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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민속식물학자가 푸는 알츠하이머 비밀 코드

  • 기사입력 2019.03.05 16:14
  • 기자명 Rick Tetzeli 기자

폴 콕스 Paul Cox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에 대해 급진적인 이론을 갖고 있다.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By Rick Tetzeli

와이오밍 잭슨 홀 Jackson Hole에 위치한 작은 연구소 내의 폴 콕스 Paul Cox(65). 그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막을 수 있는 신약 개발에 근접해 있다고 믿고 있다. 아울러 근위축성측색경화증 (ALS)과 그런 종류의 많은 퇴행성 질환 치료제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콕스가 신경 전문의가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자. 게다가 그는 어떤 종류의 내과 의사도 아니다. 대형 제약사, 대학의료기관, 또는 정부산하 연구소 소속도 아니다. 그의 주장은 기존 주류 신경연구학계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미치거나, 착각에 빠져 있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획기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앞으로 읽게 될 거짓말 같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우리의 기이한 이야기는 식물 민속학-원주민들이 관습과 음식에서 식물을 사용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상한대로 콕스는 식물 민속학자다. 모든 면에서 아주 훌륭한 학자이다. 그는 필자에게 “나와 함께 정글을 누비는 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렇듯 그는 재치 넘치고, 진실되고, 때론 유쾌한 인물로 회색 모자를 즐겨 쓴다. 캐주얼로 멋을 부리지 않을 땐 정장 넥타이와 반듯한 정장을 입곤 한다. 뉴론-알츠하이머와 ALS 같은 질병 때문에 퇴행 후 죽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의 핵심 세포-연구와 관련해 콕스는 스스로를 “초짜”라 칭한다. 그는 “어떤 동료는 내가 신경학자의 배우자만큼이나 신경학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고 웃었다.

그럼에도 콕스와 일단의 연구원들은 그의 비영리 연구소인 브레인 케미스트리 랩스 Brain Chemistry Labs에서 다름 아닌 ‘신경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 올 겨울 잭슨을 우연히 방문한다면, 정문 현관 위에 장식된 우스꽝스러운 나무 조각품인 ‘안경 쓴 곰’(자연스럽게 실험 비커를 잡고 있다)을 보고 그 연구소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세린 디피티 Serine Dipity’라 새겨진 스웨터를 입은 부유한 지역 후원자도 만날 수 있다. 이 단어는 엘-세린 L-Seine이라는 아미노산-중추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구성 성분-에서 따온 재치 있는 말장난이다./*역주: 아미노산 엘-세린 L-Serine과 ‘뜻밖의 발견’을 뜻하는 Serendipity를 적절하게 조합했다/ 그 부분이 바로 이 이야기의 두 번째 기이한 대목이다: 콕스와 그의 동료들의 주장이 옳다면, 다시 말해 무서운 신경 질환의 일부 최고 치료제가 비싼 신약이 아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물(Protein Building Block)로 판명된다면, 얼마나 뜻밖이고 멋진 일일까?

사람들은 아마존에서 1킬로그램의 엘-세린 파우더를 53달러에 살 수 있다. 반면, 세린 디피티 스웨터를 입으려면, 콕스 연구소에 15만 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이것이 놀라울만큼 기이한 이야기의 세 번째 반전이다. 스웨터 구매자들(그리고 콕스를 후원하는 부자들)은 그가 주장하는 치료법만큼이나 그의 혁신적인 연구 모델을 신봉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콕스 이론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그가 개척하고 있는 의료 실험 스타일은 인기를 얻고 있다(일부 전통적인 엘리트 학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콕스와 그의 동료들이 알츠하이머와 ALS, 또는 다른 신경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낸다면, 추가적으로 기존 의료연구 문화에 신선한 벤치마킹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폴 콕스 이야기의 전부이다.

세포 퇴행에 대한 콕스의 관심은 그가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을 괴롭혔던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괌의 차모로 Chamorro 원주민들은 왜 ALS와 알츠하이머가 뒤섞인 이상한 증상을 보였을까? 콕스는 “그들이 가장 즐겨먹는 별미인 ‘우유로 끓인 박쥐(눈알, 날개 등 모든 부위)’를 먹을 때마다 스스로를 독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벌써 16년 전의 이야기다. 그 후부터 콕스는 그런 판단이 궁극적으로 뇌 질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연구를 진행해왔다.

빡빡한 예산으로 연구를 진행해온 콕스는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 50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들은 미 발표 연구자료를 서로 공유하며, 콕스의 이론을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끌고있다. 느슨한 수평적 관계로 형성된 이 단체는 탐구 정신이 충만한 것처럼 보인다. 대학과 제약사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이 자신들을 구속하던 각종 규제에서 해방되어 있다. 마이애미대학 밀러 의대의 ‘뇌기증은행(Brain Endowment Bank)’을 운영하며 콕스와 함께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데보라 매시 Deborah Mash는 그를 선지자라고 말하며 “나는 회의론자였다. 하지만 그는 매우 지적인 사람이다. 그의 추진력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컨소시엄 소속 연구원들은 “콕스의 자칭 ‘가상 제약사(Virtual Pharma)’는 세계 최고 제약사들보다 더욱 혁신적이고, 유기적이며, 환자 중심의 과학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 콕스.                   사진=포춘US
폴 콕스. 사진=포춘US

