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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코로나 경제 | 포위 당한 시애틀
[포춘US]코로나 경제 | 포위 당한 시애틀
  • ERIKA FRY 기자
  • 승인 2020.06.0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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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ONAVIRUS ECONOMY | SEATTLE UNDER SIEGE

이 도시가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발원지가 되자, 이 곳에 본사를 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노드스트롬, 코스트코 등이 최전선에서 싸움을 별였다. BY ERIKA FRY

톰 린치 TOM LINCH는 화요일 아침 경영진 회의에서, 세상—또는 최소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 예상을 하지 못했다. 단지 2021회계연도 예산을 논의했고, 어쩌면 이 자리가 자신의 팀을 더 잘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는 2월 25일이었다. 린치는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Fred Hutchinson Cancer Research Center)의 소장으로 근무한 지 4주밖에 안됐다. 그날 아침도 연구소 복도를 걸어가는데 회의실을 제대로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을 정도였다.

린치는 회의 의제를 다루는 도중 트레버 베드퍼드 Trevor Bedford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초부터 사스-CoV-2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추적해 온 그 유명한 시애틀 연구소의 역학자였다. 린치는 베드퍼드를 "매우 겸손하고 절제된" 사람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날 아침, 그 조용한 성격의 전산 생물학자(Computational Biologist) /*역주: 주로 컴퓨터를 통해 생물학 문제를 해결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는 그 바이러스가 시애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자 모든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린치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졌고, 그저 듣기만 했다"며, "동시에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가 말한 내용이 실제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회상한다. 린치는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인구 350만 명의 세계적인 이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낯선 표현이었고, 그 당시 시애틀 사람들은 3월 IT콘퍼런스와 봄 모금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람들은 시애틀 스톰 Seattle Storm /*역주: 워싱턴 주 시애틀을 연고지로 하는 WNBA 서부 콘퍼런스 소속 프로농구 팀/ 경기와 패티 스미스 Patti Smith 콘서트의 참석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퍼 팬 10만 명의 사랑을 받는 연례 모임 에메랄드 시티 코믹 콘 Emerald City Comic Con /*역주: 시애틀에서 매년 열리는 코믹 북 컨벤션/도 3월 중순 예정돼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코로나 19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먼 나라의 위협처럼 보였다. 워싱턴 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그는 시애틀 외곽의 스노호미시 카운티 Snohomish County 출신의 35세 남성으로, 1월 중순 우한으로 여행을 갔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치료를 받고 나서 완치됐다. 따라서 확진자 통계를 집계하는 사람들은 ‘워싱턴 주에서 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0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월 하순 어느 날 아침 베드퍼드는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바라봤다. 바이러스가 아직 눈에 보이는 실존적인 위협은 아니었지만, 긴급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린치도 그런 판단에 공감했다. 다음날 아침 프레드 허치의 이사회가 모인 조찬회에서, 린치는 안건을 변경했다.

린치는 이사회 의장 매트 매클웨인 Matt McIlwain에게 "이번 전체 회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여기 시애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 토론하는데 할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매드로나 벤처 그룹 Madrona Venture Group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업계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우리의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드퍼드의 자료를 보고 있던 또 다른 사람은 크리스틴 ‘크리스’ 그레고어 Christine “Chris” Gregoire였다. 그녀는 전 워싱턴 주지사—2005년부터 2013년까지 재임했다—로서 프레드 허치의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챌린지 시애틀 Challenge Seattle이라는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에는 도시의 가장 큰 기업들과 기관들 19개가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보잉, 노드스트롬, 알래스카 에어,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 수많은 유명한 포춘 500대 기업과 단체가 속해 있다. 설립 목적은 교육, 저렴한 주거, 교통 등 이 지역에서 처치 곤란한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챌린지 시애틀은 2월 25일 밤 회의를 열고 있었다.

