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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플' 크라우드로 15억 대박 펀딩 성공,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 도약 노린다

벤처인 TALK! TALK! | 진창수 샤플 대표

  • 기사입력 2017.12.07 15:09
  • 최종수정 2018.09.07 15:49
  • 기자명 김병주 기자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수혈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핀테크 시대의 새로운 투자·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역사상 가장 큰 성공사례로 꼽히는 프로젝트는 여행용 캐리어 제품으로 15억 원이 넘는 펀딩에 성공한 디자인 크라우드 플랫폼 ‘샤플’이다. 진창수 샤플 대표를 만나 크라우드펀딩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진창수 샤플 대표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창수 샤플 대표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기자가 이 회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직업상 목적이 아닌 소비자로서의 니즈 때문이었다. 무게만 10kg에 육박하는 기존 여행용 캐리어로는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가 어려웠다. 마음에 드는 쇼핑물품이 있어도 수화물 허용 중량 때문에 입맛만 다시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좀 더 가벼운 캐리어를 살펴봤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기자가 구매하려 했던 25인치 캐리어의 경우, 구미에 당기는 제품은 판매가격만 수십만 원을 호가했다.

그렇게 발품을 팔며 저렴하면서 질 좋은 제품을 찾던 도중 발견한 것이 바로 샤플의 캐리어였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설명하는 장문의 소개 글보다 눈길을 끈 건 가격이었다. 당시 샤플이 선보인 25인치 캐리어 가격은 4만 9,000원. 일반 캐리어 브랜드에선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수준의 가격이었다. 

구매 이후 기자는 세 번의 해외여행에서 샤플 캐리어를 사용했다. 적어도 지금까진 꽤 만족할만한 수준의 성능과 내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로서 제품에 만족했던 까닭에 이번 진창수 샤플 대표와의 만남이 더욱 기대됐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 있는 샤플 사무실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 진 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7월에 진행한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펀딩 성공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저희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 많은 디자이너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죠. 금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올해 내에 론칭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속 불어나고 있으니까요. 올해 남은 한 달 여에도 할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샤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샤플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던 캐리어 펀딩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캐리어 펀딩의 정식 명칭은 앞서 진 대표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이었다. 여기서 ‘Dr.Nah’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를 의미한다. 나 교수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의 심사위원을 수차례 역임할 정도로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전문가다. 나건 교수가 이름조차 생소한 스타트업 샤플과 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샤플이 추구하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우선 샤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일단 샤플은 유통 시장에서 흔한 개념인 ‘D2C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원래 D2C란 ‘Direct-to-Consumer’, 즉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하지만 샤플은 여기서 ‘Direct’ 앞에 ‘디자인(Design)’을 추가했다. 디자인 생산자를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샤플 플랫폼에 녹여낸 것이었다. 진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디자이너들은 문자 그대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디자인만으로 자립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자신의 디자인을 상품화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창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얼마 못 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저희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살려 마음껏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선보인 디자인을 토대로 상품을 제작·생산·판매하는 것을 저희 샤플이 모두 맡고 있죠. 나건 교수님도 저희의 사업 방향성에 공감하셔서 당시 캐리어 펀딩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진창수 대표의 말처럼 나건 교수는 샤플의 제조·유통방식에 큰 관심을 가졌다. 나 교수는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면 제품이 생산·유통되고, 작사·작곡가처럼 디자인 사용에 대한 저작료를 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샤플과 같은 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제조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협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샤플 캐리어는 샤플이 선보인 방향성에 100% 부합하는 새로운 시도의 출발점이었다. 상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약 한 달간 진행된 펀딩에서 샤플이 올린 최종 모금액은 15억 원이 훌쩍 넘었다. 애당초 샤플이 목표로 했던 금액 1억 원보다 무려 15배 이상 높은 규모였다. 여기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펀딩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샤플이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캐리어 펀딩은 ‘리워드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이었다. 쉽게 말해 ‘선 주문 후 제작’ 개념인데, 목표 금액 1억 원이 넘는 순간부터 캐리어 제작 및 배송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약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펀딩에 참여한 고객들은 캐리어를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펀딩에 지불한 비용은 100% 돌려받는다.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제품 퀄리티도 기존 유명 브랜드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소재와 바퀴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 생산 역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내 공장에서 이뤄졌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블루투스로 분실 방지 및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트래킹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한 면모도 과시했다. 진 대표는 말한다. “품질에 관한 한 정말 자신이 있었습니다. 중국 현지 생산을 포함해 제조·유통 전 과정을 간소화했어요. 쓸데없이 무언가를 계속 더하기보단, 불필요한 부분을 빼내는 데 집중했죠. 그 결과 만족스러운 수준의 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부터 다음 펀딩을 기다리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고요 (샤플은 12월 중 전작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성능의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두 번째 펀딩을 선보일 예정이다).” 

 

진 대표는 “샤플을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진 대표는 “샤플을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이 같은 성과는 진 대표뿐만 아니라 샤플 구성원들에게도 믿기 힘든 결과였다. 애당초 진 대표와 샤플 관계자들이 기대했던 최대 매출은 1억 원 안팎이었다. 기대 수치를 15배 뛰어넘은 판매량은 구성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진 대표는 이후 제품을 준비하고 배송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진 대표는 말한다.“예상을 뛰어넘는 주문량에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이후 배송과정에서 고객들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저희 샤플의 향후 사업에서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좀 더 나은 물류 체계와 인프라 구축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진창수 대표가 이 같은 참신한 시도에 나선 배경에는 군 생활 중 겪었던 남다른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진 대표는 군 복무 시절의 상당시간을 이라크에서 보냈다. 2007년 무렵 이라크 파병부대 소속으로 이라크로 간 진 대표는 그 곳에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경험을 하게 된다. 그건 아주 사소한 불편함에서부터 출발했다. 진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라크에서의 군 생활은 한국에서의 생활과 아주 많이 달랐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돈을 주고도 하지 못할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당시에는 그저 불편함 투성이로만 느껴졌어요.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바로 ‘씻는 것’이었습니다.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기지를 벗어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매번 샤워 용품을 챙기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라고요. 그 때 ‘이동이 잦은 사람들이 좀 더 간편하게 샤워 용품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죠. 제대 이후에도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실제로 진 대표는 2013년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놓았다. 바로 ‘스마트 샤워용기’였다. 당시 킥스타터를 통해 5만 5,000 달러 펀딩에 성공한 ‘스마트 샤워용기’는 약 45개국에 판매되며 나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 때 스마트 샤워용기 판매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다방면에서의 네트워크는 이후 샤플을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시키는데 디딤돌이 되었다. 

진창수 대표는 샤플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사실 외부에선 이번 캐리어 펀딩의 성공으로 샤플이 적잖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표면적인 매출액만 15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이익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계획적’으로 이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이번 펀딩을 통해 무형의 자산을 더욱 많이 확보한 만큼,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샤플의 진짜 도전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진창수 대표와 샤플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진 대표는 말한다. “캐리어 펀딩의 성공으로 샤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예요. 하지만 저희의 진짜 목표는 샤플 플랫폼 안에서 디자인부터 제품 판매까지 전 과정이 이뤄지게 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글로벌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샤플에서 제작한 60여 개 제품은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희에게 킥스타터가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마케팅 채널’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겁니다. 킥스타터를 통해 샤플의 상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 1분기까지 샤플 플랫폼에서 모든 상품의 판매가 이뤄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그날까지 저희 샤플에 대한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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