 

유수의 대형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봐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단 5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치료제들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약효만 있을 뿐이다. 그 동안 알츠하이머 신약에 대해선 500건 이상의 임상 실험이 있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만 해도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일라이 릴리 Eli Lilly, 존슨 앤드 존슨 Johnson & Johnson, 머크 Merck, 다케다 Takeda 등이 주도해 한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신약들이 임상 실험에서 유의미한 통계가 나오지 않아 실패하거나 흐지부지됐다. 화이자Pfizer를 포함한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그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이런 대규모 실패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포춘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바이오젠은 기억 도둑을 잡을 수 있을까?(Can Biogen Beat the Memory Thief?)’ 기사를 살펴보라).

그렇다면 잇단 신약 실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부분 신약들은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이라는 하나의 아이디어에 기초해 개발됐다. 그 가설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모든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된다-라는 단백질 조각들의 응집을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간주한다(또 다른 원인은 타우 Tau라 불리는 단백질의 신경섬유엉킴 Neurofibrillary Tangle이다./*역주: 신경 세포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기능을 상실하고, 신경 세포가 죽으면서 알츠하이머병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수십 년 동안 구축된 완벽한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아밀로이드 덩어리인 플라크 Plaque를 제거한다면, 알츠하이머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과학은 아니다. 플라크를 직접 표적으로 삼는 신약이 궁극적으로 알츠하이머를 막거나 치료하는 최선의 (혹은 유일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대형 제약사들은 비주류 이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간 약 100억 달러 규모 매출을 달성하려는 제약사들은 수천 명의 과학자들과 수십 억 달러를 한 가지 아이디어(아밀로이드 가설)에만 쏟아 부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 사례는 없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콕스는 “미친 짓의 정의를 아는가?”라고 물었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데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각각의 임상 실험에 수십 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동일한 원인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어느 것도 효과가 없었다. 만약 당신이 10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실패한다면, ’다른 걸 시도해 보자‘라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알츠하이머에 대한 희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30년 동안 유지된 소득 없는 합의(오로지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초한 것)을 끝내고, 마침내 과학계가 대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의 신호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부터 ‘브레인 Brain’, ‘프런티어스 인 뉴로사이언스 Frontiers in Neuroscience’에 이르기까지 정상급 과학저널에 전통 치료법을 재고하자는 논문들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뉴 잉글랜드 저널의 논설위원이  “아밀로이드 가설의 굴레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한 두 번 더 실패하면 그 가설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또 다른 신호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괌 열대 우림에서 탄생한 (특이하지만 획기적인) 이론 탐구에 기꺼이 참여하려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콕스는 로버트 콜스 Robert Coles의 저서 ‘소명의 부름(The Call of Service)’을 읽으며 일종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2016년 잭슨에서 필자에게 “콜스는 당신의 경험, 관심, 그리고 재능이 사회적 필요와 부합하지 않을 때, 당신은 일종의 ‘부름’을 받게 된다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의 연구소 근처에 있는 민박집 로비로 갔다. 7시간의 이사회 미팅으로 파김치가 된 콕스가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낙서들이 쓰여진 노란색 메모지들이 그의 무릎 위 파일철에서 떨어질 듯 삐죽 나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1985년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정신무장을 하라‘는 콜스의 충고 덕분에 슬픔에서 헤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이 몇 장을 꺼내 자신의 경험, 관심, 재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2개의 폴리네시아어에 능통하다. 나는 해양 식물 생물학자이다. 나는 세계의 가장 위대한 민족 식물학자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질병 퇴치를 원한다”며 “내가 종양학자가 되면, 아마도 수십 명의 환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신약을 발견할 수 있다면, 나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런! 거의 제로에 가깝겠다. 하지만 시도해보면 어떨까?”라고 자문했다.

어머니가 사망한지 두 달 후, 그는 아내 바버라와 자녀 3명을 데리고 사모아 사바이 Savai’I 섬의 작은 마을 팔레아루포 Falealupo로 향했다. 그들은 몇 년 간 그 섬을 오가며 살았다. 그는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이 수여한 ‘젊은 연구가 상’을 받아 연구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콕스는 사모아에서 암 치료제를 발견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 치료사들이 갈아서 연고로 쓰는 나무 껍질에서 치료 물질을 찾았다. 콕스는 혹시 이 물질이 에이즈 바이러스(HIV) 억제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는 훗날 ’미국 에이즈 리서치 얼라이언스 오브 아메리카‘AIDS Research Alliance of America에 그 물질의 라이선스를 넘겼다. 하지만 신약으로 개발되진 못했다). 그는 사모아 열대우림 3만 에이커를 보존하는데 기여한 협약을 중개하기도 했다(그곳은 펼친 날개 길이가 거의 3피트가 되는 사모아 날여우박쥐(Pteropus Samoensis)를 포함해 많은 토종 동물들의 서식지이다). 콕스와 푸이오노 세니오 Fuiono Senio라는 부족장은 그 열대우림 협약 덕분에 골드만 환경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을 공동 수상했다.

