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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스페셜 리포트]움츠러드는 중산층 | ④문제 해결 방법

  • 기사입력 2019.01.31 11:08
  • 최종수정 2019.02.01 09:51
  • 기자명 Richard Morgan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금을 올려라(정말 그래야 해야 할까?)

월급으로 생계유지가 안 된다는 게 저임금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라면, 그 해결책은 당연히 임금 인상을 강제하는 것이다. 시카고와 오클랜드, 시애틀 등 여러 지방 정부가 실제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아마존이 탄생한 시애틀은 2021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까지 올릴 예정이다. 이는 연방정부 최저임금 기준인 시간당 7.25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부 기업도 같은 길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아마존은 전국 직원을 대상으로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직원 130만 명인 월마트의 최저시급은 2015년부터 세 번 올라 현재 11달러다. 유통업체 타깃도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는 정말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현실은 간단치가 않다. 작년 가을 발표된 여러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결과가 서로 엇갈린다. 캘리포니아에선 UCLA 연구진이 요식업계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0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달러로 점진적으로 인상되자 패스트푸드 체인점 점원의 소득은 10% 이상 오른 반면, 고용률은 약 12% 하락했다. 2017년 최저임금을 10.50달러로 올렸을 땐 소득이 20% 상승했지만, 고용도 10% 추가 하락했다. 워싱턴대학교의 2018년 초 연구에선 시애틀의 2단계 최저임금 인상의 최종적 효과로 근무 시간이 단축됐지만, 그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월 125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차 인상이 가져온 상승 분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최저임금이 높은 미국 도시 7곳을 대상으로 한 UC버클리 연구에선 최저임금 상승이 임금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면서도 고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오르면 자동화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더 커진다는 건 확실하다. 타깃, 드러그스토어 체인 CVS, 백화점 체인 콜스 Kohl’s 등은 셀프 계산대 도입을 늘리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바닥 청소 로봇을 시험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소매업체는 지난 연말 성수기 임시 인력을 모집하던 기존 관행도 깼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임금 상승은 이처럼 노동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BY PHIL WAHBA

▶기본소득의 효과를 실험하라

시카고 시의회의 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 아메야 파와르 Ameya Pawar(38)는 위협 및 대응관리를 전공한 석사 학위 소지자다. 장난기 많은 성격의 파와르는 자신의 전문성을 독특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시 재무장관에 출마하면서,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래된 방법을 사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바로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다. 파와르는 빈곤층 1,000가구에 월 5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하려 하고 있다.

파와르는 현재 연봉 10만 8,000달러 중 80%를 자녀 양육비와 20만 달러 넘게 남은 학자금대출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 년 전 공화당이 만든 정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사실 1977년에 전 주민 대상 기본소득이 등장했다. 공화당이 만든 알래스카 영구 기금(Alaska Permanent Fund)이 그것이다.” 파와르의 말이다. 현재 약 650억 달러 규모의 이 기금은 알래스카 거주 인센티브 차원에서 모든 거주자에게 석유판매 배당금(약 1,000달러)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그의 계획은 미시간 호에서 취수해 교외 지역으로 공급하는 시카고 시 상수도 사업을 통해 유사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미국 정치계가 가진 도덕적 질병이다. 나는 받아야 할 사람과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을 나누는 사고방식을 깨고 싶다. 우리 모두에겐 미국의 약속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

벤처기업 육성 전문기업 와이 컴비네이터 Y Combinator도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다. 미시간 대학교와 공동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몇 번의 연기를 거쳐 올 여름 시작될 예정이다. 기본소득 반대파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해묵은 반박을 내놓고 있다. 파와르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를 지적했다. “연구의 초점이 ’부정 행위 여부‘나 ’거짓말 여부‘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간 유대 강화, 원활한 사회 이동성 구축, 돈의 유용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60년대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이후엔 한 번도 대형 정책이 없었다. 해결이나 예방에 너무 골몰한 탓이다”라고 덧붙였다.

당선된다면 파와르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 당선인 등에게 투자(및 회수)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또한 클리블랜드·디트로이트·밀워키 주 등의 재무장관에게 기본소득 실험 동참을 요청해 전국적 모델로 활용할 생각이다. 놀랍게도, 파와르의 최대 지지자 중엔 부유한 상류층도 있다. 그는 “자신들의 부가 사회의 작동 방식이 가져다 준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By Richard Morgan

▶개인 견해: 팀 스콧 Tim Scott(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상원의원)

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최대 지지자이자 반석이 돼 준 어머니는 가족들이 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6시간씩 간호조무사로 일하셨다. 나는 고등학교 때 네 과목을 낙제하고, 졸업을 못 할 뻔했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미국의 ‘워킹 푸어’를 몸소 경험한 것이었다.

