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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경영 수다’] ‘고객경험’ 전성시대

  • 기사입력 2018.08.13 14:31
  • 최종수정 2018.09.20 18:00
  • 기자명 안병민 대표
사진=이마트 제공

 

▶고객경험이란 고객이 브랜드 혹은 서비스와 관련해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의 총합을 일컫는다. 일본 ‘돈키호테’와 현대백화점 판교점, 이마트가 성공적인 고객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글 안병민 대표◀
미로가 따로 없습니다.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조악한 플라스틱 장남감이 있는가 하면 값비싼 명품 시계도 눈에 띕니다. 화장품 매대가 이어지다가 음료수 냉장고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신 분이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일본의 유명 잡화매장 ‘돈키호테’ 이야기입니다.
1989년 문을 연 이후 돈키호테는 지금껏 순항 중입니다. 370개 매장에서 올린 지난해 매출이 우리 돈으로 8조5,000억 원, 영업이익이 5,000억 원에 육박합니다. 일본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28년 연속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고 하니 그 자체로 유통업계의 신화입니다. 여타 매장들과 다른 돈키호테만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정글 진열’입니다. 말 그대로 정글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유는 돈키호테의 초기 사업모델에 있습니다. 파산한 기업들이 내놓는 덤핑상품이나 반품상품 등을 그때그때 구입해 팔던 그 시절, 제품들을 정돈해 진열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체계적인 제품 분류를 통한 깔끔한 디스플레이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마치 정글을 탐험하듯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과정을, 고객들은 또 다른 ‘놀이’로 받아들였습니다.
외국 어느 야시장을 별 생각 없이 구경하다 맘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같은 것 말입니다. 어릴 적 낡은 다락방을 무심코 뒤지다 신기한 물건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재미 같은 것 말입니다. 이쯤 되면 돈키호테는 단지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닙니다. 색다른 ‘경험’을 파는 겁니다.
L자로 표현되는 저성장 시대, 고객의 지갑이 열리기 힘든 불황이 이어지다 보니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브랜드와 기업들의 생존경쟁도 눈물겹습니다. 유통업계는 그런 경쟁의 최전선입니다. 오랫동안 유통업계의 절대자로 군림하던 백화점은 그 자리를 내놓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대세는 대형할인점으로 넘어갔습니다. 백화점의 쾌적함과 재래시장의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점은 황금시대를 구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1인 가구가 늘어나 대형마트의 성장률이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고객의 눈길과 발길은 이제 골목골목 들어와 있는 편의점을 향합니다. 늘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1+1, 2+1 등을 잘 활용하니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니 싸다고 잔뜩 샀다가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없습니다. 게다가 택배, 세탁,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니 고객 입장에선 금상첨화입니다.
이런 치열한 유통 경쟁의 와중에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오프라인 대형 쇼핑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을 보여줬습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2015년 문을 열었습니다.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누적 방문객 수가 7,7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수치만 보면 수도권 전체 인구가 대략 세 번은 방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백화점 업계에선 오랜만의 성공 프로젝트입니다. 관건은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식품관에 전국 유명 맛집들을 대거 입점시켰습니다. 백화점 5층에 마련한 ‘현대 어린이책미술관’도 신의 한 수였습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먹거리와 문화콘텐츠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고객을 불러모은 겁니다.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라는 표현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돈키호테와 현대백화점, 두 사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고객경험’입니다. 고객경험이란, 고객이 우리 브랜드 혹은 서비스와 관련해 겪게 되는 모든 경험의 총합을 일컫는 말입니다. ‘무엇을 사느냐’를 넘어 ‘구매와 관련한 경험 자체가 얼마나 만족스럽고 인상적이냐’가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경영마케팅 분야에서 ‘고객경험 관리’ 개념이 주목받게 된 배경입니다.
이마트가 최근 이 고객경험관리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게 ‘스타필드’입니다. 인터넷 클릭 몇 번, 모바일 터치 몇 번으로 다음날 대문 앞에 원하는 물건이 배송되는 세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세상,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나설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이런 절대 위기 상황에서 이마트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가 스타필드입니다. 온라인으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주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니 축구장 70개 크기의 쇼핑몰 안에 수영장, 찜질방, 대형서점, 스포츠 시설, 다채로운 맛집들이 즐비합니다. 수많은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는, 온라인과 모바일로는 결코 제공할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의 경험들이 한 가득입니다.
코엑스몰 한가운데 문을 연 ‘별마당도서관’도 같은 맥락입니다. 13m 높이 대형서가 3개에 꽂힌 5만여 권의 책이 오가는 사람을 맞이합니다. 그 비싼 공간에 무료로 도서관을 연다는 게 말이 되냐는 항간의 우려에 별마당 도서관은 실적으로 화답했습니다. 개장 이후 10개월간 코엑스몰 방문객이 1,700만 명에 달한다는 기록을 떠나 별마당도서관은 코엑스몰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몰 안 매장들의 매출이 덩달아 증가한 건 불문가지입니다.
일련의 성공들에 탄력을 받은 이마트의 최신 병기가 ‘삐에로쑈핑’입니다. 760평 크기에 4만 개의 제품을 파는 잡화매장입니다. 신선식품에서부터 명품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안 파는 게 없습니다. 물건이 배치된 통로와 통로 사이의 거리가 대형마트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하니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제외하면 매장 전체가 물건으로 가득 채워진 꼴입니다.
어차피 웬만한 물건들은 어지간하면 이미 다 갖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사야 할 제품이란 게 별로 없습니다. 삐에로쑈핑의 노림수는 그래서 다른 데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고 신기하고 값싼 물건들을 발견하는 ‘즐거운 득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사이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고객들이 삐에로쑈핑이 만들어 놓은 미로를 기꺼이 헤매다니는 이유입니다. ‘무엇을 팔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팔 것이냐’로 무게중심을 옮기니 이렇게 새로운 시장이 열립니다. “마케팅의 목적은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다.” <체험마케팅>의 저자 번 슈미트 박사의 말입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남다른 ‘경험’이 곧 경쟁력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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