콕스는 박쥐에 대한 관심 때문에 괌으로 갔다. 차모로 원주민들이 리티코-보딕 lytico-bodig이라 부르는 미스터리한 풍토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몇 년 후, 차모로인들에겐 세계 다른 지역민들보다 ALS, 알츠하이머,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증상들이 100배까지 더 많이 나타났다: 어눌한 말투, 안면 마비, 운동 기능 상실, 움직임 저하, 그리고 치매가 대표적 증상이었다. 그러자 이 원주민들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과학자들이 몇 가지 이론을 발전시켰다. 일부는 지역 소철 나무 열매에서 발견된 독성 물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베타 메틸아미노 엘 알라닌(Beta-Methylamino-L-Alanine. 이하 BMAA)이라 불리는 그 독성 물질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신경세포를 죽이고 리티코-보딕 증상을 일으켰다. 차모로인들은 그 나무 씨앗을 꼼꼼하게 씻고 갈아서 현지 방식의 토르티야 용 밀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추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독성 물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인간은 문자 그대로 1톤의 소철 밀가루를 매달 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알려졌던 BMAA와의 연관성은 제외됐다.

콕스는 민속 식물학의 관점에서 그 미스터리에 접근했다. 그는 임상 대신, 그들의 문화 속에서 차모로인들을 관찰했다. 그는 “우리는 날여우박쥐가 그들이 섭취하는 전체 음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식량이라는 점을 발견했다”며 “그들은 스스로를 ’날여우박쥐 사냥꾼‘이라 부른다. 한 마을의 노인은 내게 ’당신은 이 동물을 먹지 못 할거야. 내가 아무리 높은 가격에도 팔지 않을 테니까. 만약 한 마리가 있다면, 나는 문과 창문을 걸어잠그고 그것을 요리해 먹을 거야. 그러면 동네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집안으로 쳐들어오려 할 테지‘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콕스는 이 음식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애착이 리티코-보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 가지 단서는 차모로인들 가운데 노인들만 병에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박쥐가 멸종될때까지 사냥을 했다. 그러나 날여우박쥐를 먹지 않고 자란 젊은 차모로인들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단서는 괌 박쥐들이 소철 나무 씨앗을 먹고 산다는 점이었다. 콕스의 믿음대로, 만약 시간이 흘러 더 많은 양의 BMAA(혹은 또 다른 독성 물질)가 박쥐의 지방에 축적된다면, 날여우박쥐로 끓인 모든 수프는 그 독소에 감염될 것이다. 그는 2002년 지금은 고인이 된 신경학자이자 ’깨우침‘(Awakenings)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의 저자 올리버 삭스 Oliver Sacks와 함께 과학저널 뉴롤로지 Neurology에 이 이론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2년 동안 콕스는 또 다른 생물학자 샌드라 배낵 Sandra Banack, 캐나다 화학자 수전 머치 Susan Murch와 함께 자신의 논물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박물관에 소장 중인 박쥐 표본에서 고용량의 BMAA를 찾았다’고 과학저널 뉴롤로지에 발표했다. 뒤이어 리티코-보딕으로 사망한 차모로인의 뇌조직에서, 그리고 놀랍게도 캐나다 출신의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도 BMAA를 발견했다(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차모로인들과 캐나다인들의 뇌에선 그 독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심지어 리티코-보딕이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뇌 질환과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았다. 소철 나무는 낯설고, 산호 같이 생겼으며, 공중에 노출돼 있는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콕스는 그들의 뿌리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기체인 남세균(Cyanobacteria) /*역주: 세균 중 유일하게 산소를 발생시키는 광합성하는 세균/을 발견했다.