어릴 때 나처럼 가난하게 자란 아이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려야 한다. 내가 발의한 ‘기회 지역(Opportunity Zones)’ 법안은 경제적으로 미개발된 지역에서 주민들이 잠재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대한 투자와 자선 활동의 자본소득세를 유예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뉴욕의 화려한 밤, 청구서는 쌓이고···: 두 아이의 어머니 카미크 친 Kamik Chin은 본업인 의료비 청구 관리만으론 생계가 빠듯해 우버 운전을 시작했다.

나는 매일 낮 우는 아이와 성난 부모들을 상대하고, 밤이 되면 취객과 진상 손님들을 상대한다. 매년 연봉이 오르지만, 지난 2년간은 예외였다. 두 아이가 날마다 크고 있어 쓸 돈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내 소득(약 4만 2,500달러)은 제자리걸음이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집에 오는데, 밤새 일을 하다 보니 낮에 잠만 잔다. 그 후 일어나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다시 아버지 집으로 보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만,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부업이 필요 없는 직장을 찾고 싶다. -AS TOLD TO ARICJENKINS
 

[사진=포춘US] 키미크 친.

▶정치인 연봉과 유권자 소득을 연동하라

2013년 선거 당시, 빌 더 블라지오 Bill De Blasio 뉴욕 시장은 임금 불평등에 맞서는 전사로 자신을 홍보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 후 연봉을 25만 8,750달러로 15% 올렸다. 진보 성향이 확고한 시의회도 그에 맞춰 연봉을 무려 32% 올린 14만 8,500달러로 인상했다. 시의회 연봉 상승분 3만 6,000달러는 뉴욕시 개인 평균소득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불린 시장과 시의회는 지난해에도 (세계 최대 부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아마존 본사 유치를 위해 보조금 30억 달러를 약속했다.

이들의 대척점에는 저연봉 주의회 의원들이 있다. 44개 주 의회는 의원들에게 해당 주 가구당 소득 중간 값보다 훨씬 낮은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뉴햄프셔 주 의원의 연봉은 고작 100달러다). 부자가 아니면 주 의원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경제력을 갖춘 주 의원은 점점 더 고위직으로 올라간다. 지난 2014년, 미주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페버릴 스콰이어 Peverill Squire는 1619년 이후 미국 의원의 연봉 추이를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선출직 공무원과 대중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의회 의원의 연봉을 해당 주 가구소득 중간 값과 일치시키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작년에는 미국 주의회 의원의 연봉이 가구소득 중간 값 5만 9,039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3만 2,611달러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스콰이어는 “유권자들은 의원들의 연봉을 낮추면 예산이 절약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저 연봉은 사실상 부자들의 지배를 더 강화할 수 있다. 이들은 자기 이해관계를 챙기고, 덜 가진 자들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해치는 방향으로 법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봉 변동제는 주·시의회 의원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공감하도록 만들 수 있다. 보통 시민들을 위해 입법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원 40%가 백만장자인 의회에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당선인 등 4명의 진보 성향 의원이 인턴 시급 15달러를 약속하는 등 ‘몸소 실천’에 나서고 있다. 이 방면에선 사실 공화당이 앞서 있다. 인턴 전문 NGO ‘페이아워인턴Pay Our Interns’의 201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의원의 51%는 인턴에게 보수를 지급한 반면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 비율이 31%에 불과했다. 공정 임금의 또 다른 보루로는 앨라배마 주가 있다. 앨라배마는 지난 2015년 미국 주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로 주 의원 연봉과 가구소득 중간 값 연동제를 도입했다.

▶석탄 지대의 미래: 단일산업에 의존한 한 마을의 역경.

스콧 슈프 Scott Shoupe가 어린 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켄터키 주 해저드 Hazard의 놀이터와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컨트리클럽과 골프 코스도 있었다.

해저드는 렉싱턴 Lexington에서 남동쪽으로 약 193km 떨어진 켄터키 주 석탄 지대의 중심부에 있다. 그러나 요즘 인구 5,000명의 해저드엔 옛 영광의 잔해만 남아있다. 슈프는 “이젠 중심 상권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4대째 광부였던 그는 현재 지역공동체 경제개발 산악연합(Mountain Association for 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 · MACED)이라는 지역경제 개발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너무 오래 빈 집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동네에 일자리가 없다”고 한탄한다. 

