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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기술과 노동이 충돌할 때

WHEN TECH AND LABOR COLLIDE

  • 기사입력 2019.05.30 16:50
  • 기자명 Jonathan Vanian 기자

기술이 일터에 더 깊숙이 침투하자, 일부 직원들이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By Jonathan Vanian

몇 년 전, 매리엇은 5개 도시 호텔에서 새 앱을 선보인 바 있다. 청소직원들에게 어떤 객실을 정리해야 하는지 알려줘 시간을 절약하기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재앙과 같았다.

청소직원들은 각층 객실을 쉴새 없이 오가야 했고, 청소가 안 된 복도 끝 객실들은 아예 무시했다. 이들은 오히려 앱 때문에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또, 일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해 상사에게 징계를 받을까 걱정했다. 매리엇의 청소직원 노동조합 유나이트 히어 Unite Here의 여성 대변인 레이철 굼퍼트 Rachel Gumpert는 “완전한 시간 낭비”라는 표현으로 이 사건을 묘사했다.

호텔 노조가 앱이 초래한 문제를 인지하고 몇 달 후, 매리엇 호텔 직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청소 앱과 같은 신기술 적용이었다. 치열한 협상 끝에 작년 12월 근로자들은 의미 있는 양보를 얻어냈다. 새 단체협약에 따라 앞으로 경영진이 신기술을 도입하려면, 직원들이 우려를 제기할 수 있도록 15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매리엇의 합의 사례는 신기술이 직장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하는 가운데, 노조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카지노 직원들과 심지어 프로 농구선수들도 협상을 통해 유사한 계약을 맺고 있다. 이 협약들은 기술에 의해 밀려난 직원들의 재교육은 물론, 회사가 직원들의 기기에서 수집한 정보이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예를 들어, 매리엇은 ‘청소직원들이 일일 업무량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앱을 수정했다’는 공식 입장 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 호텔은 아울러 ‘새 절차를 도입할 때,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피드백을 수렴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밝혔다.

노동 이슈에서 기업을 대변하는 리틀러 맨델슨 Littler Mendelson 로펌의 기술전문 변호사 매슈셰어 Matthew Scherer는 “직원들이 갈수록 신기술에 대해 걱정하는 현실을 대부분 기업들이 잊고 있다”며 “기업 고객과 상담할 때, 근로자들의 염려를 진지하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해당 문제가 커져 사업에 피해가 가기 전에, 관리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셰어는 "미국 재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또 언제 충격을 받아 자각을 할지(have its Sputnik moment) 매우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속 로펌에서 담당하는 특정 기업들을 밝히길 거부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혁신이 일부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이로 인한 충격파를 어떻게 완화하느냐다. 예를 들어, 매장들은 계산원을 고용하는 대신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조직을 결성, 신기술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종종 보여왔다. 심지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세기 유럽에서는 재단사들이 최신 동력직기가 설치된 공장을 전소시켰다. 하지만 요즘 노조 지도자들은 좀 더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노조연합 AFL-CIO의 정책 책임자 겸 특별 고문인 데이먼 실버스 Damon Silvers는 “일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새 일자리가 생겨나고, 기존 일자리는 업무내용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분명 노조들은 지난 몇 년간 기술과 자동화를 둘러싸고 협상을 벌여왔다(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재 이 싸움의 초점은 수십 년간 일자리를 대량으로 빼앗은 산업용 로봇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선수들을 대표하는 노조 NBPA는 2017년 단체협상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겨냥했다. 그 결과, 노조는 특정한 상황에서 구단의 데이터 사용을 금지하는 룰을 만들 수 있었다. 각 팀들은 현재 건강 추적장치를 통해, 선수들의 건강상태와 성적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훈련이나 경기 중에 수집한 심장박동 정보는 선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다. 새 규칙을 통해, 구단은 해당 데이터를 경기 중 전략구상에 도움이 되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NBA 선수 개인과 계약을 협상할 때는 활용할 수 없다. NBA 노조의 부(副) 법무자문 데이비드 포스터 David Foster는 “이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대부분 미국 근로자들은 NBA 스타 선수들만큼 협상력이 없다. 그럼에도 매리엇의 청소직원들은 최근 단체협약에서 일부 보호조항을 쟁취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직원 노조가 지난해 협상으로 이룬 성과와 유사하다. 매리엇은 신기술 도입 시 직원들에게 사전 고지를 하는 것은 물론, 기술 도입으로 대체되는 인력 전원에 대해서도 직업 훈련을 보장했다.

예를 들어, 청소 직원이 같은 호텔이나 근처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할 수 있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나이트 히어 대표 아난 싱 Anand Singh은 “새 단체협약은 객실 청소용 로봇 같은 미래의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호텔 청소직원들의 분노를 산 앱처럼 좀 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모든 해답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한 후, “하지만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 재배치와 재훈련 문제는 마법 같은 몇몇 장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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