‘녹조류’라고도 종종 불리는 이 청록색 세균은 우리 주변 도처에 널려있다. 바다와 호수, 물웅덩이와 연못, 그리고 심지어 쿠웨이트나 애리조나에 있는 사막들의 표면 밑에도 존재한다. 남세균은 BMAA를 포함한 독소들로 가득하다. 차모로인들은 우리가 항상 노출되어 있는 독소를 아주 많이 섭취하고 있었을 뿐이다. 만약 콕스가 옳다면, 전 세계 물에 떠있는 푸른색의 끈적거리는 모든 물체가 신경 질환을 서서히 퍼트리는 원인일 수도 있다. 그는 “마치 심해를 응시하는 것처럼 막막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콕스가 초기 연구에 착수했을 때, 본업은 따로 있었다: 그는 하와이와 플로리다에 있는 5개 보존지역-연구와 보존을 위해 의회 명령으로 지정됐다-을 하나로 묶은 국립 열대 식물원 (National Tropical Botanical Garden)의 소장이었다. 콕스는 자신의 고용주들에게 연구 내용을 꾸준히 주지시켰다. 그리고 결국 그 식물원의 이사회를 관장하던 은퇴한 투자은행가 더그 키니 Doug Kinney가 콕스의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키니는 “폴은 식물원 소장으로 괜찮은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특정 금난화 밭을 누가 돌봐야 할지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위대한 과학자가 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키니 외에도 존슨 앤드 존슨의 글로벌 소비재 부문 전무이사 출신 빌 이건 Bill Egan을 포함한 몇몇 친구들이 콕스에게 실험실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그는 BMAA 독소와 신경 질환의 연관성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제약사와 대학교 실험실 소속 연구원들이 흔히 직면하는 관료주의 때문에 콕스의 연구가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 콕스와 그의 연구원들이 무슨 실험을 수행할지 결정해 새 연구 장비를 요구하면 곧바로 제공했다. 이사회와 콕스 어느 누구도 어떠한 상업적 이익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 공표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콕스는 효율적인 운영을 약속했다. 2006년 문을 연 실험실은 매년 약 2,500만 달러의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키니와 이건, 그리고 다른 초기 투자자들만이 콕스의 괌 미스터리에 매료된 건 아니었다. 콕스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하버드대학 재학 시절 에세이 문학의 권위 있는 상인 보도인 상(Bowdoin Prize)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과거 랠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과 존 업다이크 John Updike도 이 상을 받았다). 타임지가 콕스를 ‘의료계 영웅’ 11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는 등 그는 어느 정도 대중적 인지도도 쌓아나갔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관심만큼이나 비난도 잇따랐다. 과학자들이 그의 연구 방법에 대해 불분명한 사이비 과학에 불과하다고 종종 비난을 하기도 했다. 한 과학자는 2005년 뉴요커 The New Yorker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또 다른 상을 받거나 그에 대한 그럴듯한 기사들이 대서특필될 때마다, 우리 모두는 민망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그를 비난한 일부 과학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어느 누구도 필자의 이메일이나 전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버드에서 생물학 박사, 브리검 영 대학에서 식물학과 철학 학사 학위를 받은 콕스는 그런 회의론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그것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심과 조롱은 과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다. 자기만의 아이디어와 확신에 갇혀 있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자와 과학자로서 지식(Knowledge)의 지형도를 갖는 건 정말 중요하다”며 “무지 (Ignorance)의 지형도를 갖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MAA에 관한 과학적 탐구가 지속되면서 그는 연구의 많은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일단의 과학자들을 결집할 수 있었다. 그는 스톡홀름에 소재한 카롤린스카 인스티튜트 Karolinska Institute의 신경학자들부터 꿰맞추기 시작했다. “그 후 나는 10여 개 나라, 28개 실험실의 과학자 50여 명을 찾아 동일한 메시지로 설득을 했다. ’여러분! 하던 연구를 멈추고 우리를 도와 알츠하이머와 ALS를 해결합시다.‘”

모든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호주의 입자 생물학자인 레이철 던롭 Rachael Dunlop은 “2008년 그가 우리를 만나러 시드니로 왔다”고 말했다. 콕스는 BMAA 독소가 뇌에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는 BMAA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표준 아미노산들 가운데 하나를 밀어내고, 단백질 사슬(Protein Chain)/*역주: 단백질은 20가지 표준 아미노산들이 사슬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의 한자리를 차지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세포의 죽음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의 ‘잘못된 접힘(Misfolding)’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20개 아미노산들 중에서 어떤 것이 대체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Glutamate를 의심했다. 던롭과 그녀의 당시 상사였던 켄 로저스 Ken Rodgers가 이런 종류의 ‘오편입(Misincorporation)’의 전문가였다. 그래서 콕스는 그들에게 이에 대한 조사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던롭은 “그가 괌, 올리버 삭스, 그리고 차모로인들과 청록색 남세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솔깃했다. 어떻게 그 프로젝트를 안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나?”라며 “그것은 궁극적으론 과학 탐정 소설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와 로저스가 콕스를 위해 수행했던 연구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입증됐다. 그리고 그가 틀렸다는 점도 증명했다. BMAA는 글루타메이트가 아닌 엘-세린을 통로로 활용하고 있었다. 로저스와 던롭은 콕스에게 그 독소를 물리칠 수 있는 잠재적인 치료제를 건넸다. 그 후 던롭은 결국 잭슨에 있는 콕스를 위해 일하게 됐다. 반면 로저스는 지금 시드니공과대학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콕스는 그 컨소시엄에서 총 책임자, 회의 진행자, 홍보 담당자, 그리고 전화 교환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매주 2명 정도의 과학자들과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통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를 배우고 새 연구 방식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을 다른 그룹의 과학자들과 연결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은 일년에 한번 모인다. 주로 잭슨에서 회동하지만 요하네스버그나 스톡홀름 같은 곳에서도 가끔 만난다. 해양 생물학자 래리 브랜드 Larry Brand는 “우리의 연구 분야는 모두 다르다”며 “하지만 연구 결과물을 제출하고, 녹조류 무리의 원인부터 의료 문제 그리고 가능한 예방책 및 치료법까지 모든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데 함께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협업의 결과, 브랜드의 연구는 진화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 처음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당시 브랜드는 플로리다에서 종종 목격되는 거대한 녹조류 무리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지금 그는 녹조류에서 발견되는 게, 새우, 그리고 다른 해양 생물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BMAA가 먹이 사슬로 흡수되는지 연구 중이다. 브랜드는 “폴은 르네상스 시대 인물 같다”며 “그는 많은 다양한 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단서들을 조합하는데 매우 능하다”고 평가했다.

