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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빚의 수렁에 빠진 미국

  • 기사입력 2018.05.04 10:07
  • 최종수정 2018.09.21 12:45
  • 기자명 Shawn Tully 기자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백악관과 미국의 최고경영자 트럼프는 지난해의 역사적 세제개편안 통과를 자축해왔다. 하지만 이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미국 경제가 정부 부채의 늪에 빠지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By SHAWN TULLY



요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자신의 손끝에서 나온 명약 덕분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동력인 대대적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그는 트위터에서 ‘미국 경제는 지금 호황 중이고, 내 노력 덕분에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다. 미국은 다시 승리하고 있다!’고 떠벌렸다.

’호황‘은 트럼프식 과장법이지만, 그의 경제정책이 여러 관점에서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 후 첫 3분기 동안, GDP 성장률은 대통령 공약인 3%에 바짝 근접했다.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빛나는 성적이다. 트럼프 당선 후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도 25%나 증가했다. 5조 달러가 새 정부에 대한 믿음에 부응한 셈이다. 장밋빛 경제 전망 덕분에 경영인들도 생기를 찾고 있다. 전미 독립사업자연맹(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답변기업의 32%는 현재가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환경이라 평가했다. 2016년 말 대비 3배나 증가한 역대 최고 수치였다.

분위기의 일등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감세 및 일자리법(the Tax Cutsand Jobs Act)이다. 법인세율을 최대 35%에서 21%로 낮춘 이 법은 재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 월마트, 통신사 버라이즌 등 다양한 기업들이 새 법 덕분에 향후 몇 년간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또,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부터 보잉의 데니스 몰렌버그 DennisMuilenburg까지 여러 유명 CEO들도 “미국의 경쟁력을 높여 줄 강력한 자극제”라고 평가했다. 수익이 급등하자, 포춘 500대 기업 중 200곳 이상이 최저임금 인상(U.S. 뱅코프 U.S. Bancorp, 휴매너 Humana), 일회성 보너스 지급(홈디포 Home Depot, 월트 디즈니) 중 하나 이상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미지=US 포춘


하지만 트럼프의 자극적인 처방전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지금 축배를 들고 있는 기업들에게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가 점점 불어나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위협할 정도로 증가했다. (과감한 감세와 정부지출 증대가 특징인)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한 수준인 세입-세출 간 격차를 더 크게 벌려 놓았다. 이는 재정 폭탄이 터지는 시점을 앞당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트럼프의 약속과는 정반대인 세금 폭탄, 미미한 성장, 노동자 임금 정체라는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현재 15조 5,000억 달러인 미국의 국가부채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8년이면 33조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의 세제개편으로 인해 기존 예상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연방정부 세입 5달러당 1달러 이상이 국채 이자 지급에 사용되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은 물론, 민간도 위축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빠른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이민 및 통상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잠시 후 자세히 설명하겠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Moody’s Analytics의 마크 잰디 Mark Zan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기후 변화와 매우 비슷하다”며 “당장 올해나 내년에는 별 차이를 못 느껴도, 결국 심판의 날이 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서히 진행되는 위기에 관한 빠르고 결정적인 대책이 부재한 만큼, 향후 몇 년간 미국 기업환경이 훨씬 악화될 것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국가부채가 과도하면, 정부가 경제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유연성이 훼손된다. 하버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는 “부채가 많은 국가는 경기 하강기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을 때, 감세나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성장 유도가 어려워질 것이다. 부채가 커질수록 저금리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연준의 노력이 걷잡을 수 없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의 경제학자 존 코크런 John Cochrane은 “그럴 경우 투자자는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럴수록 금리는 올라가고, 예산 문제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현재 미국 정계는 다가올 충격을 무시하고 있다. 제조 및 소프트웨어 대기업 허니웰 CEO에서 최근 물러난 데이비드 코티 David Cote는 “기업들은 현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결성된 심슨스-볼스 위원회(Simpson-Bowles Commission)/*역주: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든 정부-민간 합동 특별위원회/ 소속이다. 18인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의 개편안은 비록 통과되지 못했지만, 세수 증대와 사회보장제도·메디케어 Medicare *역주: 미국의 노년층 대상 국가의료보험 개혁을 균형 있게 다뤄 찬사를 받았다. 코티는 당시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졌는데도 정책 결정권자들이 세금의 구멍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슨-볼스는 복지 혜택을 개혁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초당파적 대규모 합의에 도달했다.” 2008년 경제위기 전까지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5%였다. 코티는 지난 겨울, 부채가 2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는 감세와 지출 증대를 결정했다. 이 문제를 그냥 덮으려고 하는 건지 두렵기만 하다.”