챌린지 시애틀 이사회 의장인 수전 멀래니 Susan Mullaney—그녀는 12개의 보건 시설과 유수의 연구 센터, 그리고 주 전체에 7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카이저 퍼머넌트 워싱턴 연구소 Kaiser Permanente Washington를 총괄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체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그레고어에게 그 안건에 대해 협의할 시간을 갖자고 요청했다. 재계가 이 문제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늘날 많은 회의 참석자들은 그날의 회의를 ‘심리적 전환점’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초저녁에 와인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바이러스에 대해 상의했다. 대유행병 이전처럼 테이블 주위에 밀접하게 붙어 앉았다. 몇몇은 이미 팔꿈치를 부딪치며 인사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악수를 했다.

멀래니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생각을 간략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레고어는 베드퍼드의 예측을 검토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와이어해우저 Weyerhaeuser의 데빈 스톡피시 Devin Stockfish, 질로 Zillow의 리치 바턴 Rich Barton, 레이 REI의 에릭 아츠 Eric Artz가 포함됐다—이 이번 상황을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과 비교했다. 그 가운데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멀래니와 최근 글로벌 보건기구 패스 PATH에서 은퇴한 스티브 데이비스 Steve Davis—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일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 문제를 파악하는데 6~8주나 뒤처져 있다는 평가에 충격을 받았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 러셀 인베스트먼트 Russell Investments의 CEO 미셸 세이츠 Michelle Seitz는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모두는 문제의 심각성을 뼛속 깊이 느꼈다"고 말한다.

시애틀 교외 지역인 벨뷰 Bellevue에 본사를 둔 보험업계의 거물 시메트라 파이낸셜 Symetra Financial의 수장 마거릿 마이스터 Margaret Meister는 너무 놀라, 그날 밤 경영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그들에게 “더 많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위기다.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레고어는 "솔직히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며, "그날 우리 모두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를 깨달았다"고 회상한다.

아무도 이렇게 빨리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불과 3일만에, 공중 보건 당국은 주에서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스노호미시 카운티 출신 고교생이었던 감염자는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시애틀 독감 연구소가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샘플 테스트를 했을 때, 그의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 연구소는 시애틀에 위치한 게이츠 벤처스 Gates Ventures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며, 워싱턴 대학교과 시애틀 아동 병원, 그리고 베드퍼드 등 허치 암 연구소 과학자들로부터 인력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금요일 밤, 그레고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의 첫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지역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 사회에 침투한 후 확산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걱정해 왔던 위협이 이미 닥친 상태였다.

그러나 확산되고 있던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애틀을 긴밀하게 구성하고 있던 네트워크—연구 병원, 글로벌 기업에서부터 세계적으로 저명한 기관, 지역사회 단체 그리고 정부까지 다양하다—사이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 뉴스가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레고어는 즉시 멀래니에게 전화를 걸어, 또 다른 브리핑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미국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우선, 그 전염병으로 인해 시애틀 대부분 지역에서 지금까지 385명이 비극적으로 사망하고 7,324명이 감염됐다(시애틀의 중심지인 킹 카운티에서는 294명이 사망하고 4,428명이 감염됐다). 게다가 그 바이러스는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빼앗아 갔다. 하지만 시애틀이 어떻게 하나로 뭉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느 도시와 조직이 새겨들어야 할 모범사례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낯설고 치명적인 병원체의 발병을 관리하는데 있어, 시애틀보다 더 잘 대비한 도시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시애틀은 공중 보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도시다. 워싱턴 대학교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러스학 연구소와 최대 규모의 전염병 학과가 있다. 또한 영향력 있는 역학자들과 질병 모델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이들 중 다수는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20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허치 암 연구소의 베드퍼드에서부터 백악관이 인용하는 질병 모델을 만든 워싱턴 대학교의 크리스 머리 Chris Murray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애틀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를 임상시험하는 병원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가정용 테스트 키트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하는 미국 최초의 도시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보잉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던 카스 테일러드 직원들은 코로나 19 발병 이후 개인보호 장비를 생산했다. 사진=포춘US
보잉 항공기 부품을 제조하던 카스 테일러드 직원들은 코로나 19 발병 이후 개인보호 장비를 생산했다. 사진=포춘US