뉴햄프셔 주 하노버의 다트머스히치콕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신경학자 알렉산드라 스타크 Aleksandra Stark는 작년 10월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이 모든 훌륭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BMAA와 남세균에 관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이야기했다. 제브라 피시 Zebra Fish/*역주: 줄무늬가 있는 열대어/, 다양한 나비가 옮기는 남세균, 그리고 녹조류에서 발견되는 모든 다양한 독소 등 많은 주제들이 다뤄졌다. 과학의 모든 영역을 총망라했다. 좋은 의미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광경이었다”고 감탄했다.

콕스의 연구는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과학 저널에서 1만 2,000번 이상 인용됐다. 하지만 차모로인들에 대한 그의 초기 판단을 제대로 된 연구로 확장시킨 데에는 컨소시엄의 공이 컸다.

□스웨덴의 신경병리학자 에바 브리테보 Eva Brittebo는 고용량의 BMAA를 투약한 실험 쥐들이 신경섬유엉킴과 이상행동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 증상은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만 나타났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들에서 발견되는 오랜 잠복기를 닮았다.

□다트머스 의대의 신경학자 엘리자 스토멜 Elijah Stommel은 ’남세균 무리가 발견된 뉴 잉글랜드의 일부 호수 주변에서 ALS가 집중적으로 발병했다‘고 정확히 짚어냈다.

□ALS 전문가 월터 브래들리 Walter Bradley는 콕스와 함께 카타르를 여행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사막 표면 밑에 있는 BMAA로 가득 찬 녹조류 무리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이 발견이 1992년 작전명 ‘사막의 폭풍 (Operation Desert Storm)’의 미국 참전용사들 중 ALS 발병 보고 건수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이후 그들은 애리조나와 유타의 사막 표면 밑에서도 남세균을 발견했다.

□녹조류 생물학자 래리 브랜드는 플로리다 해안에서 사람들이 많이 먹는 특정 꽃게가 괌의 박쥐만큼이나 높은 BMAA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만약 BMAA가 인공 화학물질이라면, 음식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병원의 신경학자 에릭 피오로 Erik Pioro는 오하이오 서북쪽 이리호 Erie 근처에서 1,000건의 ALS 발병 케이스를 찾아냈다(그 호수는 BMAA와 일부 다른 신경 독소들로 오염되어 있다).

이 모든 연구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일례로, 한 노르웨이 연구팀은 BMAA가 제브라 피시의 단백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캐나다에선 연구원들이 남세균이 죽을 때 생성되는 녹조류 무리에서 BMAA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6년 중국 과학자들은 BMAA를 투여한 실험 쥐들이 ALS와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미 있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엄의 연구는 주류 과학과 거리가 멀다. 2017년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North Carolina’s Research Triangle Park의 환경보호국(EPA) 연구실 과학자들이 BMAA 논문을 검토한 적이 있다. 그들은 ‘BMAA와 신경퇴행성 질환간의 우연한 연관성 가설은 기존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콕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잭슨 연구실의 초점을 엘-세린으로 옮겼다. 그는 엘-세린이 알츠하이머의 발현 및 관련 증상들의 진행을 상당히 늦출 수 있다고 믿었다. FDA는 앞서 엘-세린을 안전한 식품 대체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따라서 의사들은 가끔 만성피로 증후군 치료제로 이를 처방하고 있다. 콕스 팀은 엘-세린이 신경보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필자가 최근 뉴욕 시에서 콕스를 만났을 때, 그는 세포 단계에서 엘-세린이 하는 역할을 다룬 일부 최신 자료를 신속하게 공유해주었다. 우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타임스스퀘어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그는 후원자들을 브로드웨이 쇼에 초대하거나 아내 바버라를 동반할 때, 그 호텔을 단골로 이용한다). 콕스는 “지금 우리가 엘-세린을 대단하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단백질의 모든 가능한 ‘잘못된 접힘’ 현상으로부터 신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뇌 시스템을 작동시켜 ‘접히지 않은(Unfolded)’ 단백질을 찾아내고 신속하게 제압한다”고 설명했다.

콕스에게 엘-세린의 잠재력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준 사례는 그와 마이애미 대학 매시 교수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키츠 섬 St. Kitts에서 공동 진행한 2016년 연구였다. 한 동물 연구팀이 BMAA와 엘-세린, 혹은 이 둘의 혼합물로 채운 바나나를 버빗 Vervet 원숭이에게 먹였다. (그 원숭이는 사람의 알츠하이머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한편 통제집단(Control Group)은 쌀가루를 주입한 바나나를 먹였다. BMAA를 먹은 원숭이들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플라크와 섬유 엉킴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엘-세린을 함께 복용한 원숭이들은 그들의 뇌 세포에서 섬유엉킴이 80~90%나 더 낮게 나타났다. 그 결과는 매시와 콕스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또 다른 140마리의 버빗 원숭이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고,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들의 연구는 영국왕립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에 실리기도 했다.

