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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계업계 빅 트렌드…무엇이 달라지고 있나

  • 기사입력 2021.04.27 09:43
  • 최종수정 2021.04.28 10:28
  • 기자명 정희경 대표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1년 5월호에 실린 외고(外稿)입니다.>

▶팬데믹이 글로벌 시계 행사의 모습마저 바꿔놓고 있다. 시계업계의 가장 큰 행사가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애호가들을 동시에 만나고 있다. 리치몬트 그룹, 파텍 필립, 롤렉스 등 주요 브랜드가 참여해 지난 4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와 그 외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발표된 신제품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계 트렌드를 짚어봤다. / 정희경 매뉴얼세븐 대표◀

이미지=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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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Korea] 필자는 포춘코리아 지난 호를 통해 이미 시계업계에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던 큰 규모의 행사도 마찬가지다. 1월 LVMH 워치 위크가 유튜브, 줌 회의실, 자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디지털로 간단하게 신제품을 소개한 데 이어 4월 워치스 앤 원더스도 본격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젤월드는 10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아워유니버스(Hour Universe)로 행사명을 바꾼 뒤 이렇다 할 행보를 볼 수 없었지만, 오는 여름에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de la Haute Horlogerie)에서 개명한 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는 2021년 4월 7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제네바를 중심으로 디지털 에디션을,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은 중국 상해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시계업계에서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부터 개최를 시작한 두바이 워치 위크가 이미 2019년부터 디지털로 행사를 진행했고, 업계 관계자를 초대해 주제에 맞춰 토론하는 포럼도 개최한 바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기존 리치몬드 그룹사 소속 시계 브랜드 외에도 바젤월드를 탈피한 파텍 필립, 롤렉스, 샤넬 등이 합류해 총 38개 시계 브랜드가 참가한 이 온라인 플랫폼은 전세계 매체, 소매상, 고객들이 이메일을 통해 사전 등록을 하고 일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네타포르테(Net-A-Porter), 미스터 포터(Mr Porter), 알리바마 티몰 럭셔리 퍼빌리온(Tmall Luxury Pavilion)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협력사로 참여해 행사를 소개했다. 총 7일간 제네바 시간으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한국 시간으론 대략 오후 2시부터 자정 12시까지 약 15개의 일정이 매일 펼쳐졌고, 공통 또는 국가별 일정을 등록해 들을 수 있었다. 브랜드마다 설명회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미리 녹화를 해둔 영상을 송출한 후 Q&A 시간만 실황으로 준비하거나, 줌 링크를 통해 회의방식으로 참여하게 하거나, 별도의 웹사이트로 이동해 미리 마련해둔 컨텐츠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로저 드뷔의 경우 본사와 매뉴팩처를 온라인 상에서 가상현실로 탐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제품 시계의 실물을 보지 못하고 근접 카메라가 보여주는 영상만으로 가늠해야 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시차 적응 없이 거주지에서 바로 CEO나 디자이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점, 행사는 14일에 끝났지만 4월 말까지 올려진 영상 다시 보기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등은 디지털 플랫폼만의 장점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행사 전후에 각 지역별 견본을 미리 들여와 보여주는 등 소규모 직접 대면 방식도 병행되어 현지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국내에선 팬데믹에 대한 우려로 큰 행사를 치르지 않고 있지만, 중국에선 이례적으로 행사를 강행했다. 중국이 현재 시계업계, 특히 고가 시계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시계산업협회의 대수출국 현황에서 오랜 동안 선두 시장을 고수했던 홍콩을 제치고 중국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이 시장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작년 팬데믹 상황에서도 중국 상해와 선전에서 행사를 연 데 이어, 올해도 상해에서 5일간 행사를 개최했다. 규모는 작년 2배 수준으로 롤렉스, 튜더, 보메 메르시에 등 19개 시계 브랜드가 참여했다. 무브먼트의 조립, 신기술을 직접 볼 수 있는 랩(LAB)이 설치됐고, ‘중고 시장의 영향’, ‘전자 상거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주제로 열띤 토의도 진행됐다. 행사가 열린 첫날 1,000개의 드론을 띄워 시계 무브먼트 부품와 시계 등의 모습을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워치스 앤 원더스에 참여하지 못한 브랜드도 이맘때면 신제품을 발표했기 때문에 자사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신제품을 독자적으로 소개했다.