코티는 CEO들이 축배를 들 게 아니라 극도로 위험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국가 부채 악화가 기업 이익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폭증하는 국가부채 규모와 대비책의 부재에 놀란 해외 투자자가들이 국채 매각에 나서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코티는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매년 2,000억 달러의 빚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수익을 올리는 신규 투자의 기준선이 높아져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아울러 기업 경영인들은 ’급격한 세율 인상이 국가부채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사실에 초초해 할 수도 있다. 코티는 “그렇게 되면 투자 환경을 판단하는 기업들의 시각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대응 차원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망은 곧 정체와 쇠퇴의 길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그렇게 경제가 정체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첫 1년간 들렸던 희소식들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재정 상황은 트럼프가 집권하기 훨씬 전부터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대통령의 감세 및 확대적 재정정책이 얼마나 빠르고 심각하게 향후 전망에 타격을 입혔는지는 놀라울 정도이다.

국가재정 위기는 두 가지 이유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첫째, 미국은 그간 고령자에게 유럽식의 고비용 복지를 제공했고, 빈곤층은 비교적 덜한 혜택을 받아왔다. 재원은 유럽처럼 세금을 걷기보단 채권 발행으로 조달했다. 이 방법은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 Pew Research Center는 지난해 4월, 유권자들에게 14개 분야를 제시하고 어느 분야의 감세를 지지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민주당원 다수는 어떤 항목도 줄이길 원치 않았고, 공화당원은 ‘전 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지원’ 한 가지 항목의 감축만 지지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를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지지하고 의회가 승인한 두 법이 추구하는 재정개혁은 문제 해결과 정반대 방향이란 점이다.

미 의회의 양원 세제 합동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명된 새 세법은 세금 감면으로 인한 성장과 소득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향후 10년간 총 1조 달러(연 1,000억 달러)의 세수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이 수치는 대부분의 개인 소득세 감면이 8년 후 만료되고, 자본설비 지출에 대한 세제혜택이 2023년부터 단계적 폐지된다는 가정 하에 계산한 결과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맨해튼 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Brian Riedl은 “두 세제혜택은 연장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가능성이 높은 이 시나리오를 통해, 향후 10년간 실제 총 세수 손실을 1,600억 달러로 예측했다.

한편, 2월 처리된 연방 예산안은 해외원조·주택보조금 등 각종 연방 프로그램과 국방예산 두 항목의 ‘재량 지출’을 12%나 증액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2018년과 2019년의 예산은 각각 연 1,500억 달러에 달한다. 그 결과 2011년 제정된 예산통제법(BudgetControl Act)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한 지출 상한은 무력화됐다. 이 상한은 그간 재정적자 통제에 한몫을 했다. 현재 양당은 모두 지
연방정부 부채는 2007년까지 세 배 이상 증가했지만, 2028년까지 또 두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사진=US 포춘
출 증대에 적극적이어서 재량 지출의 새 최저선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과될 경우, 향후 모든 지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리들은 세제개편과 지출 증가로 인해,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자 증가분을 포함해 연 3,750억 달러 가량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법으로 추가 세수를 조성하고, 다른 예산을 절감해 적자를 메워야 한다. 그러나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새 법은 대규모 감면 조항 일색이다.

작년 6월, 미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 CBO)는 2022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초당파적 정책연구기관 ‘책임 있는 연방예산을 위한 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 · CRFB)’는 현행 세입 및 세출 제도가 연장된다는 가정 아래 세법 개정 이후 1조 달러 도달 시점이 2019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 전망했다. CBO의 예측에 따르면, 개정 전 세법 기준의 2028년 재정적자는 1조 6,000억 달러다. 그러나 CRFB가 새로 내놓은 적자 추산치는 2조 4,000억 달러다. 또, 세법 개정 결과로 향후 미국의 정부지출은 3달러 당 1달러 꼴로 채권에 쓰여질 것이다. 개정 전 세수가 유지됐다면, 이 비율은 4달러 당 1달러였을 것이다.

