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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위기관리 이후 저항에 대비하라

  • 기사입력 2020.10.28 19:38
  • 기자명 신제구 교수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11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위기관리 역시 상시화됐다. 위기관리엔 저항도 뒤따른다. 리더는 어떻게 이 저항에 대비할 수 있을까?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Fortune Korea] 불확실성은 이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알 수도 없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위험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말 그대로 딜레마 상황이다.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어려워지면 어려워진 만큼 고통스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다 죽을 수는 없기에 다 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의 불가피한 선택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양해되고 수용될까? 조직의 형편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신이 그 대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겪고 나면 많은 조직이 구조조정을 습관처럼 반복될지도 모른다. 가장 빠르고 쉬운 정상화 방법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가되고 분류될 것이다. 조직의 생존을 이유로 구성원의 희생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과연 구성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조직도 절박하지만 구성원 개인 또한 절박하다. 생존을 위한 구성원들의 저항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공산이 크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직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는 불행한 형국이 벌어지는 것이다.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구성원들에게 저항 외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직급은 높지만 직책이 없거나 몸값은 높은데 밥값을 못하는 고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모든 조직이 몸값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조직은 더욱 냉정하고 가혹한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구성원들의 저항도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이쯤 되면 고용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직이 선택한 구조조정 때문에 조직은 예상 밖의 저항비용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위기 후 올지도 모르는 구조조정의 위협에 본인도 위험해질 수 있겠지만 조직내부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를 리더는 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상황이 상시체제가 된 현재 상황에서 조직의 불가피한 선택을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생각 없이 실행하기 보다는 뭔가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리더 본인이 중심을 잃는다면 본인이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다. 조직의 선택을 실행할 리더가 먼저 정신을 잃는다면 이를 가만둘 조직은 없다. 위기일수록 리더가 먼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위기는 모든 리더에게 올 수 있지만 위기에 대응하는 리더의 자세는 같지 않다. ‘위대한 실패’라는 이름이 따라다니는 영국의 탐험가 섀클턴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914년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을 탐험하던 섀클턴은 탐험 중 배가 남극의 얼음 바다에서 파쇄되어 조난 위기에 처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굶주림이 섀클턴 대장과 대원들을 위협했지만 섀클턴은 대원들을 격려하며 그들이 결속과 신뢰를 유지하며 죽음의 공포를 극복했다.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강구하며 견딘 덕에 드디어 634일 만에 전원이 살아서 그리운 고국 영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는 비슷한 상황의 다음 예와 비교된다. 섀클턴 사건 1년 전인 1913년 캐나다 출신의 탐험대장 스테판슨은 칼럭호를 타고 11명의 대원들과 북극탐험 중 섀클턴 탐험대처럼 북극 빙하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섀클턴 탐험대와는 대조적으로 위기에 처한 칼럭호 대원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다 결국 11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대장인 스테판슨은 극한상황에서 변해버린 대원들에게 실망하여 본인이 먼저 배와 대원들을 버리고 혼자 북극을 배회하다 극적으로 혼자 살아서 캐나다로 돌아왔다. 그는 살았지만 죽음보다 더 비참한 죄책감과 패배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을 것이다. 이처럼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 아니지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위기에 처한 리더는 섀클턴처럼 용기 있는 대응을 해야 할까? 그 방법도 좋겠지만 더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구조조정 이후에 초래될 수 있는 내부저항의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를 위해서다. 미리 후회하면 덜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입장에서 구조조정 이후에 조직과 구성원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더는 해야 할 선제적 조치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조직 안팎의 변화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운전 중 뒤차가 와서 부딪쳐도 백미러를 통해 뒤차의 충돌을 예측하면 사고가 나더라도 충격이 덜한 법이다. 어차피 당할 일이라면 충격완화가 목적이 될 수 있다. 넋 놓고 당하면 깨어나지도 못한다. 따라서 리더와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해야 공동대응이 가능하고 공동대응이 가능해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 조직내부의 기저질환(pain-points)를 먼저 제거해야 하다. 내부의 기저질환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가장 먼저 노출되고 희생된다. 기저질환의 근원을 파악하여 제거하여 조직의 약점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약 리더만의 힘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면 공론화하여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추후에도 구성원들은 조직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자신들이 희생되었다는 생각보다는 상황의 변화가 더 큰 위기의 요인이라고 판단하게 되므로 불필요한 저항의 강도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셋째,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 결속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예측이 안 되는 미래를 생각하면 구성원의 행동도 예측하기 어렵다. 위기감을 감지한 구성원들은 결정적 순간에 자기방어기제가 발동되어 집단저항의 단체행동도 불사하지 않는다. 아무도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해답은 한가지다. 저항하는 것뿐이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처절한 저항 외 방법이 없다. 그러면 다 죽는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위해 중심을 잡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의하여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

리더는 현실적 관점에서 다가올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완화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리더가 먼저 이러한 노력에 무기력하거나 회피하게 된다면 모두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다. 어쩌면 리더는 위기를 위해 조직이 남겨둔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조직의 운명도 결정된다고 본다. 결국 리더를 준비하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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