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민자 가정의 영재로 여러 기업을 창업한 아미르 후사인 Amir Husain이 공감능력을 발휘하며 ‘컴퓨터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포춘코리아] 미국 오스틴 소재 스파크코그니션 SparkCognition은 미래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다. 아미르 후사인이 창업한 이 기업은 전쟁터부터 발전소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네 살 때부터 컴퓨터에 빠진 파키스탄 소년 후사인은 이제 IBM 왓슨 자문위원회 창립멤버이자 발명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27개의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더 많은 특허 출원이 현재 진행 중이다.

나는 파키스탄 라호르 Lahore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사업가이자 발명가였고, 어머니는 교육자였다. 네 살 때 처음 코모도어 Commodore 64 /*역주: 코모도어 인터내셔널이 1982년 8월 출시한 8비트 가정용 컴퓨터/를 접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것들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에서 장난감들을 분해하고 판지를 붙여 기이한 기계를 만들고, 그것을 컴퓨터라 불렀다. 어머니는 그 때 내가 컴퓨터에 완전히 빠졌음을 알게 됐다.

8학년(중학교 2학년)이 되자 학교생활이 지루해졌다. 나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됐다고 교장선생님과 아버지를 설득했다. 학교를 중퇴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직접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동네에서 팔아 몇 백 달러를 벌기도 했다.

나는 15세에 대학에 입학, 17세에 라호르에 위치한 펀자브 컴퓨터 공학 연구소(Punjab Institute of Computer Science)에서 첫 번째 학사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연구소를 알아보던 중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분산 멀티미디어 컴퓨터 연구소(Distributed Multimedia Computing Laboratory, DMCL)가 차세대 웹 기술을 연구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때 그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오스틴으로 떠났다.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연구소에 들어가려 했지만, 모두들 내가 너무 어리다고 했다. 그래서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또 한 번 공부했고, 두 번째 학사학위를 받아 DMCL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첫 주에 아파트에서 빨래를 하다 강도를 당했다. 사라진 지갑엔 교과서를 사려했던 200달러가 있었다. 20달러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공중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말을 떼기 전에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냥 참고 웃으면서 넘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울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말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첫 번째 회사인 쿠리온 Kurion을 차렸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옮겨 쓰는 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내 아이디어를 실제 실현하고, 적용하고 싶어 기업가가 됐다. 한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신용카드로 컴퓨터 부품을 사서 두 개의 서버를 만들고, 초고속 DSL을 깔았다. 아파트가 곧 사무실이었다. 쿠리온은 2001년 당시 최대 규모의 디지털 콘텐츠 신디케이터 /*역주: 여러 곳에서 콘텐츠를 끌어 모아 이를 원하는 웹사이트에 재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였던 아이신디케이트 iSyndicate에 인수됐다.

9.11 테러 이후 삶이 힘들어졌다. 세상이 180도 변했다. 단순히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받았다. 많은 법이 바뀌었고, 미국 출입국 시에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당시 많은 차별을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지만, 세상은 계속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국방부 사람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고, 그 기억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다.

2002년, 캠퍼스 커플이었던 자이브 Zaib와 결혼했다. 내가 두 번째로 창업한 대규모 보안 컴퓨팅 시스템 관리 기업 인프라매니지 Inframanage도 그 해 클리어큐브 테크놀로지 ClearCube Technology에 인수됐다.

스파크코그니션은 내가 세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처음엔 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회의가 팽배했다. 그러나 알고리즘과 컴퓨터의 발달로 2012년 즈음엔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마이클 델 Michael Dell이 개인 소유의 MSD 캐피털 펀드로 가장 먼저 내 회사에 투자했다. 지금은 보잉, CME 벤처스, 버라이즌 벤처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7,250만 달러를 유치했고, 세계 유수 대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파크코그니션은 주요 대형 응용프로그램에 합성지능(synthetic intelligence)을 적용한다. 일례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 그 이상을 실현시켜줄 미래 항공우주 운영체제를 보잉과 함께 만들고 있다. 또한 미츠비시 히타치 파워시스템즈 Mitsubishi Hitachi Power Systems와는 세계 최초의 자율자동차 공장을 세우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미군과는 인공지능을 활용, 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성능이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윤리적, 법적 측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는 대기업 및 주요 기관들과 협력하며,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업은 자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혼, 자녀와의 관계, 체력, 감정, 스트레스의 정도 등 모든 것을 시험에 들게 한다. 한 번도 밤에 잠을 푹 잔 적이 없지만, 하는 모든 일을 가족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생각 중인 모든 아이디어를 가족들에게 말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에 왜 이렇게 헌신적인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책임들에 대해 기탄없이 말한다. 나에게 일과 삶은 하나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이 무엇인진 잘 모르겠다. 일 또는 삶 이전에 나 자신이 있고, 그저 한 발씩 발을 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Dinah Eng 기자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