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9 11:58 (화)
‘일상을 사고파는 뉴 블루오션’ 구독경제가 뜬다
‘일상을 사고파는 뉴 블루오션’ 구독경제가 뜬다
  • 김병주 기자
  • 승인 2019.10.29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구독경제

한때 사그라지는 듯했던 구독서비스가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도서, 교육 교재 등 서적류와 일부 영역에 한정됐던 과거의 구독 서비스가 IT인프라를 등에 업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구독경제 시장을 들여다본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셔터스톡]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사진=셔터스톡]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7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최근 독특한 고민에 휩싸였다. 고민의 이유는 바로 유난히 빠르게 자라나는 수염이었다. 그의 업무는 매일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직이다. 나름 깔끔한 외모를 자랑하는 A 씨였지만 턱과 구렛나루까지 넓은 영역에 퍼져있는, 그리고 유독 빠르게 자라나는 수염은 항상 골칫거리였다.

유독 빳빳한 수염은 전기면도기로는 깔끔한 면도가 어려웠다. 매일 5중 이상의 칼날면도기와 쉐이빙 크림을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면도를 했다. 그러다보니 남들은 한 달 가까이 쓰는 면도날은 일주일도 채 안 돼 무뎌지고 벌어지기 일쑤였다. 바쁜 스케줄 탓에 면도날 구입을 까먹는 날이면, 그의 턱에는 항상 작은 생채기가 생기곤 했다.

그런데 최근 A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알게 된 후, 이러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2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정기적으로 면도날과 쉐이빙 크림, 이밖에 다양한 남성 전용 뷰티 아이템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찾은 것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후, A씨는 2주에 한번 새 면도날을 배송받기 시작했고 더 이상 헌 날로 인한 생채기는 생기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단순히 구독경제라는 2019년 새로운 트렌드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에는 정기적으로 면도날과 관련 키트를 배송해주는 와이즐리라는 구독경제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굳이 면도날을 소개한 이유는 그만큼 구독경제라는 서비스 카테고리가 보다 넓은 범위, 그리고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독경제의 사례라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구독경제는 국내외에서 떠오르는 블루오션사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20164,200억 달러 수준이었던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에는 약 5,300억 달러(59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여러 시장조사기관, 금융권에서도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구독경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혹은 진출 예정인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독경제 촉발한 넷플릭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구독경제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구독경제의 의미와 현황을 알아보자.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구독경제의 정의는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에게 주기적으로 배송 혹은 제공받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

쉽게 말해 구독경제란, 오래전부터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일종의 정기배송’, 혹은 회원제 서비스. 다만 렌탈 서비스와는 조금 다르다. 주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경제와 달리 렌탈 서비스의 경우, 이미 특정 상품을 제공받은 후 약정 기간 동안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독경제는 이미 대부분의 산업영역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정기적으로 우리가 사용하거나 즐길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는 구독경제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빠르게 구독경제 개념이 진입하고, 자리잡기 시작한 시장은 유통콘텐츠영역이다. 특히 콘텐츠 영역의 경우, 사실상 구독경제가 소비자 그리고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 구독경제를 각인시킨 대표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시발점은 현재 국내에서도 수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 사용자는 월 10달러 수준(베이식 요금제 기준)의 비용만 지불하면 TV,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영화·드라마·TV쇼 등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자극받은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유사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미국 유명 콘텐츠 기업 디즈니도 최근 디즈니 플러스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왓챠(Watcha)’가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며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포함해 이 분야 업체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동영상 구독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들이 굳이 구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들 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차별성 때문이다.

사실 서비스 형태만 놓고 보면 IPTV 업체의 동영상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수 도 있습니다. 매달 사용료를 지불한 IPTV 가입자들은 기존 실시간 채널 외에 IPTV업체에서 제공하는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죠. 하지만 이들 서비스와 넷플릭스, 왓챠 등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콘텐츠의 추천 기능입니다. 이러한 추천 기능이 사실상 동영상 구독서비스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구독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나 서비스만을 제공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의 취향, 혹은 기호에 맞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뿐이죠.”

구독경제를 뜻하는 영단어는 ‘subscription economy’. 여기서 subscription이라는 단어는 구독 혹은 구독료를 의미한다. 그런데 IT업계, 특히 O2O(Online to Offline)업계에서 subscription이란 단순한 구독이라는 의미를 넘어 개인화라는 의미를 추가하고 통용되고 다.