10년 내에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13%인 무려 3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새 법안이 통과되기 전의 CBO 예상 치보다 6조 달러나 높은 수치다. 국채 이자비용은 연 1.1조 달러로 지금보다 세 배 늘어날 것이다. 연방 예산 항목 중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그렇게 되면, 조달 비용만 메디케어 지출의 절반에 달할 것이다. 물가나 금리 상승 속도를 비교적 낮게 보아온 CBO의 예상치를 능가한다면, 이자비용은 더 커질 수도 있다. CRFB의 선임 정책 디렉터 마크 골드윈 Marc Goldwein은 “이자 비용 증가는 미국 정부가 그냥 돈을 날린다는 의미다. 의료나 국방 같은 모든 예산이 밀려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현실적 문제가 초래된다. 폭증하는 부채를 감당하다 보면,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실로 어마어마해진다.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투자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고속도로 현대화, 대형 교통 환승 시스템 건설, 고등교육 강화 등에 세금을 투자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는 소득과 저축률 향상, 소비자 지출 증대, 늘어난 저축의 민간투자 유입이라는 선순환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정부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이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재정위기가 발생하거나, 재정적자에 대한 분노가 터져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의 수석 부사장 세라 칼슨 Sarah Carlson은 “미적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복지 축소와 세금 인상 강도가 높아지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재정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게 인기 없고 극단적일지도 모를 조치가 필요하다. 코티의 말처럼,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이 길을 택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의회가 신중한 지출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는 지난 2월 9일일 내려진 상원의 재량지출 증액 결정에서도 알 수 있다. 켄터키의 랜드 폴 Rand Paul, 유타의 마이크 리 Mike Lee등 공화당 내 예산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의원 34명과 민주당 의원 36명은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책임 있는 재정과 멀어 보이긴 마찬가지다. 5,866단어로 구성된 연두교서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적자‘나 ’부채‘를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현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계속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돈을 펑펑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정부와 기업 채권을 엄청나게 사들였던 해외 투자자 덕분이었다. 해외 투자자는 현재 미국 국채 15조 5,000억 달러 중 6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대출가능 자산은 무한하지 않다. 정부와 기업이 이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정부 부채가 이 정도로 많다면 금리가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예외였다. 중국·일본 등 전 세계 투자자들이 여유 자금으로 미국 국채를 흡수하면서 금리가 유지됐다. 현재 미국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다양화가 잘 되어 있으며, 창업 열기 또한 높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질 때면, 투자자들은 모든 안전자산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미국을 선택한다. 지난 번 대침체가 이를 증명했다. UC 버클리 소속 경제학자 앨런 아우어바흐 Alan Auerbach는 “미국이 경제 위기를 수출하자,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돈은 넣었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가 앞으로도 미국의 낭비벽을 눈감아 줄 것이라고 속단해선 곤란하다. 의회가 향후 10년간 계속 힘든 길을 회피한다면, 해외 투자자가 등을 돌릴 확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2010년 그리스 같은 국가적 위기(경기둔화와 가혹한 금리가 결합되며 대규모 개혁이 요구됐다) 가능성은 적지만, 아예 없다곤 할 수 없다. 좀 더 현실적으로, 연간 부채 규모가 너무 악화돼 큰 사회적 관심을 끌 가능성이 있다. 재정 절벽 가능성이 다시 한번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적자가 미국 대중의 분노를 살 가능성도 있다. 1980년대 과도한 정부 지출이 적자에 대한 불안을 유발했던 사례가 있다. 결국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주도 하에, 민주·공화 양당이 세금을 올리고 적자를 감축하는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해외 투자자의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해 경기 하강, 주가 급락, 혹은 실질금리 급상승이 발생한다면 의회도 재정적자 문제에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곧 재앙은 아니다. 하지만 의회가 세입을 줄이고 이미 심각한 적자를 더욱 늘린다면, 대중은 재앙 발생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골드윈은 “정책 입안자들이 당장 세금을 대폭 인상하려 들진 않겠고, 아마도 서서히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연착륙의 길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 적자가 경제 성장으로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지난해 “세제개혁과 규제완화의 결합이 미국 GDP 성장률을 높이고, 재정적자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므누신의 목표인 3% 성장이 가능하다는 시각은 백악관 밖에서 찾기 힘들다. CBOOECD,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평균 성장률을 2% 정도로 예측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동 인력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주요 이유였다.

