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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이사진 물갈이는 언제 더 좋은 수익으로 연결될까

WHEN A SHUFFLED DECK MEANS A BETTER HAND

  • 기사입력 2019.05.30 16:55
  • 기자명 Ryan Derousseau 기자

‘시차임기제’ 이사회(‘staggered’ boards)를 둔 소수의 기업 주주들은 한 번에 이사진 일부만을 교체할 수 있다. 이런 연속성이 왜 투자자들에게 이익인지 따져봤다. By Ryan Derousseau

상장기업 경영진과 주주들이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영원한 전쟁’은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주제 중 하나다. 한 분야에선 주주들이 압승을 거뒀다: 이들은 시차임기제 이사회 도입을 대폭 줄여왔다. 이사들이 개혁적 투자자들의 압박으로부터 경영진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진과의 전투에서 승전을 했음에도, 주주들은 어쩌면 더 큰 게임에서 패하고 있는 듯하다. 시차임기제 이사회가 사실 더 나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차임기제 이사회는 미국 상원과 유사하다. 이사들은 로테이션 방식으로 선출된다. 보통 매년 선거를 통해 3분의 1을 교체한다. 비(非)시차임기제 이사회는 하원과 비슷하다: 선거를 통해 한번에 교체가 가능하다. 상원 같은 구조에서 이사회 과반을 교체하려면 두 번 선거를 치러야 한다. 주주들이 이사진을 내쫓고 전략적 변화를 요구하기엔 어려운 구조다.

2009년엔 S&P 500대 기업 41%가 이런 상원식 이사회 구조를 선택했다. 팩트셋 FactSet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54개 기업(11%)만이 해마다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non-annual voting). 이런 큰 변화는 아마 엔론 Enron과 월드컴 WorldCom 덕분일 것이다. 해당 기업들이 부정으로 무너지면서,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또 시차임기제 이사진이 한직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이들이 쉬운 표적으로 간주됐다. 당시 연구 보고서들도 ‘재선출을 통해 매년 이사진 전원을 교체하는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0년대 초반 무렵, 주주권리 지지자들은 시차임기제를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성과가 나쁜 경영진을 보호하는 방패막 역할 때문에 회사 가치에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들의 설득 노력 덕분에 100곳 이상의 기업들이 해당 관행을 철폐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둔 기업들이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3월 기준 지난 5년간, S&P 500대 기업 중 해마다 투표를 하지 않은 기업들의 평균 총 수익률은 125%에 달했다. 전체 평균 52%보다 현저히 높은 성과다.

이런 수치는 경제학자들이 “생존권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 부르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둔 회사가 형편없는 수익을 올리면, 그 제도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좀 더 정밀한 연구 보고서들은 해당 제도가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르티진 크레머스 Martijn Cremers와 루보미르 리토브 Lubomir Litov, 시몬 세페 Simone Sepe로 구성된 연구진은 3,000여 개 기업들의 기록을 살펴봤다. 이 회사들은 1978년부터 2015년까지 시차임기제에서 비 시차임기제로 전환하거나, 그 반대로 바꾼 이력이 있다. 연구 결과, 시차임기제 구조 하에서 ‘기업가치’는 3.2%에서 6.1%로 증가했다. 이는 토빈의 큐 Tobin's Q 공식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인데, 한 기업의 가치를 자산 가치로 나눈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하버드 경영대학원 찰스 왕 Charles Wang 교수와 공동 연구자들도 1990년 변경된 주 법에 따라 시차임기제 투표 방식을 채택한 기업들(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 이후 15년 동안 토빈의 큐 평균 값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차임기제가 ‘마법의 약’으로 작용한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좋은 경영진이 외부 압박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더 쉽게 혁신을 주도한 덕분으로 보인다. 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개발에 크게 투자한 기업들은 비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둔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외부 영향이 이런 종류의 혁신적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기업에 실제로 필요한 장기적 투자보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경영 체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현재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둔 S&P 500대 기업 54곳 중 16곳은 바이오테크와 제약 부문의 헬스케어 기업들이다).

기업공개를 시작한 회사들이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2008년에는 상장기업 중 38%가 이 구조를 채택했다. 하지만 그 비율이 2016년에는 81%로 급증했다(올해 현재까지 가장 유명세를 탄 IPO 승차공유 기업 리프트도 이 제도를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시차임기제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왕 교수는 이사회 주변에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 역시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업들이 정당한 비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시차임기제 이사회를 활용할 때 그렇다(경영진과 창업자들에게 ‘슈퍼 투표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 구조는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 오른쪽 박스 기사 참조). 비 시차임기제 이사회 제도 하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쉽게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 특히 회사 경영진이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키기 시작하면 이 제도는 매우 유용해진다. 

시차임기제 이사회 구조에서 탄탄한 실적을 올리는 회사 3곳을 소개한다. 이 기업들은 지금까지 방어적 태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대세인 시대에서, 울타 뷰티 Ulta Beauty처럼 성공한 오프라인 소매회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시차임기제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CEO 매리 딜런 Mary Dillon은 상점과 식당들이 들어선 번화가 ‘오프라인 쇼핑몰’을 공략했다. 전통적 쇼핑몰만큼 유동인구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타는 지난 3년간 313곳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이는 전체 매장의 27%에 해당한다. 또한 온라인 경쟁업체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매장 내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독점 판매 제품과 고객이 앉아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오펜하이머 Oppenheimer의 애널리스트 루페시 파리크 Rupesh Parikh는 "울타의 주가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 주가는 지난해 67% 상승했지만 여전히 역사적 평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보험사 앤섬 Anthem은 자사의 약제보험관리(PBM)를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Express Scripts에 외주로 맡겼다. 해당 계약이 올 3월 끝나면서, 회사는 자체 PBM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영진은 이번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전략적 도약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리스크보다 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밸리켓 Steven Valiquette은 “향후 3~4년간 연평균 매출이 10-12%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앤섬에 생겼다”고 분석했다.

수의학 진단 분야 선도기업 이덱스 래버러토리즈 IDEXX Laboratories는 애완동물 건강과 관련된 소비가 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 Canaccord Genuity의 애널리스트 마크 마사로 Mark Massaro는 동물 건강진단 시장의 연구개발 지출액 가운데 80% 금액을 투자하는 이 회사가 "이 산업에서 거의 모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고객 보유율 (customer retention rates) 또한 무려 99%에 달하고 있다. 주가는 지난 3년간 183% 급등해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마사로는 주가가 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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