쉽게 해석해 IT업계에서는 ‘subscription economy’, 즉 구독경제를 일정 사용료를 지불한 소비자에게 각자의 기호에 부합하는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왓챠에서는 가입자의 취향을 분석해 메인 화면에 그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노출해주는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마블 영화인 어벤져스를 시청했다면, 이후 넷플릭스에 접속 시 자동으로 아이언맨’, ‘토르’, ‘배트맨 vs 슈퍼맨등 어벤져스와 비슷한 장르의 히어로 무비를 노출해주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에서 촉발된 개인화 추천 기술의 고도화가 결국 구독경제 서비스 활성화에도 기인했다고 평가한다. 사용자 개개인이 가장 원하고 즐기는 재화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 이것이 또 다른 기회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말한다.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 기술은 오히려 낮은 단계의 구독경제 서비스 활성화에 기인했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흔히 일상생활에서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재화도 구독경제 서비스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거죠. 우리가 매일 쓰는 샴푸나 린스, 면도날, 생리대 등은 특별한 니즈가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굳이 사용자들에게 억지로 노출하지 않아도 먼저 선택을 받죠. 우리가 샴푸나 면도기를 숨겨놓았거나 다 썼다고해서 안보이고 없으니까 그냥 쓰지말자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그동안 어느 누구도 이러한 제품을 주기적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마트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위한 노력만 기울였죠. 때로는 고도의 기술력이 탑재된 서비스가 1차원적인 서비스의 효용성을 일깨워주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역을 확장하는 구독경제

앞서 언급한 대로 구독경제는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선 유통업계에서 구독 서비스와의 접목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 나노소재 전문기업 레몬은 CJ오쇼핑과 손잡고 자사가 개발한 숨 쉬는 생리대 에어퀸의 정기배송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CJ오쇼핑이 TV 홈쇼핑 업계 최초로 정기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판매한 생리대였다. 방송 당시 CJ몰 앱을 통해 완판을 기록할만큼 많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는데, 구매자 중 약 25%가 정기배송을 신청할 정도로 구독경제 서비스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유통업계의 공룡기업으로 떠오른 쿠팡 역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이미 1,000여 가지의 상품을 대상으로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수, 기저귀, 물티슈 등 생필품부터 반려동물 용품 등 주기적으로 소비되는 제품군이 정기배송 서비스 대상품목이다. 특히 자유로운 배송일 변경 뿐 아니라, 일반 구매보다 최대 10% 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밖에 삼다수, 아이시스 등 생수 브랜드에서도 자체적인 정기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대형 유통사들 역시 정기배송 서비스 론칭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편 미처 예상치 못한 시장에서도 구독경제와 관련된 서비스를 찾아볼 수 있다. 구독, 정기배송 등과는 무관해 보이는 영역에서도 구독경제 서비스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포춘DB]현대자동차에서 운영중인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이미지.
[사진=포춘DB]현대자동차에서 운영중인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이미지.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자동차 시장이다. 명품 스포츠카로 유명한 독일 자동차 업체 포르쉐는 최근 미국에서 포르쉐 패스포트’(Porshe Passport)라는 이름의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르쉐 패스포트 서비스는 런치’(Launch)엑셀러레이트’(Accelerate) 2가지 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런치 등급을 구독하는 사용자는 월 구독료 2,000달러(한화 약 240만 원)만 내면 카이엔, 박스터 등을 탈 수 있다. 엑셀러레이트 등급의 월 구독료는 3,000달러(353만 원) 수준으로, 이 등급에 가입하면 911 카레라와 같은 슈퍼카도 탈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서비스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운영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기존 차량 렌탈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렌터카 서비스에서는 단 한 대의 차만 이용할 수 있지만 포르쉐 패스포트를 통해서는 각 등급에 포함된 차종을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카이엔, 박스터, 그 밖의 차종을 매월 바꿔가며 선택해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업체의 구독 서비스는 비단 해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도 현재 현대 셀렉션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차량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 셀렉션은 월 구독료 72만 원으로 신형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를 월 2회까지 바꿔 탈 수 있고, 보너스 차량 개념인 애드-서비스를 통해서는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코나 일렉트릭 중 한 대를 48시간 동안 추가로 이용 할 수 있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월 구독료 149만 원으로 G70 스포츠, G80, G80 스포츠를 월 2회까지 바꿔 탈 수 있다.

최근에는 요식업계에서도 구독경제 관련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집중하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음식배달 O2O플랫폼 요기요는 최근 배달업계 최초로 구독 서비스 슈퍼클럽을 선보였다. 슈퍼클럽은 월 9,900원을 정기결제하면 매월 10건의 주문에 한해 3,000원의 자동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스타트업 데일리 샷이 선보인 구독경제 서비스 데일리 샷은 언제든지 마시고 싶은 수제맥주 한 잔을 매일 한 잔씩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매달 9,900원만 내면 매달 9900원만 내면 서울과 경기(일부), 부산 지역 320여 개 고급 수제맥주 전문점에서 수제맥주나 칵테일 한 잔을 무료로 매일 마실 수 있다. 물론 무료로 한 잔을 마시면 유료로 한 잔 이상을 추가로 마셔야 하는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다.

또 수제맥주 브랜드 벨루가브루어리는 월 구독료 55,000원에 수제맥주, 야식플래터, 사이드 스낵등을 받아먹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현재 벨루가브루어리의 서비스는 잠정 중단상태다). ‘술담화는 매월 선정한 3종의 전통주 뿐 만 아니라 제품 설명, 곁들이기 좋은 안주, 향미 그래프 등 상세 정보를 정기 배송해준다. 전통주는 매월 랜덤으로 배송되는데, 매달 술을 예측할 수 있는 힌트를 공개하는 등의 소소한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월 18,000원에 커피 원두를 정기 배송받는 빈브라더스’, 스타트업 케어위드에서 선보이고 있는 맞춤 영양제 정기 구독 서비스 필리’, 동원F&B에서 전개하는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 더 반찬등도 요식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구독 서비스다.

