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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포춘] 정치에 대한 기업의 찬반 표명

THE PROS AND CONS OF POLITICS

  • 기사입력 2019.04.01 16:22
  • 기자명 Ryan Derousseau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업이 논쟁적인 사회 이슈에 대해 입장을 펼치면, 주주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회사 브랜드에 부합하는 적절한 메시지는 매출과 주가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미지=US포춘
이미지=US포춘

[포춘코리아] 질레트의 최근 광고는 잠깐만 봐도 전형적인 면도기 광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품을 가르는 면도기나 산뜻하게 면도된 얼굴을 물로 씻는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광고는 괴롭힘, 혹은 성희롱 가해자들에게 맞서는 남성들을 보여준다.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저항한다는 메시지 중 일부이다.

판매광고라기보단 ‘사회적 호소’에 가까운데, 10년 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보편적인 메시지가 됐다. 작년 가을 나이키는 광고를 통해 미식축구선수에서 사회운동가로 전향한 콜린 캐퍼닉 Colin Kaepernick/*역주: 그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로 경기 시작 전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을 지지했다. 같은 해 딕스 스포팅 굿즈 Dick‘s Sporting Goods는 총기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정치적으로 분란이 커질 만한 소지가 있는 문제들에 기꺼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단순한 원칙 표현 그 이상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고객들과는 소원해지겠지만, 명확한 입장 발표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같은 의견의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제품 카테고리 중에서 해당 브랜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주주들이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단기적으론 투자자들이 떠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딕스, 나이키 및 질레트의 모기업인 P&G 주가는 위에서 언급한 입장을 취한 직후에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나이키는 큰 폭의 실적 증가를 발표했다. 또한 세 기업 주가 모두 2월 중순까지 S&P 500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크게 반등했다(P&G 주가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표본의 크기는 작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적절한 상황에서의 입장 표명은 주가에 타격을 주지 않고, 오히려 기업 매출과 고객 로열티를 높여 준다‘는 것이다.

이런 패턴은 소비자 태도의 변화로 설명된다. 홍보 컨설팅 기업 에델만Edelman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절반 정도는 논란이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업 입장 때문에 특정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기로 (혹은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센트럴 플로리다대학교에서 홍보학을 가르치는 멀리사 도드 Melissa Dodd 교수는 “정부는 주요 문제들을 다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들이 입장 표명을 통해 이익을 얻을까?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정 패턴은 있다.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는 사회적 참여나 입장을 보여주는 기업들의 매출과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람들이 느끼기에 기업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 입장을 취한 기업들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적었다. 마찬가지로, 기업 입장이 선제적이기보단 사후적일 경우 효과가 더 적었다. 델타 항공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작년 플로리다 파크랜드 학교 총기 난사사건 이후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회원 할인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이 조치를 일시적인 것으로 규정했고, 그 이후 활동은 항공권 매출이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질레트의 ’유해한 남성성‘ 메시지가 광고를 통해 나간 후 불과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해당 광고가 P&G 주가에 미칠 장기적 영향력을 가늠하긴 아직 이르다(회사가 직면한 다른 과제는 포춘 홈페이지 특집 기사 참조). 질레트 제품이 2018회계연도 P&G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회사는 비너스 면도기와 올웨이즈 Always 여성용품 등 특히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대형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 평등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낸 적도 있다. 드렉설 대학의 대니얼 코션 Daniel Korschun 교수는 “질레트 광고는 그런 입장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것”이라며 “여성 고객들의 호응이 다른 브랜드에까지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션 교수는 이어 “그렇게 된다면 P&G는 앞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높은 기준을 고수‘할 것”이라며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단 사회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이상, 입장을 번복하면 경영진이나 주주들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Ryan Derousseau 기자

번역 강하나 same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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