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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포춘] ‘CEO 드라마’의 숨은 효과

THE HIDDEN UPSIDE TO CEO DRAMA

  • 기사입력 2019.04.01 15:41
  • 최종수정 2019.04.01 16:13
  • 기자명 Ryan Derousseau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회사가 CEO를 자르면 주가는 종종 곤두박질을 친다. 하지만 해고가 대규모 혁신의 일부라면,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인사 쇄신의 일부 기념비적 사례를 소개한다.◀

이미지=US포춘
이미지=US포춘

[포춘코리아] 최근 몇 년간 마텔 Mattel만큼 최고경영진 교체가 잦았던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이 장난감업체는 2015년 이후 CEO를 3번이나 교체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4월 인사가 단행됐다. 당시 구글 아메리카 대표 출신 마고 조지아디스 Margo Georgiadis가 유논 크레이즈 Ynon Kreiz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같은 소동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크레이즈의 전임자들이 마텔의 매출 하락(2014~2017년 23%나 급감했다)을 막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이저러스 같은 오프라인 유통 파트너들이 아마존의 습격으로 고전하거나 파산한 가운데, 마텔 또한 판매 채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 와중에도 경쟁자들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오래된 빈티지 게임 용어를 빌리자면, 회사 주가는 완전 망가졌다(gone Ker Plunk).

하지만 투자자들은 최근 마텔의 리더십 교체 속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전략 수정에 따른 CEO 교체는 종종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근본적 개선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요즘 투자자들에겐 고려해야 할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전직(轉職) 전문업체 ‘챌린저, 그레이 &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직원 10명 이상인 미국 기업에서 CEO 1,452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7년에 비해 25% 증가한 수치이자,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최대 규모의 퇴직이었다.

물러난 CEO들의 4분의 1은 은퇴로 분류된다. 일부는 미투 문제나 다른 비행 때문에 사퇴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높은 이직률은 현재 변화하는 경제적 환경에 맞서 싸우는 기업들의 현주소를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의 침체 흐름은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모든 변화 속에서 특히 수익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CEO 교체 분야가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CEO와 이사회가 회사 전략을 놓고 이견을 보여 결국 최고경영인이 사임하거나 해고되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실적 증가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구진은 1995년부터 2012년까지 97명의 CEO가 회사 전략과 관련해 이사회와 이견을 보여 결국 물러난 사례를 찾아냈다. 미주리대학 회계학과 교수 쿤타라 푸크투안송 Kuntara Pukthuanthong은 “이럴 경우 회사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CEO 사퇴를 둘러싼 기업 문제와 공공연한 불협화음이 불거지면, 최고경영인 교체 후 12개월 동안 회사 주가가 억눌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차이를 좁힌다. 푸크투안송 팀은 CEO 교체 3년 후, 이 그룹에 속한 회사들의 주가 성적이 동종업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닥에서 과감하게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공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기업들이 수 차례 경영진을 교체한 후엔, 장기 목표를 중심으로 새롭게 방향을 설정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조사한 신규 CEO들은 전임자들에 비해 제한부 스톡 옵션/*역주: 특정 기간 동안 실적을 거둘 경우에만 스톡 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같은 장기 인센티브 형태로 보수를 받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분기 목표치 달성과 연동된 단기 보너스는 선호하지 않았다.

이런 기업들이 명백하게 스스로를 개선하는데 집중했다는 건 결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같은 전술은 사용하지 않았다. 리더 교체 3년 후, 설비투자가 매우 이례적으로 평균 36% 증가했다. 대규모 내부 투자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인 자산의 장부 가치 또한 큰 폭으로 올랐다.

투자자 입장에선 지난해 신규 CEO들이 대거 등장해 한창 혁신 중인 기업에서 모험을 걸만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포춘은 이런 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살펴봤다. 신규 경영진이 새 비전을 훌륭히 실행에 옮기면, 주가가 급등할 만한 몇몇 기업을 찾아냈다.

