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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임원 리스크에 대비하라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임원 리스크에 대비하라
  • 신제구 교수
  • 승인 2019.04.2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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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5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임원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 한없이 부러워했던 존재에서 이제는 언제 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시한부 같은 자리가 됐다. 하지만 그런 임원이라고 해서 홀대를 하면 조직이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과연 임원은 조직생활의 꽃일까? 끝일까? 임원은 되기도 힘들지만 되더 라도 오래가지 못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왜 임원이 되려는 걸까?

이유1. 관습적 인식. 임원은 성공한 샐러리맨의 상징으로 인정받아 왔다. 지금도 그렇다. 말로는 임원을 임시직의 줄임말로 조롱하지만 속내는 모두가 한번 해보고 싶은 자리가 바로 임원이다. 과거 체면을 중시하던 시절에는 임원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컸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인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장원급제라도 한 듯한 강한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임원에 대한 인식이 예전만 못하다. 단기 실적주의와 지나친 경쟁은 임원의 생명주기를 단축시켰고 이렇게 조급해진 임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측은하기까지 하다. 임원 본인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자부심과 더불어 불안감을 안고 조급한 심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2. 경제적 혜택. 일단 임원이 되면 경제적 혜택이 많아진다. 월급은 물론이고 차량을 제공받고 법인카드 사용 폭도 커진다. 조직의 규모가 크거나 좋은 조직이라면 임원에 대한 혜택은 황송할 정도로 풍성하다는 점에서 임원은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은 일종의 중독성과 습관성이 있다. 추후 임원에서 물러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받았던 혜택의 단절은 큰 금단증세로 다가올 수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대(大)팀제와 애자일(agile)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임원들 간 계층은 사라지고 그동안의 혜택은 초라할 정도로 작아졌다.

이유3. 관료적 권위. 임원이 되면 지시받는 위치에서 지시하는 위치로 변한다. 누구나 권력에 대한 욕구는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의지대로 살아왔던 직장인에게 지시할 수 있는 권력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아무리 임원이라 할지라도 원칙을 깨고 변칙을 활용하거나 갑질을 발휘한다면 주저 없이 직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외형상으로는 임원이 강자로 분류되고 직원은 상대적으로 약자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임원이 직원을 이길 수 없다. 만약 직원이 저항할 이유가 생긴다면 정면에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밝히거나 아니면 SNS블라인드에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더 지나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등에 직접 투서해 임원을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유4. 사회적 인정. 누구나 승진하면 명함이 바뀌듯 임원의 명함도 달라진다. 자신의 명함에 임원임을 표기하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가족, 친구 등등 사회적 관계에 있는 주변인들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성공이고 자기만족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는 임원을 인정만 해줄 수는 없다. 생존하는 임원보다 사라지는 임원이 더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임원을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는 주변인이 늘고 있다. 임원의 품위는 추락했다.

이처럼 임원의 위상과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면 한번 살펴봐야 할 일은 없을까? 지금 이대로 임원은 인내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물론 임원이 된 이후로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행복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임원이 된 후에 겨우 3년 미만이거나 심하면 그보다 더 짧게 임원을 경험하고 아무런 사전경고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임원도 많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조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임원이 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모든 임원은 자신과 조직의 생존을 위해 애쓴다. 때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압박을 직원들에게 가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등 자신이 나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적에 매진하기도 한다. 또한 위장된 아첨을 하며 비굴함을 무기로 생존을 구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조직을 떠나는 임원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억울한 심정 가득한 임원이 품고 있던 ‘희생 증후군(Sacrifice Syndrome)’은 분노로 변질되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조직을 적으로 판단하고 ‘방어자’에서 ‘공격자’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임원을 하면서 목숨을 걸고 지켜왔던 조직의 약점을 역으로 이용하여 자신에게 모욕감을 준 조직을 협박하고 벌하고 싶어진다면 큰일 아닐까?

조직에서 물러난 임원들은 곧 잊힌다. 그러나 임원의 마음에서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고마움도 곧 잊힌다.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지거나 어려워지면 조직을 위해 희생했던 기억만 남고 추억은 사라진다. 특히 조직이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종종 원칙을 어기는 경우가 발생했고 물러난 임원이 이와 관련된 증거를 간직하고 있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직원이 사고를 치면 임원이 막을 수 있지만 임원이 사고치면 조직은 조직의 운명을 걸고 법으로 싸워야 한다.

법은 늘 증거가 우선이다. 증거를 지켜왔던 임원이 증거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조직은 이길 수 없다. 한 번은 이겨도 줄줄이 내부 고발자의 자발적 저항이 공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직이 진다. 무서운 일이다. 이 지경이 되면 비용을 줄이려고 임원을 줄인 대가로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보통 직원은 무서워해도 임원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요즘 조직이다. 그만큼 임원의 해고가 쉽고 구조조정에 머뭇거림이 없다는 점에서 임원은 소외되고 무력화되었다. 궁지에 몰린 임원 모두가 천사라면 고민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리 없다. 조직도 준비해야 한다. 조직이 먼저 예의를 지켜야 한다. 떠나는 임원에게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젊은 단기 임원들의 희생증후군은 분노로 변질되기 쉽다. 조직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결국 임원 리스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먼저 예의를 갖추고 떠나는 임원에게 타당한 설명과 설득의 배려를 해야 한다. 둘째, 중간 평가를 통해 임원의 역할수행과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수용적이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임원에서 물러나기 전에 공정한 보상과 배려에 대한 설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넷째, 임원을 선발할 때 보다 신중하게 선발하여 어쩌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는 비참한 심정을 갖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세상이 변하면 조직도 변한다. 조직이 변하면 직원도 변한다. 그리고 임원도 변한다. 임원도 사람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퇴직 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면 일반 직원들보다 더 견디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임원을 마냥 행운아로 취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즉 단기임원의 희생증후군을 분노가 아니라 학습과 추억이 되도록 제도적인 대안과 문화적인 정서 그리고 품위유지를 위한 교육 등에 대한 배려가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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