2017년 초 콕스는 ALS 환자들에게 다양한 엘-세린 복용량을 투입한 6개월간의 임상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의 독립 연구소에서 수행한 임상 1상은 다시 한번 엘-세린이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저명한 ALS 저널에 실린 그 연구 논문에선 하나의 데이터가 눈에 띠였다. 가장 많은 양의 엘-세린(하루에 30그램)을 투여한 4명의 환자들에서 증상 호전이 나타난 것이었다. 널리 사용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 기능 평가 척도(ALSFRS-R)’로 측정한 결과, 85%까지 진행 속도가 늦춰졌다. 그러나 이 사례는 임상 표본 수가 너무 적어 그 결과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못했다. 하지만 만약 추가적 임상 실험이 그 결과 치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엘-세린은 그 어떤 기존 의약품보다도 증상의 진행을 더 늦춰줄 수 있다. 환자들의 수명을 몇 년 더 연장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ALS 환자는 평균적으로 진단 후 2.5년 만에 사망한다).

그러나 이런 ’가정들(Ifs)‘은 기대만 부추길 뿐 위험할 수도 있다. ’가정들‘ 뒤에 숨은 장밋빛 전망 때문에 자기 기만이나 만성적인 맹점들이 가려진다면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엘-세린을 치료물질로 추정한 케이스에서 우리는 최소한 내년에 어떤 식으로든 약간의 증거를 더 얻게 될 것이다. 그때는 뉴햄프셔 하노버에서 진행 중인 두 차례 임상 실험이 완료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다트머스대학의 엘리자 스토멜이 하루 30그램의 엘-세린을 투여하고 있는 ALS 환자들의 임상 2상을 총괄하고 있다. 한편 그의 동료 알렉산드라 스타크는 같은 양을 복용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임상 2상을 관장하고 있다. 올해 39세인 스타크는 2011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신경학 레지던트 시절부터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녀는 “나는 궁극적으로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며 “10년 내에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완화시키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다만 치료제 개발은 아직 희망 사항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괌 우마탁 마을의 어느 묘지에서 포즈를 취한 폴 콕스.     사진=포춘US
2003년 괌 우마탁 마을의 어느 묘지에서 포즈를 취한 폴 콕스. 사진=포춘US

 

콕스는 “이것이 현재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BMAA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이 ALS와 알츠하이머의 위험 요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단정적인 것은 아니다. 마치 담배와 폐암의 관계 같은 것이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폐암에 안 걸릴 수 있다. 반대로 담배를 안 피워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엘-세린이 이런 질병의 위험성을 상당히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저렴하고 안전하다. 그래서 질병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연구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향후 알츠하이머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엘-세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베이컨에 엘-세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라고 덧붙였다.

콕스와 삭스는 2002년경 처음으로 그들의 ‘괌 이론’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굴지의 제약사들은 아밀로이드 가설-최소한 일부 내용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에 공동으로 대규모 베팅을 하고 있었다. 1906년 앨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는 치매로 고통을 받다 51세에 사망한 어느 여성의 뇌를 검사했다. 그는 플라크와 신경섬유엉킴(신경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단백질 섬유의 엉킴 현상)을 발견했다. 이 둘은 그의 이름을 딴 질병의 병리학적 특징들이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연구원들이 아밀로이드-베타를 플라크의 잘못 접힌 단백질로, 그리고 타우를 섬유엉킴의 잘못 접힌 단백질로 각각 확인했다. 1980년대 말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업계의 많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가설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플라크를 표적으로 삼은 신약 개발의 잇단 실패도 단순히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신약의 긍정적 효과를 포착하지 못한 임상 실험 또한 잘못된 측정법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는 복용량의 오류, 환자에 대한 너무 늦은 적용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 대니얼 스코프론스키 Daniel Skovronsky는 ”아밀로이드 가설의 증거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매우 강력한 유전자 증거가 있다. 그리고 이미징 데이터도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에 아밀로이드가 뇌에 있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만약 당신이 아밀로이드를 갖고 있다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있다. 반면 없다면, 그럴 위험도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 동일한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임상 실험에 수천억 달러의 비용과 엄청난 시간이 투입되고, 수만 명의 환자가 참여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특히 대학 연구기관에서 시작된 신약 개발 과정의 실패 사례들을 지적한다. 업계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의 편집장 자벤 카차투리언 Zaven Khachaturian은 몇 차례의 장시간 통화에서 ”문제는 연구의 실행과 재정지원 방식에 있다“며 ”과학계에는 전통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꾸준하게 지원을 받으려면, 과학자들은 기존 전통을 따라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개인이나 비주류 과학자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사람에게 자금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저 슬쩍 속을 떠보는(Fishing Expedition)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예전에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알츠하이머 연구를 총괄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연구기관 과학자들에게 정부 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평가위원들은 대개 혁신적인 연구보단 보수적인 제안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기업도 몸을 사리는 건 매한가지다. 제약사들은 후보물질 발견부터 신약 승인까지 힘겹고 값비싼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병 치료 잠재력을 가진 후보물질을 발견하면, FDA는 제약사에게 그 물질의 안전성 검증을 요구한다.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임상 1상, (잠재적인 약효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 한 차례의 임상 2상, 그리고 대규모 임상 3상-종종 2년 이상 동안 수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상용화를 위한 약효를 확인하고 안전성을 입증한다. 이 절차는 10년 혹은 20년까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수억 달러 비용도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후보물질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왔듯, 당신도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 후보물질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탈락한다는 점에서 검증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도박을 거는 것보다, 기존 치료법을 부분 개선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 반복되는 실패로 탐험 정신이 더 약해지기도 한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의 임상 등록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알츠하이머 관련 임상 실험은 215건에 불과하다. 반면 암 관련 임상 실험은 거의 7,000건에 이른다. 다양한 암 치료제들이 ’연령 조정사망률‘(Age-Adjusted Death Rates)/*역주: 표준화 사망률이라고도 한다. 사망률을 비교하기 위해 분모가 되는 인구의 연령구성을 보정해 측정한다/을 성공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들은 전통적인 알츠하이머 치료법에 집착하며 막대한 비용을 치러왔다. 애브비 AbbVie의 발달 신경과학 부사장 마이클 골드 Michael Gold는 ”엉뚱한 물질을 임상 실험하느라 수십억 달러를 낭비해왔다“며 ”거기선 기회 비용도 발생한다. 한 프로그램에 매몰되는 비용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에 쓸 돈이 없어지는 것이다. 신약 개발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관련 전문 지식도 사라진다. 일부 신경과학 분야에서 신약 개발 최고 실적을 내는 일부 대형 제약사도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바람에 대형 제약사들은 더 큰 가능성을 가진 다른 접근법을 경시해왔다. 예컨대 타우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타우는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증상들이 언제 시작되는지 아밀로이드보다 더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19개의 알츠하이머 조절제(Disease-Modifying Agent) 가운데 10개는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반면, 타우에 집중하는 건 2개에 불과하다(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타우 관련 추가 연구들이 있긴 하다).