지난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 행사 모습. 사진=W&W
지난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 행사 모습. 사진=W&W

◆ 오래 사용하는 친환경 제품

시계업계에서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지난호 기사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게 과연 친환경 제품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고 만들어진 에코백과 황색 종이봉투의 경우,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과 자원의 양이 실제로 비닐봉지 제작비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가 있다.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원낭비만 초래하는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환영할만한 행보이지만 좀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시계업계에는 기계식 시계라면 그 자체로도 친환경적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 질문을 하면 그런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관리만 잘하면 한번 만들어 놓은 시계를 50년, 100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친환경이라는 논리다. 다소 억지스럽다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도 안 지나 최신기술이 탑재된 것으로 갈아타게 되는 스마트 워치와 비교하면 수긍이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계업계에선 요즘 중고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그런 트렌드에 브랜드도 직접 동참하고 있다. 경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브랜드에서 중고품을 수급해 완벽하게 수리한 다음 고객에게 재판매하는 것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레 컬렉셔너, 까르띠에 트래디션에 이어 제니스도 아이콘(Icons)이란 선순환 컬렉션을 내놓는데 합류했다. 제니스에서 직접 수집, 스위스 르로클에 위치한 매뉴팩처에서 복원ㆍ인증하고, 제니스 부티크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컬렉션이다. 2020년 일본 도쿄 긴자 부티크를 시작으로 2021년 중국 상하이 난징 웨스트 로드 부티크에서 선보일 아이콘의 첫 제품들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제작된 가장 상징적인 초기 엘프리메로 모델들로 구성했다. 희소성이 높아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이들 제품은 확실한 출처와 이력을 보유하고 작은 부품도 제니스에서 직접 제작한 정품만을 사용한다. 판매시 제공하는 인증서도 제니스 아카이브에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해 계속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보통 오래된 시계의 경우, 부품 마모로 인한 정확성이나 수명에 대해 신뢰하기 힘든데, 제니스 아이콘 시계는 3년 품질 보증을 제공한다.

반드시 오래 쓰는 시계라는 주장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미 공정 채굴, 공정 무역에 의한 투명한 소재 수급, 재생과 재활용,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생산과 유통, 제품 판매 대금 환경 단체 기부 등의 활동에 동참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탐험가 마이크 혼이 탔던 요트 소재 금속을 재생한 케이스와 재활용 페트병 스트랩으로 시계를 만들었던 파네라이는 재활용 소재 수급을 위해 항공 우주, 자동차 산업과 협력해서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름에 에콜로지의 머리글자 e를 붙인 친환경 시계를 추가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파네라이 섭머저블 이랩-아이디(eLab-ID)-희소성을 높여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지 30개만을 제작했다-도 시계 구성품의 95%에 재활용 소재를 썼다. 케이스나 샌드위치처럼 2장을 겹친 다이얼, 무브먼트 부품을 고정하는 브릿지의 80%가 재활용 소재이고, 스트랩도 재생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다이얼 위에 도포한 발광소재인 수퍼루미노바 또한 100% 재활용이고, 기계식 시계의 핵심 부품인 이스케이프 휠과 레버 또한 재활용 실리콘을,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골드 소재 시곗바늘도 재활용 소재를 이용했다. 이 밖에도 한정품이 아닌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 이스틸(eSteel)도 내놓았다. 다이얼 색상에 따라 3개 모델이 있는데, 중량의 58.5% 정도에 재활용 강철을 사용했다. 이랩아이디 컨셉 시계와 이스틸 시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순환경제에 동참하고 있는 파네라이는 시계산업 전체가 환경을 보호하는 때가 오기를 바라며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계 외관뿐 아니라 동력 기관에 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티즌은 이미 1973년 석유 파동을 겪은 후 청정 에너지 대체 원천에 대한 관심을 갖고 1976년 세계 최초로 빛을 동력으로 삼는 에코-드라이브(Eco-Drive) 기술을 개발했다. 실내 형광등이나 LED 등 모든 종류의 광원을 동력으로 변환해 시계에 동력을 공급하고, 저장, 완충시 어둠 속에서도 수개 월 작동할 수 있는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꾸준히 소개해왔다. 올해 시티즌은 물, 지구, 불, 공기를 주제로 한 여성 시계 '시티즌 L'을 발표했는데, 시계 다이얼 위 12시 방향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름 그대로 화학적 조성, 경도, 밝기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하지만, 채굴이 아닌 실험실에서 제작한 합성 다이아몬드다. 시티즌은 RJC(Responsible Jewelry Council)에서 인증 받은 스와로브스키가 제작한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스트랩은 모델에 따라 해변에서 수집한 페트병에서 추출한 섬유인 에코페트(ECOPET®), 파인애플로 만든 피나텍스(Piñatex®)사용해 제작했다.

