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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코로나 경제 | 석유 산업에 비치는 한 줄기 ‘녹색’ 희망
[포춘US]코로나 경제 | 석유 산업에 비치는 한 줄기 ‘녹색’ 희망
  • JEFFREY BALL 기자
  • 승인 2020.06.0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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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ONAVIRUS ECONOMY | A ‘GREEN’ SILVER LINING TO AN OIL-PATCH CLOUD

가격과 소비자 수요가 급락하면서 석유 대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재생 에너지가 업계 최대 기업들에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 BY JEFFREY BALL

지난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제 궁에서 국영방송에 출연, 국민들에게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3일 후, 프랑스의 거대 석유기업 토탈의 최고 경영자 파트리크 푸야네 Patrick Pouyanne는 약 10만 명의 직원들에게 최근 유가 붕괴에 대해 가감 없는 동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눈에 띄게 창백해 보인 이 CEO는 파리 소재 토탈 타워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마치 토크쇼에 출연한 인생상담사처럼 오른손에 쥐고 있던 마이크에 대고 “유가가 무너지면서 우리 주가도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토탈은 출혈을 막기 위해 올해 20% 이상의 자본 지출을 삭감하고, 당초 계획한 운영비 절감 규모를 거의 3배로 늘리고, 자사주 매입도 중단할 계획이다.

푸야네는 직원들에게 “그러나 토탈이 하지 않은 한 가지 일은 태양열과 풍력,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신에너지’ 사업부에 대한 지출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 사업부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토탈이 올해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사업에 지출할 약 20억 달러는 회사 자본 지출의 13% 가량을 차지할 것이다. 이 화석 연료 생산업체가 과거에는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비율이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봄 석유 가격이 극적으로 폭락하기 훨씬 전부터, 장기적인 생존 위협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석유 소비가 거침없이 증가하고, 가장 많은 석유를 통제했던 국가와 기업들이 가장 짭짤한 이익을 창출했던 호시절은 이제 지났다. 향후 20여 년 내에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는 무서운 신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때 마침 환경운동가들과 규제기관뿐만 아니라, 중앙은행과 헤지펀드까지 석유 대기업들에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압력은 이미 업계의 사업전략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오늘날의 에너지 시장 붕괴는 저탄소로의 이동을 가속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가 급락은 석유 경영진과 주류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률 계산에 변화를 줬다. 그것은 많은 석유 프로젝트의 이윤을 보통은 수익률이 낮은 장기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의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친환경 프로젝트는 석유 산업보다 훨씬 장기 계약에 따라 에너지를 판매하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이 낮다. 그리고 석유 메이저들의 장기적인 청정 에너지 투자는 단기적인 지출 삭감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감축은 회사들이 갑자기 떨어진 현재 유가에 시장에 내놓는 석유 양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석유업계는 ‘원투 펀치’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첫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벌이는 벼랑 끝 대치로 촉발된 공급 급증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예상되는 불황 전망 탓에 급감한 수요다. 국제 기준 석유인 브렌트유 가격은 3월 3일부터 4월 1일까지 52%나 폭락했고, 4월 중순경 배럴당 가격은 여전히 30달러 선에 머물렀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몇 년째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세계 석유 소비량이 사실상 올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2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년 내내 석유 소비가 감소하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주요 석유회사들은 주가가 폭락하자 서둘러 긴축에 나서고 있다. 엑손 모빌은 지난 4월 ‘올해 자본 지출 30%를 줄여 230억 달러까지 축소할 것’이라며, 가장 큰 폭의 감축을 발표했다. 일부 소규모 회사들은 파산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노스 다코타 주의 박켄 Bakken 셰일 가스분지에서 고공행진을 하던 생산업체 휘팅 페트롤리엄 Whiting Petroleum이 대표적이다.