치료제의 부재 속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급증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700만 명이 알츠하이머에 시달리고 있다. 알츠하이머 협회에 따르면, 2050년 환자수는 1억 4,1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환자 570만 명을 돌보는 데에만 연간 비용이 2,770억 달러나 들어간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미국인들은 해마다 알츠하이머에 1조 1,000억 달러를 쓸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부실한 미국 의료체계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폐해는 20년 전과 비교해 알츠하이머 치료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는 우리 대부분에게 ‘죽느니만 못한 삶(living death)’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85세 이상의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이 병에 걸리고 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새로운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 병이 시작되면, 우리 말년의 삶에 의미가 되어줄 (과거의) 경험들이 너무 빨리 사라지게 된다. 의학저널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편집장 카차투리언은 ”만약 ‘환자의 장애를 줄이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라는 공공보건 이슈 관점에서 이 질병을 바라보면, 우리는 한 일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21세기 초부터 심장병, 뇌졸중, 그리고 에이즈로 죽는 연간 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반면, 알츠하이머로 죽는 연간 사망자 수는 89% 증가해왔다. 이번 기사 작성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들은 것처럼 ”알츠하이머에서 생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폴 콕스의 이론이 어디로 귀결되든, 우리는 그의 풀뿌리 국제 컨소시엄의 연구 모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제약업계의 편협하고 보수적인 방식과 비교할 때, 그의 모델은 더 유연하고 상호소통적일 뿐만 아니라 호기심과 ‘스스로를 낮추는 협업’을 이끌어내고 있다. 과학자들간의 협업 강화-학문과 기업, 국가를 초월한다-가 ‘이 오래된 생물학적 미스터리’를 해결하는데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카차투리언은 “우리는 많은 흥미로운 팩트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팩트들은 격리되어 있다. 이제까진 그 것들을 이어보지 못했다”며 “생물학, 유전자학, 약리학, 정신 의학(심지어 물리학과 화학) 등 다양한 견해를 하나로 융합하는 모델이 이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 치매가 유발하는 장애를 줄이는 문제 말이다. 사람들은 콕스의 아이디어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가 진행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UCLA 게펜 의대 교수이자 ‘알츠하이머의 종말(The End of Alzheimer’s)‘을 저술한 신경학자 데일 브레데센 Dale Bredesen도 여기에 동의한다. “폴의 연구는 흥미진진하다. 첫 번째는 그가 질병의 원인인 BMAA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그 원인의 해결 방안을 찾으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엘-세린을 발전시켰다.” 그도 콕스처럼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고 믿고 있다.

사실 꾸준히 증가해 온 브레인 케미스트리 랩 컨소시엄의 연구 활동은 오랫동안 학술 저널들의 ’단골 손님‘이 되어왔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더 이상 그리 특이하게 느끼지 않는다. 내과의사이자 저자인 앤드루 웨일 Andrew Weil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했다: “콕스의 연구는 오늘날 주류 과학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주류 과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든 아니든, 세계를 누비는 이 민속 식물학자는 계속 오지를 탐험할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잭슨에서 콕스와 장시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신경 질환이 증가했던 모든 곳은 가봤다”며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알츠하이머나 ALS 발병 기록이 전혀 없는 곳을 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곳이 어디지? 사람들의 운동 신경 시스템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아 노령에도 운동 신경이 성장하는 그런 곳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장수 노인들이 살고 있는 일본 마을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오기미 Ogimi는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구니가미 Kunigami 촌의 인구 4,000명도 안 되는 외딴 마을이다. 오기미는 스스로를 ‘장수 마을’이라고 홍보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수십 명의 연구원들과 기자들이 그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건강한 노인들의 비결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 많은 요인들을 파악했다: 수 년간의 운동, 친밀한 지역 사회, 모계중심 사회, 그리고 두부와 고구마 위주의 식사 등이었다.