피나텍스처럼 과일로 만든 소재는 과일 가죽이라고 부른다. '식품과학사전'에 따르면 과일 가죽(fruit leather)이라는 용어는 ‘과일 퓌레에 설탕 또는 꿀을 넣어 단맛을 주고 팬에 얇은 층으로 펴서 오븐에서 가열 또는 수분을 증발시켜 말린 뒤 팬에서 걷어 내어 둘둘 만 제품’에 사용하지만, 실제로도 비슷한 방식으로 친환경 가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 과일 폐기물을 수거하고 분쇄한 뒤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한 후 응고제로 사탕수수나 아교 등 천연 재료를 주입해 응집력을 높인 후 얇게 펼쳐 저온에서 건조, 압축을 반복하면 인장력이 높은 부직포 형태를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천연염색으로 색을 더하고 가죽 재질과 비슷한 도장을 찍어 표면을 구현하면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힘든 가죽을 제작할 수 있다. 영국 아나나스 아남(Ananas Anam)의 피나텍스는 파인애플 잎 섬유로 제작하고, 이탈리아 프루매트(Fumat)사가 만든 애플 스킨((Apple SkinTM)은 사과를, 네덜란드 푸룻 레더 로테르담(Fruit Leather Rotterdam)은 망고를 원재료로 활용해 가죽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까르띠에도 과일 가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17년 출시 이래 오랫동안 꾸준히 생산해온 탱크, 특히 1977년에 소개한 탱크 머스트 라인을 다시 되살렸는데, 새로운 쿼츠 무브먼트와 과일 가죽 스트랩이 주목할만하다. 쿼츠 무브먼트의 배터리 수명은 보통 2~3년이지만 이미 까르띠에는 집적회로의 개선으로 동일한 건전지를 넣고도 6년 정도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무브먼트를 개발한 바 있다. 여기에 리치몬드 그룹 산하 무브먼트 제조사 발플러리에와 손잡고 솔라비트(SolaBeat) TM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이름 그대로 태양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광전지를 탑재, 시계 다이얼 위 로마 숫자 부분에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아주 작은 구멍을 냈고, 그 구멍을 통과한 햇빛이 광전지에 닿아 배터리 수명을 자그마치 16년까지 연장했다. 빛을 이용한 시계는 이미 시티즌, 카시오, 티쏘 같은 브랜드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까르띠에와 같은 주얼리 브랜드에서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솔라비트 쿼츠 무브먼트 탑재 시계에는 사과를 주재료로 40% 이상 식물 성분으로 구성한 과일가죽 스트랩을 부착했다. 소재 생산은 이탈리아, 제작은 포르투갈, 시계의 부착ㆍ조립은 스위스에서 마무리한 그야말로 다국적 생산 스트랩이다. 쇼파드 L.U.C 타임 트러블러 시계의 스트랩은 비건 러버라 부르는 천연 고무 소재로 제작됐다. 2006년 화학 물질의 등록, 평가, 승인, 제한을 위해 만들어진 유럽 연합 규정인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의 인증을 획득한 소재다. 쇼파드처럼 ‘지속가능한 럭셔리’에 대한 노력 의지를 밝히는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계의 95%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파네라이 섭머저블 이랩-아이디. 사진=파네라이
시계의 95%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파네라이 섭머저블 이랩-아이디. 사진=파네라이