 

공유경제의 후속편 구독경제

한때 욜로라는 단어가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인 욜로는 현재의 행복과 그것의 가치를 쫓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한번 뿐인 인생인데 먼 미래보단 당장의 행복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특히 욜로는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 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이에 자동차, 식음료, 패션, 가전 등 소비재 시장에서는 욜로를 지향하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는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구독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구독경제 서비스가 활성화 된 데는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이에 따라 바뀌어가고 있는 소비 트렌드가 배경이 됐다.

그렇다면 구독경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 ‘소비형태의 변화를 가장 큰 근거로 꼽고 있다.

몇 년전 유통업계에서 신개념 서비스로 주목받았던 것이 바로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 빅마트 등 축구장 규모에 버금가는 거대한 매장으로 마련된 창고형 마트는 다량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어필하며 인기를 끌었다.

물론 지금도 창고형 마트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창고형 마트는 물건 소량 구매 및 소용량 제품 구매가 어렵다는 명확한 단점도 갖고 있다. 더구나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용량의 대량구매에 부담을 갖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구독경제 서비스다. 대량 구매에 부담을 갖거나 따로 마트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운 1·맞벌이 가구에게 구독경제 서비스는 매력적이다. 날짜만 지정하면 생수, , 반찬 등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원하는 수량만큼 집까지 배송해주다보니 신경 쓸 일이 줄어들면서 한결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해졌다.

[사진=포춘DB] 쿠팡에서는 각종 생필품을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포춘DB] 쿠팡에서는 각종 생필품을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식음료품 뿐 아니라 와이셔츠, 양말, 액세서리 등 재화부터 빨래, 청소 등의 서비스도 구독경제 생태계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쇼핑몰, 혹은 O2O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독경제 업체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들어갔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1·맞벌이 가구들에게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러기엔 다소 귀찮은 것에 속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수년간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온 경제 불황의 여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사실상의 호황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현재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는 수년간 이어진 이 같은 불황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해왔다. 그리고 소비 트렌드 역시 자연스럽게 불황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첫 번 째 변화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공유경제. 재화를 소유하는 대신, 필요한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개념의 공유경제는 숙박(에어비앤비), 차량(우버) 등 몇몇 카테고리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공유경제 이후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구독경제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에 가성비를 더해 발전시킨 결과물이 구독경제라고 말한다. 소유하지 않아도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비용 및 서비스 경쟁력과 만족도를 극대화 한 소비 방식이 바로 구독경제라는 것이다.

 

고객 부담 줄이고 충성도높여야

구독경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했듯 대형 유통사, 자동차 제조사, 가전업체 등 구독경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산업군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역시 수익에 기인한다. 구독경제 생태계에서 소비자는 재화 및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신, 정기적으로 요금을 지불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구독경제 서비스 기업은 매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한 서비스만큼 매력적인 사업은 없다.

그런 까닭에 많은 기업들이 구독경제 생태계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 나아가 국내 M&A업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인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전 참여도 구독경제와 관련 있다.

최근 넷마블은 국내 1위 렌털 업체 웅진코웨이 지분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게임회사의 렌털 업체, 나아가 비()게임 업체 인수는 흔한 사례가 결코 아니다. 그런 까닭에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시도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구독경제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력을 정수기 등 코웨이의 렌털 제품에 접목해 교체 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주문 및 배송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서장원 넷마블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은 최근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구독경제와 스마트홈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이번 코웨이 투자를 결정했다앞으로도 큰 잠재력을 가진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도 직간접적으로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불리고 있는 애플·구글(모바일 게임), 아마존(전자책), 소니(콘솔게임) 등은 이미 북미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구독경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구독경제 서비스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는 구독경제 서비스로 인해 업계 지형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미국 면도기 정기 배송 서비스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은 면도기 시장 부동의 1위인 질레트(Gillette)의 점유율을 20%P 가량 떨어뜨리며(70%50%) 면도기 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구독경제 시장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우선 소비자들의 경우, 고정적 지출에 대한 부담을 호소할 수 있다. 특히 지출하는 만큼 서비스를 누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도 경계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구독 서비스 가입자를 자사의 충성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면 언제든 구독을 해지하고 타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적은 수의 이탈은 문제될 것 없지만, 큰 폭의 회원 이탈이 발생한다면 자칫 기업의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도 있다. 장기간 구독자를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3년에는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구독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현재 국내 구독경제 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20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과거 O2O플랫폼, 공유경제 생태계의 발전 속도에 비춰보면 구독경제 시장에서도 조만간 큰 폭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과연 2020년에는 구독경제가 공유경제의 파급력을 뛰어넘는 대세 트렌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내년 IT업계, 나아가 산업계 전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