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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W in Korea]‘제 2 주부 벤처 신화’ 다시 도전하는 한경희 대표

기업회생 절차 졸업은 새로운 출발점
‘제 2 주부 벤처 신화’ 다시 도전한다

  • 기사입력 2018.06.08 12:01
  • 최종수정 2018.06.15 17:39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사진=차병선 기자]‘1세대 여성 창업가’인 한경희 대표는 1세대 여성 창업가로서 ‘제 2의 주부 벤처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1세대 여성 창업가’인 한경희 대표는 1세대 여성 창업가로서 ‘제 2의 주부 벤처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생활가전업체 한경희생활과학이 최근 기업회생 절차 조기 졸업을 선언했다. 좌절을 딛고 재도약에 나선 ‘주부 벤처 신화’ 주인공 한경희 대표가 여성 기업인의 저력을 다시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이달의 ‘MPW’ 주인공 한경희 대표를 만나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흔히 우리는 평범했던 사람이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이를 ‘성공 신화를 썼다’고 말한다. 월급쟁이로 입사해 회사 CEO에까지 오른 사람, 그릇닦이로 시작해 어엿한 음식점 오너셰프가 된 사연 등 다양한 사례가 언론매체를 통해 ‘성공 신화’로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공 신화 하나가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을 창업한 한경희 대표 얘기다. 그의 성공신화가 유독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 대표의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이었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진출은 크게 놀라울 것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어 있다. 하지만 여성의 ‘창업’은 아직 남성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 더구나 여성이 창업을 해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사례는 대한민국 산업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다.  

한경희 대표는 1세대 여성 창업가이자 CEO다. 평범한 주부에서 연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CEO가 되기까지 한경희 대표의 스토리는 파란만장했다. 이후 사업 악화에 따른 기업회생 절차 돌입, 그리고 조기졸업에 이르기까지 험난했던 과정도 드라마틱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5월 말,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경희생활과학 본사에서 만난 한경희 대표는 기업회생 조기졸업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모두 합심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저는 이번 회생과 졸업 과정에서 한경희생활과학이 재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값진 경험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는 물러섬 없이 앞으로 전진만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 동안의 과정은 분명 재도약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겪은 아픔은 상당히 컸다. 우선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그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탁월한 품질에 더한 저렴한 가격이었다. 저렴한 판매가격을 책정하다 보니 판매량에 따라 마진율이 요동쳤다. 한창 잘나갈 땐 한경희생활과학은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주부들의 입소문만으로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별다른 부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판매량이 고스란히 높은 마진율로 이어졌다. 이는 한경희생활과학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품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AS 같은 사후관리 측면에 관한 소비자 우려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 것이었다. 한경희 대표는 그 같은 상황에서도 회사를 지켜준 건 다름 아닌 ‘주부 소비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주부가 만든 ‘주부를 위한’ 회사가 사라지는 건 막아야 한다는 주부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한경희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저희 회사가 없어지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주부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각종 제품을 선보여온 ‘주부가 만든 회사’는 지켜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죠. 그 덕분에 저 역시도 힘을 내서 회사를 회생시키는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선보인 ‘스팀 다리미’ 경우도 주부들의 전폭적인 응원에 힘을 내 개발한 제품이기도 하고요.” 

‘주부를 위해 주부가 만든 회사’라는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주부 소비자들의 말처럼 한경희 대표는 평범한 주부에서 매출 1,000억 원대를 달성한 회사 창업자이자 CEO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아주 평범한 일상생활 속의 작은 단초였다. 

[사진=한경희생활과학] 최근에 한경희생활과학이 출시한 무선 물걸레청소기 ‘아쿠아 젯 슬림’.
[사진=한경희생활과학] 최근에 한경희생활과학이 출시한 무선 물걸레청소기 ‘아쿠아 젯 슬림’.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경희 대표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초보주부’ 한경희에게 살림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어려움을 겪었던 집안 일이 바로 청소였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주부들은 집안 청소를 할 때, 무릎을 꿇은 채 걸레를 활용해 바닥을 닦았다.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가는 청소였음에도 대다수 주부들은 그런 방식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제기하지 않았다. 온돌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청소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경희 대표는 달랐다. 무릎을 꿇을 필요 없이 선 채로 바닥 청소를 할 수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청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활 속 작은 불편함에서 출발한 그의 창업아이디어는 현실 속 ‘창업’으로 이어졌다. 한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막연히 서서 모든 바닥청소를 하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하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러다 우연히 따뜻한 물로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화장실에 가득 찬 스팀 열기를 보고 ‘바로 이거다’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먼지를 빨아들이고, 동시에 스팀으로 바닥을 닦을 수 있는 청소기를 만들어 보자고 그때 결심을 했죠.”

