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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붕괴? 회복세에 가깝다"…‘닥터 둠’ 뜻밖의 진단

'모든 위기의 어머니'라 불리며 비관적 전망의 아이콘이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미국 경제 비관론을 일축했다.

  • 기사입력 2025.11.26 11:47
  • 기자명 Eva Roytburg and Nick Lichtenberg & 김타영 기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

20년 가까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라는 이름은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과 함께 존재해 왔다. 2000년대 중반, 월가가 일축하던 주택시장 붕괴 가능성을 홀로 경고했고,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그는 이 별명을 '정확히 맞힌 사람'의 상징으로 굳혔다.

이후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비관론자로 자리 잡았다. 부채 폭탄, 지정학 충격, 팬데믹, AI로 인한 노동시장 교란 등 숱한 위기를 경고하며 '모든 위기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crises)'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 그가 투자자들이 약세장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오히려 동료 비관론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한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같은 인물들이 미국 경기 하강과 AI 버블 붕괴를 경고하지만, 루비니는 "미국 경제 비관론은 과장됐다"고 말한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최신 칼럼에서 "미국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이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달러 약세·미국 예외주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통념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의 전망은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성장 둔화이지만 기술·설비투자가 이끄는 회복세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단기 전망에 대해선 '성장 둔화형 경기침체(growth recession)'라고 표현한다. 이는 GDP가 잠재 수준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으로, 시장 우려처럼 경착륙이나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버블 붕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AI·고령화·지정학 불안'으로 번영이 위협받는 '메가 위협 시대'를 경고했던 루비니는 이번엔 관세 충격 역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관세 발표 직후 시장이 흔들리자 정부가 정책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실제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그는 내년이면 성장세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연준은 통화 완화 국면에 진입했고, 재정 부양책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AI 중심 설비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비니의 관점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토르스텐 슬록,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등 월가 대표 애널리스트들 견해와 상당히 닮았다. 슬록은 최근 "미국 경제는 2026년 재가속될 것"이라면서도, 소비 양극화(K자형 경제)와 주식시장 집중도 심화(Magnificent 7 효과) 등을 동시에 지적한 바 있다. 윌슨 역시 몇 년간 '순환적 경기침체(rolling recession)'를 주장하다 지난해부터는 '순환적 회복(rolling recovery)'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며, 주가 조정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급락은 전망하지 않는다.


루비니 전망의 중심에는 단순한 논리가 있다. 관세는 일시적이지만 기술 혁신은 수십 년간 누적(compound)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관세를 이긴다(Tech trumps tariffs)"고 단언한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수준에서 2030년대 4%까지 두 배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는 월가 전망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대 잠재성장률을 2.3%로 전망한 바 있다.

루비니는 성장의 핵심축으로 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우주산업, 방위기술 등을 꼽았다. 그는 이들 기술 주도성 때문에 "미국은 향후 20년간도 '예외적 성과(exceptionalism)'를 유지할 것이며, 생산성이 두 자릿수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잠재성장률이 오르면 기업이익이 확대되고, 높은 밸류에이션도 정당화된다. 지난 20년간 평균 성장률이 2%였던 시기에도 S&P500은 연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는 점을 들어 '빠른 성장 → 더 빠른 이익 증가 → 고평가 유지 가능'이라는 논리다.


AI 중심 설비투자는 부채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루비니는 성장률이 소폭만 올라가도 재정지속성(sustainability)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CBO(미 의회예산국)는 1.6% 성장 가정하에 국가부채 급증을 예상하지만, 만약 2.3% 성장이면 부채비율이 안정되고 3% 이상이 되면 오히려 감소한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성장으로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와도 닿아 있다.

또 기술혁신이 생산비를 낮춰 장기적 공급충격을 만들면 물가가 안정되고 실질금리가 높아져도 명목금리는 오히려 크게 뛰지 않을 수 있다.

달러 약세 우려도 그는 일축한다. 미국은 재가속하는 반면 유럽은 정체기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달러는 결국 강세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중국이 AI·로보틱스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총합적 우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즉, 그의 결론은 "미국은 여전히 선진국 중 최강이며 혁신이 미국을 또 한 번 견인할 것"이이다.

루비니는 글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미국 경제와 시장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미국이 가장 혁신적인 국가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글 Eva Roytburg and Nick Lichten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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