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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 오메가] 초월적인 항자성 기술력, 센트럴 투르비용을 만나다
[시계 속의 시계 | 오메가] 초월적인 항자성 기술력, 센트럴 투르비용을 만나다
  • 김타영 기자
  • 승인 2020.06.2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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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20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오메가가 1만 5,000가우스 자기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항자성 센트럴 투르비용 시계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

[Fortune Korea] 오메가는 씨마스터와 스피드마스터라는 걸출한 스포츠워치 계열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이들 컬렉션은 오늘날의 오메가를 있게 한 최고 공신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따금씩 이들 컬렉션이 너무나 빛나는 바람에 오메가의 특출한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혁신 혹은 기술 마스터라는 오메가 별칭만큼 대단한 뭔가를 만들어내도 사람들은 잠깐의 관심만 가질 뿐, 발길은 씨마스터나 스피트마스터 모델로 향한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6월 오메가가 클래식워치 계열에서 기념비적인 모델 하나를 공개했다.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 시계이다.

◆ 센트럴 투르비용

이 모델은 오메가가 자신의 탁월한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듯하다. 센트럴 투르비용을 사용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거쳤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거쳤음에도 시계 뒷면은 시스루룩으로 마무리해 감탄을 자아낸다. 이 밖에도 요소요소에 특별하고 디테일한 장식과 기술들이 사용됐지만, 앞의 내용에 비하면 이런 내용은 사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투르비용은 잘 알려진 것처럼 시계가 받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밸런스와 앵커 등의 주요 부품을 케이지에 넣어 회전시킴으로써 특정 방향으로 치우쳐 작용하는 중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센트럴 투르비용은 1994년 오메가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장치이다. 그 이름처럼 투르비용이 다이얼 변방이 아니라 한가운데 위치해 기술적으로나 심미적으로 특별함을 더한다. 투르비용을 다이얼 중앙에 배치하려면 시침, 분침, 초침을 움직이는 메인축 설계를 새로 해야 해 이전까지 다른 브랜드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절차 중 한 장면. 1만 5,000가우스 자기장 노출 이후 검사관이 상태 변화를 체크하고 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절차 중 한 장면. 1만 5,000가우스 자기장 노출 이후 검사관이 상태 변화를 체크하고 있다.

◆ 마스터 크로노미터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이 특별한 건 센트럴 투르비용이 사용된 시계에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거쳤다는 점이다.

오메가는 2004년 투르비용 장치에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시계 브랜드이다. 크로노미터는 ISO3159 기준을 통과한 시계에만 주어지는 ‘고정밀도 시계’ 국제 인증 규격이다. 투르비용은 워낙 섬세한 장치여서 인증 과정이 가혹한 크로노미터는 거치지 않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장치의 견고함과 기술적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던 오메가는 투르비용 장치에도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이 더 특별한 건 크로노미터 인증보다 훨씬 더 혹독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스위스 계측학 연방 학회(Swiss Federal Institute of Metrology·이하 METAS)가 주관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은 무려 1만 5,000가우스 자기장 노출 과정이 3단계나 포함된 극악의 난도를 자랑한다.

◆ 오메가가 유일

1만 5,000가우스 자기장 테스트는 오메가에 특화된 과정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 시계 업계에서 1만 5,000가우스 항자성을 갖춘 시계를 프로토타입이 아닌 상업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오메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시계가 1만 5,000가우스 자기장을 견딘다는 말은 초항자성을 갖춘 시계라는 뜻이다. 사실 평범한 인간은 600가우스 이상 되는 환경에 처하기도 어렵다. 과거 자기장이 시간 계측 및 표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작된 항자성 장치 개발이 이제 실생활을 넘어서 초월적인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초항자성 시계는 시계를 차고 MRI를 찍어도 되는 수준이다.

◆ 엔지니어 어벤저스

오메가가 1만 5,000가우스 초항자성 시계를 처음 선보인 건 2013년 바젤월드에서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 15ʼ000 가우스 시계를 내놓으며 2013 바젤월드를 초토화시켰다.

당시는 1,000가우스 항자성만 갖춰도 매우 특별한 시계로 취급받았다. 물론 현재도 매우 훌륭한 시계로 취급받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평범한 인간이 600가우스 이상 되는 자기장 환경에 처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오메가를 제외하면 가장 진보한 시계의 항자성이 7,000가우스 정도이니 2013년 당시 업계가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오메가는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 15ʼ000 가우스 시계 제작을 위해 자사 엔지니어 외에 ETA, ASLUAB, 니바록스 등 업체의 쟁쟁한 무브먼트 기술자들을 다 불러모았다. 일종의 시계 엔지니어 어벤저스 팀을 꾸렸던 셈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비자기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항자성 무브먼트 개발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성공했다.