과거 석유업계에서 너무나 빈번히 일어났던 것처럼, 호황은 파국으로 변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사우디가 4월 중순 체결한 감산 협정이 가격을 끌어올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산업의 근본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풍부한 공급과 수요의 증가세 둔화다. 특히 퍼미안 분지—텍사스 서부와 뉴 멕시코 동부에 걸쳐 있으며, 생산량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다—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퍼미안 분지의 주요 생산업체인 엑손 모빌과 셰브런,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의 긴축은 올해 이 지역의 지출 감축이 총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켄 윙클스 Ken Winkles는 퍼미언 분지의 중심지인 텍사스 주 페코스 Pecos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곳에서는 ‘맨 캠프 man camps’로 알려진 합숙소들이 수많은 유전 근로자들로 북적거리고, 햄버거 체인점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3월에는 불길한 초기 지표가 나타났다. 시추 장비 인허가 건수가 전달보다 38%, 작년 동기보다는 59%나 줄어든 것이다. 페코스 경제개발회사의 전무이사인 윙클스는 스스로를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윙클스는 필자에게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우리는 이제 막 경기둔화와 추락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불황은 빠르게 찾아 왔다. 셰브런은 지난 3월 3일 코로나바이러스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뉴욕에서 연례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회사는 악수를 생략했고,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은 팔꿈치로 인사를 나눴다. 그래도 이들은 시장을 낙관했다. 당시 회사 경영진은 ‘브렌트 유가 배럴당 60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한 투자계획 슬라이드를 재빨리 훑어봤다.

사흘 뒤 사우디와 러시아가 싸움을 벌이며, 유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셰브런은 서둘러 방향을 다시 잡기 위해, 3월 24일 ‘올해 자본 지출 예산을 20% 줄여 160억 달러로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축안은 단기 생산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거의 절반은 퍼미언 분지의 생산 억제로 달성할 전망이다. 이 계획에는 정리해고도 포함될 예정이다. 셰브런 최고재무책임자 피에르 브레버 Pierre Breber는 “이번 불황은 업계가 직면했던 것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라며 “석유가 향후 2년간 30달러 수준에 머문다고 가정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브레버는 이산화탄소 집중도를 낮추려는 셰브런의 장기 계획은 “대부분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계획에는 석유 시추 작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선 안이 포함돼 있다. 셰브런은 또한 특히 호주 연안의 거대한 천연 가스전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이라는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지하로 보내는 이 기술이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촉발한 경제 침체 역시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석유 회사들이 좀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전기 시장에서 그렇다. 세계 여러 곳에서 전력 수요는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시장의 발전 비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두 연료가 무료이기도 하고, 생산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파티 비롤 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은 지난 3월 분석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입힌 글로벌 충격은 일부 전력 시스템의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효과를 낳았다. 또 다른 10년간의 투자가 없었더라면 도달하지 못했을 수준으로 갑자기 풍력과 태양광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오랫동안 친환경 에너지를 선도해 온 캘리포니아다. 주의 전력망을 관리하는 캘리포니아 인디펜던트 시스템 오퍼레이터 California Independent System Operator에 따르면, 4월 중순 현재 주민들이 대피 명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평일 전기 수요는 정상 수준보다 5-8% 감소했다. 재생 에너지 발전기는 일반적으로 화석 연료 발전기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력망에 전력을 판매한다. 화석 연료와 달리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퍼레이터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버베리치 Steve Berberich는 필자에게 “재생 에너지가 과거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전력부하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강한 햇살이 작열하거나, 바람이 부는 시기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캘리포니아가 사용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한다는 문제를 증폭시켰다. 이 문제는 (에너지 저장 같은 기술을 통해) 재생 에너지로부터 더 많은 전력공급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전력망을 개선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도 세계 경제 충격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태양열 패널과 풍력 터빈 판매의 전반적인 성장은 공장과 해운, 전기 수요의 일시적 중단으로 인해, 최근 그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프랑스 토탈 경영진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규제로 인해 근로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일부 태양광과 풍력발전소의 건설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은 청정 에너지 기술이 이룬 진보를 보여주는 신호다. 한 때 작은 비중에 불과했던 청정 에너지가 이제는 화석연료 거인들처럼, 거시경제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서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청정 에너지가 맞고 있는 역풍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우드 매켄지 Wood Mackenzie에 따르면, 석유 산업은 최근 기억하는 한 가장 최악의 한 해를 앞두고 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설비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 리서치 업체는 ‘글로벌 태양광 사업이 올해 다소 침체된 뒤 내년 고속성장을 재개하고, 풍력 설비는 새로운 연간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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