그렇게 한경희 대표는 1999년 회사를 창업하고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제품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한 대표는 사업 경험도 개발 경험도 전무했다. 한 대표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역할은 자신이 아닌 엔지니어가 오롯이 담당해야 했다. 우선 과학기술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교 연구소와 엔지니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번번히 난관에 부딪혔다. 과학기술에 문외한인 한경희 대표와 전문가들의 소통이 원활할 리 없었다. 한경희 대표에게 자문을 해주고 제품 개발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이 그를 ‘걸어다니는 민폐’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한경희 대표 역시 당시 자신이 민폐였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그럼에도 제품 개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민폐라는 소리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수년여의 노력 끝에 지난 2003년 지금의 한경희생활과학을 있게 한 스팀청소기가 탄생했다. 

그러나 유통경로 확보에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사업경험이 전무한 여성 CEO에게 판매처 확보를 위한 영업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한경희 대표가 선보인 스팀청소기는 이전에 없던 제품이었다. 남성 위주 관리자들에게 제품 성능과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설득시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한경희 대표는 말한다. “제품을 들고 남성 관리자들을 찾아갔습니다. 진공으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스팀으로 바닥을 닦는 새로운 형태의 청소기라고 설득했죠.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라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더군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의 성능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썼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청소기’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입소문의 위력은 대단했다.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주부 소비자들이 먼저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에 한경희생활과학 제품의 입점 여부를 문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판매가 활기를 띈 건 당연했다. 2004년 15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불과 1년만인 2005년에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주부 벤처 신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한 대표는 말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이름으로 내놓는 제품에는 꼭 한가지의 철학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 없는 가사활동’이 그것이죠.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 많은 사람들도, 돈 적은 사람들도 누구나 공평하게 좋은 기구로 편리한 가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거죠. 앞으로 선보일 모든 제품에도 이 같은 저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겁니다.”

[사진=차병선 기자] 한경희 대표가 최근 출시한 ‘스팀 다리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한경희 대표가 최근 출시한 ‘스팀 다리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경희 대표는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다. 그 역시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때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형 CEO’로 불린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후배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주요 기업 내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에서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것도 그 같은 활동의 연장선 상이다. 

한 대표는 “최근 여성이사협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창업과 회사 운영을 돕는 ‘여성기업투자펀드’를 조성해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여성의 임원 진출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기업인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내 여성 직원을 위해 한경희생활과학 내부에선 어떤 여성친화정책을 내놓고 있을까? 한 대표는 말한다. “사실 여성 직원을 별도로 우대하는 정책은 없습니다. 회사 직원이라며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고, 각종 복지를 누려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 대해선 철저히 원칙을 지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회사에선 출산을 앞둔, 혹은 출산을 한 여직원들에게 약 1년 반 정도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복귀한 후인데요. 일부 회사에선 육아 휴직 후 복귀한 직원들에 대해 인사고과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단지 아이를 낳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엉터리 평가를 받는 거죠. 그러나 저희는 휴가 이후 복귀한 여직원들에게도 이후 이어지는 인사고과에서 무조건 평균 점수를 매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여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제도를 활용하고, 복귀 후에도 열심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경희 대표는 많은 여성 예비 창업가들의 롤모델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몇몇 여성 창업가들은 “한경희생활과학처럼 우리 회사를 성공시키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경희 대표에게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다.  

“창업을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우선 5~10년 정도 미리 경험을 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20~30대에 창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조사를 해보면 창업 후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연령대는 40~50대라고 합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실패’를 담보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죠.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한가지 조언을 더 하자면, 5~10년의 경험 중 2~3년은 영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영업만큼 그 분야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데 좋은 업무는 없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업을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죠. 실제로 여성들 상당수가 영업직을 꺼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버티면서 잠깐이라도 영업 업무 해보길 추천합니다.”  

올해는 한경희 대표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다. 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한 만큼 공격적인 전략으로 ‘제 2의 주부 벤처 신화’를 이어야 한다. 한경희 대표는 “오는 상반기 내에 대면 유통 판매 채널, 렌탈사업 등 신규 판매처 확보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새롭게 선보인 스팀다리미의 성공과 독보적인 기술력 기반으로 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한경희생활과학, 나아가 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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