해저드가 속한 페리 카운티 Perry County의 현재 인구는 1950년대 초 5만 명에서 뚝 떨어진 2만 9,000명 수준이다. 전체 인구의 27.4%가 빈곤선 이하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MACED의 피터 힐 Peter Hille 회장은 “2012년이 분기점이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석탄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켄터키 동부의 광업 관련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광업 종사자 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역 전반의 실업률은 몇 년째 10%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이 지역 최대 고용기업은 지역 병원 체인과 재활센터, UPS 물류 분류센터, 콜센터 등이다. 슈프는 현재 자신이 받는 시급 16~20달러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광부로 일할 때와 같진 않다.” 당시 그는 거의 두 배를 벌었다.

지역 경제구조의 다변화는 어려운 과제다. 그래도 해저드 주민들은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 조이 매케니 Joey McKenney는 2017년 애팔래치언 어패럴 AppalachianApparel을 창업해 의류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조하고 있다. 최근 그는 쇠퇴한 도심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희망하며, 중심가에 매장을 오픈했다.

사람들은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만큼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만류했지만, 매케니는 “이곳엔 포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P.W.

▶개인 견해: 척 로빈스 Chuck Robbins(시스코 CEO)

극빈층과 상근 근로자에게 똑같이 필요한 게 하나 있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구해야 하는 주택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주택공급 위기가 미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상근 노동자는 미국의 그 어느 주, 대도시, 군 지역에서도 방 2개짜리 소박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도 구입 가능한 주택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집은 노숙인만이 아닌, 저소득과 중위소득층에게도 절실한 문제로 떠올랐다. 시스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지: 집(Destination: Home)‘이라는 5개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가 발행한 ’구입가능주택용 채권‘에 5,000만 달러를 투입, 공공기금을 보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무주택자들에게 힘이 되는 집을 더 빠르게 지을 계획이다. -As told to J.V.

▶덴마크의 해결책을 본받아라

2015년 대선을 돌이켜 보자. 혹자는 덴마크가 예상 밖의 관심을 받았던 순간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경선후보 버니 샌더스 Bernie Sanders가 “노동자”를 위한 덴마크 정부의 “업적”을 극찬하자, 힐러리 클린턴은 이렇게 반박했다. “우리는 덴마크가 아니다.”

미국은 물론 덴마크가 아니다. 그러나 OECD 회원국 중 빈곤률 4위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선진국 중 빈곤률이 가장 낮은 덴마크를 참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율이 높고 복지혜택이 큰 ‘포괄적(comprehensive) 복지국가’ 제도는 분명 빈곤 퇴치에 효과적이다. 그런데 덴마크는 극빈층에게만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 마이클 포스터 Michael Forster OECD 선임 정책 애널리스트는 “중산층도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생산가능인구에게 가장 많은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덴마크에선 15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98%가 재정적 지원을 받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산층은 대학 등록금·보건의료·직업교육을 무료로 받을 뿐만 아니라, 탄탄한 육아비용 보조 제도도 누리고 있다. 혼자 사는 18세 이상의 학생은 매달 약 933달러를 받는다(부모와 살더라도 약 145달러를 받는다). 이 외에도 덴마크 기업들은 ‘유연한 직업안전성(Flexicurity)’이라는 모델을 도입했다. 정리해고가 필요하면 직업훈련과 취직 지원 시스템이 가동된다. 덴마크의 복지제도는 국민이 빈곤에 빠지는 상황을 원천 방지하는 안전 장치에 가깝다. 물론 이런 면에서 미국과 덴마크는 다르다. 그러나 이젠 미국의 ‘안전망’이 과연 충분한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 By ClaireZillman

▶진보의 생각: 프라밀라 자야팔은 모두가 근로자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가 낮은 실업률과 GDP 성장률을 근거로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 중”이라고 주장하며 백악관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상근으로 일하면서도 빈곤한 삶을 사는 미국인 890만 명은 경제가 호황이라는 의견에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식료품 구매와 집세 등 기초적인 지출조차 버거운 국민의 40%, 비상시를 대비한 예금 1,000달러도 없는 국민의 62%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진=포춘US] 프라밀라 자야팔.
[사진=포춘US] 프라밀라 자야팔.