마그네틱 실드를 사용한 시계(첫 번째)와 개방형 안티 마그네틱 시스템을 사용한 시계(세 번째) 비교. 마그네틱 실드를 사용한 시계는 1,000가우스 이상 자기장(두 번째)에서 항자성 기능이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마그네틱 실드를 사용한 시계(첫 번째)와 개방형 안티 마그네틱 시스템을 사용한 시계(세 번째) 비교. 마그네틱 실드를 사용한 시계는 1,000가우스 이상 자기장(두 번째)에서 항자성 기능이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 마그네틱 실드 폐기

이전의 항자성 시계들은 자기장으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하기 위해 마그네틱 실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연철과 같이 자기장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소재로 무브먼트를 감싸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마그네틱 실드 두께만큼 시계가 두꺼워지는 것과 이 실드 때문에 시스루룩 백케이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마그네틱 실드 역시 자기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 1,000가우스 이상 자기장에서는 항자기성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메가 어벤저스팀이 한순간에 1만 가우스의 벽을 넘어버릴 수 있었던 건 생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그네틱 실드 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무브먼트 자체에 집중했다. 그리고 무브먼트 소재를 모두 비철금속으로 제작하는, 2020년 현재도 무리수에 가까운 방법을 떠올렸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2013년 바젤월드에서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 15ʼ000 가우스로 현실화했다.

◆ 16만 가우스 정복

흥미로운 것은 2013년 오메가의 항자성 시계 기술력 한계치가 1만 5,000가우스를 훨씬 넘어섰다는 점이다. 상업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시계의 항자성 한계가 1만 5,000가우스였을 뿐이라는 말이다. 오메가는 같은 해 스위스 폴 셰러 연구소에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모델로 8만 가우스 항자성 실험에 성공한 바 있었다.

3년 후인 2016년, 오메가는 더 향상된 항자성 기술력을 가지고 더욱 하드코어한 실험에 나섰다. 무려 16만 가우스에 도전한 것이었다. 오메가의 이번 실험은 16만 가우스 자기장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연구소가 스위스에 존재하지 않아 프랑스 강자기장 국립 연구소로 옮겨 진행됐다. 실험체는 역시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이었다.

놀랍게도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은 16만 가우스 자기장에 노출되는 동안에도, 또 노출하고 난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16만 가우스 자기장을 버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이 정도 세기의 자기장은 흔히 자기력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쉬운 비철금속이나 생물마저도 공중으로 띄울 수 있을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오메가 항자성 기술력의 획을 그은 모델들. 왼쪽부터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15’000 가우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1,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2. 각각 1만 5,000가우스, 8만 가우스, 16만 가우사 항자성을 자랑한다.
오메가 항자성 기술력의 획을 그은 모델들. 왼쪽부터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15’000 가우스,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1,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프로토타입 2. 각각 1만 5,000가우스, 8만 가우스, 16만 가우사 항자성을 자랑한다.

◆ 오메가한 오메가

오메가는 프로토타입 모델 개발과는 별개로 상업용 모델에도 항자성 스펙 향상 작업을 진행했다. 2013년부터 마스터 코-액시얼 라인 전 모델에 1만 5,000가우스 항자력을 기본 스펙으로 넣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METAS의 항자력 위주 새로운 시계 품질 시험, 즉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인 2015년 오메가는 METAS로부터 세계 최초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글로브마스터 모델을 론칭했다.

올해는 드 빌 투르비용 넘버드 에디션을 론칭하며 초항자성 기술의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기술적·미적으로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센트럴 투르비용을 1만 5,000가우스 항자력 스펙으로 뽑은 데 더해, 이 섬세한 장치로 가장 혹독하다는 평가를 받는 METAS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거쳤다. 그 특유의 개방형 안티 마그네틱 설계 덕분에 이 모델은 초항자성 시계임에도 시스루백 케이스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다른 시계 브랜드들과 같이 마그네틱 실드 설계를 거쳤다면 꿈도 못 꿀 디자인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오메가가 오메가한 시계의 2020년형 모델을 내놓은 셈이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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