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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논란 휩싸인 금융권, 하반기 공채서 명예회복 할까
채용비리 논란 휩싸인 금융권, 하반기 공채서 명예회복 할까
  • 김타영 기자
  • 승인 2018.10.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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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혹은 치르고 있는 금융권이 하반기 공채 시즌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공채의 두 가지 키워드는 ‘새로운 채용 프로세스 도입’과 ‘채용 인력 확대’이다. 금융업계에선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정부와 채용비리로 정부 의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금융권의 묘한 이해관계가 올해 공채에 영향을 미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하반기 금융권 공채 시즌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들의 필기시험이 몰린 10월 20일 ‘금융권 A매치 데이’가 지나면 8월 말부터 치열하게 달려왔던 금융권 공채 시즌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서류전형과 필기전형, 면접전형 등을 거쳐 12월까지 신규 채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하반기 금융권 공채에는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현 정부의 ‘채용 인원 확대’ 압박이 상당했고, 금융권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지난해 말 우리은행에서 촉발된 채용비리 파장으로 현재까지도 잔뜩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채용비리는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을 거쳐 최근 신한은행까지 덮치면서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채용비리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시중은행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같은 공공기관 역시 채용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들은 채용비리로 형성된 국민적 불신을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 상당 부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 채용절차 모범규준 도입

지난해 말부터 채용비리 오명을 뒤집어쓴 은행권은 하반기 공채 시즌을 대비해 비교적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올해 3월 은행권 공동 TF를 구성해 5월까지 2개월에 걸쳐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안)’을 만들었고, 6월 의견수렴을 거쳐 이 규준을 의결·제정했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하 모범규준)은 △임직원 추천제 폐지 △필기시험 도입 △외부인사 참여 △내부통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모범규준은 자율규제로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하반기 공채 시즌 동안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채용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채용비리 직격탄을 맞은 은행권이었기에 ‘알아서 잘하자’는 분위기가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중은행 중에는 모범규준 이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KB국민은행은 채용 프로세서 개선을 위해 채용 기획 단계부터 외부 전문 기관 컨설팅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KB국민은행은 면접 단계에 인공지능 시스템까지 도입해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들 역시 은행권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나 수출입은행 등이 채용비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고, 또 금융권 전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의식 등이 이 같은 행보의 배경이다. 금융공기업들은 공공기관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전부터 진행해왔던 블라인드 채용을 유지하면서 서류 전형을 아예 폐지하거나 전형 일부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곳이 많아졌다. 주택금융공사와 기술보증기금은 채용업무를 교차 감사하기로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책은행들은 채용 전 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채용비리 태풍에서 벗어나 있던 2금융권은 은행권이나 공공기관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6월 윤석헌 금감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처럼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던 2금융권이지만, 여신금융협회를 제외하곤 9월 현재까지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모범규준 마련이 지지부진하자 8월 금감원이 “업계 특수성에 따라 차별 적용하겠다”며 모범규준 허들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별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8월 말 가까스로 모범규준을 내놓은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에 대해선 모범규준을 전체 회원사에 적용하되, 캐피탈사에 대해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곳에만 적용키로 했다.

◆ 채용 규모 대폭 확대

채용 과정 변경 외에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채용 규모 확대다. 일자리 정책이 난관에 부딪힌 정부가 SOS를 보내면서, 또 채용비리 문제로 반쯤 목을 내놓은 금융권이 알아서 정부 비위에 맞추면서 올해 채용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금융권에선 전체 하반기 채용인력이 7,000여 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6,600여 명보다 400여 명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올해 상반기부터 채용비리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권 채용 인력이 크게 늘어 눈길을 끈다. 은행권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은 972명이었다. 전년(318명) 대비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정부 일자리 정책이 하반기 들어 더욱 궁지에 몰리면서 상반기 채용 인력을 크게 늘린 은행권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반기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공채를 ‘눈치껏’ 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은 하반기 2,139명 채용 계획을 내놓아 지난해 2,144명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8월 29일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인사말에서 “은행권의 올해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4,800여 명에 달할 것”이라 말했다.

혹자는 은행들의 최근 신규 채용 확대가 희망퇴직 등에 따른 인력 충원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전체 은행 임직원 수가 줄어들어 업무 과부하를 막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는 것이다. 전체 임직원 수 축소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19개사 전체 임직원 수는 2016년 3월 11만 4,943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 1,543명으로, 올해 같은 기간 10만 9,989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반대 해석을 내놓는 곳이 많다. 희망퇴직으로 인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한 희망퇴직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대면 거래가 크게 줄다 보니 오히려 남아도는 창구인력 활용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은행 전체 임직원 수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어야 맞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 눈치 때문에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고 하니 별 수 있습니까. 있던 사람을 내보내는 수밖에요.”

 

<이하 박스기사>

◇청탁 창구로 쓰였던 임직원 추천제

채용비리 이슈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임직원 추천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던 은행권에 ‘만연해있던’ 비리였다. 이전까지 은행권에선 임직원 추천제가 마치 관행처럼 행사돼 오고 있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공론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면 은행 스스로는 절대 임직원 추천제를 없애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높으신 분(?)들이 이 제도를 잘 알고 또 부탁도 해오는데 은행처럼 외풍을 많이 타는 곳에서 ‘이제 추천제 없애기로 해서 안됩니다’ 하는 게 되겠습니까.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 밉보일 게 뻔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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