노인과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죽음에 이르렀다. 가족 내 살인과 식인(食人) 사태도 일어났다. 중국 최고지도자 대부분을 포함해 현재 수 억 명의 중국인들이 당시 기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중국 역사에서 발생한 수 차례 기근 중 가장 최근이자 혹독했던 경험의 유산이 계속해서 중국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 인수에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켐차이나가 계획된 행보에 따라 신젠타를 현금 4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신젠타는 고급 살충제 및 제초제, 기타 작물보호 상품 시장의 글로벌 강자이자 세계 3위 종자 생산업체이다.

아무리 이번 인수 건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왜 우리가 굳이 중국 화학업체의 스위스 농업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우선 이번 인수가 전 세계 농업 통합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상업 종자 시장의 상당 부분(약 50%)을 통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켐차이나와 신젠타의 합병 외에도 미국 화학업계 1위 기업 다우케미칼 Dow Chemical이 2위 업체 듀폰 DuPont의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독일의 바이엘 Bayer은 몬산토 Monsanto-아마도 가장 많은 논란을 빚은 유전자조작 종자 생산기업일 것이다-인수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총 1,700억 달러에 이르는 이 대형 인수 건들은 전 세계 농업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자국의 미래를 바라보는 중국의 폭 넓은 시각에 대해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혁신, 생명공학, 지적 재산, 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 중국 전문가 로버트 쿤 Robert Kuhn은 “이번 인수 건이야 말로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또 전 세계 식량 공급과 가격 체계를 바꾸고자 하는 중국의 최신 전략이기도 하다.
 

사진=US 포춘
신젠타 CEO 에릭 피어왈드(위) 켐차이나 CEO 렌 지안신(아래)은 지난 2월 신젠타의 이익 구조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US 포춘

이번 인수 거래는 전 세계 유관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아 5월이나 6월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다른 중국 기업들의 인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켐차이나는 석유업계 거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지난 2013년 캐나다 에너지 기업 넥센 Nexen을 150억 달러에 인수한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켐차이나 CEO 렌 지안신 Ren Jianxin은 중국 국영 기업들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업체로 회사를 탈바꿈시켰다. 일례로, 이 회사는 2015년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 Pirelli와 독일의 설비 제조업체 크라우스-마파이 Krauss-Maffei를 인수했다. 하지만 신젠타 인수는 과거 사례에 비해 훨씬 더 엄청난 규모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신젠타 인수가 중국의 여러 이해관계를 어떻게 증진시키고, 또 왜 그 중요성이 국내 차원을 넘어서는 지를 이해하려면, 중국과 식량 사이의 독특한 관계부터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농업 부문 정부 계획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의 식량 전략은 ‘무수한 기근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도 식량 안보가 “우리의 영원한 이슈”라고 인정한 바 있다. 과거 중국 황제들은 2,000년 전부터 기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곡물을 비축해왔다. 그 이후로도 중국 지도자들이 같은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옥수수, 쌀, 밀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UN은 연간 곡물 소비량의 17%를 합리적 수준의 전 세계 안전 비축량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거대한 식량생산 규모 덕분에 전 세계 1위 식량 수출국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비축분이 아예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간 소비량의 45~60%에 달하는 식량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기조는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 미국 농무부 소속 경제학자이자 중국 전문가인 프레드 게일 Fred Gale은 이에 대해 “천 년 전으로 회귀하는 근시안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인의 식습관이 크게 변하고 있다. 매일 쌀과 면만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정책 입안가들도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식량 안보는 여전히 강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성격이 변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전반적인 식량 공급이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한 전문가는 “굶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그는 “진짜 문제는 단백질 소비의 증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은 소득이 최저생활 수준을 넘어서면서 더 많은 단백질을 원하고 있다. 단백질 공급원으로 그들이 선택한 건 돼지고기였다;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소비하고 있다. 이 비중은 소득과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육류를 공급받으려면,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양보다 3~4배 더 많은 곡물이 가축 사료 형태로 필요하다.