게다가 트럼프 경제정책의 높은 불확실성과 모순이 2% 성장 달성도 방해할 수 있다. 트럼프는 향후 10년간 합법적 이민자 수를 50% 줄이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모기지업체 페니 메이 Fannie Mae의 수석 경제학자 더그 던컨 Doug Duncan은 “이민 규제는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직접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미국인보다 창업률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농업·건설·IT 등 여러 산업의 노동력 부족 사태를 예방해주기도 한다. 또, 트럼프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수입에 대한 징벌적 관세 조치에 나섰다. 그를 지지하는 기업인들조차 철회를 희망했던 공약이다. 무디스의 잔디는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이 그만큼 늘고, 판매와 투자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세제 및 규제 관련 입장이 단기적으론 기업친화적일지 모르지만, 실제적으론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가장 큰 위험은 기존의 이민 및 무역개방 정책을 뒤집으려는 움직임으로, 이는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 이미 부채가 천문학적인 상황에서, 투자자가 트럼프의 이민 및 통상정책을 이유로 더 금리를 높일 것을 요구한다면 그 침체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문제도 있다. CRFB의 추산에 따르면, GDP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인 3%에 도달한다 해도 이로 인한 부채 감소 효과는 2028년까지 총 3조 달러(10%)에 불과할 것이다. 코티는 “성장률 1% 증가로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과감한 수단이 필요하다. 바로 세출 감소와 세입 증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의 세제 개혁은 세출과 세입 양쪽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1년 전에 비해 부채 규모를 통제하는 작업이 훨씬 어려워지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았다.

올 2월 세제 개편 전까지, CBO는 연방정부 세수가 2018년 기준 GDP의 17.7%에서 10년 후 18.4%로 크게 오를 것이라 전망했었다. 그러나 세제 개편 탓에 2018년 실제 세수는 국민소득의 17.2%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개편 전까진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은 2018년 20.5%에서 2027년 23.6%로 증가할 전망이었다(CBO는 세제개편 이후 예상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편 탓에 2019년부터 재량지출이 크게 상승해 2027년에는 GDP의 24.8%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 강령은 복지혜택, 특히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비용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미국 인구구조의 특성 상, 복지가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노동 가능 인구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2030년 사이 베이비부머 중 2,000만 명이 은퇴 연령에 도달한다. 같은 기간 노동 시장에 신규 유입되는 인구는 1,400만 명에 불과하다. 노인 중 메디케어 대상자의 평균연령도 상승 중이며, 그만큼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투표하는 고령 유권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복지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를 늦출 방법은 있다. 현행 사회보장 제도에선 납세자가 낸 1달러에 대해 은퇴자가 향후 10년간 1.1달러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5%p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임금 대신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검토하면, 구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재정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메디케어의 경우, 정부가 처방약 가격 협상 권한을 갖게 되면 비용 억제가 가능하다. 제약사로부터 약값 할인을 받는 제도를 재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메디케어에선 금지된 이 제도를 통해, 메디케이드 Medicaid/*역주: 저소득층 대상 의료비 지원제도/가 현재 예산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형 병원 외래 환자에 대한 의사 진료비를 동네 병원 상담료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밖에도 환자가 가격에 민감해지도록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정책 같은 좀 더 과감한 것들도 있다. 고령층에게 보험료가 고정된 민간 보험을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국방 및 기타 재량지출의 증가세를 늦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성공사례가 있다. 예산통제법은 2013~2017년 세출을 국민소득의 일정 비율로 묶는 데 공헌한 바 있다. 이 법과 유사한 지출 상한선을 의회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해결을 미뤘던 문제인지라, 대규모 개혁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세수 증대로 메울 수밖에 없다.

