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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포춘] 하워드 슐츠의 무모함

THE AUDACITY OF SCHULTZ

  • 기사입력 2019.04.01 16:37
  • 기자명 Beth Kowitt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워드 슐츠 Howard Schultz 가 미국인들의 취향을 완전히 잘못 읽은 듯하다. 미국인들은 대형 커피 체인점 거물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는 특정 억만장자의 교만에 대한 반발일까, 아니면 CEO 출신 대통령 후보에 대한 반감일까?◀

이미지=US포춘
이미지=US포춘

[포춘코리아] 스타벅스의 장수 CEO였던 하워드 슐츠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제품 출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 덕분에 미국인들은 호박 맛 라테를 알게 됐고, 프라푸치노라는 이름에 익숙해졌으며, 미국 디모인 Des Moines에서도 이탈리아어로 음료 사이즈를 주문하게 됐다.

그러나 슐츠가 ’중도 무소속‘ 대통령 후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자-이번엔 자기 자신을 판매 상품으로 만든 셈이다-인터넷에서 엄청난 반대여론이 일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전 공보 비서 브라이언 팰런 Brian Fallon은 “뉴코크 New Coke 출시 때도 2020년 하워드 슐츠 출마보단 반응이 더 나았다 /*역주: 1985년 코카콜라는 기존 제품에 변화를 꾀한 새로운 뉴코크를 출시했으나 소비자의 반발로 크게 실패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라 페트리 Alexandra Petri도 트위터에 ‘왜 하워드 슐츠는 다른 보통의 억만장자처럼 우주에 가려고 하지 않는가’라고 썼다.

하워드 슐츠의 이전 경력을 고려하면, 그 자신을 비롯해 일부 사람들은 대중의 격렬한 반발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슐츠는 합법적으로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 CEO들 중 한 명이었다. 대부분 사업가들이 언급조차 않던 총기규제와 동성결혼 이슈에 대해서도 입장을 개진했다. ‘정계가 제대로 굴러가기 전까지 정치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CEO 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 여행 금지령을 내린 직후, 1만 명의 난민을 고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CEO가 정치 이슈에 적극 참여해주길 바라는 열망과, 직접 정치에 참여하길 바라는 열망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슐츠는 그 둘을 혼동한 듯 하다.

특히 민주당 쪽 반발이 컸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서 슐츠가 방해 입후보자/*역주: 당선 가망성은 낮지만 유력 후보의 당선에 지장을 줄 정도의 득표를 할 수 있는 후보/ 역할을 하진 않을지 우려한다. 슐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랜 민주당원이었다. 슐츠 진영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지금은 당 내 일부 좌파 진영이 제시한 정책과 이견이 있어 민주당을 떠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이 제시한 부유세 안에 대해 슐츠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슐츠는 스타벅스 CEO로서 과감한 행동을 취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자로서 그는 다른 이들이 제시하는 안에 반대만 할 뿐 구체적 내용이 빈약하다. 슐츠는 CNN의 포피 할로 Poppy Harlow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로 자신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 아직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것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유권자들은 조지 H.W. 부시가 언급해 유명해진 일종의 “비전”을 보길 원한다. CEO 슐츠에겐 있었으나 대선후보자 슐츠는 갖추지 못한 부분이다. 버지니아대학교 정치학 센터장 래리 사바토 Larry Sabato는 “그의 대선 출마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단순히 대선 출마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승자 독식: 세상을 바꾸겠다는 엘리트의 가식(Winners Take All: The Elite Charade of Changing the World)’의 저자 아난드 기리드하라다스 Anand Giridharadas는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과연 억만장자가 필요한가에 의문을 던지고 있을 때” 그가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분석했다. 이 책의 제목은 슐츠가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한 표현이지만, 미국 일부 지역에서 한 때 인기를 끌었던 급진적 사고이기도 하다. 한편 공화당 쪽 트럼프 대통령은 반 기업 정서를 나타내는 데 거침이 없다. 이처럼 양 당이 중도에서 멀어짐에 따라, 듀크대 교수 에런 차터지 Aaron Chatterji는 “아주 오랜만에 어떤 진영도 기업 편을 들지 않는 선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CEO 출신 후보자의 매력은 기업의 효율과 규율을 무질서하다고 느껴지는 정계에 도입하는 것이다. 기리드 하라다스는 이를 기업과 정부의 ‘은유(metaphoring)’라 부른다.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했으니, 비슷하게 정부 예산도 잘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이다. 좌파 성향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New America의 선임연구원 리 드루트먼 Lee Drutman은 현 정부 들어 그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만 아니었다면, 여전히 그와 같은 생각은 유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 정치와 경영은 매우 다르다.

여론 조사기관 체인지 리서치 Change Research의 공동 창업자 겸 CEO 마이크 그린필드 Mike Greenfiel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타벅스에서 슐츠가 이룬 성과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슐츠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슐츠는 지나친 정치참여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5년엔 매장 내 인종 관련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바리스타들이 커피잔에 레이스 투게더 Race Together를 쓰도록 했다. 결과는 현실과는 괴리가 큰 실패작이었다(슐츠는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존 올리버 John Oliver는 “이 캠페인을 보면 슐츠가 25년간 ’안 된다‘는 말을 못 들어 본 것 같다”고 농담했다. 소비자들은 커피 회사 CEO가 매우 복잡하고, 의견이 다양한 인종이라는 문제에 피상적으로 접근한다고 느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슐츠가 아직 깨닫지 못한 듯한 교훈이다. 대중들에겐 기업 CEO가 굳이 발을 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다.

Beth Kowitt 기자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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