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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바쉐론 콘스탄틴] 예술의 영역으로 향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 속의 시계 | 바쉐론 콘스탄틴] 예술의 영역으로 향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11.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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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하이엔드 명품으로 인정받는 시계 브랜드이다. 2020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수상한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시계를 통해 바쉐론 콘스탄틴의 수준을 가늠해보자.◀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Fortune Korea]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제작한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이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0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캘린더 및 천문학’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이름값에 비춰보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수상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최상위, 까다로운 시계 마니아들조차도 천상계로 구분해 별도 취급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수상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이 최근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수상한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예술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 하이엔드 브랜드의 위엄

최근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에서 수상한 바쉐론 콘스탄틴 이력을 보면 예술적인 면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치우친 사례가 많았다.

2015년 소속 워치메이커 3인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계기가 된 Ref.57260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이름이 높았다. 2017년 수상한 총 23개에 달하는 천문 컴플리케이션을 한데 집약한 레 캐비노티에 셀레스티아 애스트로노미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3600이나, 2019년 수상한 세계 최초의 유저 컨트롤 듀얼 프리퀀시 기능을 장착한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역시 화려한 기술력이 돋보이는 모델들이었다.

이는 일반 명품 브랜드라면 굉장한 기록이자 영광일 테지만, 바쉐론 콘스탄틴 수준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본이 하이 퀄리티 수준일 정도로 기술력과 완성도를 깔고 가는 톱티어 브랜드가 되면 비욘드 테크, 즉 예술의 영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바쉐론 콘스탄틴과 견줄 수 있는 시계 브랜드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하다.

◆ 까다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올해 수상한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역시 기술적 요소에 방점을 둔 캘린더 및 천문학 부문에서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이 시계는 비욘드 테크에서도 놀라운 성취를 보여 눈길을 끈다.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을 적용했음에도 8.1mm 두께에 불과한 울트라-씬 모델인데다 절정의 스켈레톤 감각을 뽐낸다. 시계는 일정 비율을 넘지 않는 선에서 얇으면 얇을수록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페이즈가 함께 적용된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들은 부품이 1.5배 이상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연스레 케이스 부피도 함께 늘어나 일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보통 15mm 안팎 두께로 완성된다.

부품이 1.5배나 늘었는데도 시계 두께는 15mm 수준이라고 하니 일부 독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비밀은 제조 브랜드에 있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술 구현이 워낙 어렵다 보니 명품 브랜드에서만 제작하기 때문이다. 2mm 두께 시계도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이 15mm로 제작할 정도니 퍼페추얼 캘린더 기술 구현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짐작할 수 있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뒷면. 브랜드 상징인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스켈레톤 디자인 로터가 인상 깊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 뒷면. 브랜드 상징인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스켈레톤 디자인 로터가 인상 깊다.

◆ 1120 QPSP 무브먼트 탄생

울트라-씬은 시계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자주 사용된다.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사용된 모델이라면 더욱 그렇다. 컴플리케이션 기술 구현에 많은 부품이 사용되는 까닭에 케이스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지만,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는 게 울트라-씬이기 때문이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은 이름에 쓰인 울트라-씬 표현에 걸맞게 8.1mm 두께를 자랑한다. 일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이 8.1mm 두께로 완성될 수 있었던 건 1120 QPSP 무브먼트 덕분이다. 1120 QPSP 무브먼트는 4.05mm 두께를 자랑한다.

1120 QPSP 무브먼트는 초박형 무브먼트인 1120을 베이스로 제작됐다. 1120 무브먼트 두께는 2.45mm에 불과하다. 1120 무브먼트에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더해 1120 QP 무브먼트가 등장했고, 여기에 다시 스켈레톤 작업이 더해져 1120 QPSP 무브먼트가 탄생했다. 1120 QPSP 무브먼트가 등장할 무렵 1120 QP 무브먼트는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이나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을 통해 이미 확고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상태였다.