워싱턴 대학교의 래리 코리 Larry Corey는 "우리는 40년에 걸쳐 인프라를 구축해 오고 있다”며, “사회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1978년 워싱턴 대학교의 바이러스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에이즈 약품을 개발하고 허치 암 연구소를 지원하며, 글로벌 HIV 백신 임상 네트워크(HIV Vaccine Trials Network)를 이끄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애틀은 또한 엄청난 부자 도시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다국적 기업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IT 기업들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두 사람이 있다(그 중 한 명이 빌 게이츠다. 그는 우연하게도 유행병 대비를 지지하며,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그런 풍부한 자금 이외에도, 이 기업들은 전 세계의 전문가 집단—논리학과 기술, 생물 의학 분야—과 잘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데이터와 과학 분야에 집중된 고학력 인구(주민의 62.6%가 4년제 학위를 소지하고 있어 2019년 ‘미국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대도시’로 선정됐다)를 창출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애틀의 비결을 지역 주민들의 스칸디나비아식 내성적인 성격—이른바 ‘시애틀 프리즈 Seattle Freeze’ /*역주: 외부인이 시애틀에서는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통념/로 드러나고 있다—으로 돌리기도 한다.

두 개의 트위터 해시태그가 이 도시의 공동 대응을 잘 요약하고 있다. 우선 #AllInSeattle라는 모금 구호를 통해, 도시의 백만장자 수십 명이 4일 동안 2,700만 달러를 다양한 비영리 단체에 기부했다. 다른 하나는 트위터에서 인기를 끈 #WeGotThisSeattle이라는 해시태그로, 이 문구는 현재 시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스페이스 니들 Space Needle 타워 꼭대기에 걸린 깃발에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애틀이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제이 인즐리 Jay Inslee 워싱턴 주지사도 이런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서 파괴적인 확산을 지속할 때, 시애틀은 약간의 완화, 즉 역학자의 표현대로 ‘확진자 수의 완만한 하락세(Curve Bending)’를 겪고 있었다. 시 병원들이 여전히 의료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뉴욕이나 뉴올리언스처럼 ‘수용력 초과’ 상태는 아니었다. 시애틀과 상당수 교외지역이 위치한 킹 카운티에서, 오늘날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은 15일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뉴욕은 11.5일마다, 시카고는 8.5일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한때 미국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였던 시애틀로 향하던 보급품들이 이제는 더 심각한 새로운 지역에 전달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애틀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역 지침’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많은 시애틀 시민들—적어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우리 도시는 세계적인 대도시이지만,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말할 것이다. 정보와 지원, 해결책이 시애틀의 긴밀한 유대감을 가진 재계와 주 정부 전역에서 빠르게 교류되고 있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부 기업들은 갑자기 시장 점유율 싸움을 중단했다. 자신들의 도시를 구하려고 이번 한 번만이라도 같은 편에 섰던 것이다.

브래드 스미스 Brad Smith는 집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본거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될지 예상 못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으로서, 분명 그 바이러스를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는 2월 중순 뮌헨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 참석, 백악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귀사가 중국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중국 경기 침체의 파급효과는 무엇인가?’ 당시 스미스는 바티칸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위해 로마로 향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이탈리아 북부에서 심각해지자, 그는 오로지 그 바이러스 생각뿐이었다. 그는 2월 28일 금요일 밤 이탈리아를 떠났다.

