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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세대 앞서 있다” 엔비디아의 이례적 항변

엔비디아가 구글의 갑작스러운 AI 역습에 크게 긴장한 나머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X(엑스)에 직접 입장을 올렸다.

  • 기사입력 2025.11.26 08:46
  • 기자명 Eva Roytburg & 김다린 기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엔비디아가 최근 이례적인 행동에 나섰다. 자사의 핵심 고객사 중 하나인 메타(Meta)가 AI 인프라의 일부를 구글의 자체 칩 ‘TPU’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X에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대응은 주가가 2.5% 넘게 밀린 뒤 나왔다. 반대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주가는 사흘 연속 올랐다. 구글의 새 AI 모델 ‘제미나이3(Gemini 3)’가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같은 테크 업계 유명 인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다.

불씨는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였다. 이 매체는 구글이 TPU로 불리는 자사 AI 칩을 메타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 등 외부 기업들에 본격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이미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TPU를 임대해 왔다. 하지만 이 칩을 고객사 자체 데이터센터에까지 들여보내겠다는 건, 엔비디아를 향한 도전 수위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 소식은 월가를 흔들었고, 엔비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엔비디아는 X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구글의 성공이 매우 반갑습니다. 구글은 AI에서 큰 진전을 이뤘고, 우리는 앞으로도 구글에 칩을 공급할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습니다. 모든 AI 모델을,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구동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입니다.”

행간은 분명하다. 구글 TPU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엔비디아는 여전히 자신들이 ‘막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투자자와 고객에게 재확인시키려는 것이다.

GQG파트너스(GQG Partner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언 커스만크(Brian Kersmanc)는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었다. 그는 최근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업계가 구글 칩을 엔비디아 GPU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제미나이3를 발표하면서, 이 모델을 자사 TPU로만 학습시켰다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엔비디아의 논리는 ‘우리가 모든 플랫폼에 올라간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가장 성공적인 AI 회사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은 최신 모델 학습에 아예 GPU를 쓰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구글의 AI 칩은 ‘잘 만든 사내 도구’ 정도로 취급됐다.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구글 시스템에 최적화된 내부용 칩일 뿐,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 범용 GPU를 위협할 존재로까지 보진 않았다.

그 차이의 일부는 아키텍처에서 나온다. TPU는 특정 업무에 최적화된 ASIC(주문형 반도체)다. 반면 엔비디아 GPU는 더 넓은 범용성을 내세운다. 엔비디아는 X 글에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우리는 ASIC보다 더 뛰어난 성능, 다목적성, ‘범용성(fungibility)’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우드, 온프레미스(사내 데이터센터), 엣지 환경 어디에서든 어떤 모델도 학습·추론할 수 있는 ‘만능 옵션’이라는 메시지다. 이어 자사의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Blackwell)을 언급하며, 여전히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의 분위기는 달랐다. TPU로만 학습된 구글의 제미나이3는 강한 호평을 받았고, 일부에서는 오픈AI 최고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두는 존재로까지 언급된다. 여기에 메타가 데이터센터 내부에 TPU를 직접 도입해, 일부 워크로드에서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는 투자자들이 오래전부터 ‘혹시나’ 했던 장면이다. 이제 그 가능성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 글 Eva Roytbu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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