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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속의 시계] 그랜드 세이코, 럭셔리 시계 이상의 가치 추구

  • 기사입력 2019.01.31 09:57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랜드 세이코는 세이코가 최고급 시계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1960년에 론칭한 세컨드 브랜드다. 현재는 최고급 시계의 모범 답안 같은 브랜드로 성장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그랜드 세이코에서 출시한 최초 시계. ‘최고급 시계의 정수’를 모토로 개발됐다. 사진=세이코
아시아 최고 손목시계 브랜드는 단연 일본의 세이코다. 세이코는 독특한 브랜드 포지션으로도 유명하다. ‘Swiss made’ 타이틀 부재와 중저가를 아우르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명품 브랜드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품질 하나로 이 모든 열위를 상쇄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떤 주장을 따르든 세이코가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것과 쿼츠시계 분야에서 세계 넘버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세이코는 1969년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Astron을 출시하며 스위스 시계업계를 절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랜드 세이코는 세이코가 최고급 시계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1960년에 론칭한 세컨드 브랜드(시계 마니아들은 그랜드 세이코를 세이코 최상위 컬렉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이다. 그랜드 세이코는 세이코 특유의 광범위한 실용주의 노선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시계 제조의 모든 과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장인 공정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위스 태생 명품 시계 브랜드들이 가격 스펙트럼 확대를 위해 중저가 브랜드를 따로 론칭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세이코 쿼츠에 발목 잡혀

그랜드 세이코는 1960년 론칭 당시 세이코가 의도한 마감 완성도나 기술적 성취보다 날카로운 이미지의 드레스 워치로 더 주목받았다. 카타나를 연상시키는 다면 커팅 핸즈와 인덱스, 심플한 다이얼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이미지가 1967년 44GS 모델부터 ‘그랜드 세이코 스타일’이라는 이름으로 정립돼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그랜드 세이코는 1969년 강한 자부심으로 만든 45GS VFA(Very Fine Adjusted), 61GSVFA 모델을 출시하며 시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시계는 VFA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극한의 정확도(10진동)를 추구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세이코가 세계 최초의 쿼츠 손목시계 Astron을 출시해 기계식 시계였던 45GS, 61GS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들 시계는 기계식 시계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정확도 측면에서 쿼츠시계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론칭 당시 최고급 기계식 시계 브랜드를 표방하며 론칭했던 그랜드 세이코는 쿼츠시계 등장 이후 상당 시간 침체기를 겪었다. 세이코가 그랜드 세이코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세이코는 세계 시계산업을 뒤흔들며 위세를 떨쳤지만, 그랜드 세이코는 오랫동안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 쿼츠로 부활의 기지개

1988년 그랜드 세이코는 브랜드 최초의 쿼츠시계 95GS를 출시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1993년에는 ‘쿼츠 이상의 쿼츠(슈퍼 쿼츠)’를 표방하는 9F 쿼츠 무브먼트와 이를 장착한 9F8 시계를 선보이며 다시 화제의 브랜드로 떠올랐다. 세이코와 그랜드 세이코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시각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랜드 세이코’라는 이름으로만 보자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선 셈이었다.

그랜드 세이코는 1998년 9S 기계식 무브먼트를 장착한 9S5 모델을 출시하며 완전한 부활을 알렸다. 9S5는 기계식이든 쿼츠식이든 가리지 않고 최고급 시계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그랜드 세이코의 의지가 엿보인 모델이었다. 9S는 이후 10진동 하이비트 무브먼트 9S8을 거쳐 오토매틱 3Days 파워리저브 GMT 무브먼트 9S66 등으로 발전했다. 무브먼트는 진동수가 많을수록 밸런스 휠이 빠르게 회전해 시간의 정확성이 증가한다.

6년 후인 2004년에는 마침내 그랜드 세이코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9R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가 장착된 SBGA001 모델이 출시됐다. 9R 스프링 드라이버는 기계식 무브먼트 베이스에 쿼츠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무브먼트이다. 로터 회전을 통한 태엽 동력으로 시계가 구동된다는 점에서 기계식 무브먼트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태엽 동력이 쿼츠 모듈을 거쳐 톱니바퀴로 연결된다는 점에선 쿼츠 무브먼트의 특징을 보여준다.

◆ 최고급 시계의 모범

그랜드 세이코는 이후에도 한층 진일보한 기계식 하이비트 무브먼트나 GMT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등 장족의 기술 발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술적 원류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이코와의 구별이 무의미해 이후 기술 발전은 세이코를 참고하는 편이 더 낫다. 그랜드 세이코는 하이테크 DNA로 무장한 세이코가 최고급 시계를 목표로 만든 특수 브랜드이지 별도 기술 개발을 위해 만든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 쿼츠나 스프링 드라이브 같은 기술도 굳이 따지자면 세이코 기술로 보는 것이 맞다(상용화도 먼저 했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하면 그랜드 세이코 시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최고급 시계’ 목표를 위한 여러 장치들이다. 이들 장치는 시계 외관과 무브먼트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시인성을 극대화한 다면 커팅 핸즈와 인덱스, 각 숫자가 별도 서체를 택하고 있는 캘린더, 자라츠(Zaratsu) 폴리싱 기법(일본에서 개발한 금속 표면 경면 가공기술로 굴곡된 면을 왜곡 없이 매끈한 표면으로 보이게 한다) 등은 그랜드 세이코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특히 자라츠 폴리싱 기법은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만큼이나 혁신적이고 독특한 기술로 명성이 높다.

무브먼트는 최고급 시계가 갖춰야 할 ‘신뢰도 수준’과 관계가 깊다. 그랜드 세이코의 3대 핵심 무브먼트 라인 중 쿼츠 기술이 사용되는 9F나 9R 무브먼트는 세이코 쿼츠 기술에 힘입어 세계 톱 수준의 신뢰도를 자랑한 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과 직접 비교 대상이 되는 기계식 무브먼트 9S 역시 신뢰도 측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반도체 제작에나 쓰이는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술 적용과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준을 훨씬 웃도는 세이코 자체 기준의 엄격함 덕분이다. 어느 면으로 보나 그랜드 세이코는 ‘최고급 시계’의 모범 답안 같은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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