지금까지 콕스는 오기미를 여섯 차례 방문했다. 그는 ”이 사람들은 정말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을 인터뷰를 하러 가서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라고 말하면, ’무슨 전쟁이요?‘라고 말한다. ’세계 전쟁이요‘ 그러면, ’무슨 세계 전쟁이요?‘라고 되묻는다. 이 곳 여성들은 발레리나처럼 움직인다. 98세 노인이 허리를 구부려 손바닥을 매트 바닥에 닿게 할 수 있다. 나는 일본 본토에서 이 마을로 이주한 54세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여부족장의 아들과 결혼했다. 그녀는 마치 19세 소녀처럼 보였다. 그녀에게 여동생이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가 꺼낸 사진 한 장을 봤더니 마치 도리언 그레이 Dorian Gray *역주: 변함없는 젊음을 유지하는 오스카 와일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콕스는 박수를 쳤다.

그는 ”나는 아주 진지하게 그들의 식생활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콕스는 10여 명의 주민들과 주로 아침, 점심, 또는 저녁을 먹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시장에 가서 그 지역 모든 농산물의 샘플을 구매했다. 일몰 때 주민들이 해초를 수거하는 모습을 보곤 해안가로 걸어가 해초를 수거하기까지 했다. 그는 그 해초를 연구실에 보냈고, 동료들은 그 오기미 음식의 분자 구성을 분석했다.

콕스는 ”그 사실을 몰랐나? 오기미 사람들은 평균 일상 식단에서 미국인들보다 엘-세린을 서너 배 정도 더 먹는다“며 ”그들은 내가 조사한 어떤 인구 집단보다 더 많은 양의 엘-세린을 섭취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젊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산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헛물 켜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생명과학 부문에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보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한 분야는 없다. 지난해에만 대형 제약사가 추진한 최소 6개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군들이 헛물을 켰다. 게다가 어느 분야에 주로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일부 다른 생명학적 표적인자? 혹은 이 둘을 모두 표적으로 삼는 전략? 일부 주요 실패 사례와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한다-Sy Mukherjee

-릴리Lilly: 인디애나폴리스에 기반을 둔 일라이 릴리 Eli Lilly는 알츠하이머 신약 솔라네주맙 solanezumab의 개발 실패로 가장 가슴 쓰린 경험을 했다.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그리고 이루지 못한 약속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18년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솔라네주맙은 심지어 가장 경미한 증상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인지 능력 퇴화도 늦출 수 없다고 확인됐다. 이 신약과 관련된 일부 다양한 실망스러운 결과 때문에 릴리는 글로벌 직원의 8%에 해당하는 약 3,5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이 기업은 또한 지난해 임상 2~3단계에 접어든 일부 베타 세크레타제(BACE) 억제제(아밀레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 개발 프로젝트들을 중단했다. 여기에는 파트너사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액소반트 Axovant: 전통적인 대형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액소반트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매우 다른 접근방식을 취해왔다. 모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 Roivant Sciences의 자회사들 중 하나인 액소반트는 다른 바이오제약사들이 포기한 실험적인 치료제를 선택해 최종 승인을 받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그 새로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액소반트의 첫 블록버스터급 신약이었던 (그리고 대형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SmithKline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던) 인테퍼딘 Intepirdine도 2017년 말 실패로 끝났다. 신임 CEO는 현재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겨냥한 유전자 치료법 개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머크 Merck: 2018년 떠들썩했던 ’베타 세크레타제(BACE) 억제제‘ 개발 실패 사례 중 또 하나는 머크에서 나왔다. 이 기업이 실험한 베루베세스타트 Verubecestat는 ’전조 단계‘ 환자, 즉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임상 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치료제는 증상이 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창기 임상 실험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한 바 있었다. 그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자체에 치료 연구를 집중해야 하는지 공개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바이오젠 Biogen: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알츠하이머 신약들이 비참한 실패를 했음에도, 모든 기업이 플라크 유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희망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바이오젠 Biogen과 일본 파트너사 에자이 Eisai는 BAN2401, 아두카누맙 aducanumab, 엘렌베세스타트 elenbecestat 등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망적인 부분은 최소한 이 후보군 중 하나가 FDA 승인을 얻기에 충분할 정도로 인지 손상을 늦추는 개선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승인 받는 알츠하이머 신약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

앞서 언급한 케이스들 외에도, 최근 알츠하이머 R&D 부문에서 쓴 맛을 본 다른 대형 제약사들의 사례는 더 있다. 일본 다케다는 2018년 초 당뇨 약 피아글리타존 Pioglitazone의 알츠하이머 임상 실험을 중단했다. 존슨앤드존슨도 이 분야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화이자 또한 신경과학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신규 업체들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디날리 테라퓨틱스 Denali Therapeutics와 파트너사인 사노피 Sanofi는 다른 생물학적 방식을 통해 뇌 퇴행을 막기 위한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주목을 받는 신생기업 유나이티드 뉴로사이언스 United Neuroscience를 포함한 다른 업체들은 알츠하이머보다 훨씬 더 초기 단계, 즉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예방이 발병 후 처방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번역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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