2월 29일, 지역 보건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첫 사망자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서 차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커클랜드의 라이프 케어 센터 Life Care Center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상황이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자, 역학자인 트레버 베드퍼드는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를 기초로 한 분석 자료를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 19가 몇 주 동안 지역사회에서 은밀하게 퍼지며 수백 명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역사광인 스미스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첫째, 그는 존 배리 John Barry의 ‘대 인플루엔자(Great Influenza)’를 주문했다. 1918년 독감 유행분석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책이다. 둘째, 챌린지 시애틀 회원들에게 긴급회의를 요청했던 자신의 친구 그레고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전문가들, 특히 공중 보건 전문가들을 결집시킬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다음날 그레고어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일일 방역 브리핑’의 시초가 된 이 회의는 모든 기업들에 공개됐고, 간혹 200명 정도가 참석했다. 그레고어는 “하지만 초기에는 훨씬 더 적은 경영진과 킹 카운티 관료들만 참여했다. 우리는 가짜 뉴스를 바로잡고, 대응책을 조율했다.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그들은 가능한 경우 기업들—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재택 근무나, 필수 직원지침 마련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지역 관료나 주 정부 관료들이 발병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미리 관련 정보를 받았다. 그레고어는 "그렇게 대기업들이 협업하기 시작했다"며, "내가 공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본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일일 방역 브리핑이 있은 지 며칠 내에, 시애틀의 많은 대기업들은 필수 직원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집에 머물도록 요청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를 폐쇄하는 기간 동안 관리인과 카페 직원 등 시간제 직원들에게도 급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이나 익스피디아 등 다른 기업들도 동참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재계가 방향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시애틀 기업들에 이미 침투한 상태였다.

^시애틀의 많은 IT 경영자들처럼, 매출 20억 달러의 F5 네트웍스 F5 Networks CEO인 프랑수아 로코 도노우 François Locoh-Donou는 2월 말 무렵 평상시처럼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행사가 열렸고, 이 후 3월 중순 올랜도에서는 회사의 연례 고객사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2월 28일 금요일 늦은 시간, 회사 인사 책임자가 그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당시 워싱턴 주 전체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F5 직원과 밀접 접촉을 했던 것이다. 확진 테스트 결과가 며칠 후에나 나오는 상황에서, 그 직원은 회사에 출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48층짜리 새 사무실 타워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온갖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때는 꽤 낯설었던 순간이었다. 사무실 타워를 폐쇄해야 하나? 행사를 포기해야 하나? 자신들도 바이러스에 노출됐을까? 그 주말에 회의실에서 일하고 있던 F5의 경영진은 서둘러 움직였다. 전문가들과 상의해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로코-도노우는 "우리는 정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회상한다. 그들은 방역을 위해 타워를 폐쇄했다. 나머지 결정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는 "우리가 F5 타워의 임원 10명을 뉴욕 시에 보내 투자자들과 함께 방에 있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 결정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해당 직원은 음성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투자자 이벤트의 막판 취소로 인해 주식 시장은 과민반응을 보였고, F5 주가는 폭락했다. 로코-도노우는 “며칠 동안 그것은 잘못된 결정처럼 보였다"며 “물론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도시의 다른 IT기업도 비슷하게 긴급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었다. 아마존은 3월 3일 화요일 직원들에게 시애틀 캠퍼스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시애틀 캠퍼스에서 근무하는 5만 명 이상의 직원들 중 한 명인 그는 본사 브라질 건물에서 일했다. 그리고 2월 25일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있었다. 병에 걸리기 전날 밤, 그는 페이스북 근처 시애틀 캠퍼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편 페이스북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그는 지난 2월 21일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의 지역 사무실에 있던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월 5일 약 5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레드먼드 캠퍼스에서 확진자 발생을 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ief People Officer)인 캐슬린 호건 Kathleen Hogan은 "사람들은 확진자들이 몇 층에 있었는지 아니면 어떤 방에 있었는지 알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그는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직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중 보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콜린 댈리 Colleen Daly 글로벌 직원복지 매니저의 전문지식 덕을 많이 봤다. 댈리는 질병관리본부 및 세계보건기구와 매일 통화하고, 회사의 내부 ‘밀접 접촉’ 추적 작업을 관리했다.