존 밀리건 John Milligan은 2018년 말 길리어드 사이언스 Gilead Sciences CEO에서 물러났다. 이 회사는 밀리건의 임기 동안 주가가 24%나 급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쟁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과거 큰 성공을 거뒀던 C형 간염치료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코웬의 애널리스트 필 네이도 Phil Nadeau는 이 치료제 매출이 2017년 91억 달러에서 2023년 3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회사에선 로슈 제약사업부 최고경영자 출신 대니얼 오데이 Daniel O’Day가 3월 CEO에 오를 예정이다. 그는 항암제 등 다른 분야에서 간염치료제 손실을 메워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길리어드는 지난 2017년 카이트 파마 Kite Pharma를 인수해 항암 면역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길리어드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장을 하고 있다. 트루바다 Truvada와 젠보야 Genvoya 등 회사가 생산하는 치료제들이 전 세계 HIV 감염환자 53%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은 12% 증가했다. 네이도는 현재 길리어드 주가를 고려하면 “매우 가치가 높은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하락세를 걷는 인쇄산업에서 기업운영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제록스 Xerox는 2017~2018년 대부분을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 Carl Icahn과 일전을 치르는데 보냈다.

포춘이 최근 특집기사(2018년 6월호 ‘교착상태에 빠진 제록스’)에서 자세히 밝혔듯, 아이컨과 동료 주주 다윈 디슨 Darwin Deason은 제록스 CEO 제프 제이컵슨 Jeff Jacobson이 오랜 파트너 후지필름 홀딩스와 합병하려는 시도를 반대했다. 두 투자자는 새로 선출되는 이사회 멤버들을 확보했고, 그 결과 후지와의 계약은 무산됐다. 결국 제이컵슨은 현 CEO 존 비센틴 John Visentin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났다. 제록스는 여전히 후지와 10억 달러 규모의 위약금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제이피모건의 애널리스트 폴 코스터 Paul Coster는 이 드라마가 “상당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제록스의 현실”을 가려왔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은 매출의 10%까지 증가했다. 이런 인상적인 증가 덕분에 제록스는 5%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혁신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제록스에겐 인쇄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비센틴은 지난 2월 자신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제 투자자자들은 그의 구상이 재도약의 로드맵 역할을 할지 주시할 것이다.

의류 소매업체 랜즈 엔드 Lands’ End는 오랫동안 혁신의 여정을 걷고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시어스 홀딩스 Sears Holdings에서 분사했다. 전임 CEO 페데리카 마치오니 Federica Marchionni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카키 팬츠와 캐주얼 복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를 좀 더 패셔너블한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그녀의 전략은 아무 호응도 얻지 못했다. 이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녀는 2016년 사퇴했고, 현 CEO 제롬 그리피스 Jerome Griffith가 2017년 3월 부임했다.

그리피스는 회사의 원래 뿌리로 돌아가 코트와 그 외 아우터웨어(겉옷)에 집중했다. 이 전략은 14억 달러 규모의 랜즈 엔드에 단기 효과가 있었다. 2017년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2018년 같은 기간에는 1,190만 달러의 흑자를 거두기도 했다. C.L. 킹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매로타 Steven Marotta는 “회사의 매출 성장 속도(현재 6%)가 더 빨라진다면, 랜즈 엔즈는 좋은 매수 종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이 회사 주식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숱한 CEO 교체에 시달린 마텔도 주시해보자. 최근 CEO에 취임한 크레이즈는 TV와 영화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해즈브로 Hasbro와 다른 경쟁업체들의 뒤를 이어 대형 화면을 통해 어린 고객들을 공략하려 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바비 인형 실사영화(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마고 로비 Margot Robbie가 주연을 맡는다)가 상영관에 오를 예정이다. 자사 대표 인형 제품군을 되살리려는 회사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한 미디어 전략은 피셔 프라이스 Fisher-Price, 토머스와 친구들 Thomas the Tank Engine처럼 점점 노쇠해가는 마텔의 유명 브랜드들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 마텔은 아웃소싱을 하는 해즈브로와는 달리, 다수의 장난감들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다른 영역에서 크레이즈는 연말까지 제작비 6억 5,000만 달러를 절감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이미 이익 개선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투자자들에게 결과를 제시하기 위해 전임자들이 많이 갖지 못했던 것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충분한 시간이 그것이다.

Ryan Derousseau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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