실제로 과실의 90%가 최상위 1%에게 돌아가는 구조에선 GDP 성장이 별 의미가 없다. 그게 바로 지금의 모습이다. 실업률은 낮지만, 임금성장률이 꾸준히 침체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기여로 창출된 이윤에서 주인공이 배제되는 경제는 견조한 게 아니라, 망가진 경제다. 이 단순한 사실을 진작에 인정했어야 한다.

근로자와 고용주 간 불균형 관계를 복구하기 위해선 의회가 나서야 한다. 우선 임금인상법(Raise the Wage bill)을 통과시켜 4,100만 노동자의 임금을 즉시 올려야 한다. 이 법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고, 상승폭을 소득 중간 값 상승과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을 동안,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하락해왔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의 최저임금은 최고치를 기록한 1968년 대비 25%나 낮다.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의 빈곤율이 거의 20% 낮아진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둘째, 최근 경영계에서 직원보다 주주에게 이익을 더 분배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의회가 이 문제를 근절해야 기업 이익과 임금 간의 연결 고리를 복원할 수 있다. 미 증권위원회(SEC)가 1982년 기업의 자사주 매입규제를 완화하기 전, S&P 500 기업은 이익의 단 2%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현재는 S&P 500 기업의 이익 59%가 바이백에 쓰이고 있다. 의회는 당장 근로보상법(Reward Work bill)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면 공개시장의 자사주 매입을 중단시켜 이익 수십억 달러를 임금 인상에 활용하고, 근로자는 자신이 창출한 가치의 정당한 몫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국민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선 친공화당과 친민주당 지역 모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나선 출마자들의 다양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역사적 흐름의 등장이다. 국민은 단지 공짜를 바라는 게 아니다. 공정 경쟁이 가능한 환경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다. 현재 민주당은 하원에서만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이제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모두가 함께하는 전진을 가로막는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서야 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플로리다 주 공화당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의 견해를 들어보자.

▶보수의 생각: 마코 루비오 Marco Rubio는 기업과 정부 모두가 개선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 정계와 금융계는 아주 오랫동안 근로자들에게 잘못된 선택지를 제공해왔다: 소수를 위한 경제성장 후 재분배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소수를 위한 경제성장을 하고 재분배 또한 없을 것인가? 두 선택지 모두 일반 국민이 자신의 힘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 이제는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나의 부모님은 이민자로 미국으로 건너와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라 할 수 있는 삶을 사셨다. 하지만 현재 25~34세 남성 중 연간 3만 달러도 못 버는 사람의 비율이 내가 태어난 1970년대와 비교할 때 거의 두 배나 늘어났다. 나의 아버지처럼 이들 대부분은 고졸 수준이다. 한편, 나의 어머니는 거의 평생을 가사도우미로 일하셨다. 이 직종의 중위 연소득은 채 2만 3,000달러가 되지 않는다.

[사진=포춘US] 마코 루비오.

일자리가 외주화하거나 사라질 때마다, 학위를 취득하거나 재교육을 받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근로자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해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재조립해 수요가 증가하는 나라 반대편으로 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집세를 내야 하는 한 가정의 어머니나 아버지다. 이들에겐 학교와 스포츠 팀에서 친구를 사귀는 어린 자식, 조부모, 혹은 근처에 사는 친척들이 있다. 삶에선 임금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하다.

워킹 푸어의 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도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일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더러워진 옷이나 아픈 발로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받는 임금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목적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좋은 일자리가 가져다 주는 안전성은 국민이 성장하고 혁신하고 투자하는 생산적 기업에서 일할 때 생길 수 있다. 현재 미국 사회는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 창출 증대가 어려운 원인이 무엇인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합의를 만드는 과정에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확실한 일반적 목표가 몇 가지 있다: ▲금융공학보단 제품과 R&D에 대한 기업 투자를 늘리고 ▲국제무역체제의 균형을 강화해 미국을 차세대 신기술의 절대적 중심으로 확립하고 ▲사회보험제도의 가족친화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중에는 정부가 꼭 나설 필요가 없는 것도 있긴 하지만, 내가 제안한 몇 가지 정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자본지출 즉시 공제‘를 2017년 세제보다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중국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산업전략에 직접 대응을 해야 한다. 또 유급 육아휴가를 연방 차원에서 법제화하고, 아동 관련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생산적 기업 없이는 미국 근로자의 경제적 미래도 없다. 21세기 미국에 상품과 일자리를 거침없이 창출해줄 경제를 만들기 위해, 정치인과 기업 모두 팔을 걷어붙일 때가 됐다.