중국의 새로운 현실에서 식량 안보는 더 이상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식량 안보는 고단백 식단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는 중국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험 요소는 수백만 명이 굶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익숙해져 가는 식단을 갖지 못하게 되거나, 그럴 형편이 되지 않을 경우, 봉기할 수도 있다는 데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19%에 해당하는 자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해 새롭게 표준화된 수요를 어떻게든 만족시켜야 한다. 이는 전 세계 경지 면적 중 고작 7%를 가진 나라가 매일 더 나은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신젠타 인수의 배경이다. 이번 인수는 최근 공개된 중국의 양면 전략-식량 안보 구축을 위해 훨씬 정교하게 짜여졌다-의 일부분이다. 단지 더 큰 곡물 저장소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신젠타 CEO 에릭 피어왈드 Erik Fyrwald는 “이번 계약의 배경에는 중국의 식량안보 전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듀폰의 종자 및 농약 사업을 이끌었던 미국인 기업가다. 중국의 식량 안보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현될 계획이다. 첫 번째 방향성은 명확하다. 피어왈드는 “농업 생산성이 낮은 중국에서 기술과 농업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향은 다소 의외다. 그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첨단 농업 기술을 확실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중국에서 대규모 홍수나 가뭄이 일어나도, 전 세계적으로 수입 가능한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오랜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식량 안보 계획을 재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필요한 식량 전부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기를 원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국내 생산을 크게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나머지 국가들이 늘 풍부한 식량을 보유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외 식량 구매나 소유권 확보 등 다른 방식으로 직접 해외 식량원을 통제해 수요를 충족하려 하고 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전략 목표인 국내 생산성 향상의 어려움이 중국 내부에 있다. 무엇보다 저조한 농작물 수확량이 증가해야 한다. 단지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빈층인 농부들의 소득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선 주로 농약과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 수확량을 늘려왔다. 그 결과 산업 활동에 비해 더 심각한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을 야기했다. 현재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전자변형 종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대중들은 지난 30년간 치명적인 식품 안전 사고들을 겪은 탓에 유전자변형식품(GMO)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123명이 유전자변형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서한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은 혁신적인 식품에는 악의적인 의도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식품 안전에 관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다수의 중국인들은 유전자변형 식품이 자신들을 해치려는 서구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이 가설은 중국에 국내 개발 유전자변형종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과 맞아 떨어진다. 중국이 유전자변형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1990년대 몇 년간 공을 들였음에도 마찬가지다.

그 후 중국 정부는 대중의 공포심 때문에 자국 내 사실상 모든 GMO 종자에 대해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가뭄과 해충 같은 중국의 주요 농업 이슈들은 GMO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미국 농무부(USDA)의 게일은 “중국이 이렇게 큰 골칫거리들을 안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지난 10년간 GMO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두 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관련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당국에서는 (해외에서 개발된) GMO 쌀과 옥수수를 인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젠타의 베이징 R&D 센터에서 근무 중인 연구원. 중국은 특히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 리더가 되길 원하고 있다. 신젠타 인수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진=US 포춘

중국 지도자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연설에서 중국은 “GMO 기술을 과감히 연구하고 혁신해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MO 시장을 외국 기업들이 독식하도록 허용할 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이자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 외국 기업(신젠타)의 인수였는지도 모른다.

그 동안 GMO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GMO를 통한 작물 수확량의 급격한 확대가 불가능했다. 중국이 서구의 GMO 작물을 재배하고자 한다면, 외국산 필수 종자 수입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건 식량 안보와 정반대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국영기업이 우수 종자 기업을 소유하게 되면서 중국이 이득을 볼 수 있게 됐다. GMO 종자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면, 켐차이나는 상업적 성공을 크게 거둘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젠타 인수는 국가 차원의 다른 우선 순위들을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은 과거 오랫동안 (농업기술 부문에서) 후발 주자였다. 그러나 이젠 기술, 특히 생물공학 부문의 혁신을 통해 세계 1위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젠타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연구센터를 설립해 현재 생명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건이 마무리되면,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칠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대중들이 GMO를 수용하는 쪽으로 점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신젠타는 GMO보다 생산성이 높은 비GMO 종자를 중국에서 개발해 GMO로의 점진적인 변환을 모색할 것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교배 방식에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면 곰팡이와 가뭄에 저항력이 강한 작물을 만들 수 있다. 신젠타는 또 베이징에서 유

전체 조작 관련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GMO 기술과는 달리, 박테리아 등 다른 종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하지 않는다. 피어왈드는 “가뭄에 더 잘 견디게 하기 위해 옥수수 나무에 다른 유전자를 주입할 필요 없이, 해당 작물의 유전자들을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흥미진진한 과학”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중국의 정책당국자들은 첨단 GMO 연구와 함께 이 같은 성과를 자국 내에서 더 많이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신젠타의 또 다른 매력은 전 세계적 네트워크에 있다. 이 회사는 북미,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다소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켐차이 나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 켐차이나의 존재감은 범위가 넓지만, 깊이는 아주 얕은 편이다. 주로 수익성이 낮은 농약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젠타는 더 선진화된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을 전개하는 어느 곳에서든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쿤은 “신젠타는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 기업이다. 중국은 전 세계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반드시 세계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주요 국가들보다 더 세계화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식량안보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중국은 더 이상 자력으론 증가하는 인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하면서도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두 번째 전략 방향이다). 일본처럼 식량을 수입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안정성과 경쟁구도를 갖춘 세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의 새로운 식량 안보 전략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국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전 세계 공급망을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공급망의 출발점이 종자다. 종자를 잇는 그 다음 연결고리는 선진화된 작물 보호 제품인데, 이 역시 신젠타가 공급하고 있다. 작물 보호용 제품들은 환경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면서 식량 생산량을 늘리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개별적으로 관련 업체들을 사들이고, 일부 회사들을 합치고 있다. 대형 서구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중국에게 신젠타 인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지난 18개월 동안 글로벌 화학 산업과 종자 산업에 갑자기 통합바람이 불어 중국은 주요 서구 파트너를 확보해야만 했다. 다우와 듀폰은 2015년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몬산토는 신젠타 인수를 시도 중이었다. 하지만 신젠타는 몬산토가 제안한 것보다 높은 금액을 원했다. 그 때 켐차이나가 들어와 신젠타가 원했던 액수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엘이 몬산토 인수를 발표했다. 이런 일련의 거래들이 완성되면, 결과적으로 종자 및 농약 시장에 3개(미국, 유럽, 중국) 글로벌 대기업이 존재하게 된다.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는 중요한 질문들로 연결된다. 신규 합병된 이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미국의 한 기업 및 중국 전문가는 “상당히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중국은 개혁에만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개혁과 개방에 모두 관심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어 “중국이 신젠타를 소유하게 되면,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갖춘 다른 기업들에 문호를 개방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중국 당국이 수입을 금지할까, 아니면 ‘경쟁은 좋다’는 사실을 인정할까?”라고 다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젠타 베이징 연구센터에서 재배 중인 옥수수 나무. 중국 당국은 아직 해외 GMO 옥수수의 자국 내 토지 사용을승 인하지 않고 있다. 사진=US 포춘

중국이 어느 정도까진 경쟁을 선호할 것이라는 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듯하다. 켐차이나 CEO 렌은 베이징 사무실에서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신젠타, 다우, 바이엘, 듀폰, 몬산토 같은 외국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켐차이나가 중국 국내 기업으로서 독특하고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젠타가 특별한 우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해당 국영기업의 소유주인 정부에 대한 접근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 외에도 “켐차이나가 100개의 생산설비, 수십 만 명의 농민 네트워크, 중국 농가에게 신젠타 제품을 구매하라고 장려하는 재정적 유인책을 신젠타에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주요 경쟁업체의 CEO는 중국 내 새로운 산업 질서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자유시장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토종 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실주의자다. 일부의 경우, 우리는 공정한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요한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중국의 식량 수요 증가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것인가? 최근 수년 동안 농업 경제학자들은 중국 내 수요가 전 세계 식품 시장을 압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왔다. 중국의 식량 수입은 2008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그러나 전세계 식량 가격은 급등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만약 신젠타 인수로 중국 혹은 다른 곳에서 수확량이 증가하면, 글로벌 시장의 가격 상승 압박은 완화될 것이다. 농가 입장에선 이런 결과가 탐탁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식량 위기나 지정학적 갈등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최소한 한동안은 그럴 것이다. 그리고 신젠타 인수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과연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중국의 국내 식량 생산량은 분명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불어나는 중산층의 육류 수요가 늘어날수록, 곡물과 콩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중국의 수확량이 더 늘더라도 자국 내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굶주림 퇴치라는 불멸의 과제는 이미 해결됐다. 수 천 년 역사를 거쳐 중국은 이제 일종의 마지막 기근 사태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은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선진국형 식단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신젠타 인수가 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는 하겠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미래의 이슈|① 디지털 의료혁명을 준비하라
미래의 이슈|② 헬스케어 업계를 바꾸고 있는 34인의 의료혁신 리더
미래의 이슈|③ 실시간TV의 흥미진진한 드라마
미래의 이슈|④ CEO 임금체계의 고리 끊기
미래의 이슈|⑤ '미래 국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래의 이슈|⑥ 급구: 케케묵은 문제에 대한 참신한 해결책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Geoff Covin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9
  • 팩스 : 02-6261-61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 등록번호 : 서울중 라00672
  • 등록일 : 2009-01-06
  • 발행일 : 2017-11-13
  • 발행인 : 김형섭
  • 편집국장 : 유부혁
  • 대표 :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포춘코리아(FORTUNE KOREA).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kpark@fortunekorea.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