◆ 자연에 가까운 녹색

친환경주의는 색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패션에 비해선 느리지만 시계업계도 유행을 탄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요소는 색상이다. 시계 다이얼에선 흰색과 검정이 가장 널리 사용됐었다. 그러나 파란색이 두각을 드려내면서 대부분의 시계 컬렉션이 파란색 계열을 채택했고, 그 다음은 녹색이 이어받았다. 자연재해, 환경문제가 대두했을때 패션계에는 에콜로지 바람이 불었다. 1970년대가 그랬고, 2000년대 초 경기 불황에 웰빙열풍이 불었을때도 녹색 패션이 유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팬데믹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정식적 트라우마를 씻으려는 듯, 패션계에서도 스트레스 해소와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이 선두에 올랐고, 시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오데마 피게와 파텍 필립의 대표적인 스포츠시계 로열 오크와 노틸러스는 1972년과 1976년 출시 당시 블루 다이얼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기간 인기를 얻었던 까닭에 후발 주자격인 스포츠 시계들도 약속이나 한 듯 블루 다이얼을 기본 모델로 내놓았다. 그런데 2021년 1월 파텍 필립이 돌연 블루 다이얼을 가진 Ref.5711/1A-010 모델을 단종시킬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6만 유로(약 8천만 원) 정도였던 중고가가 일주일만에 9만 유로(약 1억 2천만 원)로 치솟았다. 그리고 4월 파텍 필립은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색상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발표했다. 바로 올리브 그린컬러 다이얼을 가진 Ref.5711/1A-014 모델이다. 오데마 피게도 올록볼록한 타피세리 패턴을 없애고 가장자리로 갈 수록 색이 짙어지는 스모크 그린 컬러의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씬 Ref.15202 모델로 녹색 시대를 열었다. 녹색 다이얼 시계는 2021년 리베르소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스몰 세컨즈, 까르띠에 탱크 머스트, 튜더 블랙베이 피프티-에잇 18K, 태그호이어 아쿠아레이스 프로페셔널 300 티타늄까지 가격에 상관없이 다양한데, 롤렉스의 경우 아예 다이얼에 야자수 잎까지 넣은 데이트저스트 36 시계를 내놓았다.

4면 다이얼을 가진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립티크. 사진=예거 르쿨트르
4면 다이얼을 가진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립티크. 사진=예거 르쿨트르

◆ 보다 재미있고 예술적으로!

색상에 녹색만 있는 건 아니다. 1960~1970년대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태동한 팝아트의 밝고 선명한 색상도 인기다. 2020년 롤렉스가 오이스터 퍼페츄얼 36, 31 모델에 터키 블루, 캔디 핑크, 코랄 레드, 옐로우 등 5가지 색상을 더한 것처럼, 오리스도 1960년대 영감을 받은 브론즈 합금 케이스의 여성용 다이버 시계에 식스티 파이브 코튼 캔디라는 이름을 붙이고 스카이 블루, 와일드 그린, 립스틱 핑크라는 솜사탕 같은 3가지색 파스텔톤을 부여했다. 작년에 이어 무지개 색상도 돋보이고 있다. 무지개톤으로 보석을 세팅하는 방식도 여러 브랜드에서 볼 수 있었는데, 샤넬은 다양한 컬러의 사파이어를 베젤, 인덱스, 케이스 측면에 세팅한 J12 일렉트로와 체인 가죽줄에 여러 색상을 적용한 프리미에르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제니스는 이 같은 색상을 크로노그래프 밸런스 휠이 시간당 36만번 진동해 0.01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계에 적용했다. 데피 21 스펙트럼 시리즈는 이름처럼 가시광선의 다양한 파장을 오픈워크로 보여주는 무브먼트, 베젤, 스트랩에 적용했다. 그리고 하나 더! 아르헨티나 태생 스페인 현대미술가인 펠리페 판토네(Felipe Pantone)와 손잡고 데피 21 펠리페 판토네 에디션도 소개했다. 100개 한정생산된 이 제품은 무지개빛 레인보우 효과 스트랩과 펠리페 판토네의 서명이 들어간 예술작품과 인증서를 함께 제공하는데 출시 24시간만에 완판됐다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시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당대 최고의 예술공예 기술이 투입됐다. 에나멜, 미니어처 페인팅, 미세 조각, 보석 세공 등 다양한 기법이 다이얼에서부터 케이스에까지 사용됐다. 기술의 평준화로 인해 복잡한 기능을 통한 차별화가 힘들어지자 고가 시계 시장은 예술공예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04년부터 메티에 다르 컬렉션을 소개했고, 까르띠에는 2008년 까르띠에 다르라는 이름의 예술시계를 만들기 위해 스위스 라쇼드퐁 매뉴팩처 옆에 공예 장인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루이비통도 예술 시계에 합류했다. 해골 사이로 뱀이 지나가는 모습을 가진 땅부르 카르페 디엠의 흥미로운 다이얼은 최고의 에나멜 장인으로 여겨지는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와 조각 장인, 딕 스틴만(Dick Steenman)이 작업했다. 미닛 리피터 시계로 작동할 때 뱀이 움직이는 시계다. 