시애틀의 많은 IT 기업들은 점차 유행하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업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을 위해 신속하고 포괄적인 지침을 내리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애틀의 다른 대기업들에는 그런 조치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동안 매장 80%를 폐쇄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확진자가 나타났을 때 이미 충분한 대응 경험을 갖고 있었다. 시애틀 시내 한 매장 직원이 3월 6일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회사는 그 매장을 소독하고 며칠 후에 영업을 재개했다. 다른 변화들도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일례로,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을 받는 직원들에게 14일간의 재해 급여를 제공하거나 매장 내 좌석을 없애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발병률이 높아지자, 필라델피아의 아니야 존슨 Aniya Johnson 같은 직원들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라고 요구 받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 존슨은 3월 중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필수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당시 그녀가 대유행 기간 동안 스타벅스 매장 문을 닫을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즉흥적으로 시작한지 며칠이 안된 때였다. 그녀의 노력은 바리스타들과 고객들로부터 3만 7,400건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이후, 스타벅스는 음료 서비스를 주로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스타벅스는 “그 결정은 중국에서의 경험, 그리고 직원들과 지역사회의 건강을 토대로 내렸다. 게다가 바이러스 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 협조한다는 우리의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코스트코—이 곳 매장들은 전국적으로 화장지와 통조림을 구하려는 쇼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는 시내 바로 동쪽에 위치한 본사 직원들에게 출근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입장을 번복했다. 3월 중순 회사의 여행 사업부 직원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하고, 다른 직원들이 양성 확진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보잉은 시애틀 북쪽의 에버렛 Everett의 최대 공장에서 약 3만 5,000명, 퓨젯 사운드 Puget Sound 지역에서 7만 명을 각각 고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필수 사업으로 인식되는 생산 라인은 비행기 조립을 멈추지 않았다. 엘턴 워싱턴 Elton Washington이라는 품질 검사원이 사망한 이후, 회사는 3월 말 워싱턴 주에서 생산을 중단했다.

일부 시애틀 기업들은 (업무 지속과 중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한편에서, 지역 의료 서비스업체들은 테스트 기기와 다른 중요한 의료품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급증하는 환자들에 대비하기 위해 신속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1월 미국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받은 에버렛의 프로비던스 지역 의료센터는 그 달에 잠재적인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의료품을 대량 비축하려고 노력했다.

이 의료센터의 최고임상책임자 에이미 콤프턴-필립스 Amy Compton-Phillips는 "우리는 미리미리 준비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한다. 지난 1월부터 중국 내 공급업체에 발주한 프로비던스의 주문량은 채워지지 않았다. 중국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춘 탓이었다. 직원들은 한번도 함께 일한 적이 없는 공급업체들로부터 물품 공급 제안을 받고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그들 대부분은 의료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물품을 판매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기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콤프턴필립스는 "상황이 너무 악화되면서 우리는 조앤 패브릭스와 홈 디포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 시애틀 방송국은 새 소식을 전했다. 프로비던스 간호사들이 병원 회의실에서 얼굴 보호구와 수술용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내보낸 것이다.

직원 200여 명을 거느린 현지 기업 카스 테일러드 Kaas Tailored—노드스트롬과 보잉에 각각 가구와 비행기 부품을 납품한다—의 CEO 제프 카스 Jeff Kaas는 18일 그 현장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프로비던스의 의사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가 공장을 운영하는 거 알지?"

다음날 아침 6시 프로비던스는 카스의 워싱턴 주 무킬테오 Mukilteo 공장으로 의료품 디자인 및 보급 팀을 보냈다. 그들은 외과용 마스크 시제품을 만들었다. 다음날 한 네덜란드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그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카스는 제품 사양을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그 사양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개인보호장비(PPE)를 생산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후로 직원들과 자원봉사자, 아내, 그리고 자녀 4명 모두가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장은 하루 16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가동하고 있다. 노드스트롬은 재단사들을 그 업무에 투입하고, 관리자들 중 한 명을 카스 공장에 상근으로 배치했다. 프로비던스의 노력은 미국병원협회가 주관하는 '1억 개 마스크 챌린지(100 Million Mask Challenge)' 운동으로 전개됐다.

