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https://cdn.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767_44468_5919.jpg)
“개인적으로 만든 이론이 하나 있습니다.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hyper-realistic worklike activities)’이라는 개념이 있고, 이와 짝을 이루는 ‘가치가 확실한 일(known valuable work to do)’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은 겉으로는 완전히 일과 똑같이 보입니다. … 하지만 사실은 가짜 일에 가깝죠. 아주 미묘합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 슬랙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는 최근 팟캐스트 ‘레니스 팟캐스트(Lenny’s Podcast)’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 두 개념을 정리했다고 설명한다. 버터필드는 2002년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Flickr)를 공동 창업해 CEO를 맡았고, 2009년에는 슬랙을 세워 시가총액 265억 달러의 기업으로 키운 연쇄 창업자다. 2023년 1월 슬랙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는 비교적 조용히 지내고 있다.
버터필드는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조직 내 생산성을 두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 그가 “가짜 일”이라고 부르는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을 촉진하고 성과를 견고하게 만드는 ‘가치가 확실한 일’이다.
두 번이나 스타트업을 창업한 버터필드는 가짜 일이 생기는 뿌리가 대개 초기 성장 단계에 있다고 봤다. 회사가 막 출범했을 때 직원들은 회사를 띄우기 위해 정말 필수적인 일들에 매달린다. 은행 계좌를 만들고, 사용자 테이블을 만들고, 비밀번호를 암호화하고, 이런 ‘볼트·너트’ 같은 일들을 처리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이런 업무들을 브랜드의 토대를 위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는 그 한 가지 한 가지가 “거의 무한대의 생성 가치를 만든다”고 했다. 회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필수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가치가 만들어지는 양상은 달라진다. 버터필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문제는, 아주 초기에 할 일이 엄청 많고 그게 분명히 가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오늘 할 일이 10개 있는데, 전부 내가 잘할 줄 아는 일이고, 하나같이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인 거죠. 시간이 지나면, 해야 할 일의 공급과 일을 하려는 수요 사이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더 많은 사람이 채용된다. 그러다 보면 기존 직원들은 자기 팀을 돕는 주니어 인력을 더 뽑고 싶어 하고, 어느 순간 회사에는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쉽고 분명한 일’은 이미 대부분 끝난 상태가 된다.
이때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기대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면, 구성원들은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에 시간을 쓰기 쉽다. 버터필드는 이것이 직원들이 “어리석어서도, 악의가 있어서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이 인정받길 원하기 때문에, 그리고 경영진이 ‘가치가 확실한 일’을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을 경우 현재 팀이 보상하는 방식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은 겉보기에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직장에서 흔히 하는, 아주 전형적인 업무처럼 보인다.
버터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동료들과 회의를 잡습니다. 큰 회의에서 보여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미리 같이 보고, 슬라이드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죠. 우리는 회의실에 앉아 있고, 어떤 자료가 스크린에 띄워져 있고, 모두가 그걸 두고 이야기합니다. 겉보기에는 딱 ‘일’이에요.”
그가 보기에 이런 ‘가짜 일’은 매우 포착하기 어렵다. 슬랙 공동 창업자는 “나도 그렇고, 이사회 멤버도 그렇고, 모든 임원들이 다 이걸 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조직 내 모든 맥락과 정보, 의사결정권을 다 가지고 있는 위치에서 멀어질수록 이런 것들에 빠져들기 더 쉬워진다”며,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초현실적인 ‘일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버터필드에 따르면, 신입 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모든 구성원이 ‘가치가 확실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책임은 최종적으로 조직의 최상단에 있다. CEO, 매니저, 디렉터, 임원들이 어떤 일이 정말로 회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리더들에게 “가치가 확실한 일(known valuable work)”이 무엇인지 조직 전체에 분명하게 정의해 줄 것을 조언한다. 구성원 모두가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이것”이라고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버터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명확성을 만들어내는 게 리더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앞단에서 분명하게 ‘그건 하지 말자’고 말해야 합니다. ‘너희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바보들’이라고 나중에 흉보는 게 아니라요.”
/ 글 Emma Burleig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