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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넘어 글로벌 베이커리 꿈꾸는 대구 근대골목단팥빵

[인터뷰] 정성휘 홍두당 대표

  • 기사입력 2019.12.13 15:10
  • 기자명 김병주 기자

홍두당은 대구 근대골목 인근에서 시작한 디저트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을 앞세워 전국구 베이커리 브랜드로 발돋움한 대구경북 로컬 기업이다. 인스타그래머블들의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하며 연매출 120억 원 규모 브랜드로 성장한 홍두당의 정성휘 대표를 만나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현대시티몰 지하에 마련된 대구근대골목단팥빵 매장에서 만난 정성휘 홍두당 대표가 주력 메뉴인 생크림단팥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현대시티몰 지하에 마련된 대구근대골목단팥빵 매장에서 만난 정성휘 홍두당 대표가 주력 메뉴인 생크림단팥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관광지를 구경하는 전통적인 여행을 벗어나 특정 콘셉트를 잡고 주제에 맞는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색다른 것을 선호하는 2030 세대 사이에서는 밥집 투어’, ‘카페 투어’, ‘시장 투어등 오로지 여행지의 최고 맛집만을 돌아다는 콘셉트의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빵집 투어. 빵집과 성지순례의 합성어인 빵지순례라는 말로 통용되는 이 여행 콘셉트는 말 그래도 국내 곳곳에 숨어있는 유명 빵집만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20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일정기간동안 무제한 기차를 탈 수 있는 내일로티켓을 끊고 전국의 유명 빵집을 탐방하는 빵지순례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렇게 빵지순례가 유행처럼 퍼지다보니 빵지순례를 다니는 여행객들 중심으로 소위 대한민국 O대 빵집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여럿 탄생하고 있다. 공신력있는 특정 기관에서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선택했다는 점에서 빵집을 방문하는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O대 빵집에 포함되는 가게는 저마다 다르다. 빵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O대 빵집에 이름을 올리는 몇몇 곳이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독보적인 맛으로 남녀노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제품군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과 더불어 공통적으로 손꼽히는 전국 3대 빵집중 한 곳이 바로 대구에서 탄생한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이하 근대골목단팥빵)’이다. 비단 이 곳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은 이미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관광정보 사이트에서 60년 역사의 삼송빵집, 고로케 전문점 반월당고로케와 함께 대구 3대 유명 빵집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창업한 정성휘 홍두당 대표는 말한다. “저희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이 어느 순간부터 빵지순례자들의 성지(聖地) 중 한 곳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앞으로도 근대골목단팥빵이 대구를 대표하는, 나아가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럴 수 있는 동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정성휘 대표는 1985년 생, 우리나이로 35살이다. 그가 처음 창업을 한 시점은 2012, 그의 나이 28세 때였다. 물론 정 대표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젊은 창업가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가 뛰어든 시장이 다름 아닌 베이커리, 그것도 다소 올드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단팥빵이 아이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의 도전은 비교적 성공으로 귀결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단팥빵 하나로 이정도의 성과를 거둔 정성휘 대표를 일컬어 외식업계의 루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도 지금의 홍두당을 만들기 까지 무수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는 명확한 목표와 비전으로 뚝심있게 사업을 이어갔다.

우선 그가 창업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알기 위해 정 대표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유학 시절이던 2000년대 중반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정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외식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작은 빵집을 운영하시다보니 자연스레 이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됐죠. 대학 진학 과정에서도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도 했고요. 미국으로 유학을 간 후에도, 틈틈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을 여행하며 선진국의 외식산업 현장을 살폈습니다. 스시 레스토랑이나 햄버거 전문점 등 현지 매장에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분위기를 경험하기도 했죠.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다보니 불현 듯 국내 외식산업, 특히 음식관광 분야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사실 여행과 관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맛있는 음식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셰프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포함해 많은 맛집이 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질 좋은 먹거리 관광상품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 역시 현실이었어요.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그가 유학 시절 마지막 학기에 들었던 마케팅 기획 수업은 그를 창업이라는 도전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였다. 당시 상황을 정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수업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프로젝트는 바로 미시간 지역의 브랜드를 선택해 마케팅 기획을 해보라는 거였죠. 당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지역 외식브랜드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어요. 제가 머물더 미시간에는 빅비(Biggby)’라는 지역 커피 브랜드가 유명합니다. 빅비가 워낙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다보니 스타벅스도 기를 못 펼 정도였죠.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인앤아웃역시 미국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하지만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역브랜드개념이 생소했습니다. 물론 춘천 닭갈비, 장충동 족발, 나주 곰탕 등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은 있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사실상 없었거든요. 특히 제 고향인 대구 역시 막창 정도가 대표 음식으로 손꼽힐 뿐 대구를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에 주목했어요.”

[사진=차병선 기자] '4초에 한 개'꼴로 판매되며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의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한 생크림단팥빵.
[사진=차병선 기자] '4초에 한 개'꼴로 판매되며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의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한 생크림단팥빵.