댄 노드스트롬이 소유하고 있는 시애틀 소재의 야외 및 군복 제조업체 아웃도어 리서치 Outdoor Research—그는 2002년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던 백화점 사업에서 독립했다—도 자체 시설을 개인보호장비 제조용으로 전환했다. 인즐리 주지사는 그런 조치를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서 매우 필요한 행동이라고 환영했다. 지역 기관들도 진단기기와 보건 물품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나섰다. 워싱턴 대학교는 하루 2,000건의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운영 체계를 빠르게 강화했다. 게이츠가 지원하는 독감 연구소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가정용 면봉 키트를 사용, 코로나바이러스를 체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중국과 인맥이 있는 시애틀 소재의 한 금융회사는 3월 중순 마드로나의 맥클레인에게 연락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은 중국 도시들에서 근무하는 중환자실(ICU) 및 응급실(ER) 의사들과 시애틀 의사들 사이에서 화상통화 주선을 제안했다. 이틀 뒤, 허치의 도움으로 정보공유 회의가 시애틀 시간으로 오전 6시 30분 줌을 통해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300명이 참가했다.

챌린지 시애틀은 처음에는 재계의 행동을 통일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곧이어 이 단체의 관심은 문제 해결과 정부 지원으로 전환됐다.

카이저 퍼머넌트의 멀래니가 3월초 그 단체에 "기본 물품 수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코스트코 CEO 크레이그 옐리네크 Craig Jelinek가 "24시간 안에 중국에서 N95 마스크 4만개를 조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알래스카 항공의 CEO 브래드 틸든 Brad Tilden은 의료 물품 수송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멀래니에게 "우리는 많은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워싱턴 주의 한 관계자는 주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1,000만 달러어치의 보호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선불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그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주 정부를 돕기 위해 1,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워싱턴 주를 위해 가까스로 조달한 N95 마스크 25만 개가 멤피스에 있는 페덱스의 수입 시설에 묶여 있게 됐다. 스미스는 3월 말 어느 토요일 오후 5시에 이 딜레마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백악관에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아침 그 물품은 풀렸다.

그레고어는 "정부의 요청이 무엇이든 기업들이 나서서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회상한다.

^챌린지 시애틀이 주의 의료 물품 유통센터 구축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고위 임원들이 나섰다. 킹 카운티는 검역 센터로 개조한 모텔에서 사용할 비품이 필요했다. 그때 그레고어는 “스타벅스가 해당 비품을 제공해줘 해결했다”고 말한다. 멀래니는 발병 동안 주 정부가 병원들을 일사불란하게 만들 핵심 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후 그녀의 팀은 인즐리 주지사가 약 3일 만에 라퀠 보노 Raquel Bono 해군 중장을 찾아내 그를 고용하도록 도왔다. 그는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역주: 1991년 걸프 전쟁 때 다국적군의 작전명/에서 야전병원을 세운 외상 외과의사였다.

4월 초쯤, 이런 종류의 조치들은 시애틀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데 기여했다는 희망적인 신호들이 나타났다. 인즐리 주지사는 시애틀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400대의 산소호흡기를 뉴욕으로 보냈다. 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호크스의 홈 구장 센추리링크 CenturyLink 경기장을 임시 병원으로 전환하는데 쓰려고 했던 보급품들은 대신 다른 주로 보냈다.

이 치명적인 병원체의 확산으로 인한 재앙적인 피해를 평가하다 보니, 사회의 많은 측면에서 취약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였다. 기반 시설의 취약성, 공급망의 허술함, 준비 부족, 정부와 재계 사이의 분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유행은 시애틀의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부각시켰다. 그것은 이 도시의 회복력(Tensile Strength) /*역주: 인장 강도는 한 물체가 압력을 받는 상태에서 깨지지 않고 버티는 힘을 의미한다/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 도시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감지하지 못했다. 스미스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단합시켜 올바른 길로 나간다면, 당신은 훨씬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도시의 끈끈한 파트너십은 전염병의 초기 파장을 막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파생된 부수적 피해—황폐화된 경제, 기록적인 수준의 실업, 그리고 이번 위기로 불거진 불평등—를 해결하는데도 효과적일지는 불확실하다. 쉬운 해결책이 없는 새로운 현실이 등장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전력투구(#AllIn)할 때, 시애틀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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