대응에 나서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추가로 걷어야 할 세금의 액수도 높아질 것이다. 포춘은 사회보장제도 예산의 증가세가 1%p 낮아지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의료지출이 일정 비율 감소하고, 재량지출이 (새 세법으로 인해 최저선이 높아졌지만) GDP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된다는 가정을 했다. 그럴 경우, 향후 10년간 추가로 걷어야 될 세금이 얼마일지 계산해 보았다.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 정부 하에선 법인세가 다시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가정도 했다. 2017년 말 기준 GDP 대비 부채비율(76%)을 유지 혹은 인하하기 위해선 각각 얼마나 많은 세출과 세입이 필요한지를 계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76%는 50년 평균치의 거의 두 배지만, 향후 저금리가 지속된다는 CBO의 예측을 고려해 76%를 현실적인 목표로 선택했다.

건전재정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까? 지금 당장 지출 감축 등 개혁을 시작한다면, 정부는 2018년 말부터 2028년까지 법인세 외 수단으로 연 9,000억 달러의 추가 세수를 마련해야 한다. 비율로는 21~22%다(새 세제로 인해 적자가 커지지 않았다면, 증가율은 이 절반에도 못 미쳤을 것이다). 만약 개혁을 4년 후로 미룬다면, 2023년부터 10년간 부담해야 할 액수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4년간 부채가 엄청나게 불어났을 것이다. 2032년까지 GDP대비 부채비율을 76%로 되돌려 놓으려면, 세수가 현재 대비 평균 1조 2,000억 달러(24%) 증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금 제도의 어떤 부분을 손질해야 할까? 레이건 행정부 당시 CBO 국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돌프 페너 Rudolph Penner는 “개인 소득세에서 나올 수 있는 세수는 이미 거의 다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맨해튼 연구소의 리들은 (정치적 이유로 거의 불가능하지만) 소득세 1·2분위의 세율을 현재의 두 배인 74%와 70%로 높인다 해도 향후 30년간 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로 발생할 부족분의 5분의 1밖에 메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휘발유 판매에 대한 탄소세 도입, 기업에 대한 주(州)세(state tax) 한도를 개인 기준과 통합해 감세 한도 축소, 고용주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대한 과세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됐다.

그러나 현행 세금제도를 땜질하는 수준에선 그 어떤 방법으로도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전 세계의 산업화된 복지국가들이 재원을 조달하는 주된 방식은 소비 관련 세금이다. 그 중 약 60%가 부가가치세다. 부가세는 미국의 판매세(sales tax)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상품이 각 생산 단계를 거칠 때마다 기업이 지불하는 세금이란 측면에서 다소 다르다. 부가세는 전체 GDP의 평균 6%이며, 평균 세율은 약 20%다.

미국에는 부가세나 연방소비세가 없다. 다른 나라의 국민 소득에서 이들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고려하면, 미국 의회가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재정 적자 문제가 점점 절박해지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해결책을 수용해야 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윌리엄 게일 William Gale은 “아마도 현 대통령과 현 의회 하에선 부가세가 도입되는 일이 없겠지만,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무엇이 됐든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는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정치인들이 마침내 굳은 마음으로 국가재정 건전화 작업을 시작한다면, 살을 에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너무 긴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해도 세금 인상은 시작부터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인은 한 번도 이 정도의 세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소비자들은 점차 자동차, 가전제품, 아이폰, 휴가 관련 비용을 줄일 것이다.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겪는 고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법인세 인하를 일부 취소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데이비드 코티는 심슨-볼스 위원회에 처음 들어갔을 무렵, 자신이 부가세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누군가가 정부에겐 새 세금을 걷을 동력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했다. 나는 오히려 부가세 때문에 정부 지출이 점점 늘어날까봐 반대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제는 포퓰리즘적 대통령과 원내 다수당인 공화당의 지지 속에서 정부 지출이 더 늘어났다. 복지 문제에 관한 한, 더 많은 혜택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거역하기 힘든 힘이 높은 세금에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조니 머서 Johnny Mercer의 옛 노래처럼, ’사랑을 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있게 마련이다.

/번역 김화윤 whayoo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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