▶경제학자들에게 물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부활시킬 방법은? BY ERIKA FRY

-제임스 질리악 James Ziliak 켄터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질리악은 가장 먼저 양육을 꼽았다. 최근 몇 년간 육아 비용이 급상승했다. 그보다 더 오른 건 고등교육 비용뿐이었다. 자가부담 양육비는 평균적으로 소득의 16%, 최대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참여율이 낮아진 한 가지 중요한 이유다. 질리악은 양육관련 세제혜택을 개편해 연소득 7만 달러 이하 가구로 신청을 제한하고, 환급을 허용하고, 액수도 높일 것을 제안했다(이 주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일부 상원의원의 주목을 끌었지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진 못했다).

-제프리 색스 Jeffrey Sachs 컬럼비아대학교 지속가능 개발학과 교수: 색스는 보건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캐나다나 호주의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모방하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 결사의 자유를 강화하고, (독일의 도제 제도처럼) 학교-직장 간 연계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고등교육 시장의 경제구조를 전면 수정해 미래 근로자의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교육비 인하를 위해, 21세기판 토지공여제(land grant)/*역주: 고등교육기관에 공공지 사용권을 제공해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도 주장했다. 그 밖에도 근로자의 신기술 및 업무 습득을 지원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그램과 부유세도 제안했다.

-에스테르 뒤플로 Esther Duflo MIT 경제학과 교수: ‘데이터를 따르라.’ 뒤플로는 급진적 주장으로 세계 경제학계를 뒤흔들었다. 원조 프로그램도 무작위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 과정에 버금가는 철저한 시험·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녀는 빈곤층이 사회안전망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작은 조치가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부시·오바마 행정부가 등록 절차를 간소화할 때까지, 수많은 어린이가 무료 점심 혜택을 신청하지 못했던 것이 그 예이다. 그녀는 신청 절차가 과도하게 복잡한 푸드스탬프 food stamp *역주: 저소득층 식료비 지원제도와 장애인 혜택도 같은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깊어지기 전에 심연을 메워라

바버라 에런라이크 Barbara Ehrenreich는 워킹 푸어에 대한 체험담을 썼다. ’노동의 배신(원제: Nickel and Dimed: On (Not) Getting By in America)‘에서, 그녀는 미국의 중산층·중상류층에게 다양한 주에서 웨이트리스, 상점 점원, 가사도우미 같은 저임금 일자리로 연명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날 것 그대로 보여줬다.

2001년 이 책이 출간된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에런라이크가 빈곤층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80~90년대 기자로 일했던 그녀는 자신이 존경 받는 중산층의 일원이며,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한 돈을 번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2009년 무렵,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이유는 통장에 입금되는 ’노동의 배신‘ 인세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그럼 됐네. 할 수 있겠어‘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다 ’잠깐, 내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부자가 되려면 가난에 대해 써야 한다고? 끔찍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에런라이크는 20년 전 시급 기반 근로자들이 느꼈던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이후 20년 동안 확산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중산층은 물론,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황이 악화됐다. “한 가지 눈에 띄게 나쁜 변화는 ‘초단기(just-in-time) 일자리’의 증가다. 평소엔 대기하다가 상사가 부를 때만 일하는 자리 말이다. 당연히 이 경우엔 매일매일의 소득을 예측할 수 없다.”

여러 측면에서의 개선(의료 접근성 개선,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언급하면서도 에런라이크는 프랑스 등지에서 최근 벌어진 거리 시위, 각지에서 점점 커지는 이민자에 대한 분노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 기회가 감소한다고 느낄 때”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

에런라이크는 소수에 대한 경제적 선택 때문에 “엄청난 불안”에 떠는 미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가사도우미와 시급 근로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계약직, 교대근무자, 우버 기사, 자영업자,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 By Lisa Marie Segarra

77p 사진설명 

SYSTEM FAILURE

제도의 실패

U.S. Rep. Pramila Jayapal (D-Wash.) wants to even the playing field.

워싱턴 주 민주당 하원의원 프라밀라 자야팔은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고 있다.

78p 사진설명 

DREAM DEFERRED

사라진 꿈

Senator Rubio (R-Fla.) says his own parents‘ rise would not be possible today.

플로리다 주 공화당 상원의원 루비오는 부모세대와 같은 성공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번역 김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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