◆ 스켈레톤 공정의 양면성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무브먼트 1120 QP를 바탕으로 스켈레톤 작업을 통해 1120 QPSP 무브먼트가 탄생한 건 무브먼트 확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스터급 시계 장인의 절정에 달한 스켈레톤 공정을 거친 시계는 이때부터 예술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스켈레톤 공정을 쉽게 표현하면 무브먼트를 드러내는 일이다. 스켈레톤은 그 수준에 따라 △다이얼에 구멍을 뚫는 수준인 오픈하트(밸런스 스프링 위주로 오픈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다이얼을 광범위하게 뜯어낸 오픈워크 △다이얼을 통째로 없애 무브먼트를 전면에 노출시킨 하프 스켈레톤(보통 스켈레톤이라 부른다) △케이스 뒷면을 시스루룩백으로 처리해 케이스 앞뒤로 무브먼트를 모두 노출시킨 풀 스켈레톤으로 구분한다.

앞의 설명만 보자면 스켈레톤 공정은 예술과 크게 상관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스켈레톤 공정 그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이얼만 없애면 되기 때문이다. 중저가 시계 브랜드에서도 스켈레톤 모델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명품 이상 시계 브랜드에서는 스켈레톤 공정이 완전히 새로운 일로 탈바꿈한다. 그저 다이얼만 제외하는 게 아니라 노출되는 면을 아름답게 꾸미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장 강판을 뜯어내기만 한 자동차와 여기에 더해 내부 장치를 보기 좋게 새롭게 디자인한 자동차를 비교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 무브먼트 꾸미기의 어려움

명품 시계 브랜드에서는 스켈레톤 공정을 ‘자동차 엔진을 예쁘게 만드는 작업’에 비유한다. 가장 핵심 파트를 꾸민다는 표현이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자동차 외관 디자인이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엔진은 그렇지 않을뿐더러 그 기능을 헤치지 않는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다이얼은 다양한 변용이 가능하지만 무브먼트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각 파트의 기능이 분명한 데다 좁은 공간을 낭비 없이 빽빽하게 채워넣어 구조와 모양의 변형 여지가 거의 없다.

시계 브랜드들은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제한된 방식으로 무브먼트를 꾸민다. 비교적 넓은 공간인 브릿지나 로터에 문양을 새기는 것과 보석으로 만든 색색깔의 나사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널리 쓰인다. 이렇듯 무브먼트는 기능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시계 브랜드들의 진정한 실력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무브먼트 조립 모습. 부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하이엔드'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무브먼트 조립 모습. 부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하이엔드'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 하이엔드 스켈레톤 수준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스켈레톤은 현재 유통 중인 오버시즈 컬렉션 31개 모델 가운데 유일한 스켈레톤 모델이다. 또 오버시즈 컬렉션 최초의 풀 스켈레톤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기도 하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은 자신의 가치에 맞는 풀 스켈레톤 제작을 위해 매우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무브먼트를 깎아) 대부분 면을 지워 모두 선 처리한 것이 눈에 띈다. 스켈레톤이란 이름 그대로 뼈대만 남긴 셈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120 QPSP가 선 연결 구조에 가까운 무브먼트임에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정교한 장식을 새겨넣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NAC(니켈 베이스에 코발트와 알루미늄이 조합된 물질) 도금 처리한 브릿지 외곽과 모서리는 앵글라쥐 기법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했고 조금이라도 공간이 드러나는 부분은 페를라주를 채워넣어 풍부한 입체감을 더했다. 12시 방향 브릿지 상단에는 장인이 손수 아라비아 숫자 시리얼 넘버를 새겨 핸드 메이드 인그레이빙 가치를 극대화했다.

시스루룩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무브먼트 뒷면 역시 화려한 마감이 돋보인다. 메인 플레이트 외곽 모서리와 로터, 일부 브릿지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만 사용된다는 블랙 폴리시 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 상징인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스켈레톤 디자인 로터는 이 시계 케이스백의 백미라 할 만하다. 외곽을 22K 골드 처리해 스켈레톤화에 따른 부족한 회전력을 보완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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