이때부터 그는 대구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자신이 직접 개발해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보고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러한 열망은 곧 창업이라는 도전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의 첫 도전은 씨앗호떡브랜드 호오탕탕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201210월 부산 KTX 역사에 플래그십 스토어 컨셉의 호오탕탕’ 1호점을 오픈했다. 가맹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순식간에 매장이 10호점까지 늘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20대 초보사업가에게 가맹사업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6개밖에 안되는 가맹점 관리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자칫하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정 대표는 2년 반 만에 호오탕탕 사업을 접었다.

정 대표는 사업을 접은 후 고향으로 돌아가 호오탕탕의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그 결과를 바탕으로 두 번 째 도전에 기반이 되는 확고한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원칙은 대구의 스토리를 담을 것 가맹사업은 하지 않을 것 브랜드 확장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 이렇게 세 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모두 담아 도전한 브랜드가 바로 지금의 근대골목단팥빵근대골목도나스.

우선 브랜드명에 포함된 근대골목이라는 단어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 골목투어 명소로 급부상한 대구 근대골목에서 따왔다. 근대골목은 대구 원도심(原都心) 지역의 오래된 골목길들을 의미한다. 정 대표는 여기에는 근대골목이 대구를 대표하는 전국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부상했듯이, 홍두당의 브랜드들 또한 대구를 대표하는 전국구 명물빵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점에서 단팥빵과 도나스라는 아이템을 주목했다. 물론 세대별 호불호를 반영해 단팥빵 제품을 다변화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만든 모단단팥빵은 집에서 팥을 손수 끓여 만들던 옛시절의 담백한 단팥빵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디저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생크림단팥빵과 녹차생크림단팥빵이 인기를 얻고 있다. 부드러운 생크림과 고소한 팥소가 어우러진 맛과 생크림의 색다른 비주얼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근대골목단팥빵의 경우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두 달에 한 개 꼴로 매장을 늘려왔다. 201911월 현재 전국 21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입점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화점 매장의 비중이 높은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재 근대골목단팥빵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 모두에 입점해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인천공항 입점에 성공하면서 내국인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근대골목단팥빵을 어필하고 있다.

정성휘 대표를 만난 곳 역시 서울 송파구 장지역 인근 가든파이브 지하에 위치한 근대골목단팥빵 매장이었다. 쇼핑몰 방문객이 다소 적은 시간대인 평일 오후 4시임에도 불구하고 매장에는 제품을 사기위한 고객들이 심심치 않게 찾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방문해 제품을 구매했고, ‘응접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내부 공간에서는 담소를 나누는 중장년층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후발 주자인 근대골목도나스는 대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만큼 매장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백화점이나 일반 상권 대신 서울 용산역사점과 같은 관광객이 많은 곳을 매장 1호점 입지로 선택했다. 현재 근대골목도나스는 서울 용산역사점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 용산역사점의 경우,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용산역 맛집에 오르는 등 성공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정성휘 대표는 현재 '재건'이라는 키워드로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정성휘 대표는 현재 '재건'이라는 키워드로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디저트 브랜드로의 확장을 위해 하와이안 디저트 카페 브랜드 사자커피를 론칭했다. 하와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하와이안 소울 디저트를 현지 그대로의 맛으로 소개하는 사자커피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의 프리미엄 커피 하와이 코나 커피를 주력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사자커피는 홍두당에서 근무하는 젊은 파티셰들에게 기회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창의적인 메뉴 개발에 대한 열망이 큰 젊은 파티셰들을 눈여겨 본 정 대표는 이들을 주기적으로 사자커피에 파견근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파견근무 기간 동안 자유롭게 메뉴를 개발하고 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현재 홍두당은 근대골목단팥빵과 도나스의 성장, 그리고 사자커피의 론칭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5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불과 4~5년 만에 120억 원으로 무려 24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B2C를 넘어 B2B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외식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납품하거나, 유통기업과 함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올해 중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신공장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해썹 인증을 받은 공장을 기반으로 B2B사업도 더욱 강화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두당과 정성휘 대표는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재건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근대골목단팥빵과 여하 브랜드의 전면적인 리브랜딩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유명 브랜드 컨설팅 기업과 손잡고 다양한 방식의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말한다. “이번에 새로 가동하는 공장이 어디있는지 아세요? 대구 시내 한복판에 있습니다. 공장 자체를 대구를 대표하는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에 따른 결정이었죠. 이 뿐 만 아니라 이번 신공장 오픈을 시작으로 홍두당의 리브랜딩 전략의 결과물을 하나씩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마 내년 상반기 중에는 지금과는 180도 달라진 저희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의 힘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도 나서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12월 중, 미국 아마존 본사 관계자를 만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앞으로도 대구를 상징하는 대표 베이커리로서 입지와 위상을 더욱 높여나갈 저희 브랜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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