불가리도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협업했다. 그는 일본 전통 건축과 시간에 대한 탐구를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안도 타다오 시계에 반영했다. 래커칠한 다이얼 위 7시 방향 스몰 세컨드를 중심으로 동심원 모양으로 점진적으로 커지는 조각을 넣었는데, 이는 시간이 탄생되는 블랙홀을 의미한다. 일본 전통 건축의 미카즈키(Mikazuki, 三日月)에서도 착안했다. 미카즈키는 보름달로 차오르게 될 달의 첫 단계, 즉 초사흘 초승달을 말한다.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려서 일부분만 드러내는 초승달은 밤의 희망, 풍요로운 미래를 의미하는데, 다이얼 5시 방향에 골드 소재로 초승달을 넣었다. 세라믹 케이스의 후면 사파이어 글래스 위에 안도 타다오의 서명을 넣은 시계는 160점만 한정생산으로 소개됐다.

예거 르쿨트르는,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모빌로 만들어 관람객이 움직이면서 원작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와 손잡았다.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를 시작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될 작품 ‘스페이스 타임’은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노난티엠 시계를 69가지 단면으로 분해해서 공중에 매단 설치 작업이다. 관람객은 시계의 앞면과 뒷면, 그리고 분해도처럼 펼쳐진 단면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와 무브먼트 기록을 세웠다. 사진=불가리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와 무브먼트 기록을 세웠다. 사진=불가리

◆ 신기술과 신기록

시계업계는 언제나 기술 최전방에 있었다. 신소재와 신기술, 신기록을 수립하며 계속 진화해 왔다. 쇼파드는 강도와 광택을 높인 독자적인 루센트 A233 스틸 소재에 이어 세라믹화 5등급 티타늄 소재를 제작, L.U.C GMT 원과 트래블러 원 블랙의 케이스에 적용했다. 티타늄 표면을 일렉트로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산화시켜 700 비커스에 달하는 경도로 높였고, 마찰, 내식성, 알러지 없는 생체 적합성을 달성했다. IWC도 파일럿 워치 컬렉션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8년 개발 끝에 30,000g 이상의 중력 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빅 파일럿 워치 쇼크 업소버 XPL 시계를 소개했다. 케이스에는 가벼우면서도 긁힘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세라믹과 티타늄을 결합한 세라타늄 소재를 사용했고, 특허받은 스프링-g(SPRING-g) 시스템은 무브먼트에 오는 충격을 완충하도록 만들었다. 

로저 드뷔 엑스칼리버 글로우 미 업(Excalibur GlowMe Up)은 스톤을 고정시키는 홈에 발광재료인 수퍼루미노바를 채우거나 무브먼트 부품 모서리각과 별 모양 브릿지에 적용하는 특허 기술을 세계 최초로 사용한 시계다. 어두운 곳에 시계를 놓았을때 베젤에 장식된 60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와 무브먼트 부품 위에서 노랑, 초록, 보라 등 각기 다른 색이 빛나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예거 르쿨트르는 2006년 리베르소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세계 최초의 3면 다이얼을 가진 리베르소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트립티크(Triptyque) 시계를 소개했다. 75개 한정판으로 제작된 시계는 5개의 특허를 보유한 18개 컴플리케이션을 수행했다. 15년 뒤인 2021년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며 또 한 번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세계 최초로 4면 다이얼을 가진 리베르소 히브리스 메카니카 칼리버 185 콰드립티크(Jaeger-LeCoultre Riverso Hybris Mechanica Calibre 185 Quardriptyque)를 내놓은 것이다. 컴플리케이션 갯수는 11개지만 난이도는 트립티크보다 더 높아 리베르소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로 여겨지는 시계다. 퍼페추얼 캘린더, 플라잉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 삭망(Synodic), 교점(Draconic), 근점(Anomalistic) 주기까지 시계업계 최초로 달과 관련된 3가지 정보를 동시에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었다.

얇은 무브먼트라면 예거 르쿨트르,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피아제, 그리고 불가리가 서로 기록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1957년 이후 지속적으로 초박형 무브먼트 개발에 치중해 온 피아제와 이 틈새시장의 루키로 떠오른 불가리의 경합이 볼만하다. 불가리는 2014년 두께 1.95mm의 뚜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을 소개한 이후 미닛 리피터, 오토매틱, 뚜르비용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GMT 등에서 계속 기록을 갱신했고, 올해 또 다시 도전장을 냈다. 그 이전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2019년 선보인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으로, 무브먼트 두께 2.89mm, 케이스 두께 6.3mm라는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은 이보다 더 얇은 2.75mm의 무브먼트 두께, 5.80mm의 케이스 두께